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9화 〉 760.꼭 부관참시까지 해주마.
저벅 저벅
마뇌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만마의 종주이자
마귀들의 왕
천마天魔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서 였다.
'무슨 일이지?'
마뇌의 머리속에는 의문이 가득하였다.
갑작스런 그의 부름에 의아하였기 때문이었다.
'별일 아니여야할텐데......'
마뇌의 표정에 불안감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마뇌는 도달할 수 있었다.
천마天魔가 기거하는 교주전 코앞에 말이다.
"후우"
마뇌는 교주전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심호흡을 하였다.
저벅 저벅
그리고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마뇌는 볼 수 있었다.
중앙에 한가운데 자리한 옥좌에 앉아있는
만마의 종주
천마의 모습을 말이다.
털썩
천마를 마주한 마뇌는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넙죽
그다음 그대로 바닥에 넙죽 엎드리기 시작하였다.
미천한 인간으로서
위대한 자의 종으로서
최대의 예우를 보인 것이다.
"비천한 자가 위대한 분을 뵙습니다."
마뇌는 큰소리를 언성을 높여 말하였다.
교주전 안이 쩌렁 쩌렁 울릴 수 있도록 말이다
"고개를 들라."
그러자 무미건조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천마의 목소리였다.
스르륵
마뇌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내가 그대를 왜 불렀는지 아는가?"
천마는 고개를 들어올린 마뇌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부족한 소인의 머리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사옵니다."
마뇌는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의중이 전혀 예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이 죽었다."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마뇌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주인 이재원이 죽다니?
별안간 이게 무슨 말이란 소리란 말인가
"그..그게 정녕 사실입니까!?"
마뇌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느 목소리로 그에게 되물었다.
"본좌를 믿지 못하는 것인가?"
천마는 재밌다는듯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마魔로 빠져들게 할 것 같은
위험한 미소였다.
"죄..죄송합니다!"
무례를 깨달은 마뇌는 다급히 머리를 박고 사과를 하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사실로 인해 무례를 저질러버린 것이다.
"되었다. 어찌 한낱 인간이 신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해할 수 없다면 그저 믿도록 하라. 이재원은 죽었다. 생명의 횃불을 전부 불태워버린 것이다."
"믿겠습니다."
넙죽
마뇌는 바닥에 다시금 엎드리며 말을 이었다.
복종과 믿음의 표시를 내보인 것이다.
"고개를 들아, 그정도면 되었다."
천마는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천마시여..."
그때 고개를 들어올린 마뇌가 입을 떼었다.
"이재원이....죽었다는건.....검마가..."
"실패를 한 것이지."
천마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뇌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검마가 누구란 말인가
비인非人이라고 칭해지는 천마와 음양마를 제외하면
패배하는 것 자체가 상상이 가질 않는 천하제일검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검마가 어찌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또한 생명의 횃불을 전부 불태워버렸다. 한줌도 남김없이 말이야."
"........그런.."
마뇌의 표정에 허탈함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교주를 제외한다면 마교의 최고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검마였다.
그런 검마가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하니
허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뇌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떄였다.
스르르륵
천마가 옥좌에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마뇌."
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마뇌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하명하십시오."
그의 말을 들은 마뇌는 번뜩 정신을 차리며 입을 떼었다.
"외유를 다녀와야겠다."
"외..외유 말씀이십니?!"
그의 말을 들은 마뇌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뜬금없이 외유를 나간다고 하니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체라도 거둬들여야하지 않겠는가?"
천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스르르륵
그리고는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연기처럼 말이다.
이내 교주전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마뇌만이 남게 되었다.
********
"하아."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헛 웃음을 내뱉었다.
산이 완전히 무너져내려 폭삭 주저앉아버렸다.
봉우리 하나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더불어 이재원의 시체 또한 자취를 감춰버렸다.
기감으로 조차 감지가 안될 정도로 깊고 깊은 무저갱 속으로 말이다.
어찌 헛 웃음을 내뱉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미치겠네.'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확인 사살을 위해 머리를 자르고 시체까지 불태울 계획을 세웠던 그였다.
그런데 그런 계획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지진에 의해서 말이다.
어찌 머리가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전부 파내야하나?'
선우는 슬며시 무너져내린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견적을 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리 자신이 초월적인 존재라고는 하지만
산 하나를 통째로 파내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수 많은 인부들을 동원한다쳐도
적어도 몇 년은 걸리게 될게 분명한 대공사인 것이다.
'건곤대나이로 뒤집어볼까?'
선우는 생각하였다.
하늘과 땅을 뒤집어버린다는 건곤대나이라면 산을 뒤집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선우는 안력을 돋군데 슬쩍 시선을 밑으로 내려보았다.
힘이 작용하는 흐름을 확인할 심산이었다.
"하아"
그리고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너져내린 봉우리에는 각각 수많은 흐름들이 작용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수많은 나무들과
다양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바위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자갈과 모래들까지
이 수많은 흐름을 도저히 한 번에 비틀 수는 없었다.
