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2화 〉 913. 본좌가 그대에게 확신을 주겠다.
신강 마교 총단
수 많은 전각들이 늘어서 있는 그곳에
한 남자가 무척이나 바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떼었을까
이내 남자는 웅장하기 그지없는 전각에 걸음을 멈춰세웠다.
위대한 신이 기거하고 있는 장소.
감히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불경하기 그지없다 신성스러운 그곳.
천마전天魔殿
"후우우우우......"
그곳에 선 남자는 깊은 호흡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신을 직접 영접할 생각을 하니 괜스레 긴장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진정할 시간이 필요하였다.
"후우우우우...후우우우.."
남자는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꿀꺽
이내 남자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끼이이이익
그리고 문고리를 붙잡고 천천히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천마전 내부의 전경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입구에서부터 길다랗게 펼쳐져있는 화려한 융단.
융단 끝에 자리하고 있는 황금빛의 옥좌.
그리고 그 옥좌 위 앉아있는 위대한 존재.
천마天魔.
부르르르
남자는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천마를 마주한 순간부터 거대한 전율이 쉴새없이 온몸을 강타한 까닭이었다.
"화마火魔인가"
남자를 본 천마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미천한 종, 화마火魔 이원종!, 위대하신 천마天魔께 인사를 올립니다!"
털썩
화마라고 불리운 남자는 곧바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쿵
그리고 그대로 머리통을 땅바닥에 처박아버렸다.
감히 신과 같은 시선을 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마는 그런 화마를 무감한 눈빛으로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과례는 되었다, 화마火魔"
그러더니 이내 살며시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과례가 아니옵니다! 당연하기 그지없는 자세옵니다! 신을 영접하는데 어찌 똑바로 서있을 수 있겠습니까!"
화마는 광기로 가득한 음성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구나. 화마여."
천마는 갸륵하다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향한 화마의 신앙에 절대적인 신앙에 흡족스러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아아아...천마께서..그리..말씀해주시니...그저 몸둘바를 모를 뿐이옵니다아아아.."
화마는 감탄 어린 음성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신교의 위대한 신이자 절대자인 천마가 인정을 하였다.
자신의 신앙을
자신의 진심을 말이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어찌하여 그대를 불렀는 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미천하고 미욱한 종의 머리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화마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알 수가 없었다.
천마가 갑작스레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말이다.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이다."
"오직...저만이 할 수 있는 일.......말씀입니까?"
"그래, 할 수 있겠느냐?"
"하겠습니다. 꼭 하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화마는 맹렬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위대하신 천마께서 친히 자신을 지목한 일이다.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내게는 가시같은 존재가 있다."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가시..같은 존재 말씀입니까?"
"그래, 아주 거슬리는 존재지....원래라면 진작에 치워뒀어야 했는데.....잠시 잊은 사이.......안쪽으로 더욱더 깊게 파고들기 시작하더군."
천마는 차분히 가라앉은 눈동자로 화마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감히!"
그 말을 들은 화마는 분노가 가득 찬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천마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 가시같은 존재에 대한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천마시여! 그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말씀해주십시오! 말씀만 해주신다면 이 화마火魔가 직접 나서 모든 걸 태워버리겠습니다! 모든 걸 잿더미로 만들겠습니다!"
화마는 잔뜩 화가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신에 반기를 든 건방진 존재에 대한 분노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당문이다."
"........네에?"
"내 살점을 파고든 가시같은 존재는 사천당문이다."
천마는 심유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천마의 답을 들은 화마火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당장에라도 불태워버리겠다고
당장에라도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자신있게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문이 어떤 곳이란 말인가
독마毒魔를 죽이고
현경에 올랐다던 독왕毒王 당진철이 가주로 있는 곳이자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재기하여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세력을 우뚝 서게된 거대 세력이 아니던가
그런 곳을 홀로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독왕毒王 한 명조차 감당치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 뭘 어찌할 수 있겠는가
"말이 없구나. 화마여."
화마가 말이 없자 천마는 부드러이 말을 이었다.
"자신이 없는 것이더냐?"
화아아악
천마의 말을 들은 화마는 얼굴을 잔뜩 붉혔다.
씻어낼 수 없는 극도의 부끄러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신 앞에서 겁을 먹어 입을 다무는 추태를 벌이다니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아닙니다! 당장...사천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당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불태워버리겠습니다!"
화마는 다급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실상은 무리라는 사실을 잘알고 있었다.
고작 화경 상경에 불과한 자신의 힘으로는
당가를 멸문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가시와도 같은 그들은 지워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못하겠다는 말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그의 말을 들은 천마는 재밌다는듯 미소를 띈 채 입을 떼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노력말고 가능성을 묻는 것이다."
"............."
화마는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가능성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였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이내 화마火魔는 송구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사과를 하였다.
가능성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확신을 할 수 없는 건가?"
".......죄송합니다."
화마는 부끄러움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사과를 할 뿐이었다.
"그렇군.......확신할 수 없는거군."
천마는 이해했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화아아악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화마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기 시작하였다.
위대한 천마 앞에서 스스로의 미천함이 그대로 까발려졌다.
어찌 수치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치스럽고 자괴감이 들었으며
그저 부끄러웠다.
연약하고 미천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힘이 말이다.
"화마여."
이내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하명하시지요."
화마는 축 처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질책을 받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본좌가 그대에게 확신을 주겠다."
"예에!?"
