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2화 〉 833. 업보를 달게 받도록 하라.
고고하기 그지없는 얼굴
경외감이 절로 들 정도로 거대한 몸체
불길함이 가득 차 있는 불길
온몸이 절로 떨려지는 어마어마한 위압감
'경이롭다...'
흑룡을 처음 마주한 설수범은 첫 감상은 경외감이었다.
절대지경에 닿아있는 그였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흑룡에 품고 있는 경이로운 힘을 말이다.
'저게...경화군주가...새롭게 이룩한..힘인가?'
덜 덜 덜
설수범은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이룩한 경이로운 힘에 완전히 압도된 까닭이었다.
'.......이길 수 있는 것인가?'
문득 불안감이 들었다.
.
과연 저 힘을 한낱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지
이대로 목이 따이게 되는 게 아닐지 말이다.
'아니..아니야...이쪽은....십만의 병력이 있다.'
하지만 이내 설수범은 부정하듯 고개를 내젓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였다는 말에는 이견은 없었다.
초월자가 아니고서야 이런 경이로운 힘을 낼 수 있을 리 만무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십만에 다다르는 병력은 극복치 못할 것이다.'
한계를 초월하였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결국 인간이었다.
결국 체력과 내력의 한계가 있는 인간인 것이다.
인해전술을 이용하여 끝없이 압박한다면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귀들의 왕이라고 불리우던 천마조차 백만대군을 감당치 못하였다.....그녀라고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무림 역사상 최강이자 최악이라고 불리우던 천마조차 황실의 백만대군을 감당치 못하고 십만대산으로 쫓겨났었다.
그녀라고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설수범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불안감을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올테면 오거라! 어떻게든 막아줄테니!'
설수범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흑룡을 응시하였다.
까딱
그때 경화군주가 손가락을 까딱하였다.
'
콰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경이로움을 품고 있던 거대한 흑룡이
그대로 병사들을 향해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궁수부대! 화살을 쏘거라!"
그 모습을 본 설수범은 다급히 외쳤다.
그러자 뒤편에 있던 궁수부대가 활 시위를 당겼다.
이내 수 천 대의 화살이 흑룡을 향해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화르르르
하지만 소용없었다.
수천 대의 화살들이 흑룡애 몸에 닿자마자 그대로 녹아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흑룡은 화살들을 연료로 삼아 더욱더 거세게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콰콰콰콰쾅
덩치를 불릴 대로 불린 흑룡은 그대로 병사들을 사이를 무자비하게 누비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불이...불이!!"
그리고 여기저기서 찢는듯한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흑룡에 노출되면서 극심한 작열통에 시달린 까닭이었다.
"흑룡에 대항하려 들지 마라! 경화군주를 노려라!"
그 모습을 본 설수범은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흑룡은 감히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가까운 힘이었다.
그런 힘에 맞대응한다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노려야하는 것은 경화군주였다.
저 힘을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있는 그녀를 말이다.
"으아아아아아!"
설수범의 명이 떨어지자 흑룡의 범위에서 벗어난 수많은 병사들이 경화군주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재해를 만들어낸 장본인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경화군주는 그런 그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죽음조차 불사하며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화르르르륵
"끄아아아아악!"
하지만 구태여 자비를 베풀지는 않았다.
흑염을 내뿜어 자신을 노리던 이들에게 그대로 휘감아버린 것이다.
이내 수십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흑염에 집어삼켜져버렸다.
"죽음을 두려워말라! 황실을 위해! 명을 수행하라! 결국 경화군주 또한 인간이다. 압박을 가한다면 결국 지치고 말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수범은 병사들을 더욱더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황실의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말이다.
"아아아아!"
그의 명령에 병사들은 너도나도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두려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이다.
화르르르륵
경화군주는 그런 그들에게 커다란 흑염을 선사해주었다.
검이 녹았다.
창이 녹았다.
온몸에 검은 불길이 치솟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달려들고 또 달려들었다.
군권을 가진 통수권자 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전장은 더욱더 치열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길에 짐어삼켜졌을까
"하아...하아...하아.."
이내 경화군주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물밀듯 몰려드는 물량공세에 어느정도 체력이 떨어진 까닭이었다.
"경화군주가 지쳤다! 좀더 힘을 내거라!"
그 모습을 포착한 설수범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조금만 더 압박한다면 충분히 그녀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병사들은 더욱더 거세게 경화군주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어서 이 끔찍한 전장이 끝나길 고대하면서 말이다.
