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3화 (133/450)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1200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891

그럼에도 높은 거래량.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매집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누구긴 누구야 세력이지.'

개인만으로는 거래량이 나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밑에서 받쳐주는 것이 전부다.

세력은 여러가지 기법을 쓴다.

눈속임을 통해 숨긴다고 해도 거래량에서 흔적이 발견된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

내가 괜히 공구레이디를 눈여겨보고 있던 게 아니다.

'기관의 입장에서 매력적이지가 않잖아.'

자본금도 적고, 사업 내용도 불편하다.

상장이 되면 바로 털고 나갈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런 기업일수록 '세력'의 눈에는 맛있는 먹잇감이 된다.

끼익−!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공구레이디의 매수하기로 한 결정적인 조건이 있다.

소라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서둘러 왔는지 평소보다 더 가쁜 숨을 몰아쉰다.

"허억……, 허억……, 허억……."

힌트는 알려주었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매수 버튼을 누르는 건 별개의 일.

개잡주에서 그것이 특히 어렵다.

아무리 좋은 종목을 알려줘도 손해를 보는 이유인데.

"선배 공구레이디 샀어요?"

"난 샀지. 왜?"

"이건 풀매수해야 돼요!"

조금은 성장한 모양이다.

* * *

주가는 대중의 관심으로 움직인다.

데일리뉴스− 「'모델 성추행' 폭로…유튜버 양○원 씨 비공개 조사」

한국신문− 「날강두 성폭행 주장 여성 "'미투'에 용기 냈다"」

팩트뉴스− 「여성단체, 남녀임금격차 해소 '페이미투' 운동」

'미투'는 빠른 속도로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날강두 미투 떴다는데 뭥미?

[한국신문 기자 링크.jpg]

클럽에서도 날로 먹다 채한 건가 ㄷㄷ

└날강두가 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는 전과가 워낙 화려해서

└중립 기어

└그냥 물타기 해서 스타한테 삥 뜯으려는 거 같은데……

자극적인 뉴스를 보면 눈이 간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까지?

대부분이 가짜 뉴스로 판명 난다.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계속 쏟아져 나온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팩트뉴스− 「미투운동 '무고죄 강력 처벌' 청원 참여자 21만 명 돌파」

그 부작용.

이성적인 사람들이 염려한다.

역설적으로 사태가 커지는 시발점이 되었다.

여성뉴스− 「여가부 장관 "미투 운동 멈추지 말아야"」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운다.

피해자의 피해자가 나오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미투 운동은 더 불타고 있다.

"이러면 사람들 빡돌겠는데요?"

"그렇겠지."

"브레이크도 없이 액셀만 밟으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한데……."

"알 빠야?"

오석현은 부하 직원의 물음에 무심하게 대꾸한다.

글자 그대로 알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돈만 벌면 됐지.'

그러한 정치권의 기류를 읽고 있었다.

여성 대통령.

여성 인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

여성가족부의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다.

부처별 예산현황을 보면 정부의 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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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레이디』

31,150원 ▲2200원 (+7.59%)

[최근 1주일간 떡상하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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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이용하는 건 작전주의 기본.

때마침 터진 미투 논란이 순풍이 되어줄 거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기름만 살살 부어주면 돼.'

가끔씩 확 띄운다.

그러면서 변동성을 만든다.

이를 반복하면 단타꾼들이 몰려오게 돼있다.

"거래량 순조롭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야."

"지금도요?"

"뉴스에서 하루종일 미투 얘기만 하는데 더 키우고도 남지."

주식판의 하이에나들 말이다.

썩은 고기라도 배만 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뜯어먹으러 온다.

그들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꿈과 환상을 심어준다.

작전은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미끼를 맛깔나게 흔들어야 덥썩 무는 거 아니겠어?'

초기에는 조금 손해를 볼 수 있다.

익절을 하고 나가는 놈들도 생긴다.

미래를 위한 투자.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자진해서 나팔수가 되어줄 것이다.

"이건 더 크게 갈 수 있는 주식이야."

"얼마나요?"

"우리가 물량을 꽉 잡고 있잖아. 까놓고 말해서 얼마든 만들 수 있는 거지."

"와아……."

그때가 되면 매집은 끝나있다.

유통 물량의 대부분을 잡고 시세를 조종하는 게 가능하다.

'상승 이유야 갖다 붙이면 되는 거고.'

재료가 좋다.

관심도 쏟아지고 있다.

대놓고 작전주인 걸 팍팍 티내도 어느 정도는 먹을 수 있다.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찬다.

자신 같은 고급 인력이 대동된 것이다.

공구레이디를 최고의 작전주로 만든다.

* * *

세간의 이슈.

주가에 반영된다는 사실은 두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대부분 뉴스로만 보고 끝나지.'

직접 확인하는 투자자는 적다.

방구석에서 나가기도 귀찮고,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진짜 투자자라면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데리고 온 거에요?"

"그래."

"이런 꼬라지를 꼭 눈으로 확인해야 돼요?"

"……."

소라와 함께 왔다.

시위의 현장.

지난번에는 나 혼자 느꼈던 장소다.

'기사로만 보면 별로 심각한 이슈 같지 않거든.'

이성적인 시선에서는 그러하다.

그냥 범죄자만 처벌하고 끝낼 일 아니냐?

"미투가 세상을 바꾼다악!"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악!!"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들으면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다.

광기의 도가니.

그녀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이권 단체의 힘이 강력해지면.