화마는 놀란듯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확신이라니
별안간 저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
"흑갑 철기병 내어주겠다."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흑...흑갑 철기병을 말씀입니까!?"
천마의 말을 들은 화마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흑갑 철기병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십 여년 전 수많은 무인들을 학살하였던 마교 최고의 타격부대가 아니던가
"흑갑 철기병은...독왕毒王에 의해 전멸하지 않았습니까?"
"이십 여 년의 세월은 길지........새로운 대체 전력이 보충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천마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흑갑 철기병을 부활시켰구나!'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화마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악명 높았던 흑갑 철기병이 다시금 부활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새롭게 대체된 이들이지만 흑갑 철기병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무력을 갖춘 이들이다. 당가 토벌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천마시여...흑갑 철기병의 힘만으로는....당가를 토벌할 수 없습니다...."
화마는 송구스럽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과거 흑갑철기병은 독왕 한 사람의 손에 그대로 전멸을 하였다.
마교 최강의 타격부대라고 불리우는 그들이었지만
광범위하기 그지없는 독왕毒王의 힘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그런 사실을 모르겠는가?"
천마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다른..묘안이 있으신 것입니까?"
"신교만이 당문의 멸문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
차분히 가라앉은 천마의 눈빛이 붉게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신교외에..조력자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화마는 궁금하다는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교 이외에 당문의 멸문을 바라는 이들에 대해서 말이다.
"소뢰음사, 그곳을 장악한 새로운 혈불血佛이 너를 도울 것이다."
"혈..혈불 말씀이십니까!?"
"그래, 초대 혈불血佛 아두콰라의 의지를 이은 흉악스러운 악승惡僧지."
천마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그 놈이라면 독왕을 충분히 당해낼 수 있을 것이다."
"소뢰음사라면....천축 무림을 지배하는 곳이 아닙니까!? 그곳에서 어찌 신교를 돕는다는 말씀입니까?"
화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소뢰음사는 천축 무림을 일통한 절대자였다.
그런 곳에서 뭐가 아쉽다고 마교를 도와 당문을 멸문시키려고 한다는 말인가
"초대 혈불이었던 아두콰라 때문이다."
"초대...혈불..말씀이십니까?"
화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저히 관계성을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백 년 전 천축 무림에는 신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강대한 무공을 가진 무인이 한 명 있었다....바로 소뢰음사의 방장, 혈불 아두콰라였지.....아두콰라 그 강대하기 짝이 없는 무공으로 천축 무림을 일통하였고 곧이어 중원 무림을 넘보기 시작하였지...신이라고 불리우긴 하였지만 그 또한 결국 욕심을 벗어나지 못한 인간에 불과하였으니 말이야."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아두콰라에 얽힌 이야기를 말이다.
"그리고 곧이어 그는 수 천의 혈승들을 앞세워 중원을 침략하였고 중원 무림은 순식간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무림의 태산북두라고 불리우던 소림 방장의 머리통은 부숴져버렸고 화산과 종남 점창 등 정도 문파의 상징이라고 불리우는 구대 문파의 장문인들이 아두콰라의 주먹에 단숨에 절명을 하고 말았지.."
"...놀랍군요,..어찌..그렇게..강할 수가.."
천마의 말을 들은 화마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도 무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구대 문파 중 절반에 다다르는 세력을 궤멸시키다니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맞다, 그는 강했다.....대다수 중원인들이 몸서리를 칠 정도로 말이야......하지만...중원에는 더욱더 강대한 괴물이 있었지."
"천마께서...그를..죽이신 것입니까?"
"아니, 내가 아니다."
천마는 고개를 살짝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를 죽인 건 독황毒皇 당태강이다."
"독황毒皇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당문에 배출한 역사상 최고의 독공 고수임과 동시에 본좌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강대하였던 절대고수였지."
천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절망적으로 강대했던 아두콰라는 독황毒皇의 독공에 의해 한줌의 독물로 변해버렸다....그리고 수 천의 이르는 소뢰음사의 혈승들 또한 아두콰라와 마찬가지로 한줌의 독물이 되었고 소뢰음사는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그렇다면....소뢰음사가...저희를 돕는 건....?"
"수백 년 전 가진 자신들 멸문시킬 뻔했던 것에 대한 복수이지."
천마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수백 년 전의 일입니다..그런데..그 일을...이제와서..복수를 하겠다는 것입니까!?"
"그들에게 세월 중요치 않다...중요한 것은...피해를 받았다는 사실 뿐이지."
"......허어."
화마는 헛웃음이 절로 터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소뢰음사는 군자보다 한 술 더 뜨는 인종들인듯 싶었다.
무려 수백 년 전에 복수를 이제와서 실현시키려고 하다니 말이다.
"이제 납득이 되는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확신할 수 있는가?"
천마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화마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확신..할 수 있습니다.."
화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무림의 공포로 군림하였던 흑갑 철기병
혈불이라고 불리웠던 아두콰라의 의지를 이은
당대 천축무림의 절대자
이 두 개의 조합이라면
그 독왕이 자리를 잡고 있는 당가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멸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좋군."
그의 확신 어린 대답에 천마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아아...천마시여..'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화마는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위대한 천마에게 만족스러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절로 충만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천마시여......내...독왕毒王의 목을 그대로 바치겠나이다.'
그는 다짐하였다.
독왕毒王의 목을 천마의 면전에 내보이고 말겠다고
그가 만족할 수 있도록 말이다.
화마火魔의 눈동자가 광기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