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4화 〉 915. 괴물들의 여왕.
"흥~ 흥~ 흥~"
이현경은 책상에 앉은 채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즐거움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봐요?"
그 모습은 재경각원 당혜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즐거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궁금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어머....티가 많이 났나요?"
그녀의 물음에 이현경은 기다렸다는듯이 곧바로 대답하였다.
"그렇게 화사하게 웃고 있는데 어떻게 모르겠어요?"
"헤헤헤헤...그런가요?"
이현경은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속내가 그대로 티나버린듯 하였다.
"무슨 일인데요?....남자라도 생기신 건가요?..역시 그런거죠?"
"남자라뇨...매일..일만하는데..남자가 어디있어요.."
이현경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매일 야근과 특근에 시달리고 있는 그녀였다.
남자를 만날 턱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럼 뭔데요?..네에? 말해주세요오.."
당혜는 그녀를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더욱더 궁금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후후...사실은...제가 엊그제 각주님께서 이분기 최종 결산 보고서 정리를 부탁받았거든요."
"어머, 정말요!?......축하드려요...드디어 각주님께 인정받으신 거군요! 그런 중요한 업무를 배정받으시다니!"
당혜는 감탄했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최종 결산 보고서 정리는 일반적으로 연차가 높은 각원들 중에서도 가장 신뢰받는 이들이 배정받는 업무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견습사원에 불과한 이현경에 맡을 수 없는 업무라는 소리였다.
그런 업무를 배정받았다는 건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불과 3개월만에 각주의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헤헤헤헤....."
이현경은 헤픈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연속된 칭찬에 기분 절로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근데 최종 결산 보고면 업무량이 상당하지 않나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당혜는 걱정스런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최종 결산 보고는 혼자 처리하기엔 업무량이 너무나 방대하였다.
아무리 이현경이 회계업무의 떠오르는 샛별이라고는 해도 혼자 소화하기엔 너무나 광범위한 양인 것이다.
필히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요...괜찮아요.."
이현경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네에? 하지만 양이..너무.."
"사실 전부 끝내뒀거든요."
"네에에에!?"
당혜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전부 끝내뒀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틀 정도 밤새니까.....어찌어찌..가능하더라구요."
"그...검산은?"
"한 세 번 정도 해뒀어요......오차가 없는 것 같더라구요."
".............."
당혜는 입을 떡하고 벌렸다.
너무나 경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 방대하기 그지없는 업무를 이틀만에 끝냈단다.
그것도 세 번이나 검산한 채 말이다.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어째서..요랑님이..그녀를 신임하는 줄 알겠구나.'
당혜는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재경각주가 그녀를 이토록 신임하는 지 말이다.
이렇게 일을 미친듯이 잘하는데 어찌 신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현경 소저...대단해요."
"대단하긴요..뭘.."
이현경은 쑥쓰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아니요..대단한 게 맞아요........부각주님도 결산보고서를 작성하실 때는 일주일은 밤을 새시는데...고작 이틀만에 모두 끝내버리다니.."
당혜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겸손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겸손하기엔 그 업적이 너무 대단하였으니 말이다.
'어쩌면..요랑님과 맞먹을 정도의 천재일지도..'
당혜는 생각하였다.
만약 그녀가 더욱더 경험이 쌓이고 업무에 특화가 된다면
재경각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불리우는 요랑과 맞먹을 지 모를 것이라고 말이다.
그만큼 재능의 거대함이 절로 느껴졌다.
"....헤에에.."
이현경은 치켜세워주는 말이 기분 좋은 미소를 흘렸다.
인정을 받고 칭찬받으니 기분이 절로 산뜻해진 까닭이었다.
이틀 밤을 샌 보람이 느껴졌다.
"이정도 성과면....견습 사원 딱지를 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요?"
"에이....아직 삼개월밖에 안됐는걸요..."
"실력이 삼개월차가 아니잖아요?"
"그럴까요?"
"네에, 한 번 넌지시 물어보세요..요랑님은...철저히 능력제를 신봉하시니 고속 승진도 충분히 노려봄직해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이현경은 부드러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다음 가벼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결산 보고서를 품에 꼬옥 안은 채로 말이다.
그다음 사무실 안 쪽에 위치하고 있는 요랑의 개인 집무실 앞에 걸음을 멈춰세웠다.
똑 똑 똑
이현경은 곧바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안쪽에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똑 똑 똑
"요랑님.....저 현경이에요...결산 보고서를 가지고 왔어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이현경은 다시금 문을 두드리며 차분한 어조로 용건을 말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설..설마!?'
순간 이현경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덥석
끼이이익
그리고 실례를 무릅쓰고 곧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온몸이 거미줄로 칭칭 동여매어진 한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부각주님!"
