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새로이 취임했다.
연초이니만큼 그럴 수 있는 일.
문제는 그 대통령의 취임사가 낯이 익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 것.>
회귀.
과거로 돌아왔다고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좆됐다…….'
인생 난이도 헬이 예약된다.
다음화 보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첫 여성 대통령의 취임사는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현실이 되었다.
'역사적인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거든.'
한·일 무역 분쟁, 코로나 사태, 러·우 전쟁, 스태그플레이션 기타 등등.
이전 세상의 상식이 먹히지 않는 혼돈의 카오스의 하지마루다.
긴 긴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가장 처절했다.
이전의 20년을 압축해서 보내버린 듯한 엄청난 속도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특히 투자자들이 말이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롤러코스터를 ×4배속으로 탄다면 그런 기분일 것이다.
나의 투자 데뷔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말도 안되는 시기를 겪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님의 잘못은 아니다.
시대 자체가 다사다난하여 누가 집권했어도 잔바람이 없기는 힘들었다.
'아무튼.'
최악의 시대.
신이 개꿀 빨라고 보내준 줄 알았는데 군대를 한 번 더 보내는 급의 병크를 터트렸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군대는 다녀왔다.
차라리 군대에서 2년 썩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분열과 갈등의 한국 바꾸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혼란해질 미래를 모르는 선량한 시민들.
대통령님의 취임사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나도 보태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다.
나는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손발이 달달 떨린다.
나도 모르게 엄지 손톱을 아그작 깨문다.
그만큼 위기 상황.
하지만 어떤 상황도 활용하기 나름이다.
위기를 거꾸로 하면.
'기위……, 아무런 뜻도 아니네.'
좆됐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위기가 위기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대통령님의 말씀 속에서.
'그래, 사람이 먼저야!'
한 가지 공감되는 사항이 있었다
일평생 인권을 위해 싸워오신 대통령님의 좌우명이다.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다.
어째서?
돈보다 앞서는 가치는 없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님의 깊은 뜻에 나이를 먹고 나서야 탄복한다.
'내 회사에서 일할 애는 내가 키워야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관리가 부실하면 새어나간다.
일본의 유명 투자자.
BNF도 혼자 운용할 수 있었던 한계가 1600억이었다.
큰 몸집을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 등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그 사람보다 뛰어나지만 그럼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중간한 직원으로는.
'불안하기만 해.'
대부분의 일처리를 나 혼자 했다.
빌어먹을 년한테 당한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필연이다.
시장에 생기는 이상 징후.
그것을 감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에는 몸이 부족했던 것이다.
나를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의심 많은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 말이다.
까톡!
그럴 수 있는 무대.
우연 아닌 우연으로 마련되었다.
나의 모교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에서.
'한국대라, 그랬었지.'
한국 굴지의 대학교다.
SKY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떤 면에서는 우위에 서있다.
그래봤자 세계 레벨에서는 고만고만하다.
내가 자퇴를 결정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학과 남자 단톡방〕
「오늘 신입생 환영회 있는 거 아시죠?」
「오」
「오는 분들은 참가비 5만 원 지참해주시길 바랍니다. 강제는 아니에요」
「헐 5만 ㄷㄷ」
「왜 이렇게 많음 ㅠ」
그지 같은 것들이 명문대생이라고 목에 힘 주고 다닌다.
그 꼴 보기 싫어서 관뒀던 것도 있다.
'그래도 쓸만한 녀석 몇 마리 발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나름대로 명문대.
헛바람 든 놈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대학은 인맥을 쌓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다.
「5만은 좀 과한데」
「신입생 비까지 선배들이 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다 받았던 거니까 돌려줘야죠~」
「아이쿠 바쁜 일이 있어서 ㅎ……」
「과대 고생하네」
−물 좋냐?
그럴 만한 이벤트.
마침 신입생 환영회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 과에서 가장 정신 나간 인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참가할 가치는 있겠지.'
최소한 거를 인간들 리스트는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참가할 가치가 있었다.
「17학번 여자 비율이 많긴 합니다」
「올~」
「많으면 뭐해 ㅅㅂ」
「우리 학교 오는 애들이 이쁘겠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씩 예외는 있죠」
「뭔데??」
「구라 ㄴㄴ」
「수석이 좀 친다. 요 정도」
「요 정도?」
「밀당 좀 치누」
'물 좋으면 가야지.'
선배된 도리로 햇병아리 같은 후배들에게 가르침을 내려줄 수는 있다.
낮이든 밤이든 술자리든 말이다.
기분이다.
월가의 성공한(과거형) 투자자인 내가 얼굴을 비춰준다.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
『입출금 통장』
02120−10−697482
계좌잔액: 520,892원
+---------------------------------------------
돈이 조금 없다.
이 시대의 나는 군대를 갓 전역하고 월세살이를 하던 빈곤한 청년이다.
'돈이 없으면 복사를 하면 되잖아?'
글자 그대로 사소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억지는 현대에서 실제로 가능한 논리다.
마침 시간도 오전 8시.
인간이 가장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탐욕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도박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도박.
코스피는 능력 여하에 따라 하루에 몇 배씩도 돈을 불릴 수 있다.
