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7화 〉 968. 악역은 익숙하니까.
재경각 정문 앞
용모단정한 두 남녀, 모용계와 이화영은 안절부절한 표정을 지은 채 몇 번이고 문 앞을 서성이기 시작하였다.
"화영아, 먼저 들어가려무나. 어찌 그렇게 서성이고만 있다는 말이더냐?"
모용계는 이화영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어찌 한낱 아녀자가 감히 남자를 앞질러 갈 수 있겠어요? 오라버니 먼저 들어가세요."
"요즘 시대가 바뀌었다, 남녀의 구별보다는 평등이 우선시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먼저 앞장서도 된다."
"격변하는 시대에 순응하기보단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을 유지하고 실천해나가는 게 명문가의 일원으로서 갖춰야할 자세가 아닐까요? 본디 남녀의 역할은 구별되어야하는 법이에요. 그러니 먼저 들어가세요."
"참으로 고집이 세구나, 화영."
"오라버니도 만만치 않은 것 같네요."
두 사람은 한참동안이나 입씨름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주저리 주저리 말을 길게 하긴 하였지만
요점은
네가 먼저 들어가라였다.
두 사람 모두 근무지로서 배정된 재경각에
들어가기 꺼려졌기 때문이었다.
본디 새로운 환경이란 것은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선
새로운 인연들이 피어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환경의 변화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그 새로운 환경이 직장이라면
그 싱숭생숭함은 부담감으로 변질되기 마련이었다.
직장이란 무엇인가
생계의 원천이라고 칭해도 무방한
돈이라는 재화를 벌기 위해
일하는 물리적인 위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던가
직장이 없다면
생계의 원천인 돈을 벌 수 없고
돈이 없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가 없다.
결국 직장은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장소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입사자들은 더욱더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었다.
직장의 중요성을 이성적으로든 본능적으로든 인지하고 있을터이니 말이다.
"오라버니가 먼저 들어가라니까요!"
"네가 먼저 들어가거라!"
모용계와 이화영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음 속에 차오르는 부담감이
재경각의 입장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두려운 것이다.
앞으로 근무하게 될 재경각이라는 새로운 장소를 정면으로 직면하게 되는 것이 말이다.
그렇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미루기 시작하였다.
결코 먼저 들어가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그 때였다.
끼이이익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재경각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뚝
순간 모용계와 이화영은 한창 언쟁을 벌이던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고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끼이이이익
이내 문이 완전히 열리고 한 명의 여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지적인 매력을 품고 있는 묘령의 아름다운 여인.
"도착했으면 들어올 것이지, 어찌 바깥에서 언쟁을 벌이고 계신 건가요?"
여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 눈살을 찌푸린 채 쏘아내듯 말을 내뱉었다.
"어?"
"응?"
그리고 그런 여인의 모습에 모용계와 이화영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경악을 하였다.
여인의 얼굴이 너무나 익숙하였기 때문이었다.
"이현경?!"
"현경 소저?!"
두 사람은 놀란듯 언성을 높였다.
여인의 정체는 이현경이었다.
이재원과 당진설 사이에서 태어난
하나 뿐인 금지옥엽말이다
"귀 안먹었어요, 작게 말하세요."
이현경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 네가 왜 여기 있는거지?"
이화영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을 내뱉었다.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재경각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여기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 손가락 치우세요, 삿대질하는 버릇은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짓거리죠?"
이현경은 기분나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믿을 수 없어.....네가 재경각에 일하고 있었을 줄이야."
"믿을 수 없어도 믿으세요, 보이는 그대로가 진실이니까, 그리고 반말을 허용치 않습니다. 저는 엄연히 여러분들의 선배예요. 현경 선배라고 부르도록 하세요."
"네까짓게 선배라고? 우습지도 않네."
이화영은 코웃음치며 말을 내뱉었다.
평소 호적수로서 여기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선배라고 부르라며 자신의 위에 서려는 꼴을 보니
배알이 꼴려 견딜 수가 없었다.
"재경각의 법도입니다. 그걸 무시하겠다는 건가요?"
"일한 지 얼마나 됐지?"
"정확히 네 달 정도 된듯 하군요."
"고작 네 달 먼저 들어온 주제에 선배 노릇을 하겠다고? "
"고작 네 달에 불과하지만 전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승격한 정식 재경각원입니다. 여러분처럼 견습 각원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를 두고 있지요."
이현경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경력이든 직급이든 무엇 하나 제가 우위에 서지 않은 게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불복하겠다는 건가요?"
"각주에게 직접 항의하겠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밑엔 절대 못들어가."
