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이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덕분에 코인 동아리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경제학과 최대 동아리.
부상하는 데는 불과 2주일 남짓한 시간이 소요됐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코인에 늦고 빠르고는 없습니다. 잠깐 나와줄 수 있겠니?"
앞으로는 더 규모를 늘릴 것이다.
신규 투자자, 아니 가입 희망자들을 꼬시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끼익−!
앞문을 통해 나온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부원이다.
딱히 코인의 열성적인 신봉자가 아니다.
"이 친구는 일주일 전에 가입했습니다. 일주일 후의 여러분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죠."
"안녕하세요.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2학년 신용태입니다. 하하."
겨우 일주일.
그렇기에 의미를 가진다.
어차피 여기 모인 사람들이 듣고 싶은 건.
'자신도 돈을 벌 수 있는지잖아.'
코인이 대체 어떤 것인지.
우리가 왜 코인에 투자해야 하는지.
그런 복잡한 소리보다 훨씬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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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태님의 계좌』
매수금액│10,576,973원
평가손익│+250,876원
평가수익률│+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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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가 한 건 딱히 없습니다. 그냥 코인을 사서 가지고 있었을 뿐이에요."
"네, 그것만으로 25만원을 벌었습니다."
""오오~!!""
코인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수십 명의 인원.
여기저기서 감탄 어린 소리가 흘러나온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일단은 코인의 재미부터 알게 만들 것이다.
그 다음에.
"지금은 조심스럽게 매매를 하고 있지만, 하나둘 배워가시면 저처럼 높은 수익률도 가능하게 될 겁니다. 이 친구뿐만 아니라 여러분도요."
""와아아~!!""
빠져들게 만들어도 된다.
이 방법으로 동아리 인원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소라 언젠가는 너도.'
학과생들이 전부 가입하게 만든다.
소라도 그 안에 포함되게 될 것이다.
돈도 사랑도 거머쥔다.
도경은 자신의 꿈과 이상에 부풀어있었다.
* * *
비트코인.
그것을 얻는 방법은 거래소를 통해 매수하는 것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다.
"채굴이요?"
"채굴이 뭐야?"
"코인을 어디서 캐기라도 하는 건가……."
채굴을 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16진수로 표시한 64자리의 해시 함수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금을 캐내는 것과 비슷해서 채굴이라고 부르는 건데.'
딱히 곡괭이나 삽이 필요하진 않다.
비트코인의 채굴은 그래픽 카드 혹은 전용 하드웨어로 이루어진다.
그 규모.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지고 온 사진을 주식 동아리의 단톡방에 전송하자.
"이게 다 그래픽 카드에요……??"
"하나, 둘, 셋 넷…… 대충 세도 3백 개는 되는 것 같애."
"뭐야, 미쳤다."
똑똑한 애들이다.
그러니까 한국대생.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숨에 이해했을 것이다.
"이 채굴이란 걸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많아지고 있지."
"그럼."
"반도체도 엄청 많이 팔리겠다!"
코인 가격이 오른다.
코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진다.
'그리고 사람은 쉽게 돈을 벌고 싶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주제에 안정성을 추구한다.
채굴이 주목 받게 된 이유.
돈을 안정적이면서 꾸준하게 벌 수 있다.
"우리도 이거 하면 안돼요?"
"요즘 코인 엄청 비싼데!"
"사업장 자리도 알아봐야 하고, 전기료도 많이 들고, 그래픽 카드도 수백 개씩 사야 되는데?"
""…….""
코인 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
모두가 상승장을 바라보는 이 시기에는.
'큰 마음 먹고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는 거지.'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런 금액이다.
하지만 자영업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음식점이나 PC방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해볼 만한 투자가 된다.
"반도체에 또 하나의 모멘텀이 왔다고 봐도 되는 거지."
"그럼 반도체 주식을 살까요?"
"뭐가 좋아요? 오성전자? SQ테크닉스?"
"일단은."
"일단은?"
코인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여파.
1차적으로 오르는 건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된다.
안전 지향이라면 오성전자.
수익 추구라면 SQ테크닉스.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면 한라반도체 등.
해외 주식 중에서는 엔비디아, 인텔, 마이크론 등도 있지만 현재는 해외 주식 거래 규제가 많다.
반도체만 해도 충분하기도 하다.
'채굴 장비로 반도체가 추가 소모되고 있으니까.'
그리고 2차, 3차도 있다.
주식 투자자라면 코인에 혹하기 보다는 코인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근데요."
"응?"
"그래도 코인보다는 안 오르는 거 아닐까요? 코인은 상승률이 엄청난데."
동아리원 중 하나인 만수가 질문을 던져온다.
코인에 넘어가지 않은 인원들 중에도.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쟤네는 몇 배씩 오른다던데!
투자자는 상대적 박탈감만으로도 괴로워진다.
코인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
코인을 안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다들 주식에 물려본 경험 있지?"
"당연하죠."
"그걸 말이라고 함?"
"가지고 있던 주식이 내려갈 때 기분이 어때?"
""…….""
코인.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쉽게 느껴진다.
가지고만 있으면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
코인을 샀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된다.
코인으로 돈을 버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걸.
'차트만 봤을 때는 사고 기다리면 돈을 벌 것 같아도.'
실전은 상상과는 다르다.
실제 거래에서는 한 가지 더 과정이 붙는다.
"묘하죠."
"왜 더 저가에 매수하지 않았을까 하는……."
