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120)

가식 따윈 집어던지고 솔직함만이 남은 얼굴이 억지로 참아내던 사정감을 단숨에 열어젖혔다.

“크윽…!”

반쯤 빠져나온 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순간.

뷰릇! 뷰르르릇!

요도구를 타고 세차게 뿜어져 나온 정액이 아줌마의 질 내부를 가득 채운다.

“헤윽…?!”

“후아아…!”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정액을 토해내고 난 순간.

머릿속에서 요상한 소리가 들렸다.

철컥!

어긋나 있던 무언가가 비로소 아귀에 딱 맞춰 끼워 들어간 것만 같은 느낌.

한 꺼풀 벗어낸 듯한 해방감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피로가 몸을 덮쳐 왔다.

쾌감, 정복감, 해방감, 편안함 등.

밀려오는 온갖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으며 아줌마의 몸 위로 쓰러져가는 그때.

아줌마에게 얼음꽃으로 장미를 만들어 주었을 때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전신에서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는 짙은 분홍색의 마력.

아줌마의 몸을 한 차례 감싸 안은 그것은 이내 아지랑이처럼 변해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또 그 느낌이다.

저걸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

강렬한 의지와 탐욕이 잃어가던 육체의 제어권을 강제로 되찾아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아지랑이처럼 흩어져 가는 마력을 모조리 휘어 잡았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서 떠오르는 메시지.

[서정희로부터 짙은 농도의 마력을 흡수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마력 수치가 5 상승합니다.]

[흡수한 마력은 정화 작업을 거친 후 사용 가능합니다.]

[정화까지 남은 시간: 23:59:58]

와…, 대박.

그 뒤로도 무언가 여러 메시지가 뜬 것 같은데, 눈이 흐려서 보이지 않는다.

찰나지간에 되찾았던 육체의 제어권이 연기처럼 흩어지고, 다시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떻게든 눈을 최대한 부릅떠 이를 확인하려 했지만.

[사용자에게 …는 … …에 …을 미칠 유의미한 …를 수집… 데에 …했습니다.]

[수집한 …로 인해 특… …색 …가 …되었습니다.]

[더 많은 …를 …할수로 … …의 범위를 더욱 … 수 있습니다.]

아, 안 되겠다.

나중에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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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느낀 건 전신에 가득 찬 활력과 고양감이었다.

“뭐지.”

왜 이렇게 몸이 거뜬하지?

순간이지만 다시 S급 헌터의 몸에서 깨어난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는데.

“아.”

문득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뇌리를 가득 채운다.

마침내 아줌마랑 섹스를 했고…, 정액을 쏟아냄과 동시에 쓰러지듯 잠이 들었었지.

“아줌마는….”

없다.

없는 게 당연한가.

“허허.”

주변을 둘러보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는 변명조차 불가능한 수준의 부정을 저지르고 깨어나 정신이 없었을 텐데.

“그 와중에 정리라니.”

방이 깨끗하다.

투박한 사내의 손길로는 따라갈 수 없는 깔끔함이 내 방에 묻어나 있다.

더러운 건 오직 하나, 내가 누워 있는 매트리스.

날씨가 날씨다 보니 금세 마른 듯한데, 몸을 움직일 때마다 꾸릿한 냄새가 올라온다.

으, 냄새.

눈앞에서 생생히 맡을 때만 해도 굉장히 중독성 있는 냄새였는데.

“이건 버려야겠다.”

여기에 더 누워 있다간 코가 마비될 것만 같아 몸을 일으키다가 하얀 냉장고 문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한 장을 발견했다.

[매트리스는 버리는 게 좋겠다. 거기서 자면 허리 안 좋아져.]

“큭!”

실소가 흐른다.

조금 걱정했다.

분명 그 순간 아줌마와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쾌락을 느꼈지만, 그것으로 끝일까 봐서.

자책하고, 실의에 빠져 내게서 멀어지려고 하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가 보네.”

만약 그러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런 귀여운 쪽지를 남기고 가지도 않았겠지.

마음이 놓인다.

“아!”

벌거벗은 채 누워 있는 아줌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다가 이내 쓰러지기 직전 눈앞을 가득 메웠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줌마를 감싸 안았던 진한 분홍색의 마력.

그것을 빨아들임과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

“마력이 한 번에 5나….”

그런 행복한 섹스를 위해서라면 마력을 지불할 의향도 있는데, 오히려 5나 올랐다.

이거야말로 최고의 일석이조가 아닐까.

중요한 건 이 뒤에 떠오른 메시지인데.

곧장 상태창을 열어 지난 메시지 로그를 확인해보았다.

[사용자에게 걸맞는 특성 탐색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흡수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흡수한 정보를 기반으로 특성 탐색의 범위를 축소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흡수할수록 특성 탐색의 범위를 더욱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특성 탐색까지 남은 시간: ??:??:17]

“오.”

특성 탐색에 영향을 미칠 정보라….

그로 인해 특성 탐색의 범위가 축소 됐단다.

여기서 말한 축소라는 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겠지.

흡수한 정보를 기반으로 내게 맞지 않다고 판단한 특성들을 배제했다는 뜻일 테니.

그 증거가 저기 있다.

수많은 물음표로 가려져 있던 시간 중 초에 해당하는 부분이 벗겨져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 이건.”

일단 물음표로 해두긴 했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건가.

“어쨌든 좋은 일이지.”

그래.

이 몸뚱어리는 빈 특성으로도 사기적인 재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특성까지 생기면 얼마나 대단할까.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긴다.

“그 정보라는 게 참….”

정보를 수집했다는 메시지가 격렬한 섹스 직후에 떠올랐다는 것.

이게 무슨 의미일까.

아줌마와 했던 섹스가 내 특성 탐색에 영향을 미쳤다고 가정하면….