이화영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이현경을 노려보며 말을 내뱉었다.
다른 사람 밑엔 들어가도 이현경의 밑으로는 결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평생을 호적수로 여기던 이의 밑에 들어가다니
어찌 이런 치욕을 감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각주와 대면하게 된다면 후회하실 텐데요?"
이현경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듣기로는 재경각주는 능력지상주의자라고 들었어...내 능력을 증명한다면 분명 내 뜻도 관철시켜줄거야!"
이화영은 자신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는 자신있었다.
명문가의 후예로서
행정은 물론 정치, 경제, 제왕학까지
수많은 학문은 섭렵한 그녀였다.
그런 자신의 능력을 능력지상주의자인 재경각주 앞에서 증명한다면 이현경과 짓밟는 건 일도 아니리라
그렇게 생각하였다.
"후후훗."
그 모습을 본 이현경은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이 말이다.
"왜 웃지?"
그 미소를 마주한 이화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시당한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제도 모르는게 무척이나 귀여워서요."
"뭐라고!"
이화영은 눈썹을 치켜뜬 채 고함을 내질렀다.
역시 무시한 게 맞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리죠. 어차피 백 번 말해줘도 못 알아들을테니까."
이현경은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망할 년.'
그리고 이화영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여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그녀의 태도에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두고봐...재경각주 앞에서..너보다 뛰어나다는 걸 증명해보일테니까.'
이화영은 다짐하였다.
재경각주 앞에서 이현경을 제대로 망신주겠다고 말이다.
"오라버니! 따라가요!"
그리고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가..같이가!"
모용계는 그런 그녀를 쫒아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다급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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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악
"끄아아악!"
털썩
머리통을 쥐어박힌 모용계는 비명성을 내지르며 그대로 땅에 처박혀버렸다.
강대한 충격이 그의 머리를 온통 뒤흔든 까닭이었다.
"이거 아주 빡통대가리잖아?"
모용계를 쥐어박은 장본인, 요랑은 계산식이 쓰여져있는 종이 한 장을 들어올린 채 말을 내뱉었다.
계산식에는 여기저기 빨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단순한 계산까지 다틀리는 놈이 재경각에 오겠다고? 너 양심있어? 우리 할머니도 이것보단 잘하겠다!"
물론 요랑에게 할머니따윈 존재치 않았다.
"끄으윽.....흐윽...제가..오고 싶어서 온게.."
모용계는 억울하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자신은 재경각을 지원한 적 없었다.
별안간 강제적으로 배치된 것 뿐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양심없다는 소리를 들어야한다는 말인가
"뭐라고? 지금 재경각이 싫다는거야?"
요랑은 기분 나쁜듯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내뱉었다.
"그..그런 게 아닙니다!"
모용계는 대뜸 부정을 하였다.
이 무지막지한 여인을 화나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빠악
"끄아악!"
모용계는 고통 어린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넌 내가 손수 기초부터 따로 가르칠 거니까, 각오하고 있어."
요랑은 바닥에 널부러진 모용계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하지만 모용계는 그런 그녀의 말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기절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
말을 마친 요랑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이화영을 바라보았다.
움찔
"네...네에!"
그리고 그 시선을 마주한 이화영은 몸을 움찔거리며 곧바로 답을 하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사촌 오라버니 꼴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기초는 있더라."
요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잔뜩 흥분하며 모용계를 쥐어팼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감..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어투에 이화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급변한 요랑의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런데 심화는 좀 부족하더라."
"네에?"
"기초는 괜찮은데, 응용 문제랑 심화 문제에선 줄창 빨간 비가 가득이야."
요랑은 그녀가 풀어낸 계산식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죄...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화영은 울상을 지은 채 사죄를 하였다.
모용계처럼 무자비한 폭력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전신에 차오른 까닭이었다.
"죄송할 거 없어...모르면 배우면 되지 않겠어?"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안...안때리실 건가요?"
"내가 왜 너를 때리겠어? 모용계 정도의 닭대가리도 아닌데 말이야."
쓰담 쓰담
요랑은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오싹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화영은 오싹함을 느꼈다.
저 말인즉슨
모용계와 똑같은 지능 수준이였다면
똑같이 줘팼을 거란 말과 다르지 않지 않은가
"잘배우면 분명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할 수 있을거야."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열...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야지, 소기의 성취를 이뤄내지 못하면 모용계 꼴이 날테니까"
요랑은 눈짓으로 땅에 처박힌 모용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덜 덜 덜 덜
그러자 이화영의 전신이 더욱더 빠르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어마어마한 공포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열심히...해야해..저렇게..되긴...싫어어..'
