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63화 (163/471)

EP.163 박사의 마음

누명을 완벽하게 벗은 나는, 박사가 날 빼낸 방법을 듣고 그녀를 나무라는 중이었다.

“본부 이름으로 날 빼내라고 했다고요...? 대체 왜 그랬어요?”

“어쩔 수 없었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네 무죄를 밝히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을 거야. 잘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잘 처리했다는 건 무슨 말인데?”

“널 연구실과 관계가 없도록 잘 돌려 말했다는 뜻이야. 주지사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쓴 일반인 정도로 해놨어. 절대 네가 연구실 소속인 줄 모를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엄밀히 말하면 권력 남용이라고요.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난 널 지켜야 했어.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자. 더 이상은 말하지 마.”

내게 순종적이던 그녀답지 않게 단호했다.

심경의 변화가 컸던 모양.

그럴 만도 하다. 기술 유출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갔더니 거기 연구실의 집속탄이 있었고, 다섯 개 주의 주지사가 연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내가 감옥에 가서 고초를 당하고, 마약까지 했다.

고위 공직자는 부패해 미국을 전복하려 했고, 죄수들을 잘 관리해야할 교도관은 무관심.

심지어는 죄수를 갈취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었다.

이랬는데도 열이 뻗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뭘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세상을 지키려고 노력했을까 자괴감이 들겠지.

“알았어요...”

나는 말끝을 흐리며 코를 찡그렸다.

그러자 박사가 인상을 팍 쓰며 말한다.

“돌아가자마자 의료기기에 들어가자. 네 몸에 남아있는 약 성분을 제거해야 돼. 도파민도 정상화시켜야 되고, 손상된 정맥도 제대로 복구해놔야 해.”

“싫어요. 난 멀쩡해요.”

“넌 멀쩡하지 않아.”

“안 들어갈래.”

“송지혁! 내 말 들어!”

빼액 소리를 지르는 박사.

난 어린아이마냥 뾰로통한 표정을 지은 채로 전용기 창문만 바라보았다.

박사는 이런 나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다가, 나긋한 투로 날 설득하려고 했다.

“지혁아... 치료하는 게 왜 싫은데? 몸이 건강해지면 좋잖아.”

“괜찮다고 했잖아요.”

“너도 내 남편처럼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싶은 거야?”

남편의 죽음까지 서슴없이 들먹일 정도라? 이거 괜찮네.

“누나 남편은 마약으로 죽은 게 아니잖아요. 비교대상이 잘못됐어요.”

“알았어, 그럼 질문을 바꿀게. 젊은 나이에 죽고 싶어?”

“아니.”

“그치? 그러니까 들어갔다가 나오자. 아픈 것도 아니잖아.”

“.....”

“마약은 네 의지로 한 게 아니야. 그냥... 힘든데 옆에서 부추기니까 홧김에 한 거야. 내 말이 틀려?”

“몰라요... 모르겠어. 이 얘기는 그만해요. 나 머리 아파요.”

박사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날 이렇게 만든 교도관, 죄수들을 원망하고 있는 중이겠지.

한참을 그렇게 있던 박사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하지만 돌아가면 또 얘기할 거야.”

“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도 누나가 그 일 얘기를 하지 말라니까 알겠다고 했잖아.”

“.... 그럼 이 말만 할게. 난 굳센 네가 옳은 선택을 할 거라 믿어.”

물론 그럴 생각이다. 난 말로만 이럴 뿐, 의료기기에 얌전히 들어가 치료를 받을 것이다.

출소 직후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금단증상을 버티기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왕의 몸으로는 충분히 버틸 수 있지만, 이제 실비아와 아델을 만나야 하는데 그 상태로 갈 수는 없지.

다만 몸은 치료됐어도 정신은 여전히 쾌락을 갈구하는 척할 거다.

나는 창문틀에 턱을 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누기 싫다는 뜻.

시선을 살짝 돌려보니 박사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게 보인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의연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푸쉬익-!

수차례의 치료 끝에 몸이 정상화된 나는, 의료기기에 걸터앉아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런 나의 곁으로 박사가 다가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치료는 끝났어. 얌전히 있어줘서 고마워.”