"저기 좀 어수선하네요?"

"의원이 왔나 봐."

"구, 국회의원이요?!"

"그래, 시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지."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긴다.

시위의 수뇌부.

양복을 차려 입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무리 악에 받쳐서 소리쳐도 관심을 안 가져주면 애들 장난으로 끝나는데.'

꼭 정치인들이 문제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악마에게라도 영혼을 판다.

PC 단체의 표도 똑같이 한 표.

그들에게 있어서는 유권자인 것이다.

"뉴스에서 계속 난리가 나는 이유가 있네요."

"정치가 개입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네."

소라도 한 번 경험이 있다.

아니, 웬만한 건 다 해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뚫리지만 않았지.'

정치가 엮인 주식은 이성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작용한다.

그러한 비이성.

투자자라면 그것까지 이용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해줬다.

"그래서 풀매수해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이건 못 봤잖아."

"대신 다른 건 봤거든요?"

"뭔데?"

"그, 그런 게 있어요."

소라는 조심성이 많은 편이다.

투자자마다 각자 스타일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베팅을 했다는 건 뭔가 있기는 있었다는 거겠지.'

나의 매매법은 참고는 될 수 있어도, 결코 정답은 될 수 없다.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면 다행인 일.

"흠! 흠! 제가 보기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렇지."

"광신도 같다고 해야 하나……. 코인 투자하던 애들처럼."

그녀들의 광기로 미투 운동은 더 번창할 것이다.

앞으로 사회에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그럴수록 공구레이디의 주가는 지지 받겠지.'

주가는 대중의 관심으로 움직인다.

세력이 어디까지 올릴지는 알 수 없어도 대략적인 추측은 가능하다.

그런 주식을 찾아내고, 확실한 타이밍에 베팅하는 것.

소라도 투자자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쟤네 뭐야?"

"우리 보고 비웃는 거 같은데……."

"여자 존나 재수 없게 생겼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를 해봐야 한다.

시선이 따갑다.

시위를 하는 여자들.

그녀들에게 있어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남자도, 이쁜 여자도 말이지.'

소라는 특히 더 눈에 띈다.

아주 쌍심지를 세우고 소라의 가슴을 노려보고 있다.

"우리도 시위할래?"

"네?"

"미투 운동이 번져야 주가도 오르지. 당당여성의 미친년들도 더 날뛰어 댈 테고."

"그런가?"

그렇다면 아군이 되면 된다.

그들의 사회에 침입해 미투 운동이 더 번지게 만든다.

'사실 뭐 큰 상관까진 없겠지만.'

납득은 되는 모양이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위대에 동참하기로 한다.

"이걸 진짜 해?"

"선배가 돈이 되면 뭐든 하라면서요."

"너도 슬슬 미친년이 다 되었구나."

투자자의 길은 험난하다.

다음화 보기

공구레이디의 주가는 연일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당당여성 − 차분한 3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계좌 볼 때마다 이뻐 죽겠네 ㅋㅋ

─공구 안 산 당녀 없긔??

─당당여성 대표주 공구레이디 사세요!!!

─공구 더살껄껄껄ㄹ거걸ㄹ걸

 그 최대 수혜자.

여초 커뮤니티는 파티 분위기다.

자신들이 들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폭등했다.

─당당여성 대표주 공구레이디 사세요!!!

[공구레이디 주가 5만 원.jpg]

사면 무조건 올라요!

PC에도 기여할 수 있어요!!

└난 이미 탑승했긔 ㅋㅋ

└지금 들어가도 안 늦으려나……

└근데 왜 오르는 거야??

글쓴이− 주식으로 700억 정도 이득 본 주식 고수 언냐가 그랬는데 여기 유통 주식 개수가 100만 개? 정도로 되게 적어서 오를 수밖에 없대!!!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

"들었어?"

'뭘……, 요?"

"이번에 주식 올랐잖아! 우리 공구레이디!"

"공구……, 레이디요?"

시위대 사이에서도 퍼진다.

누가 돈 벌었다는 소식만큼 빠르게 알려지는 것이 없다.

'나 거기 VVIP인데.'

23살 무직 박은영.

그녀는 미투 운동의 열성적인 참가자다.

그런 그녀도 들어본 바가 있다.

다름 아닌 평소 애용하는 쇼핑몰이다.

"근데……, 주식이 뭐에요?"

"주식 몰라? 은영이 주식 모르는구나!"

"네……."

"쉽게 설명하면 회사의 권리를 나눠서 사는 건데. 아무튼 들고 있으면 올라!"

처음 쇼핑몰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말이다.

빅사이즈를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다.

'2.5배나 올랐어? 내가 제일 먼저 이용한 고객인데 왜 몰랐지.'

아쉬움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아직 늦었다고 볼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투를 할수록 PC가 번질수록 주식 가격이 더 오르는 거야!"

"저번에 시장님이……, 우리 도봉 시스터즈 후원해주시기로 했는데."

"그치, 그치. 우리가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잖아."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차별을 받던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나는 여성이니까 매년 세금으로 특별 지원을 받는 게 맞잖아.'

도봉 시스터즈.

자신과 이 언니를 포함해 도봉에 사는 수십 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단체다.

여성 인권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여성 영화 보면서 떡볶이 먹기, 마작 하기, 자전거 타고 한강 가기, 제철 과일 먹기 등이 있다.

"앞으로 우리 도봉 시스터즈 같은 단체가 많아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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