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23화 (1,124/1,419)

서걱

데구르르르

개작두가 그대로 내려쳐지며 우광의 목을 뎅겅 잘라내버렸다.

그리고 잘라진 우광의 머리는 바닥에 데구르르 굴러가기 시작하였다.

붉디 붉은 핏물을 사방에 흩뿌린 채 말이다.

"고택."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광서성의 도지휘사, 백광은 이내 도지휘동지, 고택을 호명하였다.

"신 고택! 부름에 응하였나이다!"

그러자 뒤편에 있던 도지휘동지 고택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큰소리로 답을 하였다.

"한기 서린 곳에 이 역도의 목을 들고가 고이 보존토록 하라. 군왕 전하께 바쳐지기 전까지 결코 머리가 썩어서는 안된다.."

백광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우광의 머리를 눈짓하며 말을 이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 명에 고택은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우광의 목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감히 손을 잡은 것조차 역겨울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였지만

고택은 전혀 개의치하지 않는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우광의 모습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말이다.

"황패!"

고택이 나가자 백광은 이번엔 도지휘첨사, 황패를 호명하였다

"신 황패! 부름에 응하였나이다!"

그러자 뒤편에 있던 도지휘첨사, 황패가 앞으로 걸어나오며 큰소리로 답을 하였다.

"당장 병사들을 이끌고 면양 향우회원들을 전원 포박하도록 하라. 그리고 이 역모에 관련되어있는 지 심문토록 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패는 마찬가치로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병사들을 이끌고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백광의 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터벅 터벅 터벅

곧이어 병사들이 일제히 물러나고 방 안에는 도지휘사 백광과 면양 지역조합장 홍학철만이 남게 되었다.

".............."

"............."

두 사람만이 남게되자

방 안은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백광과 홍학철

두 사람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을 유지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주르륵

곧이어 홍학철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말 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백광의 살벌한 눈빛에 완전히 압도당한 까닭이었다.

'싸늘하다....'

첨언하자면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눈빛을 마주하고 고래고래 반발하던 우광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찌 저런 살벌한 눈빛을 마주한 채 말도 안되는 거짓을 내뱉으며 반발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난놈은 난놈이야.'

배포만 따진다면 자신보다 그 크기가 자신의 배는 되는 놈이리라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자네와도 확실히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살벌한 눈빛으로 홍학철을 응시하던 백광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렇습니다. 대인."

마무리가 남아있었다.

우광과 더불어 왕을 능멸하려고 들었던

자신의 처우에 대한 마무리가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지역조합장."

"말씀하시지요."

"어째서 우광을 배신했지?"

백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듣기로는 우광과 같이 상소를 작성했다고 들었다. 네놈이 선을 대고 있는 윗선에도 올릴 상소를 말이야. 이는 엄연히 역모에 해당하는 행위지. 그런데 어찌 그 사실을 스스로 자백한 거지? 역모에 가담했다면 네놈 또한 개작두로 머리가 잘려나갈 텐데 말이야."

홍학철은 우광의 부정을 밝히며 스스로 자백을 하였다.

상소를 함께 자백하였다고

이는 엄연히 역모에 해당하는 행위였다.

때문에 궁금하였다.

어찌 스스로 역모라는 위험부담을 진 채

우광을 고발하였는지 말이다.

"간단합니다. 대인."

홍학철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제가 역모에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뭐라? 분명 우광과 상소를 함께 올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찌 역모죄를 피해간다는 말인가?"

"상소를 함께 작성한 건 사실이나 상소를 직접 올리지는 않았나이다."

"상소를 올리지 않았다?"

백광은 눈을 빛내며 그에게 되물었다.

예상치 못한 백광의 대답에 흥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렇습니다. 상소를 함께 작성하긴 하였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고쳐먹고 상소를 올리지 않았습니다. 어찌 백성된 입장에서 감히 황족을 능멸할 생각을 한다는 말입니까? 어불성설이지요."

"이상하군, 우광에게 듣기로는 전서를 함께 보냈다고 들었는데?"

백광은 턱을 쓰다듬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우광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주장에 의문이 든 까닭이었다.

"우광과 전서구를 동시에 날린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서는 닿지 못하였습니다.. 중간에 전서를 가로챘기 때문이지요."