“섹스를 더 잘하게 되는 특성이라도 주는 건가? 어!”

생각보다 되게 좋을지도…?

어차피 능력적인 부분으로 빈 특성을 메꾸고도 남으니, 즐거운 섹스 라이프를 위한 특성을 얻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애초에 내 목표는 강해지는 게 아니니까.

내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상관없다.

그래.

이번 삶에는 오로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짙은 구린내가 나는 거든, 찬란하게 빛나는 거든.

머릿속에 차오르는 온갖 욕망을 참지 않고 터뜨릴 수만 있다면.

“아, 섹스하고 싶다.”

한 번 하고 쓰러져서 정력이 똑 떨어진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니다.

조금 전 생각을 잠깐 했을 뿐인데 이토록 불끈 솟는 걸 보면 말이다.

“아줌마는 뭐 하고 있으려나.”

또 섹스하고 싶다.

* * *

까무룩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처음 느낀 것은 몸 위를 덮은 묵직함이었다.

하복부를 짓누르는 압박감.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그 묵직함으로부터 편안함을 느꼈다.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내려 제 아랫배를 지그시 누르는 물체를 확인하는 그녀.

그것은 땀에 푹 젖은 머리카락을 제 배에 비비며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김도진이었다.

“아…!”

떠오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열락의 순간들.

차마 이겨내지 못하고 반쯤 정신이 나가서 몸을 비틀어대던 자신을.

온몸을 잠식한 것은 쾌락.

오로지 쾌락뿐이었다.

‘정말…, 했구나.’

그가 말한 대로 이미 한참 늦었다.

목숨을 빚졌단 부채감, 제 목숨을 살릴 때 보여주었던 야성과는 달리 수줍어 하는 얼굴.

거기에 스물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자신을 향해 음심을 드러내는 것을 확인하고 그의 자지를 움켜쥔 순간.

그때 이미 늦어버린 거다.

자신은 그걸 애써 외면한 채 여기까지 왔던 거고.

‘이제 다 의미없는 일이 되어버렸네….’

이제는 외면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한 부정을 저질렀다.

지방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두고, 다른 사내와 해선 안 될 짓을 해버렸다.

“윽…!”

뭘까, 이 느낌은.

어디가 끝인지 모를 바닥을 향해 끊임없이 추락하는 기분과는 달리 몸은 더없이 가볍다.

세월에 따라 켜켜이 쌓여가던 묵은 감각이 전부 벗겨져 나간 듯 말끔하다.

그래서 더없이 상쾌하다.

어제와 오늘, 달라진 것이라곤 하나뿐.

생각만으로 뇌가 뜨거워지고, 온몸이 달아오르는 김도진과의 격렬한 정사.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던 그 뜨거운 행위가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아….”

그의 배 아래에 깔린 음부가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가 한창 허리를 흔들어댈 때, 그녀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것이 문득 아쉽고, 억울했다.

기왕 이렇게 되어버린 거, 그때 그 순간 느꼈던 쾌감을 맨정신으로 온전히 느끼기라도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내, 내가 무슨 생각을…!’

머리가 이상해진 게 틀림없다.

아니면 몸이 이상해졌거나.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몸으로 이렇게 붙어 있다가 뒤늦게 깨어난 김도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또 한 번의 뜨거운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이제는 자신이 없다.

그의 손길을 거부할 자신이.

제 몸이 그의 손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몸이 자연스레 반응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서정희는 천천히 몸을 위로 빼냈다.

“하아, 하아….”

잠시 숨을 몰아쉰 그녀는 화장실로 가 음부에서 뚝뚝 떨어지는 애액과 정액을 휴지로 대충 닦아낸 뒤, 밖으로 나와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옷가지들을 모아 입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던 알몸을 옷으로 가리자 묘한 안도감이 서린다.

한껏 좁아져 있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온 그녀는 뒤늦게 보았다.

사정 없이 어질러진 방의 모습을.

“이, 이렇게나….”

시간이 흘러 쌓인 먼지나, 아무렇게나 던져둔 쓰레기들이 아닌 액체로 이루어진 난장판.

그것들은 모두 자신과 김도진의 몸에서 나온 것들이리라.

“미쳤어, 미쳤어.”

그녀는 제 뺨을 두드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납득했다.

그때 느꼈던 쾌감은 평생에 걸쳐 쌓아온 것들을 모두 모아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났다.

그 정도라면 방이 이토록 어질러져도 무리는 아니리란 생각이 들었기에.

“이, 이럴 때가 아니지.”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곧 돌아올 딸의 저녁도 차려줘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만 이 방을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는 상황.

그녀의 몸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라붙은 걸레를 물에 적셔 바닥을 닦고, 체액으로 젖은 얇은 이불은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기왕 하는 김에 투박한 사내의 손길에 대충 정리되어 있던 것들도 조금 더 신경 쓰고.

정리가 얼추 끝났을 즈음에는 티셔츠 넥 라인이 땀에 젖어 축축하게 되어 있었다.

“후우!”

말끔하게 정리된 방 안을 보며 뿌듯해하는 서정희.

주부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남은 건 저건데….”

깔끔해진 방 안의 옥에티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바로 김도진이 누워 있는 매트리스.

육중한 무게에 짓눌려 허리 부분이 폭삭 내려앉은, 퀴퀴한 냄새가 풀풀 올라오는 매트리스.

“저건 어떻게 할 수 없겠다….”

냄새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무너져버린 형태 자체를 복원할 수는 없는 노릇.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컴퓨터 옆에 있는 포스트잇 한 장을 꺼내어 그에게 쪽지를 남겼다.

[매트리스는 버리는 게 좋겠다.]

그 말을 끝으로 쪽지를 냉장고에 붙였다가 다시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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