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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33화 (734/1,419)

〈 733화 〉 734.제대로 사과할테니까. 용서해줘.

"그럼 경위서에는 동일범의 소행으로 기입해놓도록 하겠습니다."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결국 이재원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한 것이다.

"잘생각하였소. 부인의 결정은 무림의 안정과 평화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거름이 될 것이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짐짓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치하하였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거부감을 지워버릴 요량이었다.

무림의 안정과 평화라는 대의명분으로 말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팽가련은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거짓 발표를 하는 게 내키지 않는 듯 하였다.

하지만 이재원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알게뭐야, 양심에 찔리든 말든'

그녀의 내적 갈등따윈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일이 성사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말이다.

'세상 살기 존나 쉽네.'

이재원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럼 이만 저는 소견서 작성을 해야겠습니다."

팽가련은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자연스러운 축객령이었다.

"아, 알았소. 내 바쁜 사람을 너무 붙잡고 있었구려."

이재원은 곧바로 대답을 하였다.

그또한 집법당에 더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이미 원하는바는 이룬 이상

집법당에 죽치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년이랑 쎄쎄쎄를 할 것도 아니고 뭣하러 남아있다는 말인가

"그럼 먼저 가보도록하겠소. 후에 경위서를 따로 보내주시오. 내 그 경위서를 바탕으로 공표를 할터이니."

말을 마친 이재원은 그녀에게 가벼이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버렸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말이다.

그다음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끼이이익

이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대로 문이 닫혀버렸다.

팽가련은 닫혀있는 문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무척이나 차가운 표정으로 말이다.

*********

'히히히히히'

이재원은 속으로 희희덕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일이 잘풀렸다는 생각에 기쁨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답지않게 튕기긴 했지만 결국 팽가련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모든 일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바로 장삼의 소행으로 말이다.

'완벽해! 시발!'

이재원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장삼은 이번에도 간살 사건의 용의자로서 무림에 이름을 다시금 떨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의적인 소문 또한 전부 수면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이목이 장삼에게 쏠리게 될테니까 말이다.

또한 장삼에 대한 분노를 이용하여 천무맹의 전력을 보강할 수도 있었다.

공공의 적은 아군의 담합을 부추기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흐흐흐흐...이게 바로 분노 마케팅이라는 거다. 짱개새끼들아.'

이재원은 속으로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너무나 쉽게 선동되는 미개한 민중에 대한 한심함과

더불어 그들을 마음 먹은대로 주무를 수 있다 우월함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이재원은 경쾌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가슴 속 깊은 곳에 차오른 우월감을 즐기면서 말이다.

**********

쓰윽 쓰윽 쓰윽

팽가련은 부드럽게 붓질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유려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붓질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붓질을 이어갔을까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팽가련은 곧바로 붓을 내려놓았다.

"누구시죠?"

그리고 그대로 시선을 올려 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접니다. 당주."

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무슨 일인가요?"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잠시 보고드릴 것이 있어. 직접 오게되었습니다."

"급한 일인가요?"

"급한 일입니다."

"들어오세요."

팽가련은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끼이이익

그러지 이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이 굵은 우락부락한 남자.

천룡검 강명이었다.

"당주를 뵙습니다."

강명은 무척이나 정중한 태도를 인사를 하였다.

"어서와요. 강명."

그리고 팽가련은 그런 강명을 사무적인 표정을 지은 채 반겨주었다.

"급한 일이란 게 무슨 일인가요?"

그녀는 강명을 바라보며 곧바로 용건을 물었다.

"이번에 일어난 간살 사건의 범인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새로운 사실이요?"

"그렇습니다."

"말해보세요."

"..........아무래도 비밀을 요하는 일이라.....기막을 둘러야할 것 같습니다."

강명은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게하도록 하죠."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솨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대로 내력을 운용하여 기막을 형성시키기 시작하였다.

이내 기막이 방안 전체를 완벽히 감싸기 시작하였다.

"잘했어."

그러자 강명이 대뜸 그녀를 칭찬하기 시작하였다.

상급자인 팽가련을 향해서 말이다.

"하아...저는...잘한건가요?..하아..선우님.."

그러자 팽가련은 무척이나 흥분한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고압적인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훌륭한 연기였어.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정말 강명과 네가 대화하는 줄 알았을거야."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하아...기뻐요...저는....선우님의 명령을...완벽히 수행한거군요."

"완벽한지 아닌지는 더 들어봐야 아는거구."

선우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팽가련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재원, 왔다갔지?"

"네에...방금 전.......제 방을..왔다.갔어요."

"뭐라고 하디?"

"이번 간살 사건을...장삼님의 소행으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수락했고?"

"....네에...."

"실망이야..꼭 .그렇게 나를 범인으로 만들어야했어?"

선우는 서운하다는듯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전 그..그저..선우님이...말씀하신대로..."

선우의 표정을 본 팽가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분명 선우는 그녀에게 명령을 해두었다.

이재원이 무슨 제안을 하든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별안간 실망하는듯한 어투로 말하다니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불안하였다.

혹여 자신이 실수한 것은 아닌가하고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날 범인으로 만들다니........한 번으로는 부족했던거야?"

".......그...그러니까...그게.."

선우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울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하늘같은 주인님에게 다시금 해를 끼친듯 하였다.

