〈 55화 〉 055 방학 마무리 (1)
* * *
*
"우리 민아 기분 좋았어?"
"하..으으.."
나는 두번째 히로인이 된 강민아의 흐트러진 모습을 정리해 주었다.
강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에 이미 마음이 넘어온것 처럼 보였다.
'본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소용없지.'
최대한 부드럽게 몸을 닦고, 옷도 다시 입혀 주었다.
"오늘도 수고했어."
"아.. 제..제가 할게요."
"괜찮아 쉬고 있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닥을 닦았다. 이미 넘어왔다고 생각하니 여유로움이 생겨났다.
야릇한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강민아에게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크게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강민아의 호감도가 상승했습니다. ]
"제…. 제가 할게요. 주인님.."
아무래도 자신의 체액이라 생각하니 부끄러운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강민아가 하도록 자리를 비켰다.
탄탄한 엉덩이가 강조되는지도 모르고 허둥지둥거리며 닦는 모습이 자극적이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미 히로인으로 등록된 상황이니 너무 급하게 행동할 건 없었다.
이대로 시간만 흐른다면 결국 강민아는 넘어오게 되어있었다.
'50은 상징적인 수치니까.'
50이 넘어서 히로인으로 등록했다고 해서 모든게 끝나는 건 아니다.
민지의 호감도에 변동이 있는 것 처럼 강민아는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러니까 조금씩 인정하게 만드는 거다.
본인도 모르게 점점 인정하게 되겠지.
"기분 좋았어. 민아야."
"..."
"그럼 내일 또 보자."
한 달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지금까지 그랬던 그것처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거다.
*
교수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었던 걸까, 벌써 해가 지고 달이 뜬 상황이었다.
지금의 삶은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궁핍에 시달리며 한 끼 식사에도 벌벌 떨던 인간이 여기까지 왔다.
"힘들긴 힘들었지."
솔직히 여기까지 오는데 몇 번이나 죽었을까? 굳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3자리 수는 진작 넘었을 거다.
지금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강해지는 게 중요하겠지.
"어제 업적을 확인을 못 했네."
민지와 함께 있다가 곧장 강민아를 만난다고 아카데미로 온다고 업적을 확인하는 걸 잊었다.
연애경험이 적은 내가 강민아에게 실수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스스로 행동규칙들을 정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긴 하다.
'일단은 업적이나 확인해 볼까?'
은행 사건을 해결하면서 '놈은 우리 중 최약체다!' 와 '예비 히어로!'를 달성했다.
이름만 봐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예비 히어로!' 업적부터 확인했다.
[ 업적 달성 : 놈은 우리 중 최약체다! ]
[ 업적 달성 : 예비 히어로! ]
구석에 존재하는 자세히 보기 버튼을 눌러 상세 내용을 확인했다.
[ 업적 : 예비 히어로!
당신은 히어로가 되는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1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이 생명을 구했습니다!
당신의 노력과 폭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은 용맹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보상 : 운명 포인트 200P.]
“오…?”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포인트가 순식간에 200까지 차올랐다.
단지 민지와 장모님을 구하려는 목적으로 행동했는데 보상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에는 얻은 게 많았다.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는 마력폭탄 153개.
도넛맨을 쓰러트리고 얻은 이 전리품은 내가 서아와 대련에서 썼던 폭탄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은행 건물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기 위해서 놈들이 준비한 폭탄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공짜 폭탄과 운명 포인트,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아직 하나 더 남았지?'
다음 업적의 자세히 보기 버튼을 눌렀다.
[ 업적 : 놈은 우리 중 최약체다!
아무도 정체를 알지 못했던 비밀 단체의 간부를 쓰러트렸습니다!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그는 간부 중 최약체니까요.
보상 : 운명 포인트 1000P. ]
"1000이라고? 진짜 1000?????"
고작 테러리스트 한 명을 쓰러트린 보상으로 1000포인트 나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던 걸까? 늘어난 포인트를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마지막에는 좀 무섭긴 했지만, 만만한 놈이었던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와…. 이걸로 뭐하지?"
죽어야 할 민지가 살아남고, 살아남았어야 놈이 죽었다. 그러면 문제도 해결하고 포인트도 번 게 아닐까?
외모에도 투자할까? 스킬 레벨을 올려야 하나? 이번에 해금된 확률 업 뽑기를 해볼까?
