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3화 〉 834. 상을 받겠는가?
"후아아암.."
선우는 입이 쩌억 벌어지도록 하품을 하였다.
잠을 못자거나 피로해서가 아니었다.
무료함이 몰려든 까닭이었다.
'심심하네.'
사태가 정리된지 벌써 사흘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 사흘동안 황실에는 꽤나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일단 세 개로 분립되었던 권력들은
한데 모아져 이천자라고 불리우는 황태자에게 그대로 양도되었다.
그리고 권력을 양도받은 황태자는 곧바로 숙청에 들어갔다.
역적들과 조금이라도 관계있는 자들이라면 모조리 추포하여 목을 따버린 것이다.
삼족을 멸하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재산이 쌓아놓았던 재산을 전부 압류하여 국고에 환원을 시켰다.
그렇게 불과 사흘만에 황실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들은 그대로 멸족을 당해버린 것이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사흘이라는 시간동안 모든 사태가 정리가 되었고 황실은 평화를 되찾게 되었다.
정문제가 깨어나지 못한 것외엔 어떠한 문제도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심심하네.'
그렇기에 선우는 심심하였다.
황실에서 마땅히 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실을 구한 영웅으로서 국빈대접을 받으며 안락한 생활에서 영유하고 있는 선우였다.
침상은 매일 새것으로 갈아주었고
옷 또한 매일 고급진 비단옷으로 준비되었다.
때가 되면 진수성찬이 차려진 상태로 코앞까지 대령하였고
매일 아침 영약으로 만든 탕약이 대령되었으며
계절과일까지 빼먹지 않고 챙겨주기까지 하였다.
건강식에 후식, 간식까지 빠듯하게 챙겨주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안락
그 자체가 펼쳐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안락함도 매일 반복되니
슬슬 질려가기 시작하였다.
하품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같이 놀 사람이 없으니 심심함이 배가 된 까닭이었다.
평소에는 곁에 항상 여인을 두었기에 심심할 틈이 없었다.
뭘하든 찰떡처럼 붙어있었기에
담소를 나누거나 젖통을 주무르며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황실에서는 그저 안락한 의식주만 제공될 뿐
그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홀로 심심하게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소화는 언제 오려나..'
선우의 표정이 축 처지기 시작하였다.
전서구가 가는 시간을 고려한다해도 오늘 정오쯤에는 도착할 줄 알았건만
이미 정오가 훌쩍 지났음에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꽤나 지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선우는 순간 걱정이 살짝 되기 시작하였다.
예상보다 늦으니 뭔 일이 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갤 누가 건드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현경이라고 불리우는 반선의 경지에 다다른 능소화였다.
자신조차 긴장해야할 실력을 가진 그녀를 대체 누가 건드릴 수 있겠는가
'그냥 늦장 부리나보네.'
선우는 생각하였다.
아무래도 특급 배달부라고 지칭했던 걸
취소해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한참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였다.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소인, 전담 궁녀인 정원입니다."
"들어오십시오."
끼이이익
선우의 허락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리더니 궁녀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신에게 배속된 전담 궁녀 정원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간에 어찌 밥때만 오는 그녀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인가
"태자 전하께서 선우님을 찾으십니다."
"태자 전하께서?"
"예에, 속히 데려오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있겠습니까?"
"별다른 이유는 딱히 말씀해주시진 않으셨습니다."
정원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별안간 뭐지? 특급 배달부 드립친 거 욕하려고 그러는 건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태자가 별안간 자신을 찾으니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흘간 코빼기도 안비추더니 별안간 무슨 일이란 말인가.
"흐음, 알겠습니다."
이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받았다.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찾는다는 데 굳이 튕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요."
궁녀 정원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따라걷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호출한 태자에게 가기 위해서 말이다.
**********
태자궁
"이쪽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선우를 안내한 정원은 공손한 태도로 한 쪽 문을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아, 고맙습니다."
선우는 안내해준 정원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였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그의 인사에 정원은 황송한 표정을 지은 채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뒤편으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자리를 피한 것이다.
선우는 천천히 문을 바라보았다.
꽤나 품질좋은 단목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문이었다.
똑 똑 똑
선우는 손을 들어 가벼이 문을 두드렸다.
"누구인가?"
그러자 안에서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태자인 주상천의 목소리였다.
"소인, 장선우라고 합니다. 전하."
선우는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오, 그대인가! 어서 들어오게나!"
그러자 안에서 반색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덥석
그의 허락을 맡은 선우는 문고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어젖히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이내 문이 열리고 방 안의 전경이 시야에 가득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접객실?'
시야에 펼쳐진 곳은 접객실이었다.
방 중앙 꽤나 고급진 탁자 하나가 놓여져있는 접객실 말이다.
"어서오게나, 부마도위."
선우가 문을 열자 태자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뗴었다.
"전하를 뵙습니다."
선우는 곧바로 허리를 숙인 채 정중히 인사를 건네었다.
"과례는 되었네, 이제 한 가족이 아닌가? "
선우의 모습을 본 태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선우는 천천히 허리를 들어올린 채 말을 이었다.
"배려랄 것도 없네, 당연한 것이니."
태자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 사흘동안 잘 지냈는가?"
".......예에, 배려해주신 덕분에 무척이나 풍족하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하, 최대한 신경쓰라며 신신당부한 보람이 있구만, 그래."
선우의 대답에 태자는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전하께서는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말도 말게,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지 몸이 두 개가 되도 부족할 지경일세.'
