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7화 〉 998. 말로해선 안되겠네.
금옥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독방
"더럽고 천박한 계집, 세상에 다시없을 추악한 계집, 더러운 아랫도리에 현혹되어 세가를 팔아먹다니......저주할 거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저주하고 말거야!....당서윤!'
그곳에 홀로 방치된 당진설은 쉴새없이 저주를 퍼붓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무시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린 당서윤에 대한 부아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당가 최고의 지낭이라고 칭송받던
재녀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을
한참 아래의 연하따위가
무공밖에 모르는 외골수따위가
더러운 아랫도리에 현혹되어 세가를 팔아먹을 변절자따위가
무시를 하다니
이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다.
어찌 하등한 이가 우월한 이를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감히...네년따위가...나를 무시해?...무공 외엔 재능조차 없는 저능한 년이?.......아랫도리를 놀려....세가를 차지하니...스스로 뭐라도 된 줄 아는 것이더냐?...천박하고 더러운...년......혈족들을 배신하며 차지한 당가가 얼마나 번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네년은..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게 될거란 말이다!"
당진설의 저주 어린 목소리가 더욱더 처절해지기 시작하였다.
당서윤에 대한 크나큰 증오가 물밀듯 치솟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당진설은 저주를 퍼붓고 또 퍼부었다.
치솟은 증오의 감정을 쉴새없이 토해내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저벅 저벅 저벅
금옥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왜? 내 입이라도 틀어막으려고? 맞는 말만 골라하니 참을 수 없더냐? 아니면 오라버니처럼 나를 죽일 심산인 것이더냐?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나를 말이야.....그래도 생각은 있네, 맞아, 완벽한 범죄를 위해서라면 증인은 없애는 편이 좋겠지......우리 서윤이가 머리가 아예 없지는 않구나."
당진설은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다분히 당서윤에 대한 비아냥이 가득한 말들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비어냥거렸을까
끼이이익
이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철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말 참 더럽게 많네, 혼잣말이 취미야?"
그리고 시원스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입매를 얄밉게 비튼 채로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당진설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정체를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장...선..우.."
그렇다.
모습을 드러낸 이는 장선우였다.
당서윤을 현혹시켜 당가를 집어삼킨 것은 물론
후계 전쟁에 뛰어들어 자신의 모든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종국에는 천무맹조차 멸맹시켜버린
자신의 불구대천의 원수 말이다.
"지낼만 한가봐? 이렇게 목청이 우렁찬 걸 보니 말이야."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악의적인 장난 가득 짓궂은 미소를 말이다.
".....개같은 자식."
으드드득
선우의 조롱기 어린 말을 들은 당진설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그의 조롱에 열화와도 같은 거대한 분노가 타오른 까닭이었다.
"귀부인께서 이렇게 입이 거칠어도 돼? 이름 앞에 놓인 당씨성이 울겠구만."
선우는 비아냥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당가를 집어삼킨 요악스러운 네놈을 앞에 두고 어찌 욕설을 내뱉지 않을 수 있겠느냐? 쓰레기 같은 놈."
당진설은 반발하듯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서윤이가 설명했을 텐데? 적법한 이유로 잠시 섭정을 했던 것 뿐이라고 말이야."
"내가 그 천박한 계집이 내뱉은 말을 믿을 것 같더냐?"
당진설은 코웃음을 쳤다.
당서윤의 말따위는
구색맞게 끼워맞춘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진실을 숨긴 거짓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수치스러운 것이다. 네놈과 천박하게 배를 맞추고 당가를 그대로 넘겨줬다는 사실이 말이야. 그러니 진실을 숨기고 구색에 맞춰 거짓으로 날조를 했던 것이겠지.....하하하하..우습구나....아랫도리만 놀릴 줄 아는 천박한 계집이 수치를 아는 걸 보니 말이야..."
당진설은 쉴새없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하였다.
대다수가 당서윤에 대한 모욕적인 말들 뿐이었다.
"그만."
선우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왜 네놈의 창녀가 욕보이는 게 싫은 것이더냐? 천박하고 음탕한 계집이지만 그래도 네놈 눈에는 선녀처럼 보이는듯 하구나."