'흐흐흐흐! 괴물 같은년! 네년도 결국은 인간이구나!'
설수범은 쾌재를 불렀다.
비록 수천에 이르는 병사들이 검은 불길에 집어삼켜졌지만 그녀가 지쳤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그녀를 지치게 만든 것이다.
희망이 보였다.
고작 수 천으로 지치게 만들었다면
수 만을 희생한다면 승기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내 설수범의 눈에 광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
화르르륵
거대한 흑염을 주위에 발산하였다.
그러자 쇄도해오던 병사들이 그대로 불에 집어삼켜졌다.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곧이어 비명성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흑염으로 인해 끔찍한 작열통이 난무한 까닭이었다.
'지치는군.'
경화군주는 생각하였다.
상상이상으로 체력이 빠르게 소진된다고 말이다.
경화군주는 시선을 살짝 올렸다.
그러자 저 멀리서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는 설수범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직 반절정도인가'
흑룡으로 수 많은 병사들을 집어삼키고
흑염을 뿜어내며 전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설수범과는 상당한 거리가 벌어져있었다.
끝도없이 밀려드는 인해전술로 인해 답보가 길어진 까닭이었다.
'이렇게 가다간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
경화 군주는 생각하였다.
이런 식이면 설수범에 닿기도 전에
지쳐나가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흑염黑炎을 유지하려니 체력이 배로 떨어진 까닭이었다.
'수를 써야한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수를 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심을 하였을까
이내 그녀는 저 멀리 날뛰고 있는 흑룡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쇄애애애애액
그러자 무자비하게 날뛰던 흑룡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똬리를 트기 시작하였다.
마치 보호하려는듯이 말이다.
그러자 그녀에게 쇄도하였던 병사들은 곧바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흑룡이 몸을 감싸고 있는 이상
자신들의 공격 따윈 무용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는 탓이었다.
그들은 흑룡에 둘러싸인 그녀를 응시하였다.
무척이나 불안한 표정으로 말이다.
'거리는 대략 십 리 정도인가?'
경화군주는 눈대중으로 거리를 재고 있었다.
그리고 방향을 잡기 시작하였다.
설수범에게 코앞에 닿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고 하체에 힘을 주었다.
꾸우욱
그러자 탄탄한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더불어 용천혈에 내력을 쏟아붓았다.
그러자 강대한 내력이 용천혈에 가득히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준비는 끝났다.'
경화군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였다.
이정도라면 충분한 폭발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화군주는 하체를 굳건히 지탱하였다.
그다음 상체를 뒤로 젖히기 시작하였다.
마치 활의 시위를 당긴 것처럼 말이다.
'쏜다'
콰콰콰콰쾅
그리고 모든 힘을 한순간에 폭발시켜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신형은 앞으로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빛살처럼 말이다.
그리고 똬리를 틀고 있던 흑룡은 그녀의 신형을 그대로 따르기 시작하였다.
마찬가지로 빛살같은 속도로 말이다.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그러자 여기저기서 고통 어린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흑룡이 스쳐간 자리에 검은 불길이 거세게 피어오른 까닭이었다.
이내 흑염에 휩싸여진 병사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발광을 하기 시작하였다.
끔찍한 작열통을 느끼면서 말이다.
"막아라! 진입을 막으란 말이다!"
한 편 쏘아져오는 그녀의 신형을 확인한 설수범은 다급히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있는 곳까지 닿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 까닭이었다.
그렇기에 병사들을 재촉하여 인의 장벽을 더욱더 견고하게 쌓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자신에게 닿을 수 없도록 말이다.
화르르르륵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이로운 힘을 가진 흑룡이 견고하기 그지없는 인의 장벽을 무참하게 꿰뚫어버린 까닭이었다.
'위험해..위험해...위험해!'
멀리서 관망하며 여유를 느꼈던 설수범은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 않아 그녀와 마주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도망가야한다.'
설수범은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일단 자리를 피할 심산이었다.
타타탁
이내 그는 내력을 집중시킨 후 신법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경지에 오른 절정의 신법이 펼쳐지며 그의 신형이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절대 안잡힌다!'
그의 발이 더욱더 빨라졌다.
극성으로 신법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창 거리를 벌리고 있을 때 였다.
.
'...뜨거워'
그는 이변을 감지하였다.
