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법소녀물 야겜 속 최종보스가 되었다-110화 (110/471)

EP.110 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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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두근!

심장이 불쾌하고 빠르게 뛴다.

유리아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마가렛의 보지...? 마음에 드셨냐고...?

믿어지지 않는 소리를 들은 유리아는 자신이 지금 몰래 엿듣고 있다는 입장도 잊은 채로 가빠진 숨을 내뱉었다.

“후우... 후...”

숨을 두어 번 내쉬니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꺄아... 안에... 안에 싸주세요...!”

저 거지같은 신음소리를 들으니 다시금 호흡이 거칠어졌다.

알현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어머니의 그것이었다.

정신줄을 놓기 직전까지 간 유리아는, 이 상황은 타이라트가 만든 불쾌한 장난이라고 치부했다.

그는 분명 자신이 이곳에서 엿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천박하게 몸을 대주고 있는 마물에게 목소리를 변조하라고 시켰겠지.

“마왕님의 아이... 임신하고 싶어요...♡ 절 수정시켜줘어...!”

그래, 분명 장난이다.

그렇지 않다면 온화한 어머니가 저 따위... 창녀들이나 할 법한 말을 할 리가 없다.

확인부터 하자. 그래야 안심이 될 것 같다.

유리아는 알현실 문을 아주 약하게 밀어보았다.

미세한 소리조차 내지 않고 열리는 문. 기름칠이 잘 되어 있다.

넓은 알현실에 들어온 유리아는, 길게 뻗은 복도 끝에 옥좌가 하나 있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거기서 한 여성의 인영이 남성의 위에 올라타 신나게 허리를 튕기는 것을 보았다.

좌우로 길게 뻗은 수많은 기둥에 몸을 숨긴 채, 유리아는 공중에 뜬 상태로 옥좌를 향해 접근했다.

“햐아아아앙!”

알현실 안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높은 교성.

절정에 도달했나보다.

“감사... 합니다아...! 마왕니임...! 마왕님의 정을 전부 받아서 기뻐요...♡”

게다가 타이라트도 사정을 끝낸 모양이다.

유리아는 짜증이 치솟았다.

역시 타이라트는 용서할 수 없는 놈이었다.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취소. 이런 장난을 칠 정도면 대가리조차 모자란 것 같았다.

유리아가 알현실의 중간 쯤 도달했을 때, 타이라트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왔구나.”

그 말에 옥좌 아래에서 타이라트의 고간에 얼굴을 묻고 있던 여자가 고개를 갸웃한다.

“쯉... 쮸읍...! 후응...! 손님이요...?”

“이만 돌아가거라.”

“알겠습니다아...♡ 내일 같은 시각에 다시 와도 되나요...?”

“그거야 네 마음이지.”

“아아...! 자비로우신 마왕님... 당신께 영원한 충성을 바칩니다...♡ 제 몸과 마음은 물론 존재까지도... 모두 마왕님의 소유물이에요...!”

어디에 입술을 가져다 댔는지 쪽 하는 소리를 낸 여자.

그녀는 타이라트가 만든 포탈을 타고 사라졌다.

적막해진 알현실 안. 곤룡포로 아랫부분을 가린 타이라트가 낮게 읊조렸다.

“나오너라.”

그에 찔끔한 유리아가 기둥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라트가 혀를 끌끌 찼다.

“도둑고양이 같은 년이로구나.”

“누... 누가...! 난 그저...”

“되었다. 몰래 엿본 이유는?”

“불부터... 켜...!”

“넌 빛을 내뿜을 수 있잖느냐. 직접 보지 그래?”

뿌득!

이빨을 간 유리아가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연두색 빛이 발산되더니 옥좌를 향해 뿌려졌다.

팔걸이에 턱을 괸, 여유로운 표정의 타이라트가 보였다.

그리고 옥좌 아래에 묻어있는 허여멀건한 점액까지.

거사를 마친 흔적. 괜히 낯부끄러워진 유리아가 소리쳤다.

“그 미친년은 어디 있지!?”

“미친년이라...?”

“어머니의 목소리를 흉내 낸 그 마물 말이야! 당장 목을 쳐야겠어!”

“하! 그렇게 생각했구나.”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린 타이라트.

유리아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내일 다시 온다는 말은 너도 들었겠지? 그때 한 번 보아라.”

“장난치지 마!”

버럭 성을 낸 유리아가 타이라트에게 달려들었다.

무지막지한 속도로 짓쳐간 그녀가 주먹을 휘둘렀다.

기세가 무척 좋은, 매서운 펀치.

그러나 타이라트는 아주 손쉽게 주먹을 잡아냈다.

“이익...!”

