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2화 〉 733. 물밑 작업
'제기랄 뭐지.....아직...아무도...안따먹었는데..뭐냐고..시발.'
제갈찬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말없이 고심에 잠겼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범인 자신이 이곳에 있는 어찌 매음굴에서 간살된 시체가 발견될 수 있다는 말인가
"범인은 특정한 것이오?"
이내 이재원은 천천히 입을 떼어 물었다.
범인에 대한 행적을 말이다.
"자세한 부검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일단은 이전 사건의 범인과 동일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전 사건이라면 장삼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제갈찬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수긍을 하였다.
"그렇게 판단한 근거?"
이재원은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동일인일리 없었다.
집무실에서만 처박혀있었거늘
어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발견된 시체의 상태가 이전과 무척이나 유사하였습니다."
"유사하였다?"
"그렇습니다.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여져 있었고 성적고문을 당한 게 분명한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났으며 무엇보다 목이 세바퀴정도 돌아가있었습니다. 이전에 일어났던 간살 사건과 흡사하였습니다."
제갈찬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시발'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체를 상태만 보면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뭐지....대체...어떻게..된거지..'
이재원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얄팍한 머리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설마 모방 범죄?'
이내 순간 이재원의 눈이 반짝였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방 범죄라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동경한 누군가가 지금껏 일어난 간살 사건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웹서핑 중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정신 나간 새끼들은 범죄를 모방하여 유명세를 취하려고 한다고 말이다.
분명 그런 정신 나간 새끼들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장삼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용의선상에서 유유히 벗어나려는 악의 가득한 쓰레기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체의 신원은 파악 하였는가?"
"아직.....알아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제갈찬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피해자의 신원파악은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니던가?! 어찌 그런 기본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재원은 짐짓 성난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얼굴이 심각하게 뭉겨져있는 상황이라 신원파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얼굴이 뭉개졌다?"
"네에, 아무래도 버려지는 과정에서 바닥에 얼굴이 갈린듯 합니다."
"......그렇군."
이재원은 수긍하듯 말을 이었다.
이해가 되었다.
그가 매음굴에 시체를 버릴 때에도 종종 피해자의 얼굴이 땅에 갈릴 때가 있었다.
귀찮다고 대충 던지다보면 그대로 갈려버린 까닭이었다.
'잠깐'
순간 이재원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였다.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그리고 이내 입가에 보일듯말듯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꽤나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체는 지금 어디있소?"
이내 이재원은 정색을 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현재 집법당에서 보관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실 생각이십니까?"
"집법당주를 만나볼 심산이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집법당주를 말입니까?"
"그렇소. 만약 그대 말대로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사건은 심각해지오. 천무맹은 장삼의 범죄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 될테니 말이오. 그러니 집법당주를 통해 직접 확인해봐야겠소. 정녕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과 같은 흔적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를 말이오."
이재원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핑계였다.
그가 가는 이유는 간단하였다.
장삼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그를 다시금 추악한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후폭풍이 거세긴 하지만........'
장삼이 다시금 간살 사건을 일으켰다고 공식적인 발표를 한다면 분명 천무맹의 위신은 깎여질 것이다.
천무맹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제남에 장삼의 범행을 허용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감수할 만한 일이었다.
무림공적 장삼으로 하여금 제남의 무림인들의 단합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공공의 적이 생길 때 단합을 하기 마련이었다.
헐뜯고 미워할 대상을 만들어놓는다면 동질감과 더불어 동료애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장삼은 민중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비난을 받을 훌륭한 욕박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단합은 곧 천무맹의 전력으로 치환이 될 것이다.
'이런 개꿀 이벤트가 생기다니..'
이재원은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만약 집법당주께서 동일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어떻게 하실 심산이십니까?"
"추살령을 내릴 것이오."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남에 있는 모든 이들의 협력을 얻어 공동전선을 구축한 뒤 천라지망을 펼칠 것이오. 누구도 제남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말이오."
"모든 이들의 협조를 말입니까?"
"그렇소. 제남에 기거하고 있는 무인들은 물론 관아, 엽사 , 상인, 농부, 야장 등 눈과 귀가 달린 모든 이들의 협력을 구축할 것이오."
"......그렇다면 대대적인 공표가 있어야하겠군요."
"그렇소. 혹시 모르니 마땅한 장소 물색을 부탁하오."
이재원은 제갈찬을 바라보며 부탁을 하였다.
대대적인 공표를 위해서는 수많은 이들을 수용할 만한 커다란 장소가 필요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갈찬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받았다.
"고맙소. 그럼 나는 집법당으로 가보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바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일말의 망설임따윈 전혀 없이 말이다.
제갈찬은 그런 이재원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북풍한설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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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법당
저벅 저벅
이재원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마음같아선 신법을 발휘하며 달려가고 싶었지만
애써 그런 욕구를 가라앉혔다.
천무맹주로서 품위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어찌 위엄 어린 천무맹의 맹주가 경망스럽게 맹내에서 신법을 발휘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는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이내 그는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증거와 범인을 만들어주는 생산공장에 말이다.
