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2화 (162/450)

지배 구조에서 30%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수가 없다.

"29%는 안돼?"

"안돼요."

"꼭 30%가 아니어도 되잖아?"

"절대 안돼요."

최소지분율.

보통 모회사가 자회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때 가져야 하는 주식의 %다.

'그러면 다 가진 거랑 차이가 없잖아!'

주식 회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말이다.

소라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일지 모른다.

"흠!"

중요한 인수합병.

눈치 없는 직원이 헛기침을 내뱉는다.

커플의 실랑이가 불편한 것은 아닐 것이다.

조용히 카드를 건넨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받아서 신이 나서 드레스를 계산하러 간다.

"30%는 너무 많고."

"남자가 째째하게."

"남녀 차별적인 발언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아."

"아! 아프다고……."

가슴을 움켜쥔 손에 힘을 준다.

손가락 사이로 살덩이가 비집고 나온다.

'원천 기술만 탈취하는 것이 현명한 교환이겠지.'

소라의 본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느끼고 있는 아픔이 쾌락으로 변할 수 있다면.

"가슴만 갖고 싶은데."

"바보."

"개꼴려서 따먹고 싶단 말이야."

"왜 가슴만 좋아하는데 이 바보 멍충이가."

실제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잡아먹는 방식이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의지하게 만든다.

'내가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게 만들면 되지.'

소라를 암컷으로 만들면 해결이 되는 일이다.

시간을 들여서 차근차근 개발한다.

"이것만 5%에 넘겨."

"안돼요 10%."

"그럴까?"

대주주 정도는 허용해줄 수 있다.

그것도 모르는 소라는 순진하게 받아들인다.

'말이 좀 통하네.'

책임을 지라던가.

결혼을 해달라던가 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숫자로 계산되는 관계가 편하다.

투자자로 키워낸 보람이 있다.

기왕 내 여자가 된 김에 아름다움이라는 게 뭔지도 가르쳐준다.

"속옷 불편하다고 했지? 속옷도 사러 갈까?"

"속옷은 보이지도 않는데 왜……."

"이따 꺼내봐야 하니까."

"미친놈."

외모에 관심이 없다.

깔끔하게 다니기는 하지만, 한 명의 여성으로는 아직 자리가 안 잡혔다.

'명품 싫어하는 여자가 어딨겠어.'

그게 다 경험이 없어서 그런다.

소라의 소중한 첫경험을 쌓아나갈 기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시킨다.

유럽 여행을 온 가장 큰 이유다.

"오……."

"왜 좋아?"

"가슴이 엄청 편해요. 평소에 걸을 때마다 힘들었는데."

아무리 탱탱하다고 해도 진동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뉴턴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 괜히 명품이겠어.'

속옷은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착용감이 중요하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듯, 큰 가슴에는 비싼 속옷이 필요하다.

만지는 보람도 배가 된다.

브래지어 안쪽으로 손을 넣자 습기 없이 따스하고 포근한 살결만 느껴진다.

"이 못된 손만 없으면 더 좋을 텐데."

"뭐, 어때."

"사람들 보잖아요."

"하긴 이건 봐야지."

개인주의.

남이 뭘 하건 신경을 안 쓰는 게 유럽, 그중에서도 서유럽의 문화다.

'워낙 뒤지게 크니까.'

신경이 쓰이는 건 남자의 본능이다.

외모도 반반하고, 명품까지 두르고 있다.

누구라도 탐이 난다.

하지만 이 여자를 차지하고 있는 건 나라는 사실을 과시한다.

"싫어? 싫으면 그만두고."

"조금만 눈치 봐가면서 해요."

"알아보는 사람도 없잖아. 가끔은 자신을 해방하라니까?"

정말 싫어했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지에서는 과감해질 수 있는 것이 여자다.

쪼옥!

부끄러워했던 것도 처음뿐.

키스도 잘 받아주고, 가슴에 손을 올려도 당당하게 허리를 핀다.

'예쁜 여자는 야한 짓을 해도 천박한 게 아니라 매력적이거든.'

소라도 그것을 배워야 한다.

자신의 재능을 백분 살릴 수 있게 만들어준다.

* * *

상상조차 못해봤던 일이다.

'누군가의 여자가 된다니.'

영화나 책에서 나오는 남녀의 이야기.

한 번도 공감이 됐던 적이 없다.

선배를 따르는 것도 투자자로서 존경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같은 선상에 서고 싶다.

"다른 여자 가슴도 이렇게 만져요?"

"기회만 있으면."

"제 가슴보다 좋았어요?"

"지금까지는 소라가 가장 좋네."

"꼭지 잡지 마요."

그 방법이 꼭 하나가 아닌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게 되었다.

'이 인간 여자 때문에 사고 칠 거 같은 성격이고.'

차라리 자신이 받아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조금 변태끼가 심하긴 하지만.

"오빠 거잖아."

"그래도 좀 살살 만져요."

"오빠가 가슴만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줄게."

"어딜 가요?"

근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다.

독일에서도 선배가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 났을 것이다.

'그때는 많이 화나긴 했는데.'

걱정을 해준다기 보다는 탓을 하는 느낌.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이 맞다.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호원들까지 배치를 해둔 거고.

"제 가슴 좋아요?"

"좋으니까 만지지."

"저도 선배의 10%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잊으면 안돼요."

사고 구조가 다르다.

예상을 하고 있었으니 별일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던 것이다.

'이런 또라이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어딨겠어.'

그 사실을 모르면 상또라이.

알고 나면 그래도 봐줄 만한 또라이가 된다.

