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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15화 (916/1,419)

〈 915화 〉 916. 아무것도 안할 건데?

"괴물들의 여왕말이야."

요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여왕...이요?"

운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던졌다.

"응, 이곳에 있는 모든 독물들 위에 군림하게 되었거든, 인간 세계에서는 군림하는 존재를 왕王이라고 부르잖아?"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이곳은..어떤 곳이죠?.....어째서 저런 기괴한 괴물들 서식하고 있는거죠?.....그리고 어떻게..저들 위에 군림하게 되신 거죠?"

운설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쉼없이 묻기 시작하였다.

이곳이 대체 어떤 곳인지

어째서 저런 신화 속에서 볼법한 괴물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인지

어떻게 저들 위를 군림할 수 있게 되었은지

전부 말이다.

"여기는 고독관蠱毒館이야."

"고독관蠱毒館?"

"응! 아주 오래 전에 당패강이라는 아저씨가 만든 곳이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물들을 한데 모아놓은 정원같은 곳이지."

요랑은 앙증맞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독물들을 한데 모은 것죠?"

운설은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고독을 만들려고 했거든."

"고독을 만들려고 했다구요.?"

"응, 운설은 고독蠱毒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알아?"

"네에, 모르진 않죠, 워낙 유명한 방법이니까요. 커다란 항아리에 지네, 뱀, 두꺼비, 거미, 말벌과 같은 독물들을 넣고 서로 잡아먹게 만든 뒤 가장 지독한 독을 추출해내는 방법이 아닌가요?"

운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고독은 당가뿐 아니라 암살 집단이나 사파에서도 애용되는 무척이나 대중적인 극독이었다.

그런 대중적인 극독의 제조법을 백 여년의 세월을 살아온 그녀가 모를 리 만무하였다.

"잘아네."

요랑은 입가에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당태강, 그 아저씨는 인간 고독蠱毒을 만들려고 했어."

"인간 고독蠱毒이요!?"

운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음을 들었다.

인간 고독이라니

전혀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응, 커다란 항아리에 독기 가득한 독물들이 몰아넣고 서로를 잡아먹게 만들고 단 하나의 고독을 만들내는 것처럼.....고독관이라고 불리우는 커다란 항아리를 만들어 자기 자식들을 전부 처넣어버린 거지..........단 한 명의 가장 지독한 자식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말이야."

요랑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미쳤군요, 어찌.....인두겁을 쓰고...그런 일을..."

운설은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하였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만행에 분노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어찌 사람을

그것도 자기 자식을 그런 추악한 짓거리에 동참시킨단 말인가

"맛탱이가 간 아저씨긴 했어."

요랑은 공감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태강의 광기는 요물인 그녀의 기준에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이였기 때문이었다.

짐승 새끼도 제 자식을 아끼기 마련이건만

어찌 짐승보다 못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이해가 갈 리 만무하였다.

"어쨌든 이 고독관은 자식들의 독기를 한층 더 진하게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커다란 항아리야, 온갖 독물들과 독초가 가득 차 있는 곳이지."

요랑은 양팔을 넓게 펼친 채 설명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럼 여기 있는 괴물들..모두가...당태강이 모아놓은 독물들이라는 건가요?"

"전부는 아니야, 몇 몇은 고독관에서 자체적으로 진화를 이뤄낸 놈들이니까."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체적인 진화를 이뤄냈다구요?"

"독기로 가득 차 있는 대지, 독기로 똘똘 뭉쳐져있는 수많은 독물들 그런 곳에서 수백 년을 살아왔다면 진화할만도 하지 않겠어?"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허어.."

운설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광경을 한 사람의 광인이 만들어내었다고 생각하니 절로 헛웃음이 터져나온 까닭이었다.

"그럼 어쩌다 요랑님이...이 독물들의 여왕이 되신 거죠?"

이내 신색을 회복한 운설은 궁금하다는듯한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째서 이들이 따르게 되었는 지 궁금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독물들 간의 서열은 독기毒氣에 따라 달라지거든, 가장 지독한 독을 가진 이야말로 정점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할 수 있지."