"본전이라도 오면 빨리 팔고 싶고."
"그치?"
"근데 내가 팔면 올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난 1학기 동안 그 점을 충분히 깨달았다.
일확천금할 생각에 들떠있던 주린이가 아니다.
'그래서 분석이 필요하고, 공시와 기사를 매일 체크해야 하는 거지.'
단순히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뿐이라면 차트만 보면 된다.
대충 많이 내려갔을 때 사서, 대충 많이 올라갔을 때 판다.
그것이 될 턱이 없다.
그런 거래를 하는 단타꾼들도 일반적인 매매와 시장의 흐름을 숙지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너희들이 코인을 샀다고 쳐봐."
"네."
"쳤어요."
"그러면 뭘 믿고 계속 보유하고 있을 거야?"
""!!""
코인은 실체가 없다.
투자자의 심리만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이성적인 사람일수록 가지고 있을 때 큰 불안을 느낀다.
'위아래로 조금만 흔들어도 나가 떨어져.'
코인이 그토록 올랐음에도 돈을 번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이유다.
조금만 올라도 팔기에 급급하다.
마침 가격도 500만원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기간을 전후로 조정장이 펼쳐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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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오늘 방문 고객 수 어때?"
"그게 그……, 한산했습니다."
"그렇게 안 좋아?"
"실제 예치금까지 이어진 건 더 그렇습니다."
증권사들은 때 아닌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때 아닌.
본래라면 한창 신규 투자자들이 몰려와야 하는데.
상승장이란 말이야, 상승장!
얼마 전 한 달에 걸친 조정이 끝났다.
지나고 보니 조정이었지만, 당시에는 하락장이 왔다는 각오도 했다.
다시 상승장.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는 상승하고 있다.
중국,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 증시도 분위기가 좋다.
유독 한국만이 침체기다.
개미투자증권의 본부장 이태호는 골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다들 의제를 보고 왔을 거야."
"예!"
"해빙기가 곧 오지 않을까요?"
"자네도 언제쯤 잘리나 두고 봐?"
"죄, 죄송합니다."
긴급 회의를 소집한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여기가 무슨 정년 책임져주는 널널한 대기업인 줄 알아.'
대기업조차 비교가 안된다.
증권가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전력이 안되는 직원은 칼같이 잘린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바보가 아닌 이상 깨닫는다.
"세계 주요 증시가 상승으로 가닥이 잡혔다 보니 낙관적으로 전망한 감이 있습니다. 실언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회사 생활 끝나?"
"……."
"이유를 분석해야지 이유를! 증권맨이잖아 다들."
일반적인 기업에서 회사가 손해를 보면 그냥 회사의 손해다.
하지만 증권사에서는 사원들의 책임이 된다.
상부에서 문책이 내려오기 전에 손을 써둬야 한다.
현상황을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
영 만족스러운 녀석이 없다.
팀장급까지 올라가자 책임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발언을 안 하려고 든다.
"본부장님."
"어, 염차장. 할 말 있어?"
"주제 넘지만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주제 넘을 게 뭐가 있어. 자유롭게 발언해."
"예, 그럼."
딱 한 놈.
이태호의 기억에 남아있다.
본래라면 차장이 참석할 자리가 아니지만.
'실적파는 좋아해.'
염차장은 개미투자증권의 간판 애널리스트다.
업무의 특성상 일반 투자자들과 가깝게 소통한다.
"요즘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코인이 유행입니다."
"코인?"
"아 그 비트코인인가 그거?"
"예, 비트코인도 있고, 이더리움도 있고, 리플도 있고 여러가지 있는데……."
그러다 보니 아는 것도 있다.
숫자로는 찍히지 않는 개미들의 진짜 생각 말이다.
이태호가 흥미롭게 듣는다.
방금 전 쓴소리를 들었던 박부장은 좌불안석이 된다.
'아니, 시발 뭐 그까이 게 대단하다고.'
코인의 시장 규모.
주식 시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스닥은 물론이고 코스피에조차 미치지 않는다.
"나도 코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전통적인 주식 시장을 넘볼 수 있을 거라고는……."
"그것은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뭐라고?"
그래서 대응하지 않았다.
그것이 실수였다는 사실을 염차장은 짚으려는 것이다.
'사내 정치로 부장 자리에 오른 녀석이 뭘 안다고.'
박부장을 향해 방긋 웃는다.
악의가 아닌, 설명하기 위함이었다고 표정으로 말한다.
"코인 시장의 규모가 아직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량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입니다."
"어느 정도지?"
"하루 회전율이 코스피의 20배가 넘는 것으로……."
"그, 그렇게나?!"
증권사는 오만방자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게임으로 따지면 상시 맵핵 ON.
개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상장된 회사들도 주요 정보를 자신들에게 미리 공지한다.
짝! 짝! 짝!
맹점이 된 것이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주식 시장 외의 정보는 오히려 접근이 늦었다.
"박부장 자네가 졌어."
"……."
"과찬이십니다."
'진행해봐, 아니 계속해봐."
"예, 코인 시장은 주식 시장에 비하면 그 역사가 짧긴 하지만……."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다.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퍼지고 있다.
유행을 탄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결코 과소평가 해서는 안될 몸집을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예, 본부장님."
"설마 아무 생각 없이 꺼낸 말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저는 개인적에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인은 가격의 상승 + 유행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주식 시장도 똑같이 대응하면 된다.
필요한 건 영웅.
투자자들이 혹할 만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