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22
능력자 배틀물
2화.
각각 6명의 남녀 출연자들이 데이트를 진행하는 시간이다.
부우웅~!
정작 이슈가 되는 건 따로 있었다.
화려한 스펙 특집이기 때문에.
"오~ 렉서스 LC!"
"렉서스면 엄청 비싼 차 아니에요?"
"스포츠카 브랜드 중에서 최약체는 아니고 하위권 정도?"
−렉서스가 하위권 ㄷㄷ
−세계관 미쳤다!
−스포츠카 중에서구나
−와 외제차를 기본으로 끌고 다니네
개개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간다.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도 말이다.
"가격으로 따지면 얼마나 돼요?"
"옵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억 중반 정도 생각하면 되거든요."
"오……."
메인MC인 유경모가 침을 튀기며 설명한다.
그는 차 덕후로 유명하다.
출연진의 차가 얼마나 한 가치를 지녔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꿰고 있다.
〔당당여성−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찬욱 쟤도 좀 수상?하지 않아?
─자차 보면 현준>>이수인 걸 알 수 있음
─500억 CEO라고 500억 버는 게 아니야
─남출들 자차 목록이래 ㄷㄷ
.
.
.
그것을 누구보다 열심히 듣는다.
여초 커뮤니티의 최대 화젯거리다.
─남출들 자차 목록이래 ㄷㄷ
승우− ?
찬욱− ?
주호− G90 (1억 안됨)
이수− 렉서스 LC (1억 중반)
현준− 벤츠 S클래스 (1억 후반, 풀옵)
표철−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2억 초반)
가격은 MC피셜!
└대박이다 한 명 빼고 다 외제차……
└업뎃도 해줫!!
└G90도 임원급이나 타는 차 아니야?
└이수 쟤는 500억 번다면서 겨우 렉서스네
남자 출연자의 재력.
당연히 직업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동시에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실상은.
─500억 CEO라고 500억 버는 게 아니야
치킨집 월 5천만씩 팔아도
남는 건 꼴랑 3~500 쥐꼬리만 하지?
그거랑 똑같은 거……
└헐 진짜??
└남자들 구라 개잘 쳐
└까보면 반도 안되는 애들 수두룩하잖아
└와 깜빡 속을 뻔했네
속 빈 강정인 경우가 허다하다.
최소한 말한 것만큼은 아니다.
그러한 경험.
연애를 하다 보면 한두 번씩은 겪어보기 때문이다.
─자차 보면 현준>>이수인 걸 알 수 있음
500억 CEO가 대단한 명함 같아도
언제 망할지 모르는 게 사업이고
이수는 강남에 개원한 전문의라
평생 돈 걱정 할 일 없긔
└지 회사 이름 못 대는 것부터가 수상햌ㅋㅋㅋㅋㅋㅋㅋ
└222 남자는 전문직이 짱이야
└현준이는 나이가 좀……
└엄마가 사업하는 남자는 만나는 거 아니랬는데
여자들은 아주 세심하게 따진다.
남자가 정말로 능력이 있는 건지.
차는 기준점이 되기 좋다.
그 사람의 생활 수준을 엿볼 수 있으니까.
─자차 떡밥 개빡치네 ㅡㅡ
전에 강남에서
지 차 벤츠라고 나대는 놈 있었는데
알고 보니 차 빼면 아무것도 없고
심지어 차도 중고였어 썅
└그걸 카푸어라고 하잖아!!
└또라이 같은 놈들 많아 진짜……
└카푸어는 보면 티가 남
└그래서 차에 붙은 아파트 스티커 봐야 하잖아
물론 세상에 절대는 없다.
그렇기에 더 화제는 불타오른다.
남자 출연진의 일거수일투족.
품평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인데.
부우웅~!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다.
유명 투자자라 밝힌 찬욱은 말이다.
"아우디?"
"아우디면 나쁜 차는 아닌데……."
"아니, 좋은 차죠!"
어마어마한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 사람은 대체 어떤 차를 탈까?
여러가지 상상이 되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치에 반해.
"람보르기니 정도는 탈 줄 알았는데~!"
"람보르기니가 뉘집 개 이름에요?"
""하하하!""
−ㄹㅇ
−람보르기니, 페라리, 롤스로이스 중 하나일 줄
−아우디면 소박하게 타네
−찐부자면 부가티 아님?
김이 빠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질 줄 알았다.
의외로 소소했다.
주위에서 한두 대씩은 볼 만하다.
그에 반해 승우가 타고 있는 차는.
<이게 폭발적으로 빠르게 달려야 제맛이거든요~.>
<그래요?>
<미국 살 때는 그렇게 탔는데 한국은 교통 규제가 심해서.>
<와아…….>
포르쉐.
간첩도 알 만한 인지도를 가진 차다.
그것도 991 모델이라는 상위의 것을 탄다.
자신이 사회적 입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아우디를 타는 찬욱에게 실망 어린 시선이 꽂히는 것도 당연하다.
─찬욱 쟤도 좀 수상?하지 않아?
차를 아우디 몰고 다니네……
돈이 뭐 엄청
투자로도 사업으로도 많이 벌었다면서
겨우 1~2억 하는 차값 아끼는 건 수상하긔
└아우디는 좀 깨더라
└내 전남친도 포르쉐 몰았는데……
└페라리 정도는 기대했어 ㅠㅠ
└궁금한데 당녀들은 무슨 차 탐? (진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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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여론까지 일어난다.
돈이 있는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투자자라는 직업.
사업가만큼이나 애매모호하다.
민심이 악화가 될 만도 하지만.
