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423화 (423/450)

EP.423

능력자 배틀물

여초 커뮤니티.

예능을 볼 때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룰이 있다.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수현 얘는 진짜 빼박이네

─수현이 얘 나만 마음에 안 들어??

─이수 걔는 걍 개잡주가 딱임 ㅋㅋㅋㅋㅋ

─이수도 나름 괜찮지 않아?

바로 편 가르기다.

어떤 출연자를 좋아하고, 어떤 출연자를 싫어할지.

─이수도 나름 괜찮지 않아?

91년생이면 나이도 준수하고

사업도 성공했고

여자한테 내조 말고 요구하는 것도 없고

저런 남자는 없어서 못 만나지

└그냥 공감해!!

└공감 능력 떨어지나 봐 어떠케……

└쓰니 눈 되게 낮나 보다 막 이래 ㅋㄷ

└너 친구 없지?

암묵적으로 정해 놓는다.

그것은 하나의 결정사항과도 같다.

커뮤니티 내의 암묵적인 룰.

연애 프로그램은 더할 수밖에 없다.

─이수 걔는 걍 개잡주남이 딱임 ㅋㅋㅋㅋㅋ

회사도 개잡주 수준이지

성 역할도 개잡주 수준이지

얼굴도 더치페이스 안되는 개잡주 수준 ㅋㅋㅋㅋㅋ

└줘도 안 만나

└진짜 개잡주 별명 너무 잘 지었잖아 ㅋㅋㅋㅋㅋㅋ

└성격도 개별로…… 쪼잔해 보임 예민하고 속 좁고

└찬욱이 상대로 자적자 하는 거 웃겨

몰입을 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저만한 수준의 남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남자들이 콧대가 높아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만드는 일종의 여론전.

─수현이 얘 나만 마음에 안 들어??

방송에서 여우짓 존나 해

다른 여출들한테 예의도 없고

티 존나 나는 거 모를 거라 생각하나 봐……

└22222

└눈치 없다는 소리 많이 들을 타입이긔

└주위에 남자 없나 보네 ㅠㅠ

└존나 꼬리 쳐 ㅋㅋ 남출들 맘 하나도 없는데

해당되는 것은 남자 출연자만이 아니다.

여성들도 결코 피해갈 수 없다.

아니, 여성이기 때문에 더 까다롭다.

자신을 투영할 대상이 되어야 하니까.

─수현 얘는 진짜 빼박이네

[수현이 인스타 사진.jpg]

나는커플 출연 이후로

인스타 업로드 횟수 늘었음

일주일에 3개 올리던 년이 매일 업로드하는 중 ㅋㅋ

왜 이러는 걸까? 아 궁금해~

└딱 봐도 인스타 목적으로 들어온 거잖아

└뜨려고 발악하는 거 느껴져서 짠해……

└싸보이는 거 모르겠지?

└눈치 좀 챙기지 다른 여출들은 인스타 없어서 안 하는 줄 아나

너무 잘났다면?

남자에게 맞추는 언행을 한다면?

자신과 다른 모습에 괴리감을 느낀다.

평소부터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간다.

그러다가 이거다 싶은 사건이 터졌을 때.

─그년 꼬리 그렇게 치더니 결국 일 터트리네 ㅋㅋㅋㅋㅋㅋ

[3명에게 데이트 신청 받은 수현.jpg]

원래 첫 데이트는 서로 적당히 알아가는 시간인데

지 인기녀 코스프레 하려고 프로그램 망치고 있네

└나 쟤만 나오면 채널 돌리잖아

└현실이었으면 먹버각인데  프로그램이라 먹버는 안 당하겠다 ㅠㅠ

└좋~댄다

└원래 남자들 좀만 잘해줘도 착각해서 그런 건데

여론몰이에 나선다.

비호감 캐릭터라고 낙인을 찍는 것이다.

'역시 쟤처럼 튀면 찍히는 것도 금방이지.'

그러한 현상.

송혜림은 알고 있다.

당당여성 가입 10년차이기 때문이다.

인기 예능마다 관례처럼 일어난다.

출연자들을 하나하나 호감과 비호감으로 나눈다.