요랑은 차분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그 정점에 선 거야. 고독관 그 어떤 독물보다 가장 지독한 독기를 품고 있으니까."

요랑은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자신감이 넘치다못해 오만하기까지 보이는 진한 미소였다.

"이제 설명이 됐어?"

요랑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운설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니요......부족해요."

운설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아직은 부족한 설명이 몇 개있었기 때문이었다.

"궁금한 게 남았어?"

요랑은 의아한듯 물음을 던졌다.

설명해줄만한 건 다해준 것 같았다.

그런데 뭐가 더 궁금하다는 말인가

"어째서.....요랑님께서...이곳의 존재를 알고 계시고 있는지요.....이런 추악한 곳이라면 분명 당가 내에서도 입단속을 철저히하고 있는 금지일진대 말이에요."

"그건 간단해."

그녀의 물음에 요랑은 즉답을 하였다.

"내가 고독관 출신의 인면지주거든."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살짝 벌려진 입속에 새하얀 어금니가 시리도록 반짝거렸다.

"..........요랑님의...본질은...인면지주였군요."

"알고 있는 거 아니였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지만...인면지주일 줄은 몰랐어요."

"이번 기회에 알면 됐지."

요랑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때? 이제 만족해?"

"......네에......충분할 것 같아요."

운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모든 의문이 풀린 참이었다.

대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째서 이 기괴한 괴물들이 이곳이 모여있는 지

어째서 요랑이 괴물들의 여왕이 되었는지

전부 말이다.

"다행이네, 난 또 새로 설명해줘야하는 줄 알고 식겁했네."

요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요랑님."

"왜?"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나요?"

"응, 물어봐."

"어쩌실 생각이신 건가요?"

운설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뭐가?"

요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정도 숫자의 독물들이라면.......마음만 먹으면 세상도 뒤집을 수 있을 거예요...........몇 개의 성은 가뿐히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전력이니까요......이런 거대 전력을...어떻게...사용하실 생각이시죠?"

운설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정도 거대 전력이라면 몇 개의 성을 합친 병력과도 맞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궁금하였다.

이 거대 전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말이다.

"아무것도 안할 건데?"

요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대꾸하였다.

"네에?"

"얘네 가지고 뭘 해야해?"

"........무슨 의도가 있어서.......독물들을 휘하에 넣으신 게 아닌가요?"

"아닌데?"

"......그럼 어째서...고독관의 독물들과 서열 정리를 하고...휘하에 넣으신거죠?"

"심심해서."

요랑은 대수롭지 않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심심해서요!?"

운설은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런 거대한 대군을 손에 넣은 이유가 심심해서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맨날 농땡이 치고 놀다보니까.....할 일이 생각보다 없더라구, 낮잠자는 건 질리고 연우를 보는 건 순번이 정해져있어서...내 차례가 안되면 보지도 못하고.......그렇다고 저잣거리에 나가면 재경각원들이 기를 쓰고 쫓아와서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말이야...."

요랑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치 비련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독관이 생각나더라구, 거기라면 재경각원들이 쫓아올 일도 없고 마구 때려도 뭐라 할 사람없는 훌륭한 희생양들이 넘칠 테니까 말이야....그래서 그 후에 맨날 고독관에 가서 독물들을 쥐패면서 놀았어.....그렇게 놀다보니까 나중에는 나만 보면 엎드려서 절하더라고."

요랑은 고독관에 발을 들이게 된 비화를 가감없이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허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운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헛웃음을 내뱉었다.

심심해서 대군을 손에 넣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였구나.'

운설은 반성하였다.

요랑의 행동을 인간의 관점으로 해석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한다.

모든 행동에는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이런 거대 전력을 손에 넣었다면

분명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거대 전력을 손에 넣어야만하는 의도를 말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요랑에게는 그러한 의도가 없었다.

그저 단순히 유희를 위해 이런 괴물들을 휘하에 들인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완벽한 착각을 해버린 것이다.

"그..그렇군요."

운설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왜? 뭘 해야하는 거야?"

