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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64화 (965/1,419)

〈 964화 〉 965. 왜....벗어!?

"당가에게 모용가의 미래를 바치겠어요!"

모용란은 결연의 의지가 담긴 눈빛을 빛내며 언성을 높였다.

나름의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시무룩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의지를 마주한 선우는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기 시작하였다.

분명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모용란의 상황이 급박하다고는 하지만

고고하고 도도한 모용가의 안주인이

몸을 내던져

인정을 요구하는 천박할 짓을 할 리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마주하니

괜스레 씁쓸함이 차올랐다.

실낱같은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는 사실에

실망감이 느껴진 것이다.

'......망할, 그 요망한 가슴에 손을 왜 올려? 사람 헷깔리게!'

선우는 괜스레 모용란을 탓하기 시작하였다.

다짜고짜 가슴에 손을 왜 올려서 사람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말인가

"............"

한 편 모용란은 선우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큰 결심을 하며 내뱉은 말이었다.

미래를 맡긴다는 건

곧 당가에게 예속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가주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것이다.

'.......조건이..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모용란의 동공이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용가의 미래를 맡긴다는 조건이 영 내키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말이다.

'아니야...모용가의 미래가 조건으로 부족할 리 없어.'

모용란은 치솟는 불안감을 애써 부정하였다.

그럴 리 없다면서 말이다.

"........모용가의 미래라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겠소?"

그때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말그대로의 의미예요......훗날 모용가를 짊어질 새싹들의 미래를 당가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당가에 예속되겠다는 말이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재건에 대한 빚을 완전히 갚을 때까지만요."

"모용가의 새싹들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용란은 확신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답을 하였다.

"그 근거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뗴었다.

"그 아이들은 명문대파 모용가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받은 직계혈족들이에요.......명가의 피가 짙을수록 미래가 보장된 인재라는 사실은 가주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모용란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피가 짙을수록 그 근골과 오성이 남다르다는 건 이미 입증이 완료된 사안이었다.

피가 옅은 방계따위로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격차가 있는 것이다.

오대세가가 괜히 직계 혈족 중심으로 세력을 구축한 게 아니었다.

"동의하는 사실이오, 분명 명문대파인 모용가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직계 혈족들이라면 분명 미래가 창창할터이니........."

선우는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선우의 말에 모용란의 눈빛에 희망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당가주로부터 모용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리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구려."

선우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에?"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말이오."

"어째서죠? "

모용란은 영문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미래의 가치라는 건 생각보다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오."

"변수요?"

"그렇소, 변수 말이오. 예를 든다면 모용가의 새싹들이 기대이상의 성취를 이룩하지 못한다거나, 혹은 불의의 사고나 불치병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거나 역심을 품고 당가에 대항한다거나....뭐 이런 것들말이오."

미래의 가치를 바라보고 하는 투자는

상상이상으로 크나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미래의 가치라는 건 셀 수도 없는 많은 변수에 노출되어 시시각각 그 위상이 달라지는 불확실한 놈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미래의 가치를 반영한 투자는 무척이나 신중해야한다.

누구보다 꼼꼼해야하며

누구보다 깐깐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깐깐한 기준으로 봤을 때

모용가의 새싹들은 상당히 불안정한 이들이었다.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그 성장성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었다.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들이 기준에 적합한 성취를 이룩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였고

그들이 적합한 전력을 갖출 때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본디 인생이라는 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들의 미래를 조건으로 제시한 모용란의 제안이 말이다.

"모용가의 새싹들이라면....분명 뛰어난 무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아무도 다치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그 근거가 무엇이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그 보증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선우는 우습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한낱 아녀자긴 하지만 저 또한 경지를 이룬 모용가의 무인입니다.....모용가의 무인을 보는 시선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부족합니다."

선우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설득력은 객관적인 사실이 수반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법이지요. 관계자인 모용부인의 주관적인 기준으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그런.."

"죄송한 말이지만 모용 부인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선우는 그녀의 제안을 대번 거절을 하였다.

변수를 가정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큰 가치를 못 느낀 까닭이었다.

부르르르

모용란은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모용가의 기둥이 되어줄 새싹들의 가치가

부정당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

하지만 그런 모욕감에도 모용란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내뱉은 말 중 무엇 하나 반박할 수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미래 가치의 변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객관성의 부재

그로인한 투자 거부까지

모든 아귀가 딱 딱 들어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반박할 거리를 찾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할 말이 없는듯하군."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할 말이 없으면 나가라는 은근한 축객령이었다.

털썩

그때 갑자기 모용란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바닥이 울릴 정도로 강하게 말이다.

"이게 무슨 짓이오?"

그 모습을 본 선우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현재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같은 오대세가조차 연왕의 후예인 자신들과 비교하면 급수 낮은 이에 불과하다며 은근히 아래로 두는 곳이 바로 모용세가였다.

그런 모용세가에서도 그 자부심이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가득한 이가 바로 모용란이었다.

누구보다 도도하고 오만하며

선민 의식과 특권의식이 강한 여자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모용가를 대표하는 위치에 서있는 그녀가

당가의 가주 앞에서 말이다.

어찌 이런 상황을 쉽사리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모용세가에게 당가외에 대안은 없습니다....당가가 저희를 받아주지 않는다면...세가의 재건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부디..부디....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부들 부들 부들

모용란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세가를 대표하는 입장으로서 무릎을 꿇는다는 건

세가의 명예를 땅에 떨궈버리는 것과 다를바없는 일이었다.

