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39
남미
브라질.
가장 투자 가치가 높은 신흥국 중 하나로 항상 손꼽힌다.
'수십 년째 말이지.'
어마어마한 땅과 인구, 자원, 지리적 위치 기타 등등.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구본으로만 들여다 보면 말이다.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여기 말고는 도시가 없다고요?"
"그래."
"왜요? 잘은 모르겠지만 땅이 엄청 큰 걸로 기억하는데……."
소라의 말도 틀리지 않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나라다.
'그렇게 땅이 넓으면서.'
개발을 하면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미국만 해도 서부 개척이 있었기에 지금의 미국이 있을 수 있었다.
그것을 똑같이 하면 된다.
"니가 말했잖아. 아마존 같은 밀림만 있는 줄 알았다고."
"아니, 이미지라는 게 있으니까요."
"진짜로 밀림만 있거든."
"?!"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연도 적당히 자연이어야 개발을 하는 거지.
'아마존을 어떻게 개발해?'
미국 대기업 아마존이 콜라보로 진행하는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그만큼 척박하다.
아나콘다가 슬렁슬렁 돌아다닌다.
강가에 가면 피라냐가 득실거린다.
"어떻게 개발을 하면 안돼요?"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안되지. 어지간한 방법을 쓰려고 하면 국제기구에서 막으려고 하고."
"아……."
지구의 허파.
아마존 밀림이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에서도 배우는 사실이다.
'그래서 개발을 못하는 것도 있고.'
그만큼 지원금 명목으로 타먹는 것도 있다.
브라질 내에서는 항상 화젯거리다.
개발을 해야 되냐?
환경을 지켜야 되냐?
어느 쪽도 쉽게 선택할 수가 없다.
부우웅~!
정말 넓다.
차를 타고 가고 있음에도 하루가 꼬박 걸리는 긴 거리다.
호텔에서 하룻밤 묵는다.
다음날 행선지는 이과수 폭포다.
"들어본 적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폭포라고 하던데."
"그렇지."
원래는 나이아가라, 빅토리아 폭포가 유명했다.
어느 순간 교과서가 고쳐 써졌다.
'그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 자원.
그런 것들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얽혀있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학계에서 인정 받아도 실제 적용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단박에 대세를 뒤집을 수 있을 만큼.
콰과과과광─!
초자연적인 임팩트를 자랑한다.
ㄱ자로 꺾여진 폭포에서 물이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다.
"Bravo!"
"Wonderful~!"
"야바이요 고레. 야바이데스네!"
"뭐라는 거야 이 쪽발이 새끼는."
그 진풍경을 전망대에서 살펴본다.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위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관광객들의 반응이 뜨거울 만도 하다.
미국인, 한국인, 일본인 가리지 않고 놀라워한다.
"세상에 물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어요."
"나도 너랑 하고 처음 알았어."
"아오."
이과수 폭포.
원주민어로 '큰 물'이라 불린다.
작명 이유에 대해 한눈에 알 수 있다.
'자연이라는 게 동네 뒷산 정도면 충분히 정복하고도 남지만.'
남미의 스케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2700m 넓이의 절벽에서 폭포수가 쏟아진다.
자연의 위대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인간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어버린다.
"이걸 대체 무슨 수로 개발할 건데?"
"와……, 미쳤다. 너처럼."
물이 엄청나게 튀긴다.
그로 인해 1년 365일 무지개를 볼 수 있을 지경이다.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지.'
자연이 가져다주는 변화.
이렇게 예쁜 것만 있다면 브라질은 살기 좋은 나라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물이 많다 보니 주변의 토양질은 항상 습하다.
우기가 되면 강이 범람한다.
건기의 5~10배까지 넓어지다 보니 통제가 안된다.
"이런 곳을 개발하려면 대대적인 토목 공사를 해야겠지. 역사적 규모의 댐을 수십 개 지어야 하고, 한반도 넓이의 숲을 수십 곳을 밀어야 하는데 자금은 어떻게 할 거고 국제적인 반대는 또 어떻게 할 거야."
"정상적인 소리하네."
인간이 살래야 살 수가 없는 환경.
브라질의 땅은 대부분이 빛 좋은 개살구다.
'자연이 아니라 지옥이야.'
한국은 자연이 착하다.
대충 오두막 짓고 자연인 해도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브라질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1년 365일 재미있는 이벤트들이 기다린다
쏴아아아아─!
콰과과과광─!
자연에 깔려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광경을 마주한다.
"이곳 이과수 폭포에서 가장 많은 물이 쏟아지는 이곳! 마치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해서 악마의 목구멍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오오!""
단체 여행객들이 들뜰 만도 하다.
멀리서 보고 있기만 해도 어질어질해진다.
일반인이라면 순수하게 감탄한다.
투자자라면 다른 생각이 들어야만 한다.
"브라질에 도시가 많은 게 아니라, 해안가에 몰려있었던 거네요."
"그래."
소라도 눈치를 챈다.
브라질은 단 5%의 땅에 인구의 대부분이 밀집되어있다.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한국인들도 절반 정도는 공감하겠지만.
'전부 다 알 수는 없지.'
한국은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다.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상적이라고요?"
"정상적이지."
"그건 잘 모르겠는데……."
"비정상적인 국가와 비교하면 말이야."