“응...”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쉬자.”

“안 돼요. 회사 가봐야 해.”

“회사는 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놨어요. 처리할 일이 쌓였을 테니까 일하러 가봐야죠.”

“천천히 해도 되잖아. 그러지 말고 오늘은 푹 쉬자, 응?”

나는 박사의 제안에 못 이기는 척 알겠다고 대답했다.

기기에서 내려온 나는 어지럼증이 일어 휘청거렸고, 자리에 철퍼덕 쓰러졌다.

박사가 날 부축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낑낑거리며 일어나려는 내 머리를 붙잡고 목 뒤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이대로 있어. 많이 힘들지?”

그냥 어지러워서 그런 건데... 의미를 부여해주네? 나야 좋다.

“.....”

“내가 네 곁에 있을게. 같이 힘내자. 사랑해, 지혁아...”

나는 박사의 허리를 꽉 부여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요... 이 상태론 회사는 못갈 것 같아.”

“그렇게 하자. 잘 생각했어.”

그렇게 우린 박사의 주택으로 돌아왔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욕조에 물을 받아놓았고, 그 안에 들어가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에서의 일은 성공적. 박사의 신념을 크게 흔들었으니 수확은 아주 좋다고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일도 순탄하겠지? 미국에 있는 동안 채보영의 매니저가 소속사를 차렸어야 된다.

스텔라는 거기에 소속되어있어야 하고.

채보영이나 마르셀라에게서 급한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잘 해결한 듯싶지만, 내 눈으로 확인해봐야 성이 찰 것 같다.

드디어 스텔라를 보게 되는구나. 동생과 함께 왔으려나? 아니면 혼자?

“지혁아.”

천장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을 하던 나는, 박사가 조심스레 부르자 정신을 차렸다.

“왜?”

“들어가도 돼?”

“들어와요.”

그 말에 박사가 알몸인 채로 욕조 안에 들어왔다.

내 벌린 다리 사이에 편하게 앉은 그녀가 말한다.

“네가 날 원망한다고 해도 이해해. 정말 미안해.”

“뭐가요?”

“우린 마물과 타이라트만 신경 쓰면 되는데, 내가 괜히 오지랖을 부려서...”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잖아요. 우리 연구실에서 유출된 기술인데. 어쩔 수 없었던 거에요.”

박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내가 더 독했다면... 네가 잡히자마자 힘을 썼다면 감옥에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 네가 우유부단한 날 배려해주다가 이렇게 된 거야. 난...”

울먹거리며 침을 삼킨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말을 이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고개를 가로저음으로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난 누나를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원망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요.”

“.....”

“샤워부터 할까요?”

“아, 알았어...”

**

그날 새벽.

부스럭거리에 눈을 뜬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옆에서 새우잠 자세로 뭘 하고 있던 박사가 화들짝 놀라 자는 척을 했다.

“뭐해요?”

“.....”

못 들은 척 숨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그녀.

딱 보니까 자위를 하고 있었구만.

오랫동안 나와 못했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보금자리에 오니 성욕이 끓어올랐나보다.

혼자 위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내게 미안해서 하자고 들이대지는 못하겠고, 성욕은 풀고 싶고... 그치?

박사의 위에 슬며시 올라탄 나는, 그녀의 둔덕진 가슴에 턱을 살짝 올리고는 나긋한 투로 말했다.

“일어나요. 안 자고 있었잖아.”

“.....”

박사는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흐앗...”

내가 보지로 손을 가져가 살살 문질러주니 얕은 신음소리를 터뜨렸다.

조금 젖은 손가락을 박사의 얼굴로 가져가 흔든 내가 킥킥 웃었다.

“오래 했나보네... 아래가 젖어있잖아요.”

결국 눈을 뜬 박사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미, 미안해... 참을 수가 없어서...”

“하고 싶으면 깨우지 그랬어요.”

“어떻게 그래... 곤히 자고 있는데...”

나는 말없이 조금 내려가 박사의 가랑이에 사타구니를 대고 살살 비볐다.

그에 박사의 숨소리가 조금 격해졌다.