그 반응이 즐거웠던 것일까
당진설은 더욱더 과격히 모욕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생각해보면 노란 싹수를 보지 못한 것도 아니였어, 장로들과 원로들을 홀려 영악하게 무공을 훔쳐내었을 때부터 천박함과 음탕함이 절로 드러난 것을.....내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하였구나....아쉽구나...그때 좀더 제대로 혼을 내었다면 이렇게 창녀같은 년으로 크진.....으으윽!"
당진설은 모욕적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였다.
숨쉬는 것조차 곤란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살의가 강하게 온몸을 짓눌러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만하라고 했을텐데? 내 말이 우스워?"
선우는 그녀에게 물었다.
살기등등한 기세를 피어올린 채로 말이다.
"크으윽...으으윽...으으윽."
하지만 당진설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였다.
"아니면 네가 어떤 처지인지 까먹은 거야?."
저벅 저벅
선우는 당진설이 묶여있는 형틀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말이다.
"까먹었다면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넌 죄인이고 금옥에 수감되었어."
저벅 저벅
"네 죄목은 여러가지야, 그중 대표적인 것들만 추린다면 첫 째 가주 대리인 장선우와 당서윤에 대한 살인미수, 둘째 정파인으로서 신분을 망각한 채 마공을 익힌 마인들을 대거 양성하여 사병으로서 부린 죄"
저벅 저벅
"유령상단을 만든 뒤 세가의 자본을 횡령하여 개인적인 사익을 위해 사용한 죄, 죗값을 치루지 않았음데도 불구하고 금옥을 탈옥한 죄, 엄연히 세가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독왕의 비자금을 몰래 탈취하려고 한 죄."
저벅 저벅
뚝
이내 선우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춰서게 되었다.
형틀에 묶인 당진설의 코앞에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선우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인을 욕되게 한 죄."
그의 눈빛 안에는 열화와 같은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끊임없이 당서윤을 모욕하는 당진설에 대한
거대한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누구보다 착하고 친절하고 속 깊은 여자야, 누구보다 배려심 넘치고 책임감있는 여자라고"
선우는 눈빛이 북풍한설처럼 싸늘해졌다.
"그런데 네가 당서윤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딴 개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이내 선우는 격앙된 어조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마교의 침공이 멸문에 위기에 처한 당가를 살리기 위해 자존심이고 뭐고 전부 다 내팽긴 채 당가와는 일절 관계없는 외인에게 섭정을 부탁한 그 녀석의 결심을 네가 알아?"
그녀는 자신에게 머리를 숙였다.
오직 세가를 살리기 위해
세가의 보물을 훔치기 위해 들어온
도둑놈에게 머리를 숙인 것이다.
자존심따위는 전부 내팽겨쳐버리고 말이다.
"부족한 인력난에 밤인지 낮인지 구분안될 정도로 일에만 몰두하고 집무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온갖 고생을 하고 있어. 무공의 성취만을 최우선으로 삼던 무광武狂이 말이야. 가장 좋아하는 것조차 포기한 채 세가를 위해 모든 걸 바치는 그 녀석의 희생을...네가 알아?"
당서윤은 타고난 무광武狂이었다.
무에 대한 끊임없는 수련과
수련을 통한 성취를 통해
깊은 쾌락과 기쁨을 느끼는
연습벌레이자 무광武狂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무공 수련조차
포기한 채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직 세가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발악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인력난을 메우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면서
말그대로 희생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가를 위해 본인의 삶을 여러부분을 포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착하디 착한
그 녀석을
잘 알지도 못한 주제에
어찌 그리 멋대로 지껄인다는 말인가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진심이 왜곡된 채
비난을 받는 상황이 말이다.
"날 욕하는 건 상관없어. 네 입장에선 불구대천의 원수나 다름없는 놈이니까, 욕하는 것도 어찌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야."
자신을 욕하는 건 상관없었다.
어찌보면 자신은 당진설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천무맹의 후계 전쟁을 이재원의 팔을 잘라버려 완전히 망친 것도 모자라
훗날에는 이재원을 죽이고 천무맹조차 무너뜨려버렸다.
