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8화 〉 759.영원한 고통.
선우는 천천히 앞을 응시하였다.
그러자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는 이재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비열함으로 반짝거리던 눈동자는
그래도 찌부라져있었고
평생 함께했을 왼팔은 텅 비어있었다.
땅 위를 굳건하게 지지해주던 양 다리는 잘려나가
텅비어 있었고
평생토록 흉물스럽게 사용해왔을
양물은 그대로 뭉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가히 만신창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인 것이다.
'끔찍하네.'
선우는 생각하였다.
정말 끔찍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리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오히려 그가 이십여 년 동안 저지른 악행에 비하면 자비로운 처사처럼 느껴졌다.
그의 악행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이내 이재원의 코앞에서 멈춰섰다.
"....장....장선우!"
그러자 이재원이 음울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용케 알아차렸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눈이 보이진 않지만 기감을 통해 자신을 알아본듯 하였다.
"날...날 죽여주러 온거야!?"
이재원은 화색을 띈 채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래."
그의 물음에 선우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고맙다! 고마워! 드디어! 드디어 죽을 수 있어!"
선우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환호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이 끔찍하고 비참한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죽이지말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심에 잠겼다.
죽음에 환호하는 이재원을 보니 그를 죽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죄인이었다.
쉽사리 씻어낼 수 없는 크나큰 죄를 지은 죄인 말이다.
그런 죄인에게 이렇게 쉽사리 죽음이라는 안식을 선사해도 되는 지
그게 과연 옳은 것인지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서 죽여줘! 어서 어서 어서!!!!"
죽여달라고 애원하니 괜스레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되었다.
저새끼가 원하는대로 해주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냅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냅둘 수는 없었다.
만약 세계의 가호를 받고 있는 이재원을 이대로 살려둔다면
훗날 무슨 후환으로 되돌아올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꼭 죽여야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이다.
선우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내력을 주먹에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심장을 단숨에 터트려버릴 요량이었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
그리고 그런 선우의 기운을 느낀 이재원은 낄낄 대며 웃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죽을 수 있었다.
드디어 죽게 되는 것이다.
이 영겁과도 같은 고통에서 해방이 되는 것이다.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히히히히히히히!"
이재원의 천박한 웃음소리가 더욱더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좆같이 웃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짜증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결국 이새끼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쇄애애애액
그때였다.
어디선가 바람을 꿰뚫리는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향해 날아들고 있는 불길한 기운이 서린 한 자루의 검을 말이다.
선우는 곧바로 건곤대나이를 시전하려고 하였다.
흐름을 비틀어 궤도를 꺾어버릴 심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내 선우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날아드는 검에 기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지가 담긴 검이다.'
그리고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검에 의지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도 지독하기 그지없는 처절한 의지가 말이다.
'위험하다.'
선우는 곧바로 옆쪽으로 몸을 날렸다.
검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선우가 있던 곳에 검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콰지직
그리고는 이내 누워있는 이재원의 심장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무척이나 정확하게 말이다.
"커허어억!"
이내 이재원의 입에서 숨이 넘어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검을 날려보낸 당사자를 확인할 심산이었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투척 자세를 취하고 있는 윤제겸의 모습을 말이다.
"하아.....하아.......미안허이.......도저히....이재원의 목숨을 자네에게 넘겨....줄 수 없더군."
윤제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과를 하였다.
이재원에게 심장에 검을 꽂아버린 스스로의 행동에 말이다.
"..........그래서 제 대신 직접 숨통을 끊으신 것입니까?"
"어쩔 수 없었네....허허허...허허허허..."
윤제겸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후련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
선우는 그런 윤제겸을 담담한 시선으로 응시하였다.
"후련하십니까?"
그리고는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후련하다네.....행복할 정도로 말일세."
윤제겸은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럼 되었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를 벌하지 않을 생각인가?"
"이미 죽어가는 사람을 어찌 벌하겠습니까?"
선우는 윤제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안색은 마치 시체처럼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입술을 바짝 바짝 말라갔으며
얼굴에는 주름이 더욱더 진하게 지기 시작하였고
검버섯이 여기저기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올곧게 뻗어있던 허리를 점점 앞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고
정정했던 근육들은 마치 풍선처럼 빠져있었다.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날린 검에 모든 기력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을
의지는 물론 얼마 남지 않은 진원지기 전부 말이다.
그렇기에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순리대로 말이다.
"부디 편히 영면에 드시도록 하시지요."
선우는 늙어가고 있는 윤제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윤제겸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였다.
하고 싶은 말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을 빼돌린 것에 대한 사과
소양을 다치게한 것에 대한 사과
검을 세워 죽이려고 한 일에 대한 사과
이재원에 추악한 면모를 만천하에 공개해준 것에 대한 감사.
대신 분노하여 이재원을 피해자들과 똑같은 꼴로 만들어준 것에 대한 감사.
마지막 가는 길에 편히 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에 대한 감사까지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감사한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전부 말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았기에
"미안하네.....그리고......고맙네."