내 자지가 발기되었음을 느낀 것이다.

“후으...”

“누나.”

“왜애...”

“넣어줄까요?”

“.... 안 그래도 되는데...”

“그래요? 알았어.”

나는 냅다 박사의 몸 위에서 내려와 그녀를 등졌다.

얼마 뒤, 박사의 몸이 내 등으로 밀착해왔다.

봉긋하고 말랑한 감촉이 척추 근처에서 느껴졌다.

이후 얄상한 손이 내 자지를 감싸는 느낌도 받았다.

손가락으로 귀두를 툭툭, 약하게 건드리며 날 자극하던 그녀가 말한다.

“그... 하고 싶어...”

“안 그래도 된다면서요?”

“아냐... 그냥 해본 말이었어...”

“이랬다가 저랬다가 뭔데? 귀찮아졌어요.”

그 말에 박사가 손톱 끝부분을 요도구에 집어넣고 아주 살짝 눌렀다.

쾌감과 함께 따끔한 느낌이 난다.

소리 없는 앙탈을 부리는 모습이 참 귀엽다.

자지를 손아귀로 잡고 두세 번 흔들거나, 불알을 손톱으로 살살 긁거나 하며 날 애무하던 박사가 간절한 투로 호소한다.

“넣어주라... 응?”

나는 박사의 손을 자지에서 떼어내고 몸을 돌렸다.

정색을 한 채로 그녀의 침울한 얼굴을 쳐다보던 내가 말했다.

“누나.”

“응...”

“누나는 왜 난임이었어요?”

뜬금없고 민감한 주제라 침묵하리라고 예상했지만, 박사는 곧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난소 기능이 별로라서...”

“이상한데? 저번에 누나가 감기에 걸렸을 때, 누나의 상태를 의료기기로 체크해봤었어요. 딱히 이상은 없었어.”

“선천적이었으니까 그걸 정상으로 인식한 거겠지. 나도 잘 몰라...”

“임신하고 싶긴 했어요?”

“그...”

머뭇거리는 박사.

내가 화를 낼까봐 걱정이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난 아무 말 없이 박사의 단발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안심했는지, 한참 뜸을 들이던 박사가 순순히 실토한다.

“갖고 싶긴 했어...”

“나로서는 다행이네요.”

“다행... 이라니?”

“누나가 그때 아이를 가졌으면, 우린 이렇게 될 수 없었을 거잖아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했던 말은 상당히 민감한 말이었다.

트라우마를 쿡 찌를 정도로.

생각해보라, 아이를 갖고 싶어 했던 난임인 여자에게,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어떤 누가 화를 내지 않겠는가?

하지만 박사는 동의했다.

망설임도 없었다. 진심으로 날 만난 걸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도 남편을 사랑해요?”

“그건... 그래. 하지만 널 더 사랑해.”

“남편과 만나고 있을 때보다 더?”

“아마... 그런 것 같아.”

“아마?”

“아니, 확실히 그래. 난 지금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어.”

“나 때문에 엄청 울었잖아요. 화도 많이 냈잖아.”

“그만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럼 누나는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나 대신 그 사람을 선택할 거에요?”

박사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지, 지혁아... 그건 왜...”

나는 대답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다용도실로 향했다.

거기서 박사와 에드워드의 결혼사진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방의 불을 켜고, 박사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며 재차 물었다.

“누굴 선택할 거에요?”

“.....”

“만약 지금 누나가 남편을 선택한다고 해도 화내지 않을 거에요. 내가 더 노력하면 되니까. 그러니까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어.”

“난...”

“딱 지금, 현재 누나의 마음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어요.”

박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손을 뻗어 내 팔목을 잡은 박사가 고백한다.

“방금도 말했듯, 널 더 사랑해.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저건 날 위로하기 위한 빈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엔 진심이 담겨있었다.

마음속에 있는 조각상의 크기가 역전됐구나.

이제부턴 두들겨 부숴놔야지.

만족스런 얼굴로 박사의 대답을 들은 나는, 상체를 일으킨 상태였던 그녀의 어깨를 밀어 침대에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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