선우의 물음에 태자는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하긴 그 짧은 새 그많은 일을 다했는데 바쁠만도 하지.'
그의 말에 선우는 수긍을 하였다.
불과 사흘만에 숙청과 정권 획득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켜버린 황태자였다.
그런 그가 어찌 바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하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닐세, 태자로서 당연한 일이 아닌가?"
태자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었다.
구태여 위로를 들을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고생이야, 나보단 자네가 더욱더 많이 하지않았는가?"
태자는 호감이 가득 어린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또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태자 전하."
"하하하하하하, 맞네, 맞아...당연한 일이지...이제 한 가족이니까 말이야."
태자는 기분 좋은듯 호탕한 웃음을 연발하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왜 이렇게 기분이 좋대?'
그 모습에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흘 전만 해도 의식을 잃은 정문제가 걱정된다면
연신 한숨을 내쉬었던 그였다.
그런데 오늘은 그 양상이 살짝 달랐댜.
표정이 밝고 웃음이 많아진 것이다.
"전하께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선우는 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 보이는가?"
"평소보다 웃음이 좀더 호탕하신듯합니다."
"이거....감정 절제가 잘되지 않는듯하구만."
태자는 멋쩍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슨 일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선우는 궁금한듯 그에게 물었다.
"물론일세, 딱히 비밀은 아니니 말일세."
태자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시선태감이 깨어났네."
"시선 태감이 말입니까?!"
선우는 놀란듯 그에게 되물었다.
시선태감이라면 정문제가 먹었던 혼원초를
제일 먼저 섭취했던 이가 아니던가
"그렇네, 의식을 차렸다는 기별이 왔더군."
태자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독약이 자연배출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듯하네."
태자의 눈에는 희망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정문제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걱정만 하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시선태감의 쾌유는 그 무엇보다 반가운 희소식이었다.
독약이 자연 배출을 통해 해독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도 머지 않아 깨어나겠군요."
선우는 이해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태자가 어째서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지 이해를 한 까닭이었다.
"맞네, 분명 얼마지 않아 일어날 수 있게 될걸세."
태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참으로 다행이군요."
선우는 안심했다는듯 말을 받았다.
그 또한 처음 다뤄보는 독이였기에
어느정도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 황제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 까봐 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은 기우인듯 하였다.
그와 같은 독을 섭취하였던 시선태감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때 태자가 갑자기 뜸을 들이듯이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폐하가 깨어나기 전 그대에게 상을 주고 싶네."
".....상을 말입니까?"
선우는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그래, 나라를 구해주었는데 어떠한 보상도 없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괜찮습니다.."
"내가 안괜찮네, 은인에게조차 제대로 된 보답을 하지 못한다면 황실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말걸세."
태자는 결의로 가득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고집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거절 같은 건 염두해두지 않았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자신의 거절따윈 안중에도 없다고
무엇이든 자신의 손에 쥐여주어야 끝날 것이라고 말이다.
'근데 왜 황제가 깨어나기 전에 상을 주고 싶다는 거지?'
순간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태자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은 까닭이었다.
자신에게 상을 내려주는 것과 황제가 깨어나는 게 무슨 상관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전하...궁금한 게 있습니다."
"물어보게나."
".......어찌 제 상을 폐하께서 정신을 차리기 전에 줘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자네에게 상으로 황실무고를 개방시켜줄 요량이기 때문일세."
태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황궁무고 말씀입니까!?"
선우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갑자기 황궁무고 개방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대는 무인이지 않은가? 황금이나 관직보다는 무기나 무공이 쪽이 더욱더 끌리지 않겠는가?"
".........그.....틀린 말을 아니지만.....황궁무고라면...황족조차 출입을 엄금한다는 곳이 아닙니까?..그런 곳을 어찌 제가..?"
선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황궁무고는 황족들조차 함부로 허락되지 않는 금지에 가까운 곳이었다.
오직 선택된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폐하께서 정신을 차리기 전에 상을 미리 내려주려고 하는 걸세. 자네를 황궁무고에 들여보내기 위해서 말일세."
태자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네는 어찌 황궁무고가 출입이 엄금되고 있는 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그건 황궁무고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인 가치 때문일세,"
"역사적 가치 말입니까?"
"그래, 황궁무고에는 과거 고대 영웅들이 사용하던 검과 창은 물론 무공까지 잠들어있는 보고일세. 역사적 가치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그렇군요."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고대 영웅들이 유물이 한가득이라면
충분히 역사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런데...그 얘기를..왜 하시는지?"
"그 역사적 가치 때문에 자네가 들어가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걸세."
황태자는 선우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아마 자네의 출입을 달가워하는 이는 없을 걸세. 대신들에게 그곳은 신성되는 곳이니까. 폐하 또한 대신들이 반발한다면 쉽사리 허락을 내주지 않을 것이고 말이야."
태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네. 무자비하게 숙청을 한 덕분인지, 아니면 정신이 없는 것인지, 대신들의 무척이나 고분고분하다네. 유래가 없을 정도로 말일세. 내가 자네의 입장을 강제로 밀어부친다면 다들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그렇군요.."
태자는 뜨거운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어떤가? 상을 받겠는가?"
그는 선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자신을 등에 업고 황궁무고에 들어갈 것인지 말이다.
"..............."
그의 물음에 선우는 짐짓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더니 이내 무척이나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었다.
황궁무고에 들어겠노라 다짐을 한 것이다.
'일이 이렇게 잘풀린다고?'
이내 선우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잘 풀려지는 삶을 속으로 찬양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