기껏해야 집값이 오르고 교통이 막히는 정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가진 않는다.
'근데 지장이 가게 만들면 어떻겠어?'
어디 도망갈 수가 없다.
이 나라의 내륙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오지뿐이다.
즉, 좋든 싫든 해안가에서 살아야 한다.
권력층이 원하는 대로 말이다.
"그런 권력층 입장에서 개발을 원할까?"
"아."
'그래."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고질적인 문제.
바로 정치적인 불안정이다.
'그런 나라니까 당연히 기술 발전도 없고.'
현대판 신분제나 다름없다.
사다리가 완전히 걷어 치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라질 시민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도움이 되는 나라도 있다.
부우웅~!
이과수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이기도 하다.
차를 타고 건너간다.
"우리는 신나게 보고 왔는데 운전수 아저씨는 심심해서 어떡해요?"
"$#^#@%$#$^$!"
"하도 많이 와봐서 괜찮다고 하네."
리무진 택시.
워낙 넓어서 작은 방 만하다.
소라가 폭포수에 젖은 몸을 닦으며 묻는다.
'남미 여행 오는 부자들이 반드시 들리는 코스 중 하나잖아.'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라는데 오지 않는다면 아쉬울 노릇이다.
한두 번 안내해본 것이 아니다.
뽀옹!
그들을 위한 서비스도 충만하다.
보디가드가 차 내에 비치된 와인셀러에서 와인을 꺼낸다.
"와 이건 뭐에요? 샴페인?"
"$%@%@^@!"
"이곳 와인이래. 그러니까 샴페인은 아니고 그냥 스파클링 와인이겠지."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당연히 다른 지역에서도 만든다.
꼴꼴꼴~!
퀄리티 차이는 난다.
그만큼 가격도 싸기 때문에 가볍게 목을 축이기에 좋은 주류다.
"그래도 맛있는데요?"
"수분 보충용이라서 달달한 걸로 줬나 보네."
"안 단 것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접하는 스파클링 와인은 대부분 드라이하다.
식전주나 음식에 맞추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당도를 남기는 케이스도 있다.
단맛의 정도에 따라 분류가 갈리는데 이것은 드미섹으로 추측된다.
엄지 척을 하자 똑같이 맞엄지 척을 한다.
접대 센스가 있는 것이 장사가 잘될 것 같다.
"여기 사람들은 못 사는데……, 잘도 이런 호화스러운 차가 있네요."
"말했잖아. 빈부 격차라고."
잘 사는 사람들은 대대로 잘 산다.
못 사는 사람들을 쪽쪽 빨아 먹으니 잘 살 수밖에 없다.
'그 돈으로 투자가 아니라 사치를 누리는 거고.'
상위 1%를 위한 장사.
나라가 기우는 일은 있어도 사치에 쓸 돈은 마르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이기에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도 있다.
조금 정도는 알아가 봐도 될 것이다.
* * *
리무진 택시와는 잠시 헤어진다.
목적지인 멘도사가 멀어도 너무 먼 곳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비행기로 갈 거야."
"그 분들은 차 타고 오고요?"
"차를 두고 올 수는 없잖아."
중간에 딱히 볼 것이 없기도 하다.
굳이 볼 게 있다고 한다면 드넓은 숲과 농업지대.
비행기 창문 아래 보인다.
한 줄기 강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밭이 형성돼있다.
"저거 밭 아니에요? 저거?!"
"아르헨티나는 대표적인 농업 국가니까."
"완전 밀림이라고 해놓고……."
"그건 브라질이고."
위도가 다르다.
아르헨티나도 위쪽은 밀림이 맞지만, 아래쪽은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이다.
'워낙 넓으니까.'
한국처럼 손바닥만하지 않다.
같은 나라 내에서도 기후가 천지 차이인 것이다.
지금 가고 있는 멘도사도 말이다.
안데스 산맥을 가로지르는 고산지대에 위치한다.
"정말 차 타고 왔으면 하루종일 걸릴 뻔했네요."
"숙박까지 했으면 이틀은 걸렸겠지."
"정말이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감이 안 잡힌다.
지식적으로 안다고 해도 와 닿지 않는다.
현지 답사를 와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
고작 그 하나로 이런 남미까지 방문했을 리 없다.
딸랑~♪
리무진을 기다릴 겸 식사를 하기로 한다.
마침 기억에 남아있는 식당이 있다.
"여기 와본 적 있어요?"
"왜?"
'너무 당당하게 들어오길래."
아르헨티나의 인구도 기형적이다.
사람이 살기 좋은 일부 지역에 몰려 산다.
'반대쪽인 이 산골 마을에는.'
도시가 있는 것이 기적이다.
맛집?
단골 식당?
그런 것을 바라는 건 불가능하다.
"손님 설마 식사하러 오셨나요?"
웨이터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다.
그 위화감을 소라는 눈치채지 못했다.
'원래 눈치 드럽게 없으니까.'
치안이 매우 발달한 한국에 살면 그렇게 될 수 있다.
겁대가리를 상실하는 것이다.
위험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도 경험해본 입장이다.
"식사 2인분이랑 콜라 주시고."
"하……, 뭐 원한다면 드리겠는데."
"그리고 이걸 보스한테 전달해줘요."
"?!"
사업을 조금 확장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