대량의 포인트를 쓸 생각에 기분이 잔뜩 흥분하고 있었는데 마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김시우님? ]
평소의 감정이 없는 마키나에게 보기 힘든 떨리는 목소리에 불안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 그…. 기뻐하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
'부탁?'
무슨 대단한 부탁이라도 하려는 건지 마키나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러는 모습은 처음이라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 사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수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수리?'
이전에 강민지가 죽었을 때 마키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거기서 멈췄으니 괜찮은 거 아니었어?'
[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그 이전의 문제입니다만, 자세하게는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시스템은 내게는 전부라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스템이었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곤란해질 인간은 바로 나였다.
그동안 마키나의 행보를 볼 때, 나를 위해 행동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튜토리얼이 끝나면서 나에게 최대한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으니,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 거다.
마키나 시스템과 비교하면 나는 아주 보잘것없는 인간이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걸까?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 ..운명 포인트를 기부해 주실 수 있습니까? ]
내가 강해지기 위해서 운명 포인트가 필요한 것처럼, 마키나 시스템 역시도 운명 포인트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운명 포인트가 필요한 곳에 있다면 얼마든지 쓸 생각이 있었다.
'뭐 얼마 정도면 되는데?'
[ 900포인트 정도입니다….]
"..."
900포인트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포기했다.
마키나가 부탁할 정도면 분명 필요한 일이겠지.
'알았어.'
[ 정말 괜찮으십니까? ]
'마음 바뀌기 전에 빨리해….'
[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4자리까지 늘어났던 포인트가 다시 3자리로 줄어들었다.
뭔가 허무한 느낌도 들긴 했지만, 욕심은 내지 않았다.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은 충분히 풍족한 상황이니까.
갑자기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일단은 집으로 향했다.
[ 대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응?"
[ 스킬 창조의 연금술을 획득하셨습니다. ]
단출한 알림창과 함께 엄청난 이름의 스킬이 등장했다.
나는 바로 스킬창을 눌러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 창조의 연금술 : Master
마력을 통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결과물의 가치에 따라 필요한 마력의 양이 달라집니다.
창조에 필요한 마력은 개연성과 인과율에 따라 값이 정해집니다.
운명 포인트로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
아직 사용해 본 게 아니라 가치를 알 수 없지만, 이 스킬이라면 900포인트와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수리에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보상을 제대로 전달해 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엄청나게 유용한 스킬을 얻은 건 분명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써 봐야지 감이 올 것 같다.
'.. 연막탄 창조!'
[ 결과물의 상세속성을 설정해 주세요. ]
Master 스킬의 효과인지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마치 미리 보기처럼 떠올랐다.
마력 소모는 그리 크지 않은 보통의 연막탄.
'창조.'
[ 개연성과 인과율을 계산 중입니다….]
마력이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다.
[ '연막탄'이 창조되었습니다. ]
인벤토리에 새롭게 생겨난 연막탄, 이러면 창조스킬을 쓸 때 남들의 시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만약 팔찌형 아공간 아티팩트를 얻는다면?
창조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물건의 가치는 그때 그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더운 여름 사막에서의 얼음물과 주변이 얼어붙은 빙하지대에서의 얼음물의 가치가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괴물들에게 약점이 되는 도구들은 모두 다르다. 이 창조 스킬만 있다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물품을 쓸 수 있다.
'식량도 되는 건가?'
[ 개연성과 인과율을 계산 중입니다….]
[ 옥수숫가루가 창조되었습니다. ]
"개사기 스킬인데.."
결과물의 가치에 비해서는 마력의 소모가 좀 큰 게 단점이었다. 전투 중에는 사용하기 힘들어 보였다.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스킬을 얻었다. 아낌없이 퍼주고 간 도넛맨과 복면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아낌없이 퍼줘서 고맙다!'
나중을 위해서 포인트는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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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얻은 창조스킬의 사용법을 익히고, 여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이제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네?'
윤서아의 호감도도 50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민아의 경우는 높긴 하지만 50~55 정도의 수치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방학이 거의 끝나가는데 매일 이렇게 대련만 하고 보내야 하는 게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서아와 민지를 만나러 학교로 가려는데 강민지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일이 생겨서 오늘은 대련이 힘들 것 같다는 문자였다.
'그럼 오늘은.. 서아랑 나 밖에 없다는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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