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에 수익이 찍힌다.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본 친구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방금 2만원 번 거야?"
"2만 2천원."
"아니, 내 3시간 알바비를 5분만에……."
"이러니까 내가 코인을 하는 거지."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이 상식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비트코인은 다른 상식을 제시하고 있다.
아주 매력적이고 편안한.
"나도 코인 하고 싶다!"
"일 안 하고 돈 벌 수 있으면 취업 안 하지."
"이거 어디서 할 수 있어? 한투?"
"증권앱에서는 코인 거래가 안되고. 내가 좋아하는 BJ가 추천한 거래소인데……."
* * *
코인.
2017년을 강타한 초대형 이슈다.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빠……, 왜 이제 왔어요."
그 여파.
주식 동아리가 한적해졌다.
코인 동아리로 옮겨버린 인원들이 생긴 것이다.
혜리가 울적해 할 만도 하다.
의자에 앉은 채 풀 죽은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혜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평소에는 오지 말래도 오면서."
"이상한 야한 강의하고."
그녀의 친구들이 화를 낸다.
주식 동아리는 혜리가 부장을 맡고 있긴 하지만.
'나를 보고 온 인원도 적지 않으니까.'
그런 애들은 혜리가 잡아둘 수가 없다.
아무리 친화성이 좋아도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설마."
"선배도 코인을……?"
"봐봐. 내가 뭐랬어. 맨날 도박 같은 주식만 하잖아."
"……."
그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처음 코인이 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유혹에 넘어갔다.
'돈이 엄청나게 벌리잖아.'
코인은 제3차 랠리까지 있었다.
역사적으로 코인이 흥행했던 시기가 3번이나 있었던 것이다.
들고 있기만 해도 가격이 오른다.
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자, 주목."
"예이~."
"뭐 변명거리 있어요?"
"지금 동아리에 남아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
투자자로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없다.
단 1명도 말이다.
'사실 말이 안되거든.'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다.
한 분야에 정통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통한다.
코인으로 돈을 번 원리.
그 성공 비결이 주식, 선물 시장에서도 먹혀야 한다.
"갑자기?"
"오빠답지 않게 왜 그래요!"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
"그런 거 아니야."
물론 적당히 돈을 번 사람은 있다.
혹은 나일론 머스크처럼 코인 인플루언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코인판을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해당이 됐던 사람들은 전부 쪽박행.
살아남은 투자자가 없다.
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다고 해도.
'투자자로서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다는 거니까.'
그래서 고맙다는 것이다.
코인이라는 쓰잘데기없는 짓에 현혹되지 않고 남아줘서.
"코인을 해보면 알겠지만."
"해봤군요."
"크흠! 재료도 없고, 근거도 없어. 오직 투자자들의 심리만으로 가격이 움직이지."
""오…….""
평소에도 보고 있었다.
아직 북한산 입구밖에 안 온 수준으로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의욕도 있고, 주관도 있어.'
표정을 보니 알겠다.
코인에 대해 각자 조사를 해봤다.
투자자의 기본기 정도는 생긴 것이다.
"비트코인은 신규 투자자로 돌려막는 폰지 사기나 다름없지."
"인정."
"오빠도 옳은 말을 할 때가 있네요?"
"그런 비트코인에 현혹되지 않은 현명한 사람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오오!""
그동안은 솔직히 방관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르쳐줘도 흡수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코인충들처럼 돈만 벌면 땡이라는 사고를 가지기 쉽지.'
투자자로서 성장하지 못한다.
단기적으로 돈을 벌어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결국 잃게 된다.
그런 멍청한 인간을 양산하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건 월가에서도 먹힐 만한 고급 인재들이다.
"근데요."
"질문해봐."
"결국 그 폰지 사기 당하는 애들만 돈을 벌고 있는데요."
"우린 잃기만 하고."
""맞아, 맞아.""
하루이틀 걸릴 일이 아니다.
투자자로서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중간에 리타이어 하는 인원이 나올 수도 있다.
'가끔은 재미있는 일도 생겨야겠지.'
투자의 재미.
단순히 돈을 버는데 있지 않다.
자신의 예측과 주가의 방향이 맞아 떨어졌을 때.
"그러니까 말을 하고 있는 거잖아."
"뭔데요?"
"쓰잘데기없는 짓 하려고 온 거 같은데……."
"크흠! 굳이 코인에 얽매이지 말고, 코인 자체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하자는 거지."
"코인 자체를요?"
최고의 쾌감을 느낀다.
그것은 섹스 같은 본능적인 쾌감도, 코인 같은 1차원적인 쾌감과도 비교할 수 없다.
'무발기 사정이라고 하면 좀 깨려나.'
분위기가 풀렸다.
투자 아이디어.
돈을 벌 생각을 할 때만큼 투자자가 흥분하는 순간은 없다.
"코인 관련주가 있나?"
"이상한 개잡주들은 나오는데……."
"나는 좀 더 안정적인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
동아리원들.
이것저것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잽싸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는 이들도 있다.
평소였다면 이대로 놔뒀을 것이다.
직접 사고를 하고, 투자에 대입해보는 것만으로도 투자자로서 성장한다.
"내가 작은 힌트를 하나 주자면."
"또 뭐 개잡주 말하려고 하죠."
"작전주."
"아니야. 너희들도 무조건 알 만한 회사야."
오늘만큼은 특별 서비스를 해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투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다.
'자전거 탈 때도 처음에는 뒤에서 밀어주니까.'