HTS를 켠다.
그리고 세팅을 마친다.
남은 것은 09:00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도박장 문 열어!'
간만에 끓어오른다.
데스크에 앉아서 명령만 내렸더니 이 재밌는 도박을 즐기지 못했다.
'아니지……, 투자지.'
아무튼간에 할 일은 명료하다.
오를 만한 주식에 베팅해서 돈을 딴다.
그것이 바로 주식.
당연하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좋은 기업인지 분석을 해야 한다.
'이 시기에 좋은 주식이 뭐 있더라?'
20년도 더 된 기억.
머릿속에 남아있을 리 없다.
설사 난다고 한들 오늘 하루는 모른다.
먼 미래 10배, 20배가 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오늘 당장은 내릴 수 있다.
주식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뭘 사야 잘 샀다고 소문이 날까.'
현재 시각은 8시 55분.
아무리 내가 잘 나가는 펀드의 CEO였다고 해도 5분만에 파악할 수는 없다.
〔장전 꼭 봐야 할 뉴스 TOP20〕
─나스닥 −2.2% 마감…… 파월曰 나스닥 반드시 죽일 것
─오성전자, SQ테크놀로지 주가 '더 달린다'에 무게 실리는 이유
─[특징주] 쌍부랄 회장 "쌍두차 인수전 참여하겠다"
─[이코노 브리핑] 쌍두차 인수전에 5개사 참여 外
.
.
.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
바로 전날의 미국·유럽장 증시를 살펴보는 것이다.
기사 제목 꼬라지를 보아하니.
'파월이 또 한 소리했구만.'
정신 나간 노인네다.
미국 달러를 지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하는데 재미가 들려서 심심하면 망언을 내뱉는다.
노인네 특! 잘 삐짐.
리액션 안 해주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에 떠는 척 주가를 떨어뜨려줘야 한다.
그 여파가 지구 반대편 코스피에도 미친다.
나스닥이 떨어지면 국장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늘 오를 만한 주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쌍두차 인수전이라…….'
기업이 기업을 먹는 행위.
그런 이벤트가 생겼을 때는 대개 주가가 치솟는다.
1, 2% 이런 감질나는 정도가 아니라 30%씩도 말이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있을 것이고, 인수를 못하면 끝도 없이 추락할 수 있다.
'쌍부랄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개잡주잖아.'
좋은 기업이라면 그래도 괜찮다.
내려갔을 때 물을 타고 기다리면 구조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소위 개잡주.
듣도 보도 못한 회사는 본전 복구는 커녕 휴지 조각이 돼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꿀꺽!
회귀 후 첫 거래부터 난관을 만났다.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도 경고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해라.
그의 투자관을 대변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가치 투자로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내가 보기엔 싼 거 같은데?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여 먼 미래에 수익을 보는 것이다.
'그런 게이짓을 할 시간이 없어.'
느긋이 기다릴 수가 없다.
당장 도박장에서 돈을 따야 한다.
아니, 투자.
워렌 버핏도 사람이고, 자신의 투자 원칙에 예외를 두기도 한다.
「10년을 보유할 게 아니라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마라.」− 워렌 버핏(Warren Buffett)
주식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격언이다.
그 진의에 대해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 번쯤 곱씹어볼 이야기지.'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음식을 떨어뜨렸을 때와 마찬가지다.
3초룰처럼.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주식도 9분 59초 안에 나오면 된다.
다음화 보기
주식 시장의 3초룰.
실제로 존재하는 매매법이다.
'전업 투자자들이 많이 하지.'
당장의 수익이 필요하다.
그런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안고 불구덩이에 뛰어들기도 한다.
─개미가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당연하게도 쉬울 수는 없다.
5% 급등했던 주식이 2%까지 내려온다.
개미들이 바글바글 매달리자 기관 혹은 세력이 차익을 본 것이다.
개미들은 속된 말로 물렸다.
'이게 쉬우면 직장을 왜 다니겠어.'
시드 천만 원 기준.
한 달에 딱 한 번만 +30%를 먹어도 300만원이다.
글자 그대로 돈이 복사가 된다.
시드가 더 많거나, 레버리지까지 쓴다면?
수천, 수억 원을 버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니다.
이론상으로는 말이다.
─기관이 학살 중입니다!
외국인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개미 투자자의 95%는 돈을 잃는다.
통계적으로 그렇게 귀결되는 이유가 있다.
'내려가면 존나게 불안하잖아.'
얘네 왜 팔지?
파는 이유가 있을 텐데.
희망에 부풀었을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게 된다.
---------------------------------------------+
『쌍부랄 재무제표』
[대충 럼블 궁 깔린 상황.jpg]
+---------------------------------------------
이를 테면 재무제표.
기업의 경영 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뒤늦게 보자 아차 싶다.
'일단 영익부터가 아작 나있지.'
적자를 보는 회사.
심지어 규모도 작다.
시가 총액이 1천억밖에 되지 않는다.
쌍두차는 5천억에 달하는데 말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고 드는 꼴이다.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기업 규모가 5배인데 이걸 인수한다고? 이게 말이.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되던 말던 사는 것이 바로 스캘핑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은 단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