침음을 삼킨 유리아는 밑에서 올라오는 정액 특유의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그녀를 본 타이라트가 주먹을 잡은 손을 놓으며 말했다.

“호기롭고 앙칼지군. 하지만 조금 아쉽구나. 너답지 않아서 말이야.”

“무슨 소리를...!”

“밤이 늦었다. 얼른 돌아가 자거라.”

“내가 네 말을 들을 것 같아!?”

“식당에선 잘만 듣더니 지금은 또 기어오르는구나.”

“큭...!”

“잘 자라.”

말을 마친 타이라트가 옥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예의 그 위압감을 느낀 유리아가 뒷걸음질을 치며 옥좌 앞 계단에서 내려왔다.

타이라트는 그런 유리아를 지나치며 부드럽게 웃었다.

“내일 보자꾸나.”

유리아는 겁을 먹은 와중에도 스쳐지나가는 타이라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가까이서 보니까 지혁과 더 닮았다.

점점 머릿속이 이상해져가는 기분. 자신이 꿈이라도 꾸는 걸까?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것 같다.

그리 생각하던 유리아는, 이어지는 타이라트의 말에 몽롱해져가는 정신을 붙잡았다.

“현실에 순응하도록 해라.”

“무슨... 소리지...?”

“알 것 없다.”

아리송한 말만을 남기고 멀어지는 타이라트.

유리아는 알현실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후 그가 완전히 사라지자 한숨을 내쉬며 방으로 돌아갔다.

너무 피곤하다... 얼른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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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아 님!”

쿵쿵!

“으응...”

“유리아 님! 저 메릴이에요!”

몸을 뒤척이던 유리아는 문 밖에서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소리에 눈을 떴다.

상체를 일으켜 창문을 바라보니 여전히 밤이었다.

그렇다면 하루를 내리 잔 것일까? 모르겠다.

유리아는 부스스한 머리를 땋으며 말했다.

“들어와...”

작은 목소리였는데도 용케 들었는지, 문이 열리면서 메릴이 들어왔다.

해맑은 표정의 그녀는 손에 큼지막한 접시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에 과일이 많았다.

“유리아 님! 걱정했잖아요!”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리던 메릴은 접시에서 과일이 하나 떨어지자 흐잉... 하는 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픽 하고 웃음을 터뜨린 유리아는, 자기 전에 메릴과 놀아주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능욕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었다.

협탁에 접시를 내려놓은 메릴이 떨어진 과일을 주워 우걱우걱 씹었다.

입을 앙 벌릴 때마다 입 한편에 약간 뾰족한 송곳니가 튀어나온 것이 보인다.

마물 특유의 날카로운 이빨이지만 저것마저도 무척 귀엽다.

엄마가 지을 법한 미소를 지은 채 메릴을 바라보던 유리아가 물었다.

“메릴, 내가 얼마나 잤어?”

그에 입술 사이로 과즙을 흘려대던 메릴이 씹던 과일을 꿀꺽 삼켰다.

“오래 잤어요! 지금은 저녁시간이에요.”

확실히 오래 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가 지는 건 보여야할 텐데... 밖에는 어제처럼 달이 떠있었다.

“혹시 여긴 아침이 없니? 아니... 다시 물을게. 여긴 해가 뜨지 않아?”

“해님이요? 전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그렇다면 매번 달이 떠있다는 소리다.

과연 칙칙한 마왕의 고성이라 할 만했다.

“그래... 고마워. 참, 그리고 메릴.”

“네?”

“혹시... 어제 네가 식당에서 방으로 올라갔을 때 있잖아.”

“네.”

“누군가 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니?”

“우웅?”

메릴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

유리아가 말을 바꾸었다.

“네 귀는 엄청 좋지?”

“맞아요. 헤헤...”

칭찬을 해주니 까르르 웃는 메릴.

침대에 걸터앉은 유리아는 손으로 메릴의 입에 묻은 과즙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물었다.

“주변 기척과 소리를 알아챌 수 있니?”

“네!”

“인간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 어떻게 아셨어요?”

식당에 몰래 잠입했을 때, 메릴은 유리아 자신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같은 ‘마’에게만 먹히는 능력이라는 뜻.

“그냥 그럴 것 같았어.”

“우와... 유리아 님 엄청 세다...”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지... 참 순수하다.

능청스런 미소를 지은 유리아가 감탄한 듯 입을 벌리고 있는 메릴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어제 방에 들어갔을 때,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어? 예를 들자면 성 안으로 마물이 들어왔다던가... 이상한...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던가...”

메릴은 마물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타이라트가 숨긴 기척까지 느낄 정도라면 그 범위는 무척 크고 민감할 터.

그렇다면... 어제 타이라트와 떡을 쳐댄 그 미친년의 존재도 느꼈을 것이다.

