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4화 (124/450)

'처음에는 소량으로 하던 사람들도.'

매수액을 늘린다.

그 풍부한 유동성이 코인판을 활활 불태우고 있다.

팩트뉴스− 「국내서 사고 팔면 바보?…급등하는 '김치 프리미엄'」

한국신문− 「비트코인 사용설명서, 왜 한국만 '김치 프리미엄' 붙나」

한국은 특히 더 그러하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현상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가 유행에 민감히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말이다.

남들이 하면 자신도 무조건 해야 한다.

패션이나 위생에 신경 쓴다.

그런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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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3,010,892 ▲273,228. (+2.10%)

[최근 한 달간 개떡상하고 있는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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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보다 20% 이상 가격이 더 비싸다.

잘하면 차익 거래도 노려볼 수 있다.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코인의 거품이 잔뜩 끼어 2만 불 가까이 되었을 때.

'그때가 아마 최고점이었거든.'

나에게 있어 코인은 지표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일일이 외우고 다니진 않는다.

하지만 2017년의 시장은 워낙 특수해 차후에는 교과서에도 실린다.

대표적인 버블 현상으로.

─중국 큰손이 이더리움을 매도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이더리움을 매수했습니다!

그전까지 승리를 확신하는 매매를 즐긴다.

이전에 프로그램과 제로섬 게임을 벌인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래~ 받쳐줘야지.'

세력의 목적.

버블을 더더욱 키우기 위함이다.

이렇게 불이 붙은 상황에서 괜한 장난은 안 칠 것이다.

아니, 못 친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발라먹는다.

조정 구간마다 충격을 주면서 그 변동성을 수익으로 연결한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용용 죽겠지 아주?'

세력 입장에서는 빡이 치겠지만 어찌 할 방도가 없다.

개미 하나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 있을까.

개미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나에 대한 대응이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이런 식으로 까불면서 몸집을 많이 불렸지.'

이전 생에서도 말이다.

세력의 틈 바구니에서 어부지리를 챙기는데 도가 텄다.

그로 인해 쌓인 원한 관계.

아예 없다고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금융 시장 돈 번 놈이 장땡이다.

* * *

역대급 작전.

"팀장님!"

"왜 또 무슨 문제 있어?"

"딱히 트러블까지는 아닙니다만……."

파비안은 최근 그 무게를 통감하고 있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기초 장비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이다.

'성공을 한다면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두겠지만.'

한 발만 삐끗하면?

그대로 굴러 떨어져 만신창이가 돼버린다.

현재 코인 시장이 그러하다.

마치 에베레스트처럼 높게 솟아 올랐다.

"최근 한국 지역에서 거래량이 치솟고 있는데요."

"그렇지. 코인붐이 일어났다나?"

"그런데 특정 시간대에 프로그램 손실이 커서 조사를 해봤더니……."

그야말로 작전이다.

적재적소에 잘 매도하지 않으면 손실이 천문학적일 것이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다.

그런 파비안에게 부하 직원이 보고를 해온다.

'아, 그 건 말이지.'

알고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쁜이 상사가 과민반응했던 이유가 있다.

"새어나가는 손실이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닙니다.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조치를 취해야겠는데요?"

"놔둬."

"네?"

"공주님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지."

"?"

대응을 하기에는 너무 높이 올라왔다.

당장 신경 써야 할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전에 지시를 해뒀을 텐데요?"

"아, 네! 그냥 말씀드려봤습니다 하하. 역시 이사님의 선구안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시시하긴."

일부 프로그램의 변동 사항이 있었다.

그럼에도 공격을 하며 자신들의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

그것을 상회하고도 남는 수익을 거뒀을 뿐.

역시 그릇이 다르다고 생각한 파비안이었지만.

'반드시 울음을 터트려주겠어요. 코인판을 멸망시켜서라도.'

레이첼은 조금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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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요즘 코인이……."

"어제 5% 올랐더라? 다시 2% 하락했지만."

"샀다 팔기만 해도 겁나 달달하게 벌 수 있어!"

불과 한 달 사이에 달라진 기류를 눈치채지 않을 수가 없다.

소라의 귀에 강의실 학생들의 수다 소리가 들려온다.

'코인이라…….'

본래는 경제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나 유행했다.

최근에는 교양 과목을 들을 때도 일상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살까?"

"안 사는 게 바보지."

"근데 지금 비코는 너무 비싸."

"맞아. 그래서 나는 요즘 알트코인 들어갔어. 10배 오를 때까지 존버 중."

""10배?!""

다른 학과 학생들도 코인을 접하고 있다.

그 자체는 그럴 수 있지만.

'주식은 텐배거는 커녕 2배 먹는 것도 꿈 같은 일인데.'

대화가 현실적이지 않다.

주식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

코인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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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코인』

1,025원 (+1,200.60%)

[최근 1주일간 개떡상한 그래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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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에 있는 수많은 코인 중 하나.

이름도 몰랐던 것이 갑자기 '떡상'한다.

떡상은 최근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러한 급상승을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다.

'어째선지 선배는 예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코인을 하고 있었다면 이해가 된다.

주식 세계에서는 저런 급상승이 없다.

일일 상승량이 30%로 제한돼있기 때문.