가끔은 벼랑 끝이 아닌 제대로 된 직선 코스의 주행도 도와준다.
그래야 투자할 보람이 생긴다.
"코인을 얻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 거 알아?"
"뭔데요?"
"사는 거랑……."
"저 알아요. 채굴!"
"맞았어. 그 채굴을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
코인이 세상에 미치는 여파.
진짜 투자자들에게는 코인도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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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권 시장.
〔한국 주식 갤러리〕
─거래량 쥐좆이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씹스캠 좆스피<<<비트코인
─우리식당 정상 영업합니다!
─안 그래도 없는 유동성 코인이 다 뺏어감
.
.
.
하나의 큰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안 그래도 없는 유동성 코인이 다 뺏어감
코인 뜨고 나서
코스피/코스닥 거래량 반토막 난 건 절대 우연이 아님
└진짜 도박장이 열렸는데 유사 도박장을 해? 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 코인이 더 건전하다
└거긴 개미들 코 묻은 돈 뺏어가는 기관이 없잖아
└내 주위 애들도 다 코인하더라
새로운 유행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급등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그 여파.
주식 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울상을 짓고 있는 주식 커뮤니티와 달리.
〔비트코인 갤러리〕
─아~~~~~~~~~~~~~전업이나 할꽈~~~~~~~~~~~~~~~~~~~~
─대출 받아서 비코 샀는데 ㅍㅌㅊ?
─방금 치킨 사왔는데 치킨집 운영하시는 분 한심해 보이네요
─형들 입문 3일차 코린이인데요 ㅠ
.
.
.
코인 커뮤니티는 대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이 코인으로 유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형들 입문 3일차 코린이인데요 ㅠ
친구들이 다 코인 사서 저도 따라 샀거든요……?
분명 사기 전까진 오르기만 했는데
제가 사니까 가격이 막 내려가요
600만원에 샀는데 괜찮을까요?
└ㅇㅇ ㄱㅊ
└나중에 봐라 1억까지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인 존버의 법칙만 알면 돈 쉽게 벌 수 있음
글쓴이− 코인 존버의 법칙이 뭐에요?
신규 투자자의 유입.
비트코인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 미디어에서도 비트코인의 급등을 다룬다.
저게 대체 뭐지?
처음에는 미심쩍어 하던 사람들도 점점 흔들린다.
돈 벌었다는 소리를 들을수록.
─방금 치킨 사왔는데 치킨집 운영하시는 분 한심해 보이네요
코인 존버의 법칙만 알면 정말 돈 쉽게 버는데
치킨 한 마리 팔려고 이 늦은 밤까지 가게 열고 손님 받고 그러는 거 보면 한심해 보임 ㅋㅋ
└ㄹㅇㅋㅋ
└일반인들 멍청하게 노동해서 푼돈 버는 것 보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음
└나도 엄마아빠한테 당장 은퇴하고 퇴직금 비코에 때려박으라고 함
글쓴이− 효자네 효자!
자신만 뒤쳐지는 것 같다.
돈을 못 벌은 것만으로도 손해를 보는 기분이다.
주위에만 해도 몇몇 있다.
커뮤니티를 보니 더 많은 것 같다.
혹하게 된다.
─대출 받아서 비코 샀는데 ㅍㅌㅊ?
[코인 계좌 인증.jpg]
대출 상환하고도 1천만 원 더 벌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했다는 결말을 기대했는데
└대출 받아서 코인 샀다고? 당신은 현명한 투자자!
└아 나도 대출 땡길 걸……
└왜 이 생각을 못했지?
투자자의 심리.
주식 시장에서는 흔하다.
주가가 낮을 때는 사지 않다가, 오를 때는 매수 버튼을 누르고 싶다.
그것에 면역이 없다.
주식 투자도 해본 적 없는 신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유혹에 더 쉽게 흔들린다.
─코린이 처음으로 수익 냈어요!
[코린이 계좌 인증.jpg]
네임드분들 보기에는 소액이겠지만
저는 처음 코인으로 돈 벌어본 거라 뿌듯해요
└겨우 10만원 벌었다고 글 싸는 거 귀엽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시작이야
└너도 대출 땡겨. 그럼 더 벎
글쓴이− 대출 어떻게 받아요? 그거 하면 돈 더 벌 수 있어요?
심지어 돈까지 번다.
진짜 별 것도 안 한 거 같은데.
귀하다고 생각했던 돈이 너무나도 쉽게 손에 잡힌다.
자신이 현명한 투자자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약간의 수익은 이제 막 코인에 발을 디딘 투자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자 보셨죠!"
코인 동아리.
주도경은 날마다 몰려오는 가입 희망자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
떠드는 것도 일이다.
처음에는 일일이 설명을 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도 안 한다.
""우와아~!!""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
특별 주문한 빔 프로젝터를 통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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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경님의 계좌』
매수금액│210,530,891원
평가손익│+202,533,522원
평가수익률│+26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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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수익률.
처음 투자를 할 때 소액으로 했다.
그러다 비트코인에 눈을 뜨고 나서.
"비트코인 초창기부터 하신 거에요?"
"초창기까지는 아니고 저도 아직 1년이 안됐습니다."
"근데 어떻게 저런 수익을……."
"초보자분들은 아직 아실 필요 없는데 레버리지라고 있습니다. 한 귀로 한 귀로 흘리세요?"
본격적으로 인생을 갈아 넣었다.
남들이 안 할 때 비트코인에 투자한 보람이 있었다.
'그 지식을 조금 나누어주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