"전서를 가로챘다?"

"그렇습니다. 전서구 날린 그날, 부하를 시켜 전서를 회수토록 하였습니다."

홍학철은 차분한 어조로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시작하였다.

우광과 협업을 하고

전서구를 날린 그날

홍학철은 부하를 시켜 중간에 전서를 가로채버렸다.

전서가 친왕에게 닿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우광만이 역모에 가까운 상소를 올리게 된 것이다.

'.......참으로 독한 놈이구나.'

그 말을 들은 백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광과 홍학철 사이에 일어난 모든 정황을 이해할 수있었기 때문이었다.

홍학철은 우광을 파묻기 위한 함정을 판 것이다.

역모라는 끔찍한 죄로 엮어서 말이다.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도록 말이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황실을 이용하다니 말이야..'

심문을 받던 우광은 주장하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홍학철이

자신을 충동질하였다고

역모에 가까운 상소를 만들도록 유도하였다고 말이다.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우광을 제거하기 위한 홍학철의 큰 그림을 말이다.

"참으로 요악스럽구나. 황실을 이용하여 정적을 제거할 생각을 하다니."

백광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저 중간에 마음을 고쳐먹은 것 뿐이옵니다....어찌 제가 감히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황실을 이용할 수 있겠습니까? "

홍학철은 손사래치며 발뺌을 하였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황실을 이용했다는 사실 자체 또한

능멸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다급히 발뺌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듣기로는 네놈이 직접 우광을 충돌질하였다고 들었는데?"

백광은 의혹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우광의 거짓말입니다. 탄원서를 제출하자고 충돌질한 건 우광입니다. 전 그저 우광의 간교한 혓놀림에 잠시 정신이 나간 것 뿐이옵니다. 부디 믿어주십시오. 대인. "

백광의 물음에 홍학철은 곧바로 발뺌을 하였다.

물론 거짓말이였지만

그의 입놀림은 거침이 없었다.

어차피 유일한 증인인

목이 잘려 우광은 북망산에 오른 참이었다.

그저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면 되는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말이다.

'뻔뻔한 놈.'

그 속내를 알아챈 백광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그를 타박하진 않았다.

드러난 정황만 놓고본다면

그는 우광을 고발한 훌륭한 내부고발자였다.

어찌 그런 그를 심증만으로 타박할 수 있겠는가

"좋다, 네놈의 말을 믿어주겠다."

곧이어 백광은 수긍한듯 입을 떼었다.

그냥 넘어가주기로 한 것이다.

우광과 달리 홍학철은 최후의 선만큼은 넘지 않았으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인."

홍학철은 감격에 젖은 표정을 지은 채 연신 허리를 숙이기 시작하였다.

문제 삼지 않겠다는 백광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던 까닭이었다.

이제 우광과 엮여 목이 날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렇게 한창 안심을 하고 있던 때였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백광이 싸늘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조..조건말입니까?"

"그렇다. 마음을 고쳐먹긴 하였지만 역모를 생각했던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지 않는가? 그에 따른 죗값을 치뤄야하지 않겠는가?"

"...그..그렇습니다. 대인, 말씀만 하십시오, 죗값을 치를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홍학철은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목만 날아가지 않을 수만 있다면

뭐든 따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말이 통하는군, 좋은 자세야."

그 공손한 태도가 마음에 든 것일까

백광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그럼 일단 첫 번째 조건은 수도 이전에 대한 지원이다."

".....수도 이전에 대한 지원말입니까?"

"그래,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걸 네놈의 조직에서 채우도록 하라."

"....지역 조합에서..말입니까!?"

"그래, 무척이나 관대한 형벌이지? 역모를 생각한 것치곤 말이야."

백광은 살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그렇습니다."

그 미소를 마주한 홍학철은 마지못해 수긍하였다.

수긍하지 않는다면 당장에라도 목을 잘라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여론을 반전시키도록 하라."

"여론을 반전시키라뇨? 그게 무슨...?"

"수도 이전에 대한 여론이 심히 안좋다 들었다. 그걸 네놈들이 직접 나서서 쇄신시키도록 하라."

"무..무리입니다. 수도 이전은 면양 지역민들 모두의 불만입니다. 그걸 어찌 잠재우라는 말입니까!?"