─1화 다시 보는데 지유가 서연한테

와, 예체능이시구나! 하는 거

딱 봐도 비꼬는 느낌 아니었어??

내가 같은 예체능이라 그런가 그렇게 느껴지네……

└지유 95잖아 언니한테 버릇 없네

└우월감 느끼나 봐 웃겨 ㅋㅋ

└얘 인스타도 천박하게 하더라

└언냐들 왜 어린 출연자들을 싫어해? (진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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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커플도 예외가 아니다.

더 심하면 심했지 최소 덜하지는 않다.

'얘도 꼬투리 하나 잡히면 골로 가겠네.'

지난 기수들.

빠짐 없이 전부 챙겨봤다.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번 기수 여출들 진짜 예쁘다고 생각해?

난 송혜림 말고는 다 그냥 평범해 보이던데

인스타에서 흔히 보이는 느낌……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봤는데 스펙 특집이라고 난리들이길래

└향기 없는 꽃이라는 거지 진짜 꽃이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송혜림이 젤 예쁘던데ㅋㅋㅋ 귀티남ㅜ

└어쩜 나랑 생각이 같네

└그 언니 오성전자 비서잖아 22222

어떻게 해야 인기가 많은지.

어떻게 해야 밉보일 대상이 되지 않는지.

'나대는 년들은 묻히게 되었다니까.'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행동했다.

나는커플을 촬영하는 내내 말이다.

그런 보람이 있었을까?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평가는 썩 높은 편이다.

─송혜림 하니까 떠오른 건데

다음 데이트 누구 선택할 거 같음??

나도 찬욱이 최애긴 한데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승우가 더 안전빵? 이기도 해서

└현실적인 문제? 쓰니는 말하고 싶은 게 뭐야?

글쓴이− 나이 차 같은 거? 2살 연상이잖아

└괜찮으니까 선택했겠지…… 오지랖이다

└여자 연상이 뭐 어때서!!

슬슬 밑밥이 깔리고 있다는 사실도 느껴진다.

거대한 분기점을 눈앞에 뒀다.

'나도 진지하게 고민이긴 해.'

연애만 본다면 당연히 찬욱이다.

스펙도 넘사인데 외모까지 준수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저 글쓴이가 하는 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다.

타닥, 탁!

불안감이 안 들 수가 없다.

주식 투자가 어떤 직업인지 감이 잘 안 잡힌다.

'하도 구라 치는 놈들이 많아서.'

여자 나이 27살.

한국 나이로 따지면 내년에 앞자리 수가 바뀌게 된다.

미팅도, 헌팅도, 맞선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알짜배기가 생각보다 없다.

─찬욱은 개잡주남처럼 사짜 논란 없어?

주식 투자로 많이 번 건 알겠는데

정작 재산 깐 적은 없고

인스타도 안 한다고 하고

└MC가 유명한 사람 맞다던데?

글쓴이− 그건 방송용 띄워주기일지도 모르지~

└인스타 안 하는 건 뭔가 싸하네……

└차 못 사는 것도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하던데

사귀고 나면 밑천이 드러난다.

서울에 아파트 하나 마련하기 힘들어한다.

'하긴 자차도 아우디였지.'

촬영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까운 사정이 있었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문이 남는다.

커뮤니티 반응을 뒤져봤는데.

─찬욱이 의심하는 애들 어이 없네

[한국대 페스티벌 나온 찬욱.jpg]

무심하게 사업체 몇 곳이라고 하니까 별 게 아니어 보이지

둘마트에서 파는 한국대 식품이랑

요즘 뜨는 봄볶이, 조선칵테일 다 이 사람 거야

이걸 과정이라고 퉁 치는 게 멋있어서 최애된 건데 당녀들은 아니었어?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로????

└봄볶이가 찬욱이 거였다고??

└이것도 모르고 찬욱이 최애하는 당녀 있었구나

└봄볶이 못 잃어 찬욱이 못 잃어 ㅠㅠㅠ

기우였다.

숨기는 것은 맞았지만, 좋은 쪽의 숨김이었던 것이다.

'와 몰랐으면 큰 실수할 뻔했네…….'

하나 같이 들어본 브랜드.

심지어 봄볶이는 자신도 좋아하는 것이다.

