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450)

그런 것은 일반인들의 생각.

정책이 비효율적이라며 비판하는 등의 일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에너지를 애꿎은데 쓰고 있을 때 투자자는 돈을 쓸어 담는다.

그것 뿐이다.

"어떤 정보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중요한 거야. 알간?"

"네……."

투자자의 상식.

그것이 자신의 사고방식이 되는 과정이 투자자로서의 성장이다.

아직 너무 어리다.

'갑자기 큰 돈은 벌어버렸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익을 벌었다.

젊은 나이의 작은 성공은 때로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억지로 깨달음을 챙겨주었다.

다소의 충격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안다.

터벅, 터벅

'많이 충격인가 보네.'

산을 내려가는 내내 말이 없다.

어울리지 않게 고개도 푹 숙이고 있다.

해도 저물기 시작해 어둑어둑하다.

여행지의 분위기도 많이 죽었다.

"돌아갈까요?"

"그럴까."

홈런을 치는 날은 아닌 듯싶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뭐, 됐나.'

맛있는 것도, 성희롱도 잔뜩 했으니 만족이다.

* * *

여의도 증권가.

한국 금융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흐르는 피는 맑지만은 않다.

"이대리!"

"아……, 너야?"

"요즘 실적 어때?"

"늘 똑같지."

개미투자증권의 트레이더 이덕수가 뒤를 돌아본다.

언제나 능글맞은 입사 동기의 얼굴이 보인다.

'저런 거라도……, 있는 게 낫지.'

유일하다.

다른 동기들은 다 퇴사 권고.

트레이더는 평균 수명이 매우 짧은 직업이다.

"늘 똑같으면 안되는데."

"뭐 어떡해. 장이 지랄 맞은데."

"그건 맞지."

"외궈 새끼들 진짜……, 게임 좆같이 한다니까?"

중의적인 의미로 말이다.

업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실수 한 번 까딱하면 억 단위가 증발한다.

'그러다 먼저 간 동기들 따라가는 거고.'

일반인은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이다.

아무리 각오를 하고, 경험을 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담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잠깐 짬이 날 때 연기라도 들이마셔야 숨이 쉬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

"언제는 안 좆같이 했냐?"

"요즘 특히 더 좆같애. 방향성도 안 정하고 위아래로 흔드는데 괜히 반대 포지션 잡았다가 옵션 만기 때 청산 당하면 나 노가다 뛰러 가야 되잖아."

"하하!"

개미들이 보는 세상과는 다르다.

주식 시장은 알면 알수록 복마전이다.

'개미 새끼들은 지 주식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겠지.'

선물, 옵션, 환율.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 파생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패악질은 엄청나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증시를 쥐락펴락해댄다.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서 훼이크를 주는데.

"걱정도 팔자다."

"짜증 나서 그렇지."

"정 힘들면 개미들 삥 뜯으면 되잖아."

"그런가?"

돈을 잃지 않을 수가 없다.

금융 선진국.

경력에서도, 자금에서도 밀리는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항상 돈을 잃는 신세다.

하지만 만회할 방법은 있다.

고등학생한테 삥을 뜯긴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노리듯 외국인들한테 돈을 잃은 기관은 개미들의 호주머니를 노린다.

'컨디션 나쁠 때는 어쩔 수 없어. 불개미들 따라다니면서 삥이나 뜯어야지.'

기울어진 운동장.

증권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공매도를 제외하고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요즘에 좀 있어? 있으면 좀 주라."

"맨입으로?"

"맨입은 아니지. 상도덕이 있는데."

"그럼 좋아. 이거 사실 내가 쓰려고 했는데 난 요즘 선물 감이 좋아서."

불법적인 것도 있다.

개미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주식을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파는지가 실시간으로 찍힌다.

증권사의 고객인 만큼 당연하다.

원칙적으로 유출하면 안되지만, 암암리에 이용한다는 건 개미만 모르는 비밀이다.

'저 자식이 저런 말까지 할 정도면 진짜 잘하는 불개미인가?'

프로그램에 기본 세팅이 되어있다.

상승장에는 개미들의 물량을 뺏고, 하락장에는 개미들에게 떠넘기는 식.

그 뿐만이 아니다.

아주 가끔씩 있는 '진짜'.

주식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개미들을 탐색한다.

"얘가 시드가 원래 50만원이었거든."

"50만원? 장난해?"

"한국말은 좀 끝까지 들어. 그런데 얼마로 불렸는지 알아?"

도박꾼에도 타짜가 있듯이 주식 세계에도 비슷한 놈이 있다.

감이 무지막지하게 좋다.

혹은 연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단기간에 엄청난 수익을 만들어내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그래봤자 시드가 50만원이면…….'

그런 놈들을 집중적으로 따라다니면 수익을 내기가 쉽다.

먼저 사고, 먼저 팔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기대했다.

진짜 괜찮은 놈이면 한 턱 크게 쏜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봤자 시드가 그 따위면.

"2억."

"뭐?!!"

"2억이라고. 그러니까 400배로 늘린 거지."

"몇 년만에?"

"몇 년? 3달이다 이 새끼야."

손가락 세 개.

덕수의 사고가 한순간 멈춘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전업을 한다고 쳐도 한 달에 2배 먹기가 빠듯할 텐데!'

2배를 먹었다고 쳐도 문제다.

2×2×2=8.

3달 연속 2배로 먹고, 그것을 복리로 불려도 8배가 한계다.

실전으로 가면 잃을 확률이 있다.

2배는 커녕 깡통을 차도 이상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이론상 가능한 수치일 뿐인데.

"뭐 또 ELW 사건 때처럼 허점 노린 거 아니야?"