“비명소리요...? 혹시 귀신!?”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몸을 떠는 메릴.

유리아는 메릴의 겨드랑이에 손을 올려 번쩍 안아들고 자신의 옆에 앉혔다.

“귀신은 아니야. 너와 같은 마물이지.”

“그래요...? 못 들었어요.”

유리아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렇다면 어제 알현실에 있던 존재는 인간... 즉, 어머니란 말인가?

다시금 불쾌한 감정이 솟아나려 했던 유리아는, 이어지는 메릴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2층 가운데 방엔 마왕님이 저를 위해 설치해주신 마법이 걸려있어요. 거긴 엄청 조용해서 제가 편안하게 잘 수 있어요.”

특수한 보호마법이라도 두른 모양이다.

의외였다. 부하들을 살펴주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아이에겐 온화하다 이건가?

어쨌든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무언가를 생각하던 유리아가 말했다.

“오늘도 여기서 잘래?”

“저도 그러고 싶은데... 마왕님한테 실례에요.”

“방도 남아돌잖아. 아니면 내가 직접 말해줄게. 오늘은 나랑 놀자.”

“정말요? 그래도 돼요?”

“물론이야. 마왕은 내 말은 잘 들어주는 것 같거든.”

“우와아!”

양팔을 번쩍 들고 몸을 들썩거리는 메릴이었다.

킥킥 웃은 유리아가 돌연 표정을 굳혔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뭐에요?”

“내일 새벽에 누가 올 거거든? 마왕의 손님이야. 그 손님이 왔을 때, 귀가 쫑긋하는지 아닌지만 알려주면 돼.”

그 미친년은 타이라트에게 내일 같은 시각에 다시 와도 되냐고 물었었다.

타이라트는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니, 미친년은 떡을 쳐대기 위해 올 터.

그때 메릴의 능력으로 그년이 마물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할래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알았어.”

“유리아 님이 최고야! 유리아 님! 저랑 숨바꼭질 할래요?”

삭막한 마물들의 둥지에 이런 귀여운 꼬마아이라니.

유리아는 메릴이 꼭 타이라트의 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하자. 대신 성 안에서만 해야 돼. 알현실엔 절대 들어가면 안 되고.”

저도 모르게 타이라트의 눈치를 깊게 살피게 된 유리아였다.

메릴이 헤헤 웃었다.

“알았어요!”

메릴은 활동량이 무척 많은 아이였다.

덕분에 유리아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녀와 숨바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유리아에게도 좋았다.

술래가 된 척, 그리고 숨는 척하며 성 곳곳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

나름 인간처럼 생긴 마물 시종들의 깍듯한 인사를 본체만체하며, 유리아는 모두가 잠들 새벽이 될 때까지 메릴과 숨바꼭질을 즐겼고 성 내부를 대부분 파악했다.

“후아! 힘드러엉...”

유리아의 방 침대에 대자로 뻗은 메릴의 푸념.

유리아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재미있었니?”

“네! 주방장님이랑 가끔 숨바꼭질을 하는데... 엄청 쉽게 찾아내서 재미가 없었거든요. 근데 유리아 님이랑 하면 찾기가 어려워서 재미있어요! 숨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유리아 님이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어서 두근두근해요!”

“다행이다.”

“여기 오래 있어주세요. 유리아 님!”

오래 있어달라니...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데...

괜히 심란해진 유리아가 말을 돌렸다.

“진정해. 일단 약속부터 지켜줘.”

“아, 맞다. 지금 나가요?”

“이 방엔 마법이 걸려있지 않지?”

“네. 가운데 방에만 걸려있어요.”

“그럼 여기서 확인해봐. 15분 남았어.”

“알겠어요!”

유리아는 메릴의 귀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5분이 지나고... 또 15분이 더 지났다.

30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다리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메릴은 알현실엔 책을 넘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유리아의 심장이 또 다시 기분 나쁘게 뛰려고 할 때, 메릴이 하품을 한다.

“후아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유리아가 말했다.

“이제 자도 돼.”

“네에엥...”

대답을 하자마자 귀에 솜을 가득 끼우고 침대에 털썩 누워 코를 고는 메릴.

엄마미소를 지어준 유리아는 메릴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왔다.

청각을 집중해보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미친년이 안 왔다는...

-.... 습니다.-

아니, 왔다. 알현실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린다.

설마 했는데 정말 인간이라는 건가?

어머니라는 거야?

‘아냐... 방금 왔겠지. 그래서 메릴이 감지하지 못한 거야.’

애써 그리 생각한 유리아가 떨리고 있는 발을 천천히 옮겼다.

방금 왔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

그렇지 않다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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