선우를 간살범으로 만들고 무림공적으로 만든 원흉이나 다름없는 그녀였다.

그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더욱더 잘하고 노력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를 친 것이다.

"죄..죄송..합니다...제가...제가..어떻게든..되돌려..놓을테니까...부디....용서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저질러놓고 수습하면 뭔 소용이야?"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그런.."

팽가련의 눈빛에 절망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이 어린 주인님은 자신을 용서해줄 생각이 없는듯하였다.

팽가련의 얼굴이 점점 더 울상이 되어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런 팽가련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우의 태도는 팽가련을 더욱더 위축시키기 시작하였다.

하늘 같은 주인님이 화가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린 눈총을 받았을까

"용서받고 싶어?"

이내 선우가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용서..용서받고 싶어요..부디...용서를.."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무엇인가요? 뭐든! 뭐든! 할게요!"

팽가련은 다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간절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이리 와봐......"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손짓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본 팽가련은 망설임없이 그대로 선우에게 걸어갔다.

이내 팽가련은 선우의 입술쪽에 귀를 가져다대었다.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긴장 어린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그가 말할 조건이 무엇일지 전혀 예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건이 뭐냐면........"

선우는 그런 팽가련을 바라보며 뜸들이며 말하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꿀꺽

팽가련은 침을 꿀꺽 삼켰다.

"뒷구멍도 쓰게해줄래?"

".............네에!?"

순간 팽가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뒷구멍에 박아 본적이 없더라고...."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 차 있었다.

".....아"

그리고 그의 장난기 어린 얼굴을 마주한 순간

팽가련은 긴장이 탁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농을 걸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털썩

이내 팽가련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긴장감이 일시에 해소된 까닭이었다.

"어..어..어!?"

선우는 갑자기 주저앉은 그녀를 의아한듯 바라보았다.

"...흐으윽...흐그으윽...흐윽.."

그때 팽가련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서럽다는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당혹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울음을 터트린 그녀의 모습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련아?"

선우는 울고있는 팽가련을 불러보았다.

"흐윽...흑...흑...흐윽.."

하지만 팽가련은 여전히 서럽게 울음을 터트릴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거 어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난감함이 들었다.

반응이 재밌을 것 같아서 장난을 쳤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반응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철과 같이 단단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범법자들을 무자비하게 심판한다하여 철의 여인이라고 불리우는 팽가련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어린 양처럼 서글피 울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어쩐다..'

선우는 고심에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달래주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일처리를 완벽히 하였다.

자신의 명을 훌륭히 완수한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을 차치하더라도 칭찬을 해주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난을 친다고 울려버렸으니 어찌 달래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다음 팽가련의 가녀린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미안, 많이...화났지?"

그리고 울고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흐윽...흐윽...아니에요....괜찮아..요.."

팽가련은 물기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안괜찮아 보이는데?"

선우는 그녀의 말을 전면으로 부정하였다.

괜찮은 사람이 어찌 저렇게 펑펑 눈물을 흘린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정말이에요...저는 정말.."

"가련, 나 거짓말 싫어해."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슬프면 슬프다. 화가 나면 화가 났다. 제대로 말해야 응어리지지 않는거야.....느끼고 있는 감정 그대로 말해줬으면 좋겠어."

감정이란 건 눈에 보이진 않지만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었다.

감정에 따라 심리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감정을 대함에 있어서 사람은 솔직해야한다.

솔직하지 못한 감정은 응어리지기 마련이었고

감정이 응어리지면 마음의 병이 생기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선우는 살짝 강경하게 말을 하였다.

팽가련을 달래야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녀가 거짓으로 본연의 감정을 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노예가 된 후 팽가련은 항상 자신의 눈치를 보았다.

과거 자신을 모함하고 죽이려했던 사실에 대해 크나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탓이었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며 냅두고 있긴 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할 정도로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런 버릇을 바로잡을 요량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이어갔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죄송해요.."

이내 그녀는 천천히 입을 떼어 사과를 하였다.

".....살짝...아주..살짝...서러웠어요.."

그녀는 글썽이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어떤 부분이 서러웠는데?"

"..........오늘은....칭찬 받을 줄 알았어요....명하신대로 일처리를 잘해서...주인님께서...잘했다고..머리를 쓰다듬어주실 줄 알았어요...그런데...갑자기..다그치시고...나중에..장난이라고 하시니...서러운 감정이 치솟았어요.."

팽가련은 말하면서도 북받쳤는지 더욱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그리고 이내 팽가련은 깊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였다.

감히 하늘과 같은 존재에게 삿된 마음을 품었다는 생각에

황송함과 송구함을 느꼈기 떄문이었다.

"네가 왜 미안해? 잘못한 건 난데."

선우는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그녀가 느꼈을 박탈감에 어느정도 공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다음부턴 이런 장난은 자제하도록 할게....이렇게 상처받을 줄은 몰랐네."

쓰담 쓰담 쓰담

그리고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그 부드러운 손길이 부끄러웠던 탓일까

팽가련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게 얼마나 쓰다듬었을까

이내 선우가 팽가련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올렸다.

"제대로 사과할테니까. 용서해줘."

"네에?"

츄읍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의 입맞춤을 받은 팽가련의 눈이 토끼처럼 커다래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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