공령지체로 인해 내력이 무한하다고는 하지만 발출할 수 있는 양은
명확히 한계가 정해져있었다.
무너져내린 산봉우리를 한 번에 뒤집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양의 내력을 한 번에 방출 할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아무래도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소양이나 하수련하고 상의해보자.'
이내 선우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혼자 끙끙 앓기보단 다른 이들과 머리를 맞대어 볼 심산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똑똑한 여인들과 말이다.
'꼭 부관참시까지 해주마.'
선우는 굳은 다짐을 하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주소양을 꿈을 꾸고 있었다.
[흐으윽...흐으으윽...]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는 악몽을 말이다.
너무나 괴로웠다.
숨이 턱턱 막히고
온몸에는 벌레가 갉아먹는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해방되고 싶어.]
그녀는 바라였다.
이 끔찍하기 그지없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고통은 좀처럼 해소가 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더욱더 괴롭게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고통을 느끼고 있었을까
저벅 저벅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든 장본인을
[숙..부..님]
바로 윤제겸의 모습을 말이다.
저벅 저벅
모습을 드러낸 윤제겸은 말없이 걸음을 떼었다.
그러더니 이내 그녀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스르르르륵
그러자 그녀의 몸을 괴롭게 만들었던 악기惡氣들이
그의 손 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주소양은 고통이 사라져버린 것을 느꼈다.
마음을 갉아먹었던 악의로 가득 찬 기운들이 말이다.
[이..이게..대체!?]
그녀는 고통이 사라진 몸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고통이 너무나 당혹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악기惡氣들을 모두 거둬들였다........이제 널 아프게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숙..숙부님...]
주소양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미안하구나......소양.]
윤제겸이 그런 주소양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며 사과를 하였다.
[.....숙부님.]
주소양은 그런 윤제겸은 슬픈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였기 때문이었다.
사고로 아들내외를 잃어버리고
하나밖에 남지않았던 손녀딸이었다.
고지식하고 답답한 윤제겸을 유일하게 웃게 만든 사랑스러운 손녀딸이었다.
그런 손녀딸을 그리도 끔찍하게 잃었는데
어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어찌 이재원을 쉽사리 죽일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해가 되었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음을 말이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구나....]
[....괜..괜찮아요....숙부님이....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걸....잘알고 있으니까요..]
주소양은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착한 아이로구나.]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고검苦劍으로 인해 심신에 손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이해하려는 마음씨가 너무나 고왔기 때문이었다.
[.....부디 행복하거라.]
말을 마친 윤제겸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숙부님...어디 가시려고요!? 숙부님?]
[진아가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다.]
윤제겸은 슬며시 고개를 돌린 뒤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입가에는 행복이 가득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진아라뇨!?...]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아라면
십오년 전에 죽은 윤제겸의 손녀딸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숙..숙부님! 설마!?]
주소양은 물기 어린 눈빛으로 윤제겸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최악의 경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윤제겸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후련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깨달을 수 있었다.
윤제겸을 만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내 윤제겸의 뒷모습이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마치 연기처럼 말이다.
주르르륵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소양의 눈가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아비를 잃고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그녀가 유일하게 가족처럼 생각하던 윤제겸이
완전히 떠나버렸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부디....그곳에서는..행복하시길...]
주소양은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그곳에서 윤제겸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말이다.
********
쓰윽 쓰윽
누군가 그녀의 눈가를 매만지기 시작하였다.
스르륵
그 감촉에 놀란 주소양은 눈을 살며시 뜨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시원스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자.
선우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막 꿈에서 깨어난 터라
아직 비몽사몽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깼어?"
그때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기 짝이 없는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사랑하는 낭군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주소양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윤제겸을 떠나보냈다는 상실감으로 인해 감정이 북받쳐올랐기 때문이었다.
"....숙부님은.....돌아가신 건가요?"
이내 감정을 억누른 주소양은 떨리는 목소리로 선우에게 물었다.
윤제겸이 죽은 것이 맞는지 말이다.
"........."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주르륵 주르륵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주소양의 눈가에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쉴새없이 말이다.
다시는 숙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현실로 체감되었기 때문이었다.
"흐으윽...흐윽...흐그그극..흐으으윽"
이내 주소양은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지금 그녀는 천무맹의 안주인이자 위엄 넘치는 귀부인이 아니었다.
친족처럼 여기던 숙부를 잃어버린 한 명의 아이였다.
"소..소양!?"
선우는 그런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그녀가 울음을 터트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흐으윽...흐으으극....흐으윽.."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품에 안은 뒤
토탁 토닥
부드럽게 등을 토닥이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진정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주소양은 그런 선우의 품에 안겨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숙부를 잃은 상실감이 해소가 될 때까지 말이다.
이내 방 안에는 주소양의 울음소리가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