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4화 〉 925. 곤륜에서 온 손님.
의천맹 내 연무장
"하아압!"
"하아압!"
수 많은 무사들이 구슬 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좀더 빠르게 휘두르거라! 그렇게 굼벵이처럼 굴다간 실전에서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상급 무사들이 일일히 지도편달을 하기 시작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무사들은 더욱더 열을 올리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군기가 바짝 들어가있는 모습이었다.
"천룡진을 펼쳐라!"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수십 명의 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검진을 짜기 시작하였다.
"느리잖아! 이정도 속도라면 검진을 짜기도 전에 공격을 받을 것이다! "
"우리 할머니도 그것보단 빠르겠다!"
"너희 어디 모잘라? 이것 밖에 못해?"
"포기하고 싶다면 종을 쳐라! 당장 퇴소시켜주겠다!"
"이번에도 제대로 못한다면 반으로 죽이겠다!"
"내력을 집중시켜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시로 상급 무사들의 갈굼을 받으면서 말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거센 갈굼에도 불구하고 무사들은 중 누구 하나 불평하는 이가 없었다.
그저 꿋꿋히 훈련을 임할 뿐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대비를 하는듯한 것처럼 말이다.
*********
"이야야얍!"
"하아아압!"
의천맹 전체에 무사들의 기합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무사들이 무척 의욕적이네."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예에, 맹의 무사들 모두가 열정적으로 훈련을 참가하고 있어요....아무래도 남만야수궁과 전쟁 소식이 무사들의 의욕을 고취시킨 것 같습니다."
훈련소장을 맡고 있는 팽가련이 공손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그래? 의외네.....오히려 긴장을 하거나...마뜩치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선우는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쟁 소식에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는 무사들의 행태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전쟁이 난다고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 않던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긴장감
자신이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감
죽고난 이후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불안감과 같은 것들 말이다.
"전쟁은 무사들에게 인생역전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거든요."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최고의 기회?"
"예에, 일반적으로 맹에 소속된 무사들은 별호조차 얻을 기회가 흔치 않아요, 결국 맹에 근무하며 월봉을 받고 살아가는 일개 월봉쟁이에 불과하니까요.....인생의 큰 굴곡이 생기지 않는다면 적당히 연차가 쌓여 승진을 하고 적당한 금액을 받으며 은퇴만을 바라보며 살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팽가련은 무사들의 실태에 대해 낱낱히 설명해주기 시작하였다.
"그런 그들에게 이런 대규모 전쟁은 신분 상승을 위한 최고의 기회일 수밖에 없었요.....공을 세우면 천하에 이름을 날리며 영광스러운 명예를 챙길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직위마저 뒤따르게 될테니까요.."
"무사들에게 전쟁은 인생을 뒤바꿀 커다란 굴곡이란 소리네."
선우는 알았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확해요."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정확한 비유인 까닭이었다.
"전쟁에는 영웅이 나타날 수밖에 없으니까요.....다들 자신이 그 영웅이 되지 않을까....희망을 품으며 노력하는 거예요.....그 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말이에요."
"무섭지 않나?"
"맹원들에게는 이름을 드높이지 못하고 잊혀진다는 사실이 더욱더 무서울 거예요......저들은 무인이니까요."
"이해가 안되네."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무인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죽는다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뜻이었다.
미친듯이 노력하고 천하에 이름을 떨친다고 해도
죽는다면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져버린다.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목숨보다 명예를 더욱더 소중히 여긴다는 말인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선우님이라면 이해를 못하실 수도 있어요.....신기하실 정도로 공명심이 없는 분이니....."
팽가련은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선우는 무인이라고 하기엔 신기하리만큼 공명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공명심에 목숨을 거는 무인들의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 무인들은 대다수 이름을 드높이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삼는답니다.....무인이라면 스스로 이룩한 무武를 세상에 증명하고 싶을테니까요."
"너도 무武를 증명하고 싶어?"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아니요, 저는 무인이 아니라 암퇘지라서.....무武를 증명하고 싶은 욕구보단 선우님에게 엉덩이를 맞고싶다는 욕구가 더욱 강하답니다."