"그거 막힌지가 언젠데."

"아니, 비슷한 게 터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잖아."

인정하기가 힘들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

능력이 곧 연봉이 되는 직업이 트레이더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고작 개미 투자자 주제에 그럴 리가 없다.

'프로그램 매매 허점 이용한 거 아니야?'

짐작 가는 부분은 있다.

현대의 주식은 인간이 하는 것과 프로그램이 하는 것으로 나뉜다.

후자에서 가끔씩 문제가 발생한다.

정해진 세팅대로만 움직이다 보니.

"그런 거 또 터지면 난리 나지. 최소 이사급 목 날아갈 걸?"

"음흉한 개미 새끼들이 있다니까."

같은 패턴에서 주기적으로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 점을 노려 차익을 챙긴 사건이 있었다.

ELW LP 허점 매매.

2012년에 일어난 해당 사건으로 돈방석에 앉은 개미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런 거라면 가능하겠지.'

실력으로 400배라니?

트레이더 경력 5년.

금융인 경력 10년 차인 자신도 듣도 보도 못한 배율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아니야?"

"일단 주식 거래야. 순환매를 했으니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것도 아닌 것 같고. 밑져야 본전인데 한 번 보는 게 어때?"

물론 세상은 넓다.

로또를 맞는 사람도, 카지노에서 777이 터지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주식으로 400배는 의아할 것도 없다.

운이 매우 매우 매우 좋은 사람이 한 명 정도 있을 수도 있다.

사는 주식마다 몇 배씩 올랐다던지.

타닥, 탁!

덕수는 해당 개미의 매매 기록을 살펴본다.

보면 볼수록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몇 배씩 오르긴 했는데…….'

중요한 건 디테일.

저점을 잡는 솜씨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세력의 움직임을 추종하며 쏠 타이밍을 잡아낸다.

매매 기록으로 확인을 해서 망정이지.

실시간으로 봤다면 대체 뭘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꿀꺽!

패배감.

동시에 환호.

이런 불개미를 이용한다면 큰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니가 날고 기어봤자 결국 개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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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의 수익.

---------------------------------------------+

『입출금 통장』

02120−10−697482

계좌잔액: 200,006,974원

+---------------------------------------------

자릿수가 조금 많이 달라졌다.

50만원이 전부이던 시절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아무래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다 보니까.'

그 이상의 수익.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은 없다.

리스크를 좀 더 올린다면 말이다.

선물 옵션 등의 파생 시장에서는 흔하다.

단 5분만에 몇만 배의 수익이 오가는 일도.

당장의 생활비가 빠듯한 나로서는 할 수 없었다.

아니, 애시당초 할 생각도 없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큰 돈을 만지고 은퇴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월스트리트.

세계 금융의 중심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차근차근 투자의 전설을 만들어갈 생각인데.

─적에게 당했습니다!

최근의 거래.

썩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항상 잘될 수 없는 게 투자이긴 하지만.

'역시나 왔나.'

조금 다르다.

나의 판단이 잘못돼서, 혹은 세력이 개미털이를 한다는 느낌이 아니다.

제3자가 있다.

내가 들어간 주식에 훼방을 놓고 있는 누군가가.

'그런 괴담이 있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개개인의 계좌는 감시 당하고 있다.

─시발 이거 나만 그러냐?

로스컷 걸어두면

귀신 같이 딱 내 로스컷까지 찍고 반등함

한두 번 당하는 게 아니라 존나 의심 드네

└몰랐누?

└ㅇㅇ 그래서 시장가로 팔아야 함

└개관 씹새끼들 개미가 어디에 걸었는지 다 알고 있자너

└금융위도 한 패라 안 잡음 ㅋㅋ

그리고 그것은 실화가 맞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 법이다.

'뭐, 비밀이랄 것도 없는 이야기라.'

대놓고 책으로 출판한 것도 있다.

잭 슈웨거의 저서 '시장의 마법사들'에 나온다.

와 저 개인 트레이더 존나 잘하네!

님 혹시 저희 증권사에서 일하쉴?

고객의 계좌를 감시하다가 스카웃까지 가게 된 에피소드다.

월가에서 일어났다.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새끼들은 악용을 한다는 거지.'

어디까지나 감시일 뿐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법적으로 큰일 난다.

한국은 법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기관, 연기금, 금융위까지 한통속.

─기관님이 학살 중입니다!

더블 킬!

마치 도박장과도 같다.

한 손님이 너무 돈을 잘 벌면 짬 높은 딜러를 붙여준다.

돈을 잃게 만들기 위함.

그것과 비슷한 관행이 한국 증시에는 있다.

'그래서 능력이 있어도 벌기가 어려워.'

자칭 슈퍼개미들이 주식으로 돈 안 벌고 유튜브 수익, 책팔이 하는 데는 다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적으로 개미들이 돈을 벌 수 없다.

그 바늘 구멍을 뚫은 사람들의 것마저 뺏어간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주식을 잘한다는 건 축복만이 아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어서 다행.

'자존심으로 밀어붙이다가는.'

아 왜 안되지?

마치 돈을 잃은 도박꾼처럼 딸 때까지 계속 하게 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시드 단위가 최소 두 자리는 다르다.

개미가 기관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실력이 있음에도 깡통을 찬다.

그렇게 된 사람이 주식 시장에는 널리고 널렸다.

타닥, 탁!

그런 시장이기 때문에 기회도 있다.

좌절에 빠진 수많은 개미들은 우상을 원한다.

'신용 올인한 개잡주가 안된다면.'

다른 전략을 쓰면 그만.

나의 진짜 특기를 발휘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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