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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40화 (741/1,419)

〈 740화 〉 741.이게 그 증거예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주소양은 미안함이 가득 담겨있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표정이 어찌나 가녀리고 애처로운지

가슴이 절로 저려질 지경이었다.

"아닙니다! 아가씨 저희도 방금 막 왔습니다!"

"맞습니다 저희도 온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원로들은 너도나도 어화둥둥하며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막내 딸같은 주소양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미친 노인네들아.....당신들 한 시진이나 기다렸어.'

한 편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명운검 이세진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 시진이나 기다려놓고 화조차 내지 않는 원로들의 물렁함에 기가 찼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막내딸 같은 주소양이라지만

어찌 이렇게 어화둥둥해준다는 말인가

"아니에요......무려 한시진이나 늦었는걸요? 원로님들께 너무너무 죄송해요.."

주소양은 축 처진 얼굴로 원로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애처로움은 원로들의 마음을 한없이 약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원로원에 있는 대부분의 원로들은 주소양을 갓난 아기때부터 장성할 때까지 쭉 봐온 이들이었다.

그녀가 태어난 날

그녀가 처음 검을 잡은 날

그녀가 혼인을 한 날

이예설을 낳은 날 등

모든 인생사를 곁에서 지켜봤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주소양은 무척이나 특별한 존재였다.

존경하는 무림맹주의 딸임과 동시에

자신들의 막내딸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 주소양이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작 한시진 정도로 늦다니요! 어불성설입니다! 본디 여인은 외출에 시간이 필요한 법! 결코 흠이 아닙니다!"

계상득은 언성을 높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맞습니다! 아가씨를 기다리는 일이라면 하루종일이 걸린다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개의치 말아주십시오! 여기에 있는 누구도 아가씨를 탓하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계상득을 기점으로 원로들은 너도나도 주소양을 위로하기 시작하였다.

지각당사자가 아닌 그녀를 기다린 원로들이 되려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끌끌, 미친 노인네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세진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기 시작하였다.

그 또한 무림맹주를 존경하고 주소양을 딸처럼 여기는 것은 다른 원로들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저들처럼 무조건적인 관용을 가지진 못하였다.

어릴 적부터 주소양이 영악하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여전하구나. 소양.'

주소양은 어릴적부터 스스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무림맹주의 인품이 그녀에 대한 애정으로 바뀐 탓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애정을 어릴적부터 잘이용해먹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원로들에게 깜찍한 애교를 통해

기어코 얻어내었고

잘못을 했다면 눈물 어린 사과를 통해

어른들의 동정심을 자극시켜 되려 사과를 받아내었다.

타고난 여우인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기질이 여전한듯 싶었다.

이미 애까지 있는 유부녀가 되었음에도 말이다.

'여우녀석.'

이세신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 절레 저었다.

예나 지금이나 저 영악한 녀석한테 속아넘어가는

원로들에 대한 한심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왜 늦은 것입니까?"

이내 이세진은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한 시진이나 늦는 것은 엄연히 기다리는 입장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급한 일이 있어서요."

주소양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급한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이세진은 그런 그녀에게 집요하게 되묻기 시작하였다.

별 시덥지 않은 이유라면 제대로 훈계를 한 번 할 심산이었다.

존장에 대한 예의가 없다면서 말이다.

"협력자와 긴밀한 만남을 가지고 왔어요."

주소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이번 계획에 최대 협력자였으니

거짓은 아니었다.

"협력자 말입니까!?"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네에, 이번 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답니다."

"허어.."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협력자가 있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하였다.

"내 뭐라고 했소!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내 말이 그말이오! 그런데 어찌 아가씨를 타박한다는 말이오!"

"저 싸가지 없는 자식! 나이도 젊은 놈이 방자하기 그지없어서!"

그녀의 말을 들은 원로들이 발끈하며 이세진을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딸과 같은 주소양을 타박하는 그의 태도가 심히 거슬린 까닭이었다.

'망할 노인네들.'

그리고 그 비난을 들은 이세진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이때다 싶어 달려드는 승냥이같은 모습이 심히 거슬린 까닭이었다.

그렇게 이세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을 때엿다.

"그 협력자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그때 잠자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윤제겸이 천천히 입을 떼어 그녀에게 물었다.

협력자의 정체를 말이다.

"죄송해요. 숙부"

주소양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말할 수 없는 것이더냐?"

"......네에."

선우의 정체는 대계가 시작되는 당일까지 무조건 비밀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새어나간다면 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로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서운하구나."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짐짓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모두 너를 위해 이렇게 망설임없이 나섰건만, 정작 넌 우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 같구나."

운제겸은 서운함이 잔뜩 묻어나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계신 원로님들 모두 제게 아버지 같은 존재예요. 그런 원로님들을 어찌 신뢰하지 못하겠어요?"

"하지만 협력자의 정체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지 않더냐?"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정체에 관해선 철저히 함구해달라는 그 사람의 청이 있었거든요."

주소양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정녕 우리에게도 귀뜸해줄 수 없는 것이더냐?"

윤제겸은 거듭 그녀에게 물어봤다.

어떻게든 정체를 알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신의를 지키기 위해 또다른 신의를 배반할 수는 없어요. "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조용히 거절을 하였다.