'아닌데…….'
유경모는 MC 중에서 가장 연장자다.
차뿐만 아니라 주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주식 하는 사람들은 알아요. 저분이 진짜 대단한 분은 맞아요."
"가만히 좀 있어요. 본인도 아니면서 청승맞게."
""하하하!""
방청석의 웃음.
동료 MC들의 타박.
그럼에도 실드를 쳐본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히 전설적인 존재다.
─손익좌가 진짜 미친 게
처음 나타난 게 3개월쯤 전이었는데
쥐좆 시드에서 어느샌가 천만 원대 만들더니
지금 벌써 2억이 넘어감 ㄷㄷ
└1년 경과 70억 넘김
└성지글
└좆부자 돼서 TV 나옴 ㅋㅋㅋㅋㅋㅋㅋ
└1000억 넘겼다고 합니다 글 내려주세요
나는커플에 나오다니?
그의 출연 소식을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을 정도다.
"원래 그냥 학생이었는데."
"그렇겠네요? 94년생이고, 군대까지 다녀왔으면."
"투자를 막 복리로 막 불려 가지고 막 떼부자가 돼가지고."
−워워 진정하시고
−침 튀기겠다
−MC가 찐팬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익좌 진짜 아나 보네
자신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불과 반년 전, 코스피가 멸망할 것 같던 때.
'나도 그때 손절하려던 거 간신히 믿고 버텼단 말이야.'
덕분에 수익을 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손익좌 본인은 그 이상으로 돈을 쓸어 담았을 텐데.
"근데 차가 검소한 건 맞잖아요?"
"그러게."
"그러게냐뇨!"
"아까 살짝 봤는데 연식도 좀 오래돼 보이긴 했어~."
의외로 타고 있는 차는 소박하다.
아우디.
보급형 모델은 5천만 밑으로도 구할 수 있는 저렴한(?) 브랜드다.
'상대적으로.'
물론 아우디 내에서도 많이 갈린다.
벤츠만 해도 비싼 건 2억 원을 호가한다.
차를 잘 아는 경모이기에 알고 있다.
손익좌의 차가 비싸지 않다는 걸.
─주식 하는 사람 조심하긴 해야 돼
얼마 전에도 한 명 잡혀갔잖아
주식 유튜브 하는 사람이었는데
리딩? 인가 뭔가로 사람들한테 사기 쳤대!!
└주식 하면 패가망신 하긔
└와 대박 방금 나 소름 돋았어
└찬욱도 사기꾼일 수 있다는 거야??
└완전 실망 최애였는데
그러한 사실.
여초 커뮤니티에도 금세 퍼진다.
그만큼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MC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실드 칠 거리가 떨어지려던 찰나에.
<제가 처음 큰 돈을 벌었을 때 철없는 마음으로 샀던 건데…….>
찬욱의 입이 열린다.
가격만 따지고 있던 시청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사연이 있었다.
큰 돈을 번 기념으로 스포츠카를 뽑았다.
그 이후로 이상하게 주식이 잘 안되더라.
<유지비도 유지비인데, 중고라서 수리비도 장난 아니게 나가더라고요.>
<중고였어요?>
<당시에는 제가 돈이 풍족하지 않았다 보니.>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마음가짐부터가 들떠서 주식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로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해프닝으로 끝나게 되었다.
"와, 그런 사연이……."
"그러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왜 화를 내요 정말."
−본인 아니라 모른다며 ㅋㅋㅋㅋㅋㅋ
−손익좌도 돈 잃을 때가 있구나
−낭만파네
−하긴 주식이 맨날 잘될 수는 없지
그러한 찬욱의 사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찬욱이 자차 안 바꾸는 이유 짠하네……
저렇게 의미 있는 거면 이해하지
└222
└나 같아도 버리기 힘들 듯
└아우디가 준 교훈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걸지도
└진짜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네
똑같이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더 예민하고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
감정적인 공감대.
청년 부자의 인간적인 면모에 시청자들은 매료된다.
* * *
자차.
안 바꾼 이유는 사실 별 게 아니다.
'귀찮잖아.'
그런 과시욕은 안 해본 사람이나 가지는 것이다.
해볼 만큼 해봤다면.
"저도 돈은 함부로 낭비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저랑 스타일이 비슷하시네요?"
"비서를 하다 보니 저도 직업병 같은 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명품차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존나 좋아하지.'
개인 경주장을 만들 정도로 말이다.
차고에 차가 역 근처 공영주차장 수준으로 많다.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부가티, 코닉세그, 파가니, 마이바흐까지 종류별로 비치돼있다.
"찬욱씨와는 가치관이 잘 통하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이런 얘기하면 너무 궁상 떤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궁상은 아니죠!"
그중에서 그날 마음에 드는 것을 탄다.
그러한 생활을 당연하다시피 해왔다 보니.
'간편하고 좋지 뭐.'
옷이 많아지면 교복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아우디 하나만 타니까 편하다.
별 생각도 안 하고 있던 것.
적당히 스토리를 하나 만들어봤더니 덥석 물고 있다.
"……."
대화에 소외된 한 사람.
자차 자랑을 열심히 하던 승우의 손이 무거워 보인다.
운전대가 잘 안 돌아가는 모양이다.
포르쉐는 이번 생에 안 사도 될 것 같다.
'물론 단순한 말빨이라면 의미가 없겠지.'
돈도 없으면서 정신승리하고 있다.
그러한 의심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1 대 1 데이트라면 말이다.
방송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본다.
그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은.
"오늘 두분 다 데이트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 데이트 신청에서 꼭 대답 드리겠습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