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9화 〉 740.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따뜻해.'
따뜻하였다.
그 어떤 것도 포용해줄 것 같은 포근함이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너무 좋아.'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이 포근함이 영원토록 지속되길
희망할 정도로 말이다.
'하아....행복해..'
이내 행복감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곁에 있는 것이다.
부비적 부비적
이내 몸을 더욱더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이 포근함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쓰담 쓰담
그때 머릿결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애정과 따스함이 잔뜩 담겨있는 손길이었다.
"하흐으으으..."
이내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차오른 행복감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던 까닭이었다.
"깼나보네?"
그때 귓가로 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고 동경하며 애정하는 남자.
하나 뿐인 낭군인
선우의 목소리였다.
"더.....잘래요.."
이내 주소양은 어리광부리듯 입을 떼었다.
선우의 품안으로 더욱더 파고들면서 말이다.
"안돼, 오늘 회의가 잡혔다면서?"
선우는 그녀를 살며시 밀어내며 말을 이었다.
오후 일정에 회의가 잡혀있는 주소양이었다.
그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과의 만남이 약속되어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깨울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을 바람 맞일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회의는 중요치 않아요......제게 중요한 건 선우님의 포근한 품속이랍니다."
하지만 선우의 단호한 말에도 불구하고 주소양은 그의 품안에 파고들며 궤변을 내뱉었다.
회의가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사랑하는 낭군님의 품속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중요하거든?"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원로들이 각혈을 할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하는 그녀의 태도에 황당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요오오...조금만..더...품안에 있다갈게요오..."
주소양은 울상이 된 얼굴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어지간히도 가기 싫은듯한 모습이었다.
"............."
선우는 그 모습을 멍하니 응시하였다.
눈시울을 잔뜩 적신 채 애원하는 주소양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진짜 반칙처럼 예쁘네.'
선우는 생각하였다.
주소양의 외모가 반칙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이다
화경 때 한 번
현경 때 한 번
총 두번의 환골탈태를 겪은 주소양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찬란하다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극한의 아름다움을 갖추게 되었다.
안그대로 아름답던 얼굴은 더욱더 빛이나게 되었고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를 갖추고 있음에도
처짐따위는 전혀 찾을 수 없었으며
피부 또한 아기의 피부가 연상될 정도로
뽀얗고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유부녀의 특유의 농염함과
고귀하게 자란 고급스러움은 그녀를 매력을 한층 더 부각시켜주었다.
반칙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 선우님과 함께하는 순간 순간이.......너무 행복해요....부디..제 행복을 앗아가주지 말아주세요."
주소양은 글썽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보호본능이 절로 자극되어질 정도로 가련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선우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가련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이렇게 애원하는데
한 번쯤 그 어리광을 들어줘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돼!'
절레 절레
하지만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젓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일은 제대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돼."
선우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일할 땐 일해야지."
주소양의 지지하는 원로들은 엄연히 신경 써야할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대계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윤활제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들은 관리조차 하지 않고 냅둘 수는 없었다.
".............선우님..."
주소양은 잔뜩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정녕 자신을 보내야하냐는듯한 시선으로 말이다.
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마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서려있었다.
"후우우우..."
그 눈빛을 마주한 주소양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리광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알겠어요....선우님....정..그렇게..말씀하신다면....소첩은 따를 수밖에요."
스르르르
주소양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그대로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상당한 내력이 그녀의 몸에서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으으윽
이내 일렁이던 내력들이 그녀의 몸을 완전히 휘감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몸에 묻어있는 온갖 노폐물을 그대로 털어버렸다.
땀과 정액 그리고 애액같은 노폐물들을 말이다.
이내 주소양은 무척이나 깔끔한 모습으로 바뀌어버렸다.
주소양은 그 상태로 손을 뻗었다.
부우웅
그러자 한쪽 구석에 걸려있는 고급진 비단 옷이
그녀의 손 안으로 날아들아들기 시작하였다.
허공섭물의 묘리를 발동시킨 것이다.
덥석
이내 의복을 잡은 주소양은 몸에 두르듯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이내 색정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알몸의 색녀는
새하얀 비단 옷을 입은 기품 넘치는 귀부인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순식간에 말이다.
'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기품 넘치는 귀부인으로 변모한 주소양의 매력이 절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다음엔......저 옷 입힌 채 해야겠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다음엔 옷을 찢는 대신 입혀놓은 상태로 삽입을 하겠다고 말이다.
"어떤가요?"
주소양은 선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무 아름다워....다시 한 번 반할 만큼 말이야."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떼었다.
"후훗....띄워주시면 부끄러워요."
주소양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말을 이었다.
언제나 칭찬만을 듣고 살았던 그녀였지만
선우에게 듣는 칭찬은
그 울림부터가 남달랐다.
그저 가벼운 칭찬임에도 가슴이 울렁거리며
흥분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이내 주소양은 선우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쪽
그리고는 몸을 살짝 숙인 뒤 선우의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였다.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선우님."
주소양은 선우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
선우는 그런 그녀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웃음에 넋을 놔버린 까닭이었다.
씨익
그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일까
주소양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뒤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이내 방 안에는 넋을 놓고 있는 선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제 3 회의실
수많은 원로들이 각자 자리를 지키며 앉아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침묵을 하고 있었다.
"대부인께서 늦는구려."
그때 원로 중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명운검 이세진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어허, 대부인이라니!?"