또르르르
윤제겸의 눈가에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천천히 아래로 떨구기 시작하였다.
마치 힘이 다한것처럼 말이다.
안식을 맞이한 것이다.
"................."
선우는 안식을 맞이한 윤제겸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합장을 하였다.
부디 좋은 곳에 가기를 빌면서 말이다
*******
합장을 마친 선우는 이재원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죽음을 확실히 확인할 심산이었다.
심장에 칼이 꽂힌 이재원은 혀를 길게 내민 채 목을 옆으로 살짝 젖히고 있었다.
마치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맥박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뛰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알 수 있었다.
이재원이 확실히 죽어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무엇 하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숨결도 맥박도
그 무엇도 말이다.
"참으로 허무하게 갔네."
선우는 죽어버린 이재원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십여 년 전 마교로 부터 무림을 구한 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추악한 짓을 전부 저질렀던 이재원이었다.
처음 만날 때만 하더라도 결코 넘을 수 없는 태산처럼 느껴졌던 이재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죽어버렸다.
자신의 눈앞에서 혀를 길게 내민 채 말이다.
어찌 허무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음 생엔 착하게 살아라."
선우는 이미 죽어버린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심장에 박혀있는 검자루를 집어들었다.
시체를 수습할 심산이었다.
"응?"
그때 선우는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재원의 심장에 박힌 검이 좀처럼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내력으로 근력을 증강시켜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다.
"뭐야!?"
선우는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검이 빠지지 않는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웬만한 바위 정도는 가뿐히 들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근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이 검을 뽑아들 수 없다는 말인가
이해가 갈 리 만무하였다.
쿠쿠쿠쿠쿠쿵
흔들 흔들
그때 갑자기 땅이 진동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격렬하게 말이다.
'뭐야?!"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지진에 당혹스러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뜬금없이 왠 지진이란 말인가
쩌저저적 쩌저저적
그때 내딛고 있는 땅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검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지체했다간 이재원의 시체를 수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윤제겸의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태산이 짓누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쩌저저저적
쩌저저저적
이내 바닥에 생긴 금이 더욱더 커졌다.
그리고는 서서히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르게 말이다.
그리고 이내 바닥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밑으로 꺼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험하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대로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이다.
선우는 검을 쥐고 있던 손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그리고 다급히 용천혈을 통해 내력을 발출 하였다.
그다음 허공을 밟으며 공중에 몸을 띄우기 시작하였다.
신법의 최상위 경지라고 불리우는 허공답보를 시전한 것이다.
선우는 끊임없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지진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날아올랐을까
어느정도 안전한 곳까지 올라온 선우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있는 산의 모습을 말이다.
"......허어."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방금까지 멀쩡하게 발을 내딛고 있던 산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치겠군."
박 박
그리고 이내 선우는 머리를 박 박 긁기 시작하였다.
결국 이재원의 시체를 수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면....불안한데.'
선우는 괜스레 불안감이 들었다.
영화에서도 보면 죽었다고 생각해 방심을 하면 살인마가 부활해 되돌아오지 않던가?
이재원 또한 그런 살인마처럼 다시금 돌아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는 없지.'
선우는 공중에 몸을 띄운 채 기감을 최대한 넓게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의 시체를 찾아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보아도 이재원의 시체가 감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감지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깊은 곳까지 가라앉은듯 하였다.
와락
선우의 눈살이 와락 찌푸려지기 시작하였다.
**********
'추워.'
감각이 깨어난 후 처음 느낀 것은 추위였다.
온몸에 극도의 한기가 스며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동상에 걸릴 것 같은 한기가 말이다.
'뜨거워!'
그다음 느낀 것은 뜨거움이었다.
살갗이 까맣게 익어버릴 정도의 뜨거움이 온몸을 가열시키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뜨거움은 온몸이 타는듯한 고통으로 바뀌게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기 시작하였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다음 느낀 것은 자상이었다.
아주 조그만 칼로 피부를 포를 뜨는 것과 같은 고통이
온몸에 퍼져가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성이 절로나왔다.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로 끔찍한 고통인 탓이었다.
콰지지직
그다음은 느낀 것은 뭉개짐이었다.
완전히 함몰되어버린 양물을 누군가 쉴새없이
뭉개고 또 뭉개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수컷으로서 상징을 잃어버렸다는 박탈감과 수치심
그리고 양물이 뭉개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그에게 극한의 공포를 선사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대체!!왜!!!!!왜!!!! 살아있는거야!!!!!!!'
고통을 받는 남자, 이재원은 비명을 내질렀다.
어째서 자신이 살아있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분명 윤제겸이 내던진 검에 심장이 찔려 죽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영면에 들지 못하고 끝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는 말인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재원은 영문도 모른 체 비명을 내지르고 또 내질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통들을 그대로 느끼면서 말이다.
'죽여줘어어어어어어어!!!!!!!!!'
이재원의 절망 어린 절규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