팽가련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선우에게 조련된 이후
그녀의 본질은 무인에서 암퇘지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제는 무를 증명하고 싶다는 욕구보단
엉덩이를 맞으며 고기몽둥이를 혼나고 싶은 욕구가 더욱더 강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지금..엉덩이를 때려주실 수 있나요?....."
팽가련은 정욕 어린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가 갑자기 저렇게 빠진다는 말인가
"요즘 맞지 않아서......요즘은 선우님이..혼내주시지 않아서..괜스레..허전하고....우울하네요....살갗이..터질 때까지..때려주시면...정말...좋을 것 같아요오오..."
팽가련은 몸을 배배꼬며 말을 이었다.
"참나."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팽가련이 공명심때문 목숨을 잃을 일은 없을듯 싶었다.
무인으로서의 자부심보다
암퇘지로서의 쾌락에 빠진 그녀라면
누구보다 생에 대한 의지가 강하리라
"그렇게 맞고 싶어?"
선우는 은근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에....너무..너무..맞고 싶어요...이왕이면..채찍으로..때려주시면..좋을 것 같아요.."
팽가련은 애원하듯 선우를 조르기 시작하였다.
"어쩔 수 없네...."
선우는 못이긴 척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녀의 바램을 들어주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요즘 주소양을 임신시키겠다고
다른 여인들에게 살짝 소홀히 대한듯 하였다.
욕구가 어느정도 차있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그럼...저는..책상..잡고...엎드릴게요...저기..벽에..걸려있는...채찍으로....마구 때려주세요...엉덩이가..터질 때까지요..."
선우의 허락에 팽가련은 잔뜩 흥분한 표정을 지은 채 한쪽 벽면에 걸려있는 채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한쪽 구석에 있는 책상에 양손을 짚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뒤편으로 쭉 빼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큼지막한 엉덩이가 눈에 띌 정도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유부녀다운 풍만함이 절로 느껴지는 거대한 엉덩이었다.
"자아아...어서...엉덩이를..때려주세요오오.."
엉덩이를 내민 팽가련은 살랑살랑 흔들기 시작하였다.
어서 채찍찔을 해달라며
어서 때려달라면서 말이다.
꿀꺽
그 모습에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관능적인 움직임에 마른 침에 절로 삼켜지는 것이다.
덥석
선우는 벽면에 걸려있는 채찍을 붙잡았다.
그다음 팽가련이 엎드려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많이 아플거야."
이내 그녀의 큼지막한 엉덩이 앞에 도달한 선우는 경고하듯 말을 내뱉었다.
"하아아...최대한..참아볼게요오.."
팽가련은 몸을 잘게 떨며 답을 하였다.
그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니 절로 흥분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휘이익
선우는 채찍을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그녀의 원대로 행복한 고통을 줄 요량이었다.
그리고 팽가련은 기대 어린 마음을 품은 채 얌전히 기다렸다.
약속된 고통의 쾌락이 찾아오기를 말이다.
그렇게 채찍질을 하며 한창 열기를 불태우려는 그때였다.
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탁
어디선가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뚝
순간 선우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익숙한 기운이 기감에 잡혀들었기 때문이었다.
덜컥
이내 문이 거칠게 열어젖혀졌다.
"선우님...어머님! 큰일이에요!"
그리고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귀여운 인상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팽가련의 딸, 이기연이었다.
"지금 밖에......!?"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순간을 말을 멈추었다.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어머니와
채찍을 들고 서있는 선우의 모습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당혹스러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제가...방해한 건가요?"
이내 이기연은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을 자신이 방해한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딸.....다음부턴..문 먼저 두드리지 않으련?"
그 모습을 본 팽가련은 꾸짖듯 말을 내뱉었다.
무레한 딸의 행동거지를 꾸짖는 것이었다.
"죄송해요오오....제가 너무 급해서.."
이기연은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급한 나머지 기본적인 예의를 상실하였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기연이 저리도 다급히 달려왔는지
궁금증이 든 까닭이었다.
"지금 큰일 났어요!"