"아예 잠재우라는 말이 아니다. 수도 이전이 완료될 때까지만 잠잠하게 만들라는 것이지."

"....하지만..어떻게..?"

"그거야 네놈이 알아서 할 일이 아닌가? 왜 나한테 묻는거지?"

백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개같은 새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홍학철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집어삼켰다.

백광의 불합리한 요구에 절로 욕지거리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저 까라면 까라는

주먹구구식 강요가 아니던가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은.."

"또..있습니까!?!"

홍학철은 뜨악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두 개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것만 어찌 조건을 하나 더 붙인다는 말인가

"싫은가?"

백광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아닙니다...그저 잠시 놀라서."

그 눈빛을 마주한 홍학철은 곧바로 꼬리를 말았다.

차마 반항할 생각이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래, 그래야지. 마지막 조건은 다른 조건들에 비해 무척이나 손쉬울 걸세.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게."

"...그렇군요."

그 말을 들은 홍학철의 표정이 한결 나아지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그전과 같은 극악한 조건이 아닌듯 느껴진 까닭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기부금을 내놓도록 하게."

"기부금이라뇨? 대체 무슨 기부금을?"

홍학철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군왕 전하께서 사천의 발전과 지역 균형을 위해 수도 이전이라는 대규모 사업을 하지 않았는가? 군왕 전하의 덕을 보는 사천의 백성으로 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기부금이라도 내어 전하를 응원해야하지 않겠는가?"

"그..그렇다면......기부금을..얼마나?"

"자네 이름값도 있으니..대략 백 만냥정도면 적당할 듯 싶군."

"백..백만냥이라뇨! 제게 어찌 그런 돈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조직의 규모가 면양 향우회와 엇비슷하다고 들었는데....맞는가?"

"그건 그렇지만.."

"그럼 백만냥은 충분할 걸세. 향우회에서도 그정도 액수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테니"

"마련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정도 액수가 한꺼번에 빠져나간다면...지역 조합은 파산하고 맙니다!"

"그러니 대출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거 아니겠는가? 일단 대출을 받아 기부를 하고 천천히 갚아나가도록 하게."

백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홍학철은 벙진 표정을 지은 채 침묵을 하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터져나오지 않은 까닭이었다.

기부를 위해 대출을 종용하는

도지휘사라니

이런 미친놈이

어찌 세상 천지에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무리다 싶으면 거절해도 되네. 내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

그가 말이 없자 백광이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정..정말입니까!?"

"정말이고 말고, 대신 자네의 죄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볼 심산일세, 중간에 마음을 고쳐먹긴 했지만 감히 왕을 능멸하려고 들은 사실에 대해서 말일세."

'시발놈.'

백광의 말을 들은 홍학철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협박임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만냥을 내놓지 않는다면

역모죄로 엮어버린다는

명백한 협박 말이다.

".......생각해보니..기부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리하는 게 아닌가?"

"아..아닙니다. 요즘 전장의 대출 규제가..워낙 잘되어있어서..백만냥 정도는 충분히 대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하, 자네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로구만. 군왕 전하께서도 필히 기뻐할 것일세."

"하..하하하...군왕 전하가 기뻐하신다니...절로 기쁨이 차오르는 군요..하 하하하.."

홍학철은 억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마음 같아선 피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표정 관리를 안하면

저 미친놈이 무슨 개같은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래, 그럼 당장 같이 전장에 가도록 하지."

"지금..말입니까!?"

"쇳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던가? 결심했을 때 곧바로 행동해야 후회가 남지 않는 법일세."

백광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자아, 그럼 앞장서도록 하게."

백광은 홍학철의 어깨를 가벼이 밀쳤다.

"....알겠습니다..안내하겠습니다."

그 밀침에 홍학철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리고 백광은 그런 홍학철의 뒤를 그대로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

.

.

.

그날 도지휘사 백광은 삼백만냥 가량의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우광의 개인 자산과 면양 향우회의 자산을 처분한 이백만냥과

홍학철로부터 기부를 받은 백 만냥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 삼백만 냥은 그대로 사천 성도에 있는 당가로 향하게 되었다.

사천의 왕

선우에게 바쳐지기 위해서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