그런 신기한 통찰력이 배우고 싶던 것이기도 하다.

자신이라면 받아줄 수 있다.

"가슴이 오빠 거라는 것도."

"한국 가서는 이러면 안돼요.

"여기서는 해도 되는 거 맞지?"

"정말……."

그래서 저질렀던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우회적인 고백이었다.

'나만 의식하는 것 같아서 화나네.'

선배의 성희롱.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왠지 더 짜증이 난다.

이내 풀어진다.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는 등 데이트다운 데이트가 되고 있다.

'선배도 날 가볍게 생각하진 않는구나.'

이번 여행에서도 느꼈다.

가는 곳 하나하나가 전부 보고 듣고 배울 거리였다.

선배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남자랑 사귈 생각은 없었지만 선배라면.

"여긴 어디에요?"

"쥬얼리샵."

"딱히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거 같은데……."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거든."

어디든 따라가고 싶다.

파리의 시내가 이처럼 넓고 볼거리가 많은지 처음 알았다.

'액세서리? 설마…….'

영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선배가 마지막으로 고른 장소는 액세서리를 파는 곳이었다.

꿀꺽!

설마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반지라도 선물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왜 온 건데요?"

"저번에 소라한테 목걸이랑 피어싱 선물했잖아."

"그, 그랬죠."

"이번에 또 하나 주문했는데 막 완성됐다고 하거든."

그것이 자신의 김칫국이 아니었다.

선배가 정말 선물을 준비했던 것이다.

'배꼽 피어싱은 좀 놀랐지만.'

목걸이는 지금도 종종 차고 있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집에 있을 때 가끔씩.

반지까지 받는다면 선배를 어떻게 봐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그, 그게 뭔데요?"

"응?"

"네?"

"내가 가지고 있는 부위는 하나밖에 없잖아."

"아."

다른 부위의 반지였다.

다음화는 11월 05일 00시 업데이트 됩니다.

영국 아일레이 공항.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

'유로스타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섬이다.

비행기 외에는 이곳을 신속하게 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씨, 씨발놈아……."

소라가 아프기 때문이다.

착용감 좋은 새 브라를 찼음에도 불편한 모양이다.

'하도 크니까.'

비행기가 강하를 하며 중력 상수가 크게 적용된 탓일 것이다.

"소라야."

"뭐."

"오빠는 겉은 청순하지만 속은 야한 여자가 좋거든. 지금의 소라가 딱 그러네."

"너 때문이잖아!"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새로 사준 액세서리가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가슴이 뻥 뚫렸다는 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 번쯤 들어보는 비유다.

소라도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로 뻥 뚫려버렸잖아요!"

"와일드하고 멋지지 않아?"

"제가 쪽팔려서 못 살아요."

"외국에서 그 정도는 스탠다드하니까."

소라의 야한 액세서리 세트.

목걸이부터 시작한 것이 하나둘 완성되어가고 있다.

'가슴은 어떻게 맞추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제 발로 찾아 들어왔다.

시착할 때 봤지만 정말 예쁘고 잘 어울린다.

"아직도 아파요."

"그래서 안 만지고 있잖아."

"진짜 선배 때문에 별걸 다 해요."

소라라면 소화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어울리는 사람이 달면 천박하지 않고 섹시하다.

'우유보다 피가 먼저 나오게 됐네.'

그걸 또 하는 것 보면 얘도 제정신은 아니다.

자존심 때문에 허락을 해버렸다.

"선배 거 맞으니까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소중하게 대해주세요."

"당연하지. 오빠 여잔데."

"아직 오빠 여자 아니거든요?!"

내뱉은 말은 지키는 스타일이다.

고지식해서 함락시키는 보람이 배로 있다.

꼭 껴안자 부끄러워한다.

배꼽에도 가슴에도 야한 흔적이 새겨진 주제에 말이다.

'원천 기술을 내가 개발 시켜주고 있잖아.'

소라의 타고난 색기를 개화시킨다.

보통 남자라면 보는 것만으로 싸버릴 만큼.

"거기 커플……."

그것이 단점이 되는 곳도 있었다.

입국 심사대.

직원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나 같아도 뭐 넣고 있나 궁금하겠지.'

바디스캐너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삼다수를 한 통씩은 숨길 수 있는 크기인데 말이다.

"둘이서 왔나?"

"네."

"영국을 왜 왔지?"

"관광하려고요."

"관광을 왜 사흘이나 하는데?"

영국의 입국 심사는 깐깐하다.

난해하다고 소문난 미국과도 비견이 될 정도다.

'그래도 대개 무난하게 넘어가는데.'

소라의 가슴이 너무 큰 모양이다.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닷가도 둘러보고, 술도 마시려고……."

"술을 왜 영국에서 마시지? 바닷가는 2시간이면 충분히 볼 텐데."

소라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볼 만도 하다.

거의 압박 면접 수준이다.

'뭔가 불만이 있다는 거겠지.'

그럴 때 꼬치꼬치 캐묻는다.

심사관이 의심을 품은 부분은 다름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직업이 뭐지?"

"학생입니다."

"그래, 학생인데……. 도저히 학생 같지가 않다는 거 알고 있나?"

학생에게는 보통 관대하다.

하지만 가슴도, 걸치고 있는 명품도 학생스럽지가 않다.

'그러니까 적당히 클 것이지.'

자신의 과다 발육을 탓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동행한 남자."

"나?"

"요상한 노트북을 가지고 왔더군. 학생이 이런 걸 가지고 다닐 이유가 뭐가 있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