"분명 아버지도 그리 생각하고 계실거예요."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구태여 더는 묻지 않으마."

윤제겸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협력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볼 요량이었지만

아무래도 무리인듯 싶었다.

이렇게 완강히 거부하니 말이다.

'부디......큰 변수가 아니여야 할 텐데....'

윤제겸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목표는 이재원에 대한 복수였다.

그리고 그 복수를 이루기 위해선 완벽한 계획이 필요하였다.

그를 죽일 수 있는 완벽한 계획이 말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협력자가 나온다면

그 완벽한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알지 못하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저 변수로 인해 자신의 오랜 숙원이 망가질까봐 말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말해줄 수 있겠느냐?"

윤제겸은 노선을 변경하였다.

협력자를 알아내는 대신 그녀의 구체적인 계획을 알아내기로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에 맞게 자신의 계획을 수정할 심산이었다.

"물론이예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옅은 미소를 흘렸다.

안그래도 오늘 계획에 대해 말할 심산이었다.

성공을 위해선 원로들의 협력이 무척 중요하니 말이다.

"이재원이 단상에 올라 대중에게 연설을 하는 그 순간, 저는 이재원을 철저히 몰락시킬 생각이에요."

주소양은 차가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원로님들은 그 순간 수뇌부들을 견제해주세요. 섣부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말이에요."

"..........궁금한게 있구나."

윤제겸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말씀하세요."

"이재원을 어떻게 몰락시킬 심산이더냐?"

"그를 몰락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증거를.....말이더냐?"

"네에."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증거길래, 천무맹주를 철저히 몰락시킬 수 있다는 말이더냐?"

윤제겸은 궁금하다는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되물었다.

무슨 증거를 가지고 있길래 저리 확신하는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대영웅이었다.

그리고 천무맹의 지존인 천무맹주이기도 하였다.

그런 그를 대체 어떻게 철저히 몰락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연쇄 간살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무리인 것이다.

'잠깐...설마!?'

순간 윤제겸의 머릿속이 번뜩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의혹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곧바로 주소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다음 응시하였다.

그녀의 고운 입술을 말이다.

"이십여 년 동안 천무맹에서 일어난 연쇄 간살 사건."

주소양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 사건의 범인이 이재원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요."

주소양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 증거라면 이재원을 철저하게 몰락시킬 수 있어요."

그녀는 확신에 찬 듯한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원로들은 하나같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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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그게...무슨 말입니까...아가씨."

계상득은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주소양에게 물었다.

그녀의 열렬한 신봉자인 계상득마저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말그대로예요.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간살 사건의 범인은 이재원이에요."

주소양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재원을 좋아하지 않았다.

딸이나 다름없는 주소양을 낚아채 혼인한 도둑놈이자

그녀의 고운 뺨에 손을 댄 천하에 다시 없을 망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이었지만 간살범이라는 말에는 쉽사리 동의를 할 수 없었다.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긴 하지만

연쇄 간살을 일으킬 정도로 악독한 새끼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림의 대영웅이라는 작자가

어찌 인두겁을 쓰고 그런 추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소양......근거는 확실한 것이더냐?"

그때 상석에 앉자있던 윤제겸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네에, 확실해요."

주소양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거는 확실하였다.

그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이 씌워진 당사자는 물론

모든 정황이 기록되어있는 사건 기록부까지 전부 확보해놓은 상태였다.

어찌 근거가 확실하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는가

"그럼 되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윤제겸은 이내 수긍한 말을 이었다.

"윤 대협!"

그러자 옆에 있던 이세진이 즉각적으로 반발을 하였다.

"어찌 그리 수긍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좀더 명확한 근거를 들어봐야합니다! "

그는 답답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상대는 이재원이었다.

무려 이십여년 동안 천하제일인으로서 군림하고

무림의 대영웅으로서 칭송받았으며

최고 권력집단인

천무맹의 수장을 연임하고 있는 남자인 것이다.

그런 남자를 간살범을 몰려면 더욱더 선명한 증거가 필요하였다.

눈에 보이고 단번에 알 수 있는 그런 증거가 말이다.

그런데 어찌 말한마디에 수긍을 하고 넘어간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난 소양을 믿네."

윤제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또한 믿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관계를 꼭 따져야할..."

"자네는 소양이 근거도 없이 억지를 부리는 멍청한 여인으로 여기는 것인가?"

"그...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의 물음에 이세진은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주소양은 멍청한 여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똑똑함을 넘어 영악하기까지한

대단한 여인인 것이다.

그런 여인이 근거도 없이 억지를 부릴리 없었다.

이는 윤제겸의 말이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끝난 것이 아닌가? 나는 소양을 믿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믿지."

"저 또한 아가씨를 믿습니다."

그때 계상득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이재원이 연쇄 간살범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는 했지만 아가씨께서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믿습니다. 그 새끼는 생긴 것 부터가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저도 믿습니다. 아가씨"

"저도......."

"저도........"

이내 원로들이 너도나도 그녀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아버지대부터 쌓아온 신뢰의 빛이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어떠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다.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수많은 아버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주소양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다음 두터운 서책 한권을 회의 탁자 위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이게 그 증거예요."

주소양은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이건 증거였다.

이재원의 이십년간 수많은 여인들을 납치하고 겁탈하고 죽여버렸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명백한 증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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