이재원과 천무맹에 꽤나 큰 투자를 하고 있던 당진설 입장에선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러니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욕하는 상황은 말이다.
"하지만 당서윤은 안돼, 그 녀석은 너 따위가 함부로 입방아 찧을 여자가 아니야."
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더욱더 집요하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소중한 친구이자 연인인 당서윤이 욕보여지는 것은 사양이었다.
욕을 내뱉는 이가 그녀의 친언니라고 해도 말이다.
"......내가...네놈의..말을 들을 것...같더냐?"
그때 살의에 짓눌린 당진설이 독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짓눌러오는 살의를 독기로 버텨내며 말을 내뱉는듯 싶었다.
"당서윤이.....네놈에겐...소중한...선녀겠지만.......내 눈에는...남자에게...미친...창녀로밖에..보이지...않는다.....그런 내가..입 조심을..하라?...당서윤을..언급조차..말라?...그게..가능할...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당진설은 더듬거리면서도 제 할 말을 끝까지 잇기 시작하였다.
조여드는 극심한 살의에
온몸이 덜덜 떨리며
숨통이 턱 막혀 호흡이 곤란하였고
혈류가 가속화되어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저 불구대천 원수가 자신의 입방아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역시 말로해선 안되겠네."
선우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말로해선 얌전히 들을 것 같지 않았다.
살의마저 독기로 이겨내는
악독한 년을 어찌 입놀림으로 제압할 수 있겠는가
"내게 위해라도 가할 심산이더냐? 그렇다면 어디 마음대로 해보거라, 난 용서를 구하지도 빌지도 않을 터이니!"
당진설은 당당한 태도로 언성을 높였다.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 의지, 오래가길 빌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곧바로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자연기들이
선우의 전신에 그대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스며든 자연기들은 선우의 몸을 순환하더니
그대로 음양조화기로 변환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 상태에서 천천히 손을 뻗었다.
'모여들어라.'
그리고 단전에 치솟았던 음양조화기를 오른 손으로 모조리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으윽
그러자 이내 선우의 오른 손이
불그스름하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태양을 품은듯 시뻘건 빛으로 말이다.
"..........작...작열독!?"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선우의 손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인 독기의 정체를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건 작열독이었다.
당가에서 만들어낸 최악이자 최흉의 극독말이다.
그걸 어찌 장선우가 재현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역시 직계라 그런지 눈썰미가 있네, 이걸 바로 알아보는 걸 보니 말이야."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구태여 부가적인 설명은 안하지. 그냥 맞아라."
선우는 당진설의 단전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붉게 물들여져있는 오른 손을 말이다.
"잠..잠깐!!"
당진설은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노였다.
그녀는 작열독의 위력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직접 써본 적도 있겠거니와
직접 당한 전력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몇 달동안이나 말이다.
그렇기에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저 불그스름한 기운에 담겨진
끔찍한 고통을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기다리라고!"
그렇기에 그녀는 발악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이대로 작열독을 닿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까닭이었다.
"싫어, 이년아."
하지만 선우는 그런 그녀의 발악을 무시한 채 그대로 손을 뻗었다.
꾸우우욱
그리고 이내 당진설의 단전을 부드러이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당진설이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단전에 작열독기가 닿는 순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의
거대한 고통이 물밀듯 몰려온 까닭이었다.
"아아아아아! 뜨거워어어!! 뜨거워어어! 뜨겁다고오오오!!"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당서윤에게 작열독에 당하였을 때도
이정도까지 아프진 않았다.
정확히 그때보다 두 배이상은
심각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악!! 멈춰어어어어!!!!!!!..제발 멈춰줘어어어!!"
당진설은 처절한 비명성을 내지르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타협따윈 일절없다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 영겁과도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원할 뿐인 것이다.
"기존 보다 지독하게 개량한 놈이야, 아마 기존 작열독보다 두배이상은 아플거야."
선우는 비명성을 내지르는 당진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타는듯한 고통 속에서 곰곰히 생각해봐, 네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말이야."
그리고 가만히 감상하였다.
형틀에 묶인 채 발악하듯 온몸을 뒤트는 당진설의 모습을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독방 안에는 당진설의 처절한 비명성이 가득 메워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