그 모습을 본 이현경은 다급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온몸을 거미줄로 묶여진 남자의 정체가 부각주 당감임을 눈치챈 까닭이었다.
스릉
이현경은 재빨리 품에서 비수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내력을 집중시켜 검기를 피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검기로 맺어진 비수를 그대로 휘둘렀다.
당감을 동여매고 있는 새하얀 거미줄을 향해서 말이다.
후드드득
그러자 거미줄이 억세게 저항하며 서서히 끊어지기 시작하였다.
"푸하!....하아...하아.."
이내 거미줄에 해방된 당감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거미줄이 숨구멍을 좁게 만든터라 호흡이 부족했던 까닭이었다.
"괜찮으세요?"
이현경은 그런 당감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아...하아..나는 괜찮다...그보다..비상.......비상 상황이다."
당감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요랑님이 도망치셨다!"
"네에!?"
"당장 재경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거라! 각주께서 갈만한 장소를 이잡듯이 샅샅이 뒤지라고 전하거라! 꼭 잡아야한다!"
당감은 비장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아..알겠습니다!"
그 표정을 마주한 이현경은 다급히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요랑의 탈출을 각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당감 또한 재빨리 몸을 일으킨 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또다시 탈출을 감행해버린 말썽꾸러기 상사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꼭 잡는다!'
당감은 결연 어린 눈빛을 반짝거렸다.
*******
"빨리와! 빨리! 빨리!"
요랑은 뒤편을 바라보며 앙증맞은 손을 파닥거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재촉을 하듯이 말이다.
"네에....금방 갈게요~"
하지만 대답과 달리 운설은 여유로운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거짓말! 그게 뭐가 빨라!"
요랑은 뺴액거리며 언성을 높였다.
"제 나름의 최선이랍니다."
운설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올거야?"
요랑은 그런 운설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비협조적인 그녀의 태도에 불만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어쩔 수 없어요....저는 의욕이 안나면....힘이 전혀 안나거든요."
운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내가 완전 재밌는 거 보여주겠다고 했잖아!"
"뭔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어!"
"저는 미리 듣기를 선호하는 성격이라서요."
운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운설이가 늙어서 그래! 원래 늙으면 성격이 급해지잖아."
"요랑님, 정말 싸우실래요?"
운설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뜨금없이 늙었다는 이야기는 왜 나온단 말인가
"어쨌든 날 믿고 한 번만 따라와봐! 완전 신기한 거 보여줄게!"
요랑은 그녀를 바라보며 호언장담을 하였다.
".......후우.."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운설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여전히 의욕없이 구는 건 예의가 아닌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재미없으면 각오하세요."
"무슨 각오?"
"재경각 앞에서 경비를 설 거예요. 요랑님이 탈출 못하게."
운설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당가에 머물며 돌아가는 사정을 대충 파악한 그녀였다.
그렇기에 요랑이 가장 두려워할 만한 일 또한 잘알 수 있었다.
"우웅.................노력은 해볼게."
요랑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설마하니 저런 조건을 달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저벅 저벅
말을 마친 요랑은 몸을 돌린 후 재빨리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운설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여유롭게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거대한 성벽에 도달하게 되었다.
무언가 가로막고 있는듯한 두텁고 높다란 성벽에 말이다.
"이곳인가요?"
운설은 의아한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당가와 멀지 않은 곳에 성벽이 존재한다는 게 의아하긴 하였지만 신기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만 따라와봐."
요랑은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성벽을 따라 쭈욱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운설은 의문을 품으며 그런 요랑의 뒷 모습을 그대로 따라들어갔다.
이상하긴 하였지만
저 말썽꾸러기 요물이
자신에게 피해를 줄 리 없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뚝
이내 요랑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성벽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을 이리저리 매만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이다.
운설은 그런 요랑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 장난기 많은 요물이 진중한 표정을 짓는 게 퍽이나 신기하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쿠우우웅
그때 무언가 웅장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응?'
운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좌우로 벌어지고 있는 성벽의 모습을 말이다.
"기관?!"
그녀는 놀란듯 눈을 살짝 치켜떴다.
설마하니 성벽이 갈라지는 기관이 설치되어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신기하지?"
그녀의 놀란 모습을 본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운설의 놀란 모습이 꽤나 재밌게 느껴진듯한 모습이었다.
"......대단하네요...성벽이..갈라져버리는 기관이라니.."
운설은 순순히 감탄을 하였다.
이정도로 대규모 기관이라면 분명 어마어마한 기술력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벽돌 몇 개 만진다고 성벽이 열리다니
보통의 기술로는 무리인 것이다.
"흐흐흐흐....아직 놀라긴 일러......더 신기한 게 남았거든."
요랑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좌우로 갈라져버린 성벽 사이로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더 신기한 게 남았다구요?"