한국대 식품도 사둔 것이 있다.

그 기업들을 소유하고 있는 사장이라면.

꿀꺽!

그런 사람과 이어질 수 있다면.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온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가 누구인지.

혜림의 마음은 확실하게 굳어간다.

* * *

셋째 날.

남녀가 순서를 바꿔서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된다.

"제가……, 다음 데이트를 하고 싶은 상대는요."

그 첫 번째 주자는 수현이었다.

남자 출연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혼자 몰표를 받으셔서.'

무려 3명과 데이트를 했다.

전체 출연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꿀꺽!

사실 나머지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누가 봐도 넘사의 외모를 가졌다.

마음 같아서는 이어지고 싶다.

그림의 떡이 될까 봐 망설이고 있을 뿐이다.

"표철씨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싶어요."

"야호!"

""아…….""

결국 선택을 받는 건 한 명이니까.

최종적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떡 줄 생각 하나도 없으면서.'

인스타 홍보용.

+재미삼아 나왔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있다.

흔우를 놀려 먹기 위해서 말이다.

여친이 클럽만 갔다 와도 속이 뒤집어진다.

연애 프로그램이라니?

속이 뒤집어지는 정도를 넘어 환장해도 이상하지 않다.

"데이트가 성사된 남녀 출연자분은 커플나라 7번지 밖으로 이동해주세요."

그런 반응을 노렸을 것이다.

나로서도 심히 기대가 가는 부분이지만.

'여우가 아니야. 불여우지.'

나에게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낸다.

제작진도, 출연진도 눈치 못 채도록.

나의 반응도 즐기는 모양이다.

둘만 있을 때 혼찌검을 내줘야 할 듯싶다.

"저는요…….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

다음 여자.

송혜림씨였다.

망설이는 눈으로 나와 승우씨를 번갈아본다.

'뭐, 뻔하지만.'

이미 마음은 정해뒀을 것이다.

30살에 가까운 나이와 직업을 고려하면 짐작이랄 것도 없다.

대기업 임원과 사장을 흔하게 만나는 직업.

십중팔구는 눈이 천장에 달려있다.

"아직 확실하게 정한 건 아니거든요. 그전에 승우씨와 찬욱씨의 생각을 들어봐도 될까요……?"

까다롭기까지 하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선택을 하는 입장이 되고 싶다.

'속물로 보이기 싫은 걸 수도 있고.'

돈이 아닌 마음을 봤다.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보이는 것이 가능하다.

"제가 아직 찬욱씨처럼 큰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그 점을 의식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애시당초 혜림씨를 고른 목적이.

'명확해졌네.'

나에 대한 대항 의식.

이번 기수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본래 자신이 되어야 했다.

모든 참가자가 그랬을지 모른다.

"저도 하버드를 졸업하고, 멘사에서 여러 동료들을 만나면서 꿈을 키워왔습니다. 그것을 실현할 능력도 찬욱씨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스펙 특집이니까.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만 나왔다.

"하버드에 멘사래."

"와, 멘사면 IQ 엄청 높은 사람들만 들어가는 곳 아니야?"

"하버드부터가 확실히……."

학력이 높다면 더욱 그럴 만하다.

숨겨진 카드를 꺼내며 대항 의식을 불태운다.

'하버드는 중퇴를 해야 인정 받는 곳인데.'

나로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헛똑똑이를 워낙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실제로 그러하다.

이곳에서 지능은 축복만이 아니다.

"제 차례네요. 바로 시작해도 될까요?"

"네, 하시면 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릴 말씀은 제가 존경하는 투자자가 한 말입니다."

""?""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의 격언이다.

그 진짜 속뜻이라고 할 수 있다.

「IQ로 볼 때 일류 투자자는 필시 상위권 3%와 하위권 10% 사이에 속할 것이다.」− 피터 린치(Peter Lynch)

너무 복잡하게 생각해버린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들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눈앞의 권승우씨처럼 말이다.

시청자들이, 출연진이 원하는 것은 돈도 꿈도 아니다.

"너무 앞서 가려다가 눈앞에 있는 소중한 것을 지나치지 마라. 저는 꿈도 중요하지만 혜림씨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느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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