그녀는 굳게 다짐을 하였다.
어떻게든 성취를 이뤄내자고 말이다.
모용계와 같은 취급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리고 네 교육은 이현경이 맡을 거야."
"....이..현경이요?"
"그래, 너보다 경력도 직급도 능력도 위니까, 깍듯이 대하도록 해."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이 같고 아는 사이라고 선을 넘었다간 쟤랑 같이 특별 교육 받을 줄 알아."
요랑은 땅에 처박힌 모용계를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
"...알..알겠습니다!"
이화영은 곧바로 대답을 하였다.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용계의 꼴을 보니
도저히 거절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됐어, 얘 데리고 나가봐, 가면 현경이가 해야할 거 알려줄거야."
"네엡!"
요랑의 명령에 이화영은 우렁차게 답을 하였다.
그리고 기절한 모용계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신속하게 말이다.
쿵
이내 문이 닫히고 이화영과 모용계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저어, 요랑님."
그들이 사라지자 곁에 있던 부각주 당감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왜?"
"....오늘따라 뭔가 모질게 구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제 착각입니까?"
당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오늘따라 평소답지 않은 난폭한 모습을 내보인 재경각주였다.
그렇기에 의아함이 들었다.
언제나 장난기와 여유가 넘치는 재경각주가
어찌 이리도 모진 모습을 보이는지 말이다.
"정확히 봤어."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찌하여 그러신 것입니까?"
당감은 모르겠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기강 잡으려고."
"기강이요?"
"애들이 반골기질이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참에 제대로 교육 시켜줬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계산을 못한다고 쥐어패는 건......."
"원래 철없는 애들은 무서운 걸 보여줘야 말을 알아처먹거든."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마 둘다 제대로 겁을 집어먹었을거야, 평생 이런 대우를 받아본 적 없는 애들이니까. 그리고 깨닫겠지, 재경각에는 재경각 나름의 규칙이 있고 그걸 따르지 않는다면 험한 꼴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흐음....확실히 반응을 보면 고분고분해지긴 할 것 같군요."
당감은 공감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부 내 덕분이니까, 감사하라구."
요랑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근데 괜찮겠습니까? 이제 모용계와 이화영은 각주님을 보기만해도 무서워할텐데?"
"괜찮아, 악역은 익숙하니까. 나로 하여금 모두가 편할 수만 있다면 그런 시선쯤은 얼마든 지 감수할 수 있어."
요랑은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랑님께서 그런 숭고한 희생 정신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당감은 감탄했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새삼 다시보게 됐어?"
"그렇습니다. 존경심이 절로 치솟는 군요."
"헤헤헤헤"
요랑은 기쁜듯이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입발린 당감의 말이 꽤나 기분 좋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쾅
그때 당감이 한 뭉치의 서류를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뭐야....이거?"
순간 요랑은 정색하며 말을 내뱉었다.
"어제랑 엊그제 연우님을 보겠다고 도망치지 않으셨습니까? 그 때 밀리게 된 서류들입니다."
".....이렇게나 많아?"
"아침부터 도망 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렇게 쌓일 수밖에요."
당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너무 많아...반만 나눠서 하자."
"존경하는 재경각주님께서 어찌 본인의 일을 남에게 미룬다는 말입니까?"
"존경 안받을래, 같이해."
"존경 안받아도 혼자해야합니다."
당감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타협의 여지따윈 전혀 없다는듯이 말이다.
".........후우....어쩔 수 없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요랑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감을 굳은 의지가 그대로 전해진 까닭이었다.
그는 결코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다.
쭈욱
요랑은 고운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슈르르르륵
그러자 그 입술 안쪽에서 수많은 새하얀 실선들이 쉴새없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젠...젠장!"
그 모습을 본 당감은 재빨리 몸을 돌렸다.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한 요량이었다.
칭 칭 칭
하지만 몸을 돌렸을 땐
이미 전신이 거미줄로 뒤덮여진 후였다.
"요랑님! 당장 이거 푸십시오!"
"미안해, 당감, 난 이걸 해나갈 자신이 없어....날 찾지 말아줘."
요랑은 슬픈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슈르르르륵
그리고 당감의 얼굴까지 완전히 뒤덮어버렸다.
"읍으으읍! 으읍! 으읍!(당장 놓으십시오! 이거 놔! 놔아!)"
얼굴까지 뒤덮여진 당감은 연신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미안, 뭐라고 하는 지 하나도 안들리네."
요랑은 그런 당감의 고함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으으으으으으읍!!!!!!"
당감은 비명을 내지르며 생각하였다.
요랑은 악역이 아니라
악당 그 자체가 분명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