코인은 며칠만에 10배씩도 가격이 뛴다.

"뭐 샀는데?"

"나는 스캠코인. 하나에 10원도 안 해."

"정말? 나중에 비트코인처럼 하나에 1000만 원 넘으면 대박이겠다."

"1000만 원까진 안 바라고~ 적당히 1000원만 돼도."

부푼 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소라도 솔직히 조금은 혹한다.

'그랬었지.'

한동안 하루종일 코인 차트를 들여다봤다.

어느 순간 김이 팍 식었다.

자신도 어쩌다 운 좋게 먹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기뻤지만.

"1000원이면 와……, 100배!"

"100만원 넣으면 1억 되는 거야?"

"그치. 인터넷에서 봤는데 천만 원 넣어둔 게 20억 돼서 졸업한 사람도 있대."

"졸업이 뭐야?"

"너무 돈을 많이 벌어서 더 이상 일을 할 이유가 없게 된 거지!"

지금 자신이 하는 게 투자인가?

그런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오르는데 이유가 없다.

하다 못해 작전주도 기사 한두 개는 띄우는데.

'뭔가 투자가 재미가 없다.'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짧은 슬럼프가 왔을 뿐.

10%만 먹어도 어쩜 그리 좋았는지 모른다.

코인에서는 그것이 별것도 아니다.

너도 나도 코인을 한다.

운 좋게 사뒀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즐비하다.

돈이 돈 같지가 않다.

사이버 머니.

다들 도박으로 인생 역전을 노리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좀……, 미친 것 같애.'

코인 투자자들한테 실례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투자가 아닌 투기.

선배가 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사람들이 이상한 투자를 한다.

세상이 틀린 건지, 자신이 틀린 건지.

그 답을 찾기 전까지는 당분간 쉬기로 마음 먹었다.

"교주님!"

"교주님!"

"소라야 뭐해. 일어나서 인사해야지."

"응?"

힘이 쭉 빠진 느낌.

그런 소라를 향해 같이 강의를 듣는 친구가 이상한 말을 한다.

아니,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다.

'코인 동아리 부장이었던가?'

사실 누군지도 몰랐다.

하지만 코인이 이슈가 되고,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미친 짓을 하고 있는 놈들.

설마 자신의 친구도 속해있을 줄은 몰랐다.

'원래는 주식도 안 하던 애인데.'

코인에는 어떻게 혹한 모양이다.

그들의 모습은 종교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코인은 종교.

선배가 했던 말이 이해가 될 지경인데.

"윤소라씨 되시죠?"

"그런데요."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절요?"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

그렇게 생각했던 소라에게 사람이 찾아온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안 가는 것도 실례라는 생각에 일어난다.

'나를?'

궁금증도 있다.

혹시 투자를 하는 동료라고 생각해 부른 건 아닌지.

"험험! 잠깐 이쪽으로 와주시죠 소라씨."

"저를 아세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후배의 이름을 외우는 건 선배의 덕목이죠."

조금 미심쩍다.

하지만 일단은 선배이고, 자신을 알고 있으니 따라가 보았는데.

달칵!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상자를 꺼낸다.

그것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뭐에요?"

"험험! 이건 티파니에서 만든 다이아몬드 반지거든요."

"그래서요?

"제 의도가 조금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네요. 단적으로 말해 이 반지를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잊고 지냈다.

지난 1년간 정신 나간 일상을 보내왔다.

선배 때문.

선배 덕분에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미친놈인가?'

주위에서도 자신을 투자자로 보게 되었다.

집적거리는 남자가 사라졌다.

"제가 왜 받아야 돼요 이걸?"

"혹시 티파니에 대해 잘 모르시나 본데. 하나에 천만 원이 넘어가는 고가 브랜드로~."

"그러니까 그걸 제가 왜 받아야 되냐고요."

이전에는 있었다.

고등학교.

아니, 중학교 시절부터 선배들이 틈만 나면 불렀다.

'본인들 인생이나 열심히 살지.'

한심하다.

이성간의 연애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철이 든 대학교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말씀 드리기가 무안합니다만."

"그럼 말하지 마세요."

"저도 용기를 내서 말하는 거니 들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아, 네."

있었다.

코인 동아리의 부장.

교주님이라고 불리는 작자는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모양이다.

'사실 선배도 똑같은 놈이긴 하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성적인 어필을 했다.

워낙 대놓고 밝히다 보니 역으로 잊고 지냈다.

"제가 소라씨를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근데요?"

"그, 근데요라뇨? 뭔가 말씀이라도 하셔야 하는 게……."

"전 댁 이름도 모르는데요?"

"……."

그러다 보니 의외로 편했다.

찌질한 어필을 보내오는 것보다 상대하기 쉽다.

'나랑 사귀고 싶다는 거 아니야. 난 그런 마음이 1도 없는데.'

반한 이유도 모르겠다.

십중팔구 외모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그런데 흥미가 없어서."

"자, 잠깐만요!"

"네?"

"저도 한 명의 투자자로서 소라씨에게 흥미를 느꼈거든요."

아무리 돌려 말해도 말이다.

그 정도도 모를 만큼 자신은 바보가 아니다.

'투자는 개뿔.'

쓸데없는 미사여구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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