그때 맞은 편에 앉아있던 원로 중 하나가 그를 타박하며 언성을 높였다.
만월도 계상득이었다.
"차기 맹주님이라는 호칭을 놔두고 어찌 대부인이라는 버린 호칭을 쓰는가!"
계상득은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건.....너무..이른 것 아닙니까?"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정권을 잡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표출한 적이 없었던
주소양이었다.
그저 현 천무맹을 무너뜨리겠다는 이야기만 한 것이다.
그런데 차기 맹주라는 호칭을 입에 담다니?
빨라도 너무 빠른 말이었다.
"노오옴!! 지금 아가씨께서 차기 맹주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더냐!"
그 말을 들은 계상득은 노여움이 가득 서려있는 얼굴로 이세진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가씨께서 제대로 된 언급을.."
이세진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갑자기 급발진하며 분노를 토해내는 계상득의 언행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눈치도 없는 놈! 천무맹을 무너뜨리겠다는 말이 무슨 말이더냐? 거짓된 정의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의를 세우겠다는 말이 아니더냐? 바로 무림맹을 말이다! 그런데 뭐? 맹주의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네놈이 정녕 내 칼에 목이 달아나고 싶은 것이구나!"
"아니 제가 언제 맹주의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였습니까!? 그저 아가씨께서 언급을 안했으니 설레발을 치지말자...뭐...이런 말이 아닙니까!?"
"언급을 하지 않았어도 알아서 알아들어야 할 것 아니더냐!? 명색의 원로라는 놈이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어디다 써먹겠느냐!"
계상득은 잔뜩 뿔이난 표정으로 이세진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눈치없이 행동하는 이세진의 태도가 영 성에 차지 않은 까닭이었다.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해야할 때가 아닙니까!"
"뭣하러!?"
계상득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내뱉었다.
"자칫 차기맹주라는 발언이 천무맹주의 귀에 들어가면 어찌하려고 하십니까!?"
"기막을 다쳐둔 마당에 듣긴 누가 듣는다는 말인가?"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닙니까!?"
천무맹주 이재원은 현경이라는 반선의 경지에 다다른 몸이었다.
그 이치를 거스르는 힘으로
기막을 뚫고 이야기를 엿들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흥, 들으려면 들으라고 하게."
"뭐라!?"
이세진은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천무맹주, 그 개잡놈은 아가씨에게 손찌검을 하며 이미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태이다! 그런 상황에서 뭣하러 숨고 뭣하러 사린단 말인가!"
계상득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이미 선전포고는 되어있는 상태였다.
이재원 또한 원로원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뭣하러 사린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이런 계획은 좀더 기밀함이 유지되야 하는 법입니다."
이세진은 답답하다는듯 말을 이었다.
선전포고가 되어있기는 하다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의중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저들에게 필요이상의 자극은 오히려 독이 될게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생각없이 지르고 본다는 말인가
'골머리가 아프다.'
이세진은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상관없다!"
"상관있습니다!"
"나이도 어린 놈이 지금 말대답하는 것이더냐! 내가 네놈보다 밥을 먹어도 더 처먹었고 똥을 싸도 수천 번은 더 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네놈이 말대답을 해!?"
"아니 다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이는 또 왜 따집니까!?"
"네 이노오오옴! 지금 항명을 하는 것이냐!"
"아니, 원로원에 소속된 똑같은 원로가 아닙니까!? 같은 직급끼리 원 항명입니까!?"
"원로원의 서열은 나이순이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소리입니다!"
이내 두 사람의 말다툼이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계상득의 경우 새파랗게 젊은 놈이 꼬박 꼬박 말대답을 하는 게 아니꼬왔고
이세진의 경우 나이를 빌미로 논리를 뭉개버리는 계상득의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두사람의 불협화음이 격한 말다툼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성이 오갔을까
벌떡
벌떡
이내 두사람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이새끼야!"
"나오라면 못나올줄 알고?!"
그리고 각자 병장기를 챙기기 시작하였다.
무인답게 무력으로 다툼을 종결시킬 생각이었다.
"그만."
그때 중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회의실 안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크으윽!"
"흐윽!"
더불어 잔뜩 흥분해있었던 두 원로들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가 내부를 뒤흔들어버린 까닭이었다.
"곧 소양이가 올 것이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추태오?"
상석에 앉아있는 노년의 검객, 윤제겸은 중후한 목소리로 그들을 꾸짖기 시작하였다.
"하..하오나..검제여.."
"하지만 윤 대협.."
두 원로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변명을 하려고 하였다.
"듣기 싫소."
하지만 윤제겸은 단호하게 그들의 말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앞으로 소양이 올 때까지 입을 여는 이는 내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완전히 봉해줄터이니. 그리 알도록 하시오."
윤제겸은 차가운 눈빛으로 두 원로를 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두 원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이면 나이
무력이면 무력
인품이면 인품
명성이면 명성
거기다 무림맹주의 막역지우라는 친분까지
원로원의 그 누구보다 독보적인 위치에 서있는 자가 바로 윤제겸이었다.
그런 윤제겸의 말에 반박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이제야 조용하군."
장내가 조용해지자 윤제겸은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얌전히 기다렸다.
원로들을 소집한 주소양이 도착하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이이익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새하얀 비단 옷을 입은 기품 넘치는 귀부인이 말이다.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죠?"
무림맹주의 딸이며
신비문파 천월궁의 궁주이며
이십 여년 전 마교로부터 무림을 구한 영웅.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