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311화 (311/450)

EP.311

진짜 개잡주

부동산 시장.

"여기 사인만 하면 되는 거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매도인분께는 제가 잘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강남은 떠들썩하다.

줄곧 하락하기만 하던 집값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마 아파트 같은 악성 매물도 잘 나가고.'

대치동의 한 복덕방.

주인인 김이수는 신이 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리만 날렸다.

"감사합니다 호갱님!"

갑자기 문전성시를 이룬다.

골칫덩어리 매물까지 사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딸랑♪

그 이유.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본래라면 커뮤니티 내에서만 화제가 되지만.

"요즘 다 부동산 사려고 난리라니까!"

"경제가 그렇게 안 좋다는디……."

"이 사람아, 언제까지 그렇게 답답하게 살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 박씨에게 열변을 토한다.

'하기야 나도 듣기 전까지는 까맣게 몰랐으니까.'

강남 부동산.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자산이다.

코스피, 코스닥 그런 것보다 훨씬 와 닿는다.

안정적이니까.

무조건 오르니까.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공시지가도 그렇고, 양도세 중과도 그렇고, 재건축 규제도 그렇고 다~ 집값 올리는 정책이었다는 거지."

"어떤 놈이 그러는디?"

"손익좌라고 요즘 유명하신 전문가 양반 있어. 그 사람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와!"

경제가 안 좋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

신문에서 뉴스에서 하루종일 떠들어봤자.

'부동산은 오르더니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현업이기 때문에 더 느낀다.

세간에서 떠드는 것과 달리 실제 시장은 최악이 아니었다.

주식으로 치면 저가 매수.

급매물이 나오면 귀신 같이 채간다.

어째서 그랬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손익좌는 무슨 손익좌! 어린 녀석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대단하니까 돈을 벌겠지."

"대통령님이 부동산을 잡겠다는데 지깟 놈이 무슨."

"그렇게 답답하게 사니까 낼모레 환갑인데 무주택자인 거 아니여!"

"……."

그런 김씨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친구인 박씨로서는 서운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님이 뭘 잘못했다고……."

그는 주택을 사지 않았다.

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나도 들어서 그래 전문가분한테."

"전문가분? 누구?"

"아니, 그…… 있어!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기억이 잘 안 나네~."

"벌써부터 그러면 쓰나."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

커뮤니티에서 봤던 글을 철썩 같이 믿었다.

'틀니앙의 CW6974님께서 분명 그러셨는데.'

부동산이 곧 폭락할 거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모든 유저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전문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유저도 있다.

─한국 집값 상승률? 사실은 이렇습니다

[나라별 집갑 상승률 그래프.jpg]

한국은 0.3%로 매우 낮은 축에 속합니다!

1위인 홍콩이 11.8%

유럽은 평균 5%

미국은 3.9%

그리고 일본은 1.5% 올랐습니다

└일본은 이겨야죠^^

└0.3%라니……. 실례지만 어디서 작성한 통계인가요?

글쓴이− 정부에서 내는 공신력 있는 자료입니다. 무조건 믿으세요

└CW6974님 항상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CW6974.

부동산 안 사기 운동을 주도하며 틀니앙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전문적인 용어를 쓰신다.

여러 자료도 가지고 오신다.

신뢰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집 파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참여했다.

그가 말하는 근거, 명분, 대의에 매료된 것이다.

아파트 매도 인증글이 쏟아졌다.

한창 때는 매일 한 페이지씩 빼곡히 찼을 정도다.

"이 바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이 사람아."

"알았어, 알았어."

"지금도 부동산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니까?"

"알았다고!"

지금은 뜸해졌다.

부동산 안 사기 운동의 성과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을 텐데.'

시간 문제라고 하셨다.

대통령님을 욕하는 그 손익좌인지 뭔지 보다 훨씬 전문가일 것이다.

믿고 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다.

저점 매수의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 * *

여론.

〔틀니앙− 틀에 박혀있지 않은 깨어있는 기성세대〕

─요즘 완전 벼락거지가 돼버린 기분이네요……

─집값 잡힐 수 있을까요 ㅠ

─CW6974님께 묻고 싶습니다

─너무 화나서 대통령님 매드무비 보고 왔습니다

흔들림이 없을 수가 없다.

최근 부동산은 누가  봐도 상승을 하고 있다.

─너무 화나서 대통령님 매드무비 보고 왔습니다

이제야 화가 좀 식네요

└어떤 거 보고 오셨나요?

글쓴이− G20 순방에서 각국 정상들과 악수 나눈 영상입니다

└아, 그거 엄청나죠. 악수각 보는 게 예술이던데

└손목 컨트롤이 프로게이머 수준이에요~

부동산 안 사기에 운동에 참여한 유저들.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커뮤니티 규정상 말을 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입을 막을 수는 없다.