더불어 모욕적이고 수치가 가득한 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어쩔 수 없었다.

모용가에게 당가외에 다른 대안따윈 존재치 않았으니 말이다.

명가의 후손로서 자존심을 내려놓아야했다.

연왕의 후예로서 자부심을 내려놓아야했다.

세가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굴욕감과 수치심을 내려놓아야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빌어야하는 것이다.

오직 모용가의 재건을 위해서 말이다.

"일어나시지요, 모용 부인."

선우는 점잖게 말을 이었다.

"일어날 수 없습니다.."

모용란은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일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

무거운 결심으로 꿇은 무릎이었다.

의지를 관철하기 전까지는

몸을 일으켜세울 수 없는 것이다.

"무릎을 꿇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건 엄연한 거래였다.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그건...알지만...제게는 방법이 없어요...저는...이렇게...자비를 구하며.비는 것외엔...그 무엇도.."

모용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알고 있었다.

억지를 부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세가의 재건에 필요한 최소한 금액은

족히 수십만냥은 될 것이다.

아무리 천하제일가라고 불리우는 당가라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인 것이다.

그런 금액을 자비만으로 얻어낼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용란은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모용가의 미래 가치가 부정당한 순간부터

그녀에게 선택지 따윈 없었으니 말이다.

"................"

선우는 무릎을 꿇고 있는 모용란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부들 부들 부들

그녀의 전신은 쉴새없이 떨리고 있었다.

치솟는 수치심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하며 무릎을 꿇게 된 것인지

분명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내려놨을 것이다.

오직 세가의 재건을 위해서 말이다.

꽤나 딱한 모습이었다.

누구보다 자존심 강한 그녀가

무릎을 꿇은 채 자비를 구하는 모습은 말이다.

"실망입니다."

이내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누구보다 이성을 유지하셔야할 모용 부인께서 이렇게 감정에 호소하다니 말입니다."

".............."

"당가는 자선사업 단체가 아닙니다. 혈족 중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이익단체지요."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당가의 원조를 받고 싶다면...상응하는 것을 제시하십시오......이렇게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말입니다."

"하지만...모용가에는 더이상 내어줄 것이..."

모용란은 울상이 된 얼굴로 선우를 올려다보았다.

내어줄 것따윈 존재치 않았다.

모용가의 미래가 아니라면

대체 어떤 걸 내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잘 생각해보시지요, 모용가에서 현재 무엇을 더 내어줄 수 있는 지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현재...내어줄 수 있는 것.....현재..모용가가..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은 몇 번이고 되뇌이기 시작하였다.

지금 당장 모용가가 내어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설..설마!?'

화아아악

그때 갑자기 모용란의 얼굴이 능금처럼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당가주가....내 몸을 원할 리 없어.'

그녀는 맹렬히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되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거래는 적어도 수십만 냥에 다다르는 거금이 걸린 일이었다.

그런 일에 개인적인 정욕을 끌어들일 리 만무한 것이다.

'...물론...내가..우아하고...품격이..넘치며...수컷의 정복욕을 자극하는...매력적인 여인이긴 하지만...아무리 그래도...당가주가..그럴 리가..'

그녀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하지만...만약...진짜면 어떻게하지?'

하지만 마음속에 한 번 심어진 의심의 씨앗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자꾸만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모용란은 슬며시 시선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뜨거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당가주의 눈빛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마치 욕망에 가득 찬 사람처럼 말이다.

'.........눈빛이...너무..뜨거워...마치..나를 원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모용란은 한층더 의혹이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그의 시선이 마치 자신을 원하는 정욕 어린 시선처럼 느껴진 까닭이었다.

"물...물어볼게 있어요."

고개를 들어올린 모용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제대로된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물어보시지요."

선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가주께서...말씀하신...현재..줄 수 있는...것이란 게...혹시....혹시...저인가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저.....변태적인.....당가주가...나를...원하는 거구나..'

그 말을 들은 모용란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혹시나 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생각에

당혹스러움과 수치심

그리고 모멸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찌 모용가의 안주인을

연왕의 자랑스러운 후예를

한낱 창녀처럼 대할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정말...쓰레기구나..당가주...참으로 쓰레기야.'

모용란은 눈물을 머금기 시작하였다.

비참한 꼴로 전락해버린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절로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취급까지 받게 되었다는 말인가

".....그 말이 정녕...사실입니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금 물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가주의 의지가 변함이없는지 말이다.

"사실이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하였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좋습니다.....당가주께서 무슨 말을 하려는지....충분히..알아들었습니다."

말을 마친 모용란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물기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다행이군요, 제가 뜻한 바가 그대로 전해졌다니 말입니다."

선우는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과연 명가의 후손답게 눈치가 빠른 여자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당가주."

그때 모용란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씀하시지요."

"이거 하나만은 알아두세요.....당신과 저는 진실된 사랑따위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네에?"

그리고 모용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게 별안간 무슨 소리란 말인가

스르르륵

그때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모용란의 비단옷이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속옷으로 가려진 풍만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몸매가 만천하에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아니.....왜 벗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자신이 의도한 바를 전부 알아들었다면서

다짜고짜 옷은 왜 벗는다는 말인가

선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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