선우의 물음에 이기연은 생각났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까 큰일이 뭔데?
"밖에 곤륜파의 장문인이 오셨어요!"
"곤륜의 장문인이?"
선우는 의아한듯 물음을 던졌다.
이미 며칠 전 구파의 전령인 왕개가 왔다간 상황이었다.
그런데 구파에서 또다시 사람이 오다니?
"왜 왔대? 따로 전할 말이라도 있대?"
"예에!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선우님을 꼭 만나야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나를?.....맹주인 소양이 아니라?"
"네에! 무조건 선우님을 만나야한다고 하셨어요!"
이기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흐으으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침음성을 흘렸다.
자신을 지목하여 만남을 종용한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르면...직접 묻는 수밖에..'
선우는 일단 만나보기로 결정하였다.
뭐가 되었든 직접 묻는 것보다 정확한 답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가련, 아무래도 엉덩이는 갔다와서 때려줘야할 것 같아.......기다릴 수 있지?"
선우는 엉덩이를 쭉 내밀고 있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에에.."
팽가련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즐거운 체벌시간을 갖을 줄 알고 잔뜩 기대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런 기대가 무참히 부숴져버렸다.
갑작스러운 곤륜파 장문인의 방문으로 인해서 말이다.
어찌 기운이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갔다와서..진하게 때려줄게..그러니까..잠시만 기다려줘."
"얼마나 진하게요?"
"네가 원하는대로 다해줄게."
"......정말요?"
"정말이고 말고."
"그럼..밧줄로 온몸을 귀갑 모양으로 묶어주실 건가요?"
".....묶어줄게."
"그다음 엉덩이 뿐 아니라 온몸에 채찍질 해주실 건가요?"
"......해줄게."
"그리고 빌어먹을 암퇘지년이라고 욕도 해주실 건가요?"
".......욕해줄게."
"그럼 좋아요!"
팽가련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선우가 내건 조건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이건 내 잘못이겠지?'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반성을 하였다.
그녀가 하드한 마조로 각성한데는 자신의 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어쩌겠어...내 잘못이니까..내가 감당해야지.'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어찌보면 자신이 뿌린 씨앗이었다.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져야하는 것이다.
"기연, 곤륜파 도사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
선우는 몸을 돌린 후 이기연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지금 외빈실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래? 고마워."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곤륜파 장문인이 있는 외빈실을 향해서 말이다.
"침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선우님~"
팽가련은 그런 선우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꼭 들으라는듯이 말이다.
선우는 손을 들어 살짝 흔들었다.
마치 알아들었다는듯이 말이다.
끼이이익
쾅
이내 선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방 안에는 홍조를 가득 띄고 있는 팽가련과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짓고있는 이기연만이 남게되었다.
**********
외빈실
청수한 인상의 도인이 눈을 감은 채 명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스르륵
그 소리에 도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들어오시지요"
그리고 정면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끼이이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원스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반갑습니다. 장선우라고 합니다."
시원스러운 인상의 남자, 선우는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었다.
"반갑습니다. 곤륜의 장문인인 무양이라고 합니다."
청수한 인상의 도인, 무양은 살가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무슨 용건인지 알 수 있을까요?"
선우는 곧바로 본론을 물어보았다.
팽가련과 예정된 계획이 있는 몸이었다.
빠르게 용건을 끝내는 편이 좋으리라
"허허허, 도우께서는 무척이나 급하시군요. 곧바로 본론부터 꺼내다니 말입니다......뭔가 다른 일정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 말을 들은 무양은 재밌다는듯 웃음을 흘렸다.
보편적인 허례허식없이 용건부터 묻는 그의 태도가 꽤나 신선한 까닭이었다.
"예에, 제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말입니다."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무 예의가 없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곧바로 본론부터 말해드리겠습니다."
무양은 이해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검신劍神의 스승께서 전언을 보내오셨습니다."
"제 스승이요?"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무림에 알려진 자신의 스승은 독왕毒王 당진철이었다.
그의 수제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전언을 들고 왔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 음양마 어르신 말입니다."
무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순간 선우의 얼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혹스러움이 차오른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