요랑의 말을 들은 운설은 흥미로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규모 기관보다 신기한 게 있다는 말에 구미가 당겨진 까닭이었다.
"응, 아직 남아있어....그러니까..어서와봐."
요랑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손짓을 하였다.
그 말에 운설은 지체없이 걸음을 옮겼다.
흥미가 당겨지니 발걸음에 거침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요랑은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녀에게 더욱더 재밌는 광경을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흐음...독기가...상당한 곳이구나.'
걸음을 옮기던 운설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성벽 안쪽으로 들어오자 불쾌감이 들 정도로 강대한 독기가 온사방에 진동하였기 때문이었다.
울창한 나무들은 물론
이름 모를 수많은 잡초들
심지어 발을 내딛고 있는 땅까지
독기가 한 가득이었다.
만약 무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이곳에 발을 내딛었다면 수 분내에 독기에 중독되어 사망하였으리라
'이런 곳에 뭐가 있다는 거지?'
운설은 의아함이 들었다.
이렇게 독기로 가득 찬 대지에 뭘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랑님, 멀었나요?"
그녀는 앞서가는 요랑을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다왔어! 다왔어!"
요랑은 활기차게 웃음을 띠며 말을 이었다.
꽤나 기분 좋아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요랑의 태도에 운설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침묵을 한 채 조용히 뒤를 따랐다
목적지에 당도할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두 사람은 커다란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
독기로 가득한 수풀도
독기로 가득한 나무도
없는 커다란 공터에 말이다.
저벅 저벅
요랑은 그 커다란 공터 중앙에 얌전히 섰다.
"운설, 절대 놀라면 안돼, 알았지?
그리고 운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걱정마세요, 제가 그렇게 많이 놀라는 사람은 아니랍니다."
운설은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백 여년을 살아오면서 온갖 험한 꼴을 지켜보았던 그녀였다.
웬만한 일에는 미동조차 하지 않으리라
"칼도 휘두르면 안돼, 알았지?"
"칼이요?"
"응, 약속해줄 수 있지?"
"알겠어요. 약속드릴게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칼을 휘두르지 않겠다고."
운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무슨 의도인지는 알 수없지만
약속 해주는 것자체는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녀의 대답에 요랑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다음 요력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내단 안쪽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거대한 요력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독기로 가득 차 있는 대지와 공기가 쉴새없이 진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뭐지?'
운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뜬금없이 요력을 뭣하러 방출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한창 의문을 품고 있을 때였다.
쿵 쿵 쿵 쿵 쿵 쿵
그녀의 귓가에 거대한 울림이 전해져오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대지가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지진이 일어나듯이 말이다.
'무언가 오고 있다.'
그녀는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다가 오고 있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진동이 전해져오는 방향을 향해서 말이다.
'아..아니!?'
그리고 이내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대지를 쉴새없이 뒤흔들었던 장본인의 모습을 말이다.
삼십 척에 다다르는 거대한 높이
살기가 머금어져있는 노란 빛깔의 눈동자
온몸을 둘러싸고 있는 촘촘한 검은 비늘
용을 연상케하는 거대한 아가리
숨을 쉴때마다 내뿜어져나오는 거대한 독기.
삼십 척에 다다르는 거대한 몸체를 지탱하는 네 개의 두터운 다리.
도마뱀이었다.
그것도 높이만 삼십 척에 다다르는 거대한 도마뱀 말이다.
'이게 대체..'
운설은 넋이 나갔다.
백 여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그녀였지만
단언컨대 이렇게 거대한 도마뱀은 생전 처음 보았다.
어찌 이런 괴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그녀가 넋을 놓은 채 거대 도마뱀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사방에서 거대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다시금 공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 진원지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경악을 하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전각보다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쌍두사.
사람 몸통만한 다리를 수천 개 갖고 있는 거대한 지네.
온몸에 범상치 않은 독기를 품고 있는 수 백의 원숭이 무리.
십 척에 다다르는 덩치를 가지고 있는 거대한 벌 등
태어나 본적없는 기괴한 괴물들이 공터를 가득히 메워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창 운설이 경악하고 있을 때였다.
"야, 꿇어."
요력이 담긴 요랑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쿵 쿵
그러자 모습을 드러냈던 괴물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복종을 하듯이 말이다.
"허어어.."
그 광경을 본 운설은 입을 턱하고 벌렸다.
너무나 기묘하고 신기한 광경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내가 말했지? 신기할 거라고?"
요랑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요랑님..대체..이게...무슨?"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운설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어째서 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괴물들이 그녀에게 복종하는 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 여왕됐어."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여왕이요!?"
"응, 괴물들의 여왕말이야."
요랑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랑스러움이 한 가득 묻어나는 어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