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국 살 끄니까-178화 (178/450)

EP.178

사양산업 종사자

처녀는 굉장히 귀찮은 생물이다.

'원하는 건 많으면서, 정작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모르지.'

머릿속 시뮬레이션으로 기준은 한없이 높다.

하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없다.

거기에서 생기는 괴리.

실제 경험을 해보면 이것저것 불편해서 실망을 하게 된다.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근데……."

"네?"

"좀 더 가벼운 복장을 입고 왔으면 좋았을 뻔했네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특히 이 23살 먹은 노처녀의 중증 망상을 말이다.

'가볍게 입었으면 데이트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워터파크.

즐기려면 얇고 편한 입장을 입고 나와야 했다.

그렇게 되면 분위기가 안 산다.

이 처녀의 망상을 충족시켜줄 수 없다.

타악!

그래서 모터보트를 탔다.

북한강 상류를 가볍게 투어하고 돌아왔다.

"다음에는 그렇게 하자고요."

"다음이요?"

"저랑 또 오는 거 싫어요?"

"가끔은……, 괜찮을 것 같네요."

명색이 워터파크.

플라잉 보트, 웨이크보드, 워터 슬라이드, 수상 징겅담리 등 버라이어티한 놀이기구가 많다.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말이다.

나와 레이첼은 멀리서 이용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편이.'

여운도 길게 이어진다.

처녀의 상상력이 머릿속에서 폭발할 것이다.

정작 타면 여러모로 귀찮기도 하다.

물도 튀기고, 샤워를 해야 하는 등.

"보트 한 바퀴만 더 타고 식사 할래요?"

"맛있는 거 먹게 해준다고 하셨죠?"

"이것보다는 아니겠지만."

"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처녀로서는 신경이 쓰인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했다.

쪼옥!

첫 만남부터 시비를 털었던 것 또한.

가볍게 입술을 맞추자 얼굴이 붉게 물든다.

"왜 자꾸 키스를 하는 건가요……."

"싫어요?"

"싫고, 좋고 이전에요!"

수줍어하는 처녀의 반응 그 자체다.

하지만 이전처럼 불쾌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갭이 있잖아.'

나쁜 사람.

그렇게 단정일 짓기에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머릿속이 매우 복잡할 것이다.

화를 내기 무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게 남자의 본능이거든요."

"상황에 따라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몰라요?"

"이런 좋은 여자는 누가 채가고 난 후에는 늦으니까요."

그리고 이해시킨다.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눈을 지긋이 바라본다.

당황을 했는지 다시 입을 꾹 다문다.

끼익−!

모터보트를 내릴 때까지 말이 없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저를 진지하게 생각하신 건가요?"

"네."

"그럼 어째서 나쁜 말을 하셨나요. 특히 오늘 낮에……."

"아, 그건 강간 마려워서."

"꺄!"

보트에서 지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깜짝 놀란 레이첼이 그만 떨어질 뻔했다.

그녀의 허리를 붙잡아준다.

진정이 되고 나서도 나와 얼굴을 마주치지 못한다.

"이런 매력적인 여자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본능이 시키거든요."

"그, 그만……."

"당신을 덮쳐서라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만 놀리세요……."

등 뒤에서 속삭인다.

하얀 귀가 빨갛게 익어버릴 때까지 말이다.

내성이 없다.

레이첼이 애원하는 목소리로 항복 신호를 밝혀온다.

'사실은 남자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 주제에.'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건 모든 처녀의 공통점이다.

특히 이 녀석은 중증하다.

항상 날이 서있는 모습.

말 한 마디를 지는 법이 없다.

사실은 자신을 깔아 뭉개줄 사람을 원한다.

"적극적인 남자는 싫어요?"

"처, 천박하다고요!"

"침대 위에서도 주장이 강한 타입일 줄 알았는데."

"윽."

레이첼 이상의 경제 지식.

남녀 관계를 리드해줄 성격.

이 두 가지면 의외로 쉽게 함락되는 여자다.

'그런 남자가 없을 뿐이지.'

지식은 둘째 치고 외모부터가 범상치 않다.

그녀 앞에서 무례하게 대할 수 있는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다시 삐졌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하지만 식당에 도착하고, 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생선의 모습을 볼수록.

"무슨 생선이에요?"

"Eel. 스시로는 먹어본 적 있을 거 같은데."

"아, 그 생선!"

호기심이 발동한다.

투자 아이디어 이전에 한 명의 미식가이기도 한 그녀다.

'입맛 존나 까다롭거든.'

미슐랭 가게를 데려가도 리액션 하나 없다.

어렸을 때부터 온갖 산해진미를 먹어왔다.

치이익……!

그런 레이첼에게도 흥미로운 광경이다.

장어는 일반적인 생선과 모양도, 맛도 다르다.

"이렇게 구워서도 먹는군요?"

"먹으면 아마 깜짝 놀랄 걸요?"

"허풍일지 아닐지 두고 보면 알겠죠."

관심 없는 척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미식가로서의 본능은 거스를 수 없다.

꿀꺽!

침이 넘어간다.

일렬로 예쁘게 늘어선 장어구이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된다.

"자, 먹어봐요. 우선은 순수하게 장어만 한 점."

"먹어보긴 하겠습니다."

누가 봐도 손이 근질근질하다.

잡고 있는 젓가락 끝이 덜덜 떨리는 건 젓가락질이 서툴기 때문이 아니다.

우물!

입안에 들어간다.

철저하게 음미하겠다는 듯 시간을 두고 천천히 씹어 보지만.

