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84
Hello
미국 와이오밍주.
공항에 도착한 소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여긴 뭐에요?"
"뭐긴 뭐야 공항이지."
"여기가 공항이라고요?"
아무것도 없다.
일반적인 공항의 모습과는 큰 괴리가 있다.
'그런 곳이지.'
잭슨홀(Jackson Hole).
그로스 벤터 산맥과 티턴 산맥 사이에 위치한 골짜기다.
시골조차 아닌 대자연 한복판이다.
공항이 정말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와……."
"멋지지?"
"멋지긴 한데 공항이 무슨 이딴데 있네요."
"우리나라였으면 100% 탈세 목적이었겠지."
미국이라는 특수성.
워낙 넓다 보니 비행기도 일반적인 교통 수단 중 하나다.
'이런데 비행기 아니면 어떻게 오겠어.'
시야가 아주 멀리까지 닿는다.
그 끝에는 알프스나 에베레스트 하면 떠오르는 눈 덮인 산이 보인다.
조금 더 앞으로 당기면 벌판.
시기가 시기다 보니 눈으로 덮어있다.
높게 솟아오른 침엽수는 외국이라는 걸 실감케 만들어준다.
부릉~!
우버 택시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
1시간 넘게 가야만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다.
"진짜 자연밖에 없네요."
"한 번쯤 올 만한 곳이지."
"그렇긴 한데……, 관광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에요?"
"투자자가 잭슨홀을 몰라?"
"?"
창밖의 풍경.
도시에만 사는 한국인들 입장에서 감탄이 나올 만도 하다.
여행을 하기에는 참 좋은 장소다.
얼핏 그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곳이지.'
1년에 한 번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장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잭슨홀에 모인다고 하여 잭슨홀 미팅이라 부른다.
"아, 잭슨홀 미팅!"
"알긴 아나 보네."
"당연히 알죠. 뭐, 책에서 읽은 정도지만."
이런 산골짜기에 말이다.
중앙은행장들이 가장 참석하기 싫어하는 미팅 1순위로 꼽힌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
쇼핑할 곳도 없고, 놀 거리도 없다.
회의 내용이 유출되면 안되다 보니 행동도 제한 받는다.
"그게 뭐가 좋다는 거에요?"
"투자자 입장에서 말이야."
"저희한테요?"
안 그래도 좆같다.
비행기 타고 10시간이 넘게 와서, 통제까지 받으면 심기가 불편하다.
'그러니까.'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법이다.
참석을 해준 각국 중앙은행장들이 원하는 말을 해준다.
"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그런 부분도 있는 거지."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요."
그래서 8월은 주식을 하기 좋은 달이다.
적어도 연준에 의한 변수는 없으니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잭슨홀 기대감.
좋은 말을 해줄 거라고 낙관하며 랠리를 펼친 것이 연준을 자극하기도 한다.
한국신문− 「"시장 랠리에 연설문 초안 버렸다"…파월의 '볼커 모먼트'」
팩트뉴스− 「파월 작심 발언에 뉴욕증시 '검은 금요일'…나스닥 3.94%↓」
준비해온 연설문을 버리고 즉석으로 조져버렸다.
나스닥을 30% 가까이 폭락시킨 대사건이 있었다.
'좋은 말을 해주는 곳에서 나쁜 말을 하면.'
여파가 2배가 된다.
잭슨홀 미팅은 투자자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벤트다.
"그 잭슨홀 미팅을 지금 한다는 거에요?"
"파월이니까 8월에 하지."
"방금 개틀딱 같았어요."
참석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각국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입장조차 불가능하다.
'한 번 들어갔다가 끌려 나온 기억이 있는데.'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워낙 민감한 시기다 보니 정보를 캐기에도 좋지 않다.
끼익−!
그럼에도 잭슨홀을 찾아온 이유.
한 가지 기억이 난 게 있기 때문이다.
그전에 도착한다.
이 오지에서 그나마 도시 비스무리한 것이 세워진.
『JACKSON HOLE & HREATER YELLOWSTONE VISTOR CENTER』
옐로스톤 국립공원 남쪽 입구다.
일단은 관광지다 보니 여러가지가 있다.
"와 예쁘다! 영화에 나올 것 같은 그런 마을이네요?"
"숨 돌리기 좋은 곳이지."
미국 서부극에 나오는 마을.
그것이 현대화된 느낌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꽤 정이 가.'
나도 미국에 살 때는 종종 휴가를 보내러 왔다.
대략적인 지리도 꿰고 있을 정도다.
"너 삐뚤어지고 싶다고 했지?"
"그런 기분이긴 했죠."
"한 번 해볼래?"
"응?"
마침 좋은 가게가 보인다.
미국에 어울리는 힙한 느낌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딸랑~♪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눈치를 챈 소라가 화들짝 놀라며 기겁을 해온다.
"이, 이걸 하라고?"
"미국에선 평범해."
"한국에선 안 평범하거든!"
여행지 패션.
그 나라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일본에서 갸루 스타일을 했듯이.
'미국은 비치 스타일이 먹어주거든.'
단순한 이미지 체인지다.
혹시 모를 사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누가 알아볼 수도 있잖아."
"그야 그렇긴 한데."
"눈 딱 감고 해봐."
"그걸 꼭 타투로 해야 하냐?"
타투.
사람을 확 달라 보이게 만든다.