─CW6974님께 묻고 싶습니다

부동산 안 사기 운동 주장하셨죠?

그 근거로 댄 게 한국 집값이 잘 잡히고 있다는 통계고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고

제 주변 아파트만 봐도 최소 20%는 뛰었는데

어떻게 0.3%만 뛰었다고 주장하시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옳소! 옳소!

└만약 잘못된 자료를 올린 거면 CW6974님에게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러게요…… 저희 전세집도 30%가 넘게 올랐는데

└소신발언 추천드립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가격이 오른 것을, 오르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은 힘들다.

한두 명이 언급하자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다.

불만의 여론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서울 집값이 다소 오른 것이 사실입니다

[OECD 주요도시 집값 상승률.jpg]

그야 오르겠죠

한 나라의 수도인데요

하지만 수치는 언제나 상대적인 겁니다

OECD 통계에 의하면 런던은 20%, 상하이는 30%가 넘게 올랐습니다

반면 서울은 10%……

우리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덕분이죠

네, 우리는 전쟁 중입니다

전쟁 중에 총포를 아군의 방향으로 돌리는 자가 있다면 그 자가 적군입니다

└역시 CW6974님!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그렇죠. 전쟁의 끝엔 승리가 있죠. 우리 모두 승자가 되어 축배를 들게 될 겁니다

└정부 공식 통계는 믿어야죠

└10%라고요? 20, 30% 많게는 50%씩 오른 곳도 수두룩한데 어떻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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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잠재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상했던 대로 손쉽게 화재가 진압된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생물이니까.'

편향된 사이트.

특히 정치와 얽힌 곳은 이성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에 맞추면 그만이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뭐 하는 건데 미친놈아!"

"선동."

"존나 당당하네."

소라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맛있는 걸 만들었다며 놀러 왔다.

'맛있는 게 말을 하네.'

떡볶이.

여자들이 말하는 맛있는 음식이다.

저거 아니면 10배 더 비싼 오마카세 코스 요리다.

"선배는 사고 있으면서 그래도 돼요?"

"그게 뭐 어때서?"

"어떻냐니 몰라서 물……, 꿀꺽!"

"삼키고 말해."

같이 먹자면서 가지고 왔다.

바로 옆방에 이사를 왔다 보니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우물! 우물!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다.

매운 게 땡긴다!

헛소리를 하면서 꾸역꾸역 처먹고 있다.

"나쁜 짓 맞잖아요."

"이게 왜 나쁜 짓인데?"

"또 뭔 신박한 개소리를 하려고."

그렇게 처먹던 와중 눈치챈 것이다.

내성은 생겼는지 별 지랄은 하지 않는다.

'나쁘게 보일 수도 있지.'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달리해야 한다.

빈곤 비즈니스를 구상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저렴한 가격에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지."

"딱 봐도 그 목적이네."

"그리고 저 사람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 거지."

"?"

어차피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가 작정을 한 이상 부동산은 무조건 오르게 되어있다.

'얼마나 슬퍼.'

대통령님께서 집값을 잡아주실 거야!

믿고 있는 지지자들로서는 말이다.

그들의 슬픔을 달래줬을 뿐이다.

〔유튜브〕

「국뽕TV. 5초만에 마음을 얻는 방법! 악수의 마술사 대통령님 매드무비」 − 조회수 105만회 · 1개월 전

「애국TV. "교황도 독도 인정했다" 청와대에서 공개한 바티칸 사진에 발칵 뒤집힌 일본 상황」 − 조회수 160만회 · 1개월 전

「팩트TV. (속보) 손흥민 600만 팬 지지로 토트넘 회장됐다 이럴 수가;; // 회장직 받아들인 대반전 이유 ㄷㄷ」 − 조회수 95만회 · 1개월 전

국뽕TV.

정말 쓰잘데기 없고, 의미도 없어 보이는 영상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말도 안되는 내용인 걸 알 텐데."

"그걸 안 하는 거지."

"왜요?"

"매트릭스에서도 그렇잖아."

빨간 알약을 먹고 괴로워할 바에야 파란 알약을 먹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의 현실판이다.

'세계가 미쳐 돌아가다 보니.'

극단적인 이념 대립.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아니 전세계에서 불거진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제다.

투자자는 그들의 눈 먼 돈을 잘 먹으면 된다.

"말도 안 나오네."

"볼따구가 튀어나올 정도로 처넣고 있으니 말이 안 나오지."

"꿀꺽!"

그것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써먹지는 못하고 있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미숙하다.

그런 소라도 조금은 발전을 했다.

주식도 주관이 생겼고, 방송 시청자도 상당히 늘어났다.

"그래서 떡볶이를 먹는 거거든요……."

"핑계도 많다."

"진짜 진지해요!"

그렇기에 생기는 문제점도 있었다.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만큼 코스피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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