갑자기 등뒤에서 상당한 열기가 느껴진 것이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이 열기가 그녀가 내뿜고 있는 열기라는 것을 말이다.
경화군주가 자신을 따라잡았다는 사실을
'안돼! 안돼! 안돼!'
그는 격렬하게 부정을 하며 내력을 더욱더 극성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등 뒤에 느껴지는 열기가 점점 더 거세졌기 때문이었다.
화르르륵
곧이어 그의 등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열기를 거세지더니 불이 붙고 만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콰콰쾅
그리고 극심한 작열통을 느낀 설수범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발이 꼬여버리고 만것이다.
"젠장...아아악...젠장..젠자아앙!!"
설수범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등을 비비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불을 끄기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불은 꺼지긴 커녕 더욱더 거세게 타오르며 그에게 극심한 고통을 선사하였다.
"젠장...젠장..젠장!!!!!"
설수범은 고통을 느끼며 발광을 하기 시작하였다.
"소용없을 것이다. 흑염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니라."
그때 그의 귓가에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악!!!!!!대장구우운!!!!!!!부디...부디 불을!!!"
설수범은 그녀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등에서 느껴지는 작열통은 산전수전 다겪은 그조차 감당키 힘든 고통인 탓이었다.
"싫도다, 좀더 고통 받도록하라."
경화군주는 대번 거절을 하였다.
그가 더욱더 고통 받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악!!!!!!어찌....어찌..이러시는 것 입니까아아아!!!!"
"그대는 폐하를 의식불명으로 만들고 태자를 구금하여 군권을 갈취하였다. 그리고 군권을 이용하여 본녀를 압박하려고 하였지. 그대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는 충성스러운 병사들을 이용하여서 말이야. 그런데 어찌 본녀가 그대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겠는가?"
경화군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아아아아아악! 네년도! 네년도 같지 않느냐! 그저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병사들을 학살하지...않았느냐!!!아아아아아악!!!!!!! 다를 것이 없다! 나쁜 건 네년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설수범은 발악하듯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발악이었다.
"학살이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경화군주는 알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아아아악!!!!!시치미...떼지..아아악...말거라...크으윽....네년의 검은 불길에...수천에 다다르는 병사들이 집어..삼켜지지 않았느냐!.....학살을 하지 않았느냐!"
".....학살이라.."
경화군주는 고심하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의 등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등에 타오르고 있던 흑염이 완전히 사그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하아아아.."
이내 설수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흑염이 꺼지며 작열통이 완전히 사그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죽은 이는 없다."
그때 경화군주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거..거짓말! 거짓말.....말거라!...으윽...어찌 불꽃에........집어삼켜졌는데 죽지 않는다는 말인가!"
설수범은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격렬히 부정을 하였다.
검은 불길이 병사들을 덮치는 것을 똑똑히 본 설수범이였다.
그런데 어찌 저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한다는 말인가
"본녀의 흑염黑炎은 태우고 싶은 것만 태우니라. 무절제하게 모든 것을 태우는 불꽃과는 수준이 다른 녀석이지."
경화군주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거..거짓말...말도..안된다..어찌..어찌.."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불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연소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자연自然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자연을 인위적으로 비틀어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네 몸에 그 증거가 있지 않느냐?"
"내 몸에!?"
"등을 만져보거라."
경화군주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등!?"
설수범은 재빨리 손을 뻗어 등쪽을 만져보았다.
탁 탁
그러자 딱딱하기 그지없는 중갑이 만져지기 시작하였다.
'녹지 않았어!?'
녹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무자비한 불꽃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어찌..어찌..이런 일이...말도..안된다...이건...자연의...법칙에..위배되는..일이란..말이다."
설수범은 넋두리하듯이 말을 이었다.
"순리조차 거스르지 못한다면 어찌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였다고 지칭할 수 있겠는가?"
경화군주는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허...허...허.."
그녀의 말을 들은 설수범은 헛웃음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어떤 괴물을 적으로 돌린 것인지
이제야 제대로 체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주제도 모르고 초월자를 적대한 것이다."
경화군주는 그런 그를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니 그 업보를 달게 받도록 하라."
화르르르륵
이내 설수범의 등에 다시금 흑염이 피어오르더니
그의 온몸을 휘감아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설수범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고통이 가득 차 있는 끔찍한 비명성이 말이다.
그 비명성은 낭방현 전체에 울리고 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