특히 여자가 한다면 효과가 직빵이다.
'니달리 원챔 유저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
창을 매우 잘 던질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러한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싫다고!!"
"나는 좋다고."
"취향이 씨발."
"이런 것도 다 경험이야."
소라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쯤 해봐야 한다.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하겠어.'
자유와 평등의 나라.
미국에서는 몸에 그림 좀 그린다고 이상하게 보진 않는다.
"3~5일이면 없어지는 거라니까."
"안 지워지면?"
"꼴리고 좋지."
"야."
나라고 타투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예쁜 피부에 흠집을 내는 어리석은 행위다.
'헤나 정도는.'
어렸을 때 붙이던 풍선껌 스티커의 연장선.
커플 타투보다 더 장난스러운 행위다.
사악~
스티커로 간단하게 할 수도 있다.
전문샵이다 보니 아티스트가 붓으로 그려준다.
"와……."
"예쁘지?"
"생각보다 예쁘긴 하네요. 근데 무슨 뜻이에요?"
"대충 내 좆집이라고."
"씨발."
레터링.
문자 형태의 그림이다.
라틴어 필기체라서 겉모습은 멋스럽다.
'뜻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소라의 보수적인 태도를 누그려뜨린다.
이 몸의 주인이 누구인지 새겨서 말이다.
가슴에는 레터링.
골반에는 빨간 장미.
하이라이트는 배꼽 아래 이루어진다.
"부위마다 다 다르네요."
"신경 좀 썼거든."
"배에다 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거에요?"
"일종의 투자주의 경고라고 볼 수 있지."
"?"
자궁 문신.
타투에 관대한 서양에서도 척 보면 딱 하고 아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 여자를 가까이 했다간.'
특정 브랜드의 세제를 애용하게 될 수도 있다.
신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청순한 스타일인 소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꼴리는 상황이다.
"엑."
"존나 따먹고 싶네."
"몸에 그림 좀 그렸다고 서냐!"
"꼴리잖아."
도자기처럼 맑고 하얀 피부가 발칙한 그림이 그려졌다.
화장도 기가 세보이게 맞췄다.
'강남 에이스도 언니 소리 하겠네.'
본인이 수수하게 다닐 뿐.
몸매도 인상도 보통 센 편이 아닌 소라다.
그런 여자의 가슴에 써있다.
이 발칙한 젖탱이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딸랑~♪
팁을 두둑이 챙겨주고 나온다.
나로서는 기립 박수를 쳐주고 싶은 정도지만.
"이러고 다니라고요 정말?"
"뭐가."
"싼 여자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난 존나 비싸게 샀는데?"
"아니!"
본인으로서는 불만이 있다.
얼핏 룸살롱 아가씨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꼭 타투를 하나씩 새기고 계시지.'
미국이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이 꽂힌다.
꿀꺽!
동시에 깨닫게 된다.
한두 푼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엄청 쳐다보잖아!"
"예뻐서 그래."
"너 진짜 언제 한 번 죽여버릴 거야."
"침대 위에서?"
"#$&@$@#!"
그럼에도 흑심을 가지는 것이 남자라는 생물이다.
이렇게 꼴리는 여자는 흔치 않다.
"아! 아아……."
그런 소라의 가슴을 꽉 하고 쥔다.
붉은 장미가 새겨진 골반도 쓰다듬는다.
야릇한 신음을 흘린다.
길거리 남자들이 눈을 못 뗄 정도로 쳐다본다.
'섰네.'
소라가 좋아하는 흑좆양봉도 여럿 보인다.
예쁜 여자는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다.
"몸 막 굴리는 년처럼 보이는 거 아니냐고."
"뭐, 어때."
"어떻긴!"
"이게 일탈인데."
평소에 해볼 수 없는 행위.
가끔씩 즐기는 것은 나쁘게 볼 일이 아니다.
'겁나 두근대네.'
심장이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 댄다.
여행지에서만 가능한 자극적인 경험이다.
소라도 조금씩 익숙해진다.
남자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청바지 단추도 풀어봐."
"오옷!"
"골반에 걸치면 더 야해지지."
장미 그림이 보란 듯이 강조된다.
사실은 나밖에 쓴 적이 없는 순산형의 골반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배도 살짝 보인다.
안쪽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존나 써보고 싶을 걸.'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만하다.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 아기씨 생산을 촉진시킨다.
"이거."
"응?'
"은근 개방감 쩌네요. 조금 흥분될지도♡"
그것을 깨닫고 있다.
관음을 당하며 소라의 M기질이 자극을 받는다.
얼굴이 상기돼있다.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호흡도 점점 가팔라진다.
'잔뜩 즐길 수 있겠네.'
여행을 온 목적.
뭐라뭐라 둘러대긴 했지만 가장 큰 건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이미지 변신을 한 소라를 마음껏 따먹는다.
그럴 작정으로 미국까지 온 건데.
딸랑~♪
혹시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적당히 숨을 돌릴 겸 들어간 커피 전문점이었다.
"선배 저 사람!"
"보고 있어."
"왠지 낯이 익는데……, 기분 탓이겠죠?"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다.
투자자의 휴양지는 한산한 곳이 선호된다.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과거의 기억.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이곳 잭슨홀에 왔을 때 말이다.
그때는 은퇴를 한 이후였다 보니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Hello."
한 할아버지가 −1%가 될 것 같은 인사를 건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