요랑은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아니에요......구태여..뭘 하실 필요는 없어요....그저 지금처럼 하고 싶은대로 하시면 된답니다."

운설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구태여 뭘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이대로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였으니 말이다.

"다행이다, 난 또 뭘 해야하는 줄 알았네."

요랑은 안도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귀찮게 무언가 해야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랑님, 이 괴물들의 여왕이 되었다는 걸...다른 사람들도 아나요?"

"아니, 몰라."

요랑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로 도망쳐서 논다는 건 완전 특급 비밀이거든."

요랑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앙증맞은 입술 댄 채 말을 이었다.

"그럼 제가 최초로 알게 된거네요."

"맞아, 영광으로 알아도 좋아."

요랑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 특급 비밀을 공유해주시다니......정말 영광이에요."

운설 또한 그런 요랑은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향해 호감과 신뢰를 표하는 요랑의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헤헤헤헤."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헤픈 웃음을 흘렸다.

과장된 말투였지만 그리 싫은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운설 절대 절대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면 안돼, 알았지?"

"네에, 절대 안말하게요....저희 둘만의 약속이랍니다."

운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좋아."

운설의 대답을 들은 요랑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새끼 손가락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자아, 여기 새끼손가락으로 걸어"

"새끼손가락으로요?"

"응, 서로 새끼 손가락을 걸면 꼭 약속을 지켜야하는 거 랬어."

요랑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렇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운설은 천천히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꼬오옥

그다음 요랑의 새끼 손가락에 꼬옥 걸어버렸다.

"이제 됐네요?"

운설은 요랑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응, 됐어! 이제 어기면 백 대 맞기야!"

요랑은 앙증맞은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꼭 지켜야겠네요.....그 무시무시한 주먹에 맞지 않으려면요."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앙증맞은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고독관 산책할래?"

요랑은 의욕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오랜만에 온 고향을 운설에게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산책하기엔 너무 넓지 않을까요?"

운설은 주위를 살며시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수 천은 될법한 독물들이 수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분명 그 크기 어마어마할 것이다.

"괜찮아! 용용이를 타면 금방 돌아볼 수 있거든."

"용용이요?"

운설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음을 던졌다.

"쟤."

그러자 요랑이 곧바로 손가락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켰다.

운설은 그 손가락이 뻗어져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처음 마주했던 거대한 도마뱀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저 친구가 용용이 인가요?"

"응응, 도마뱀이긴 하지만 용처럼 거대하니까..용용이!"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속도가 되게 빠른 가 봐요?"

"아마 한 번 타보면 말 따위는 쳐다도 보지 못할 거야, 속도의 한계를 보여주거든."

요랑은 자부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그것 참 기대 되네요."

그 말에 운설은 부드러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따라와, 운설."

요랑은 곧바로 운설의 손을 잡아끌었다.

"야, 대가리 숙여."

그리고 용용이라고 불리운 도마뱀에게 명령을 하였다.

쑤우우욱

그러자 용용이라고 불리운 도마뱀이 머리를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마치 어서 타라는듯이 말이다.

요랑과 운설은 그런 용용이의 머리 위쪽에 그대로 올라타버렸다.

"그럼 가자, 용용아, 관광하기 좋게, 적당히 달려, 알았지?"

머리 위에 올라탄 요랑은 용용이을 내려다보며 말을 내뱉었다.

쿼어어어어어~

그러자 용용이는 사방이 진동할 정도로 우렁차게 대답을 하였다.

쿵 쿵 쿵 쿵 쿵 쿵

그리고 곧바로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고독관 내부를 향해서 말이다.

"진짜 말보다 빠르네요?"

그리고 운설은 감탄하였다.

거대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말보다 훨씬 더 빠른 용용이의 속도에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그녀의 말에 요랑은 재밌다는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용용이를 타는 느낌이 꽤나 기분 좋은 까닭이었다.

쿵 쿵 쿵 쿵 쿵

그렇게 두 여인은 그렇게 자가용 도마뱀, 용용이를 타고 고독관 내부를 활보하였다.

만면에 진한 미소를 띄운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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