"연어와 비슷한 맛일 줄 알았는데 훨씬 담백하네요. 식감은 부드럽고 폭신하면서 껍질의 바삭함이 주는 악센트가 매력적이에요."

"맛있죠? 많이 먹어요."

"같이 나온 반찬은 어떻게 먹어야 하죠?"

"아, 그건 쌈을 싸서 먹는 건데……."

쑥스러워하던 것도 잠시.

미식가답게 장어의 매력을 빠르게 알아본다.

'일반적인 생선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미지.'

유혹을 이겨낼 수 없다.

어느새 눈치도 보지 않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한다.

탁!

상추 위에 장어 한 점을 올린다.

해선장 소스를 묻히고, 생강도 가지런히 늘어놓는다.

'깻잎이 정석이긴 한데.'

한국인들이 고수를 못 먹는 것처럼 외국인들은 깻잎을 부담스러워 한다.

이곳 상추가 특별히 맛있기도 하다.

음식점 앞의 밭에서 재배했다.

시중에서 파는 것과 달리 쓴맛이 매우 적어서 생으로 먹어도 맛있을 지경이다.

"쌈은 어때요?"

"한국의 쌈 문화는 흥미로워요. 채식주의자의 이상향 같달까?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고."

"그냥 편하게 드세요."

식사 자리에서 잡소리를 하면 숟가락으로 맞는다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소개해주고 싶다.

'참자.'

이미 음식에 빠져들었다.

확실히 장어는 음식 맛을 아는 사람일수록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식재료다.

끼릭!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는 술이 빠져서야 섭하다.

한국의 전통주를 준비했다.

"술 마실 줄 알죠?"

"네. 소주인가요?"

"제가 소주는 썩 좋아하지 않아서."

우렁이쌀 청주.

한국에서 흔치 않은 100년 전통의 역사를 가진 양조장의 술이다.

'사케와는 다른 매력이 있지.'

맛과 향이 훨씬 복합적이다.

바디감도 두터워서 술을 마시는 느낌이 확실히 난다.

꿀꺽!

향은 고소한 곡식향에 조청의 풍미가 섞여있다.

맛은 찹쌀 비중이 높은 술답게 달다.

'바닐라향도 묵직하고.'

구입 후 몇 개월간 숙성을 시키면 그렇게 된다.

자기 주장이 조금 센 술이지만.

"음식과 잘 맞는데요? 얼마든지 마실 수 있겠어요."

"제가 맛있는 식사 대접한다고 했죠?"

"이 정도면 인정해도 되겠네요."

그녀의 미식가 면모를 고려하면 상당한 칭찬이다.

미슐랭 셰프들도 듣기 힘들 만큼.

'물론 처음 맛보는 음식이라는 어드밴티지는 있지.'

그 나라의 음식과 술.

먹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오늘 보여준 미소 중 가장 환하게 웃는다.

"맛있었어요."

"그래요?

"특히 숯을 활용한 조리법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생선에 향을 더해줘서……."

살짝 취한 감도 있다.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미식관을 떠들고 있다.

'가장 맛있는 건 본인인 거 같은데.'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식당 밖으로 나오자 이미 해가 저물었다.

쌀쌀한 밤공기를 맞으며 걸어다닌다.

레이첼이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여긴 어디죠?"

"올라올 때 체크인 했잖아요."

"체크인……?"

"다 알면서 온 거 아니야?"

이미 호텔룸에 들어온 후다.

재잘재잘 떠드는 걸 들어준 보람이 있다.

쪼옥!

시끄러운 입을 틀어 막는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랑이 사이에 다리를 박는다.

어찌할 바 몰라한다.

눈을 큼지막하게 뜨고 몸을 버둥거리지만 사전 작업이 끝났다.

"읍! 읍!"

뭐라고 말을 하려는 듯하다.

입술도 막고 있고, 별로 듣고 싶은 말도 아니다.

톡!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나간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는 손가락이.

'니 년 성감대는 완전히 꿰고 있어.'

팬티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전력으로 허벅지를 움츠려 빼내려고 든다.

엄청난 조임이다.

끼어 넣은 내 다리가 아프리만큼 힘을 주고 있지만.

찌걱!

이내 풀린다.

질 입구 부근에 닿은 손가락을 아슬아슬한 부근까지 넣는다.

'일단 뚫지는 말고.'

겉 부분만 애무해 나간다.

점점 젖고 있는 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느꼈어?"

"네, 네?"

"보지 졸라 적시고 있는데 뭔 내숭을 떨어."

질질 싸버리기 직전.

하지만 만족스러운 수준까지는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얘가 자위도 안 하는 완전 숫처녀라.'

이전 생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럴 것이다.

나와 만나기 전까지는 스스로 만진 적도 없다.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착실하게 공략하면 반드시 반응을 해주게 되어있다.

"임신한 적 있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오늘 하게 되겠네."

"?!"

분위기.

강압적인 상황.

처녀의 상상력이 터져 나오게 만든다.

푸슉!

얼굴이 붉게 물든 채 일방적으로 희롱 당한다.

천천히 풀린 몸은 원하던 반응을 보여준다.

"좋았지?"

"모, 몰라요 이런 거……."

"그럼 나도 즐겨야지. 자, 빨아봐."

가랑이에 낀 다리.

픅 올려버리자 흠칫 놀라 허벅지를 더 조인다.

그만큼 종아리에는 힘이 빠진다.

살짝 치는 것만으로 균형이 무너진다.

"아, 아으아……."

털썩 주저앉은 레이첼의 눈앞에 나타난다.

난생 처음 봤을 남자의 페니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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