끼이이익
이내 이재원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팽가련의 집무실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도착할 수 있었다.
집법당주의 개인 집무실을 말이다.
똑 똑 똑
이재원은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누구신가요?"
그러자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집법당주이자 마누라 중 하나인 팽가련의 목소리였다.
"흐음..흐음...날세."
이재원은 짐짓 헛기침을 두어번 내뱉은 후 입을 떼었다.
"들어오세요."
끼이이이익
이내 그녀의 허락이 떨어졌고 이재원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어버렸다.
"어서오세요, 맹주."
그가 문을 열자 팽가련은 살가운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반겼다.
"오랜만에 보는듯하구려."
"정말 그러네요. 죄송해요 자주 찾아뵈었어야했는데....."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아니오, 찾아오지 않은 것은 피차일반이 아니겠소? 그러니 개의치 마시오."
두 사람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하였다.
겉으로 보기엔 무척이나 화목한 광경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어떤 연유로 집법당에 발걸음을 하신건가요?"
팽가련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군사에게 들었소. 시체가 들어왔다고 말이오."
이재원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에 대한 집법당주의 소견을 듣고 싶소."
"제 소견을 말인가요?"
"그렇소. 군사가 알기론 기존에 장삼이 저질렀던 간살사건과 무척이나 유사하다고 하던데......사실이오?"
"네에, 사실이에요."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기존에 발견된 시체들과 상당히 유사한 흔적들이 가득했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액들과 성적 고문이 포함되어있는 학대, 목을 돌려버리는 잔혹함까지..게다가........."
팽가련은 하나하나 유사성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이다.
'아오, 설명충'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한귀로 흘리며 그녀의 말이 끝나길 그저 기다렸다.
그가 듣고 싶은 것은 결론이었다.
저렇게 장황한 설명 따윈 사양인 것이다.
".....그래서...아무래 동일인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뭐라?!"
순간 이재원은 놀란듯 언성을 높였다.
예상과 다른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동일인이 아니라는 것이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동일인으로 취급하기엔 상황이 많이 묘하다구요."
".....대체 무엇이 묘하다는 말이오?"
"맹주께서는 아무래도 제 이야기에 집중을 하지 않은듯 합니다."
"....미안하오.....내 딴 생각을 하느라.."
이재원은 쪽팔림에 얼굴을 붉혔다.
'이게 뭔 쪽이야. 시발'
멍때렸다는 사실을 완전히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그럼 다시 말씀드릴게요."
팽가련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피해자를 다루는 방식이 기존과 달라요."
"그게 무슨 말이오? 분명 시체의 상태가 흡사하다고 들었는데?"
"성적고문을 가한 것과 잔인하게 죽인 것은 유사해요.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요. 하지만 피해자의 얼굴이 뭉개진 것은 엄연히 두 사건을 별개로 봐야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피해자들도 얼굴이 갈린 이들이 몇 몇 있지 않았소?"
"상황이 달라요. 기존의 피해자들이 옮겨지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갈렸다면 이번 피해자의 경우 일부러 얼굴을 짓뭉개버렸거든요. 신원조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에요."
팽가련은 날카로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얼굴만큼은 건들이지 않았던 장삼이에요. 구태여 건들일 이유가 없지요."
팽가련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곤 동일범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 않소?"
"물론 다른 차별점도 있어요."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기존의 피해자들은 모두 천무맹에 내부에 실종된 맹원들이었어요. 대다수가 봉황당원이기도 하였죠. 그런데 이번 피해자는 맹원이 아니에요."
"신원이 확실치 않다면 그런 사실을 어찌 알수 있소?"
"현재 맹원들 중 실종된 이는 없으니까요."
팽가련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무식한 질문에 짜증이 살짝난듯 하였다.
'시발년이.'
그리고 그 표정을 본 이재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모를 수도 있지 그걸 또 있는 그대로 내색하는 그녀에 대한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이해했소....듣고보니 동일범이 아닐 가능성이 좀더 높아보이는 구려."
"네에, 전 개인적으로는 모방범죄로 보고 있어요. 아마 범인 또한 다를거예요."
팽가련은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집법당주."
"네에, 말씀하세요."
"........이왕이면 동일범인 경우가 낫지 않겠소?"
이재원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팽가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시국이 아니오? 그런데 또다른 간살사건의 범인이 나온다니? 대중들의 불안감이 치솟을 수 밖에 없을 것이오."
이재원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간살사건의 용의자가 장삼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라는 말씀인가요?"
팽가련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요는 아니오. 그저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 뿐이오. "
물론 강요였다.
들어먹지 않는다면 몇 번이고 설득을 가할 생각이었다.
"그랬다간 천무맹의 위신이 깎일텐데요?"
"더 큰 혼란을 막기위해선 감수해야할 일이지 않겠소?"
이재원은 팽가련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만약 이 일이 알려진다면..."
팽가련은 짐짓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걱정마시오. 알려진다한들 우리를 욕할 이는 없을 것이오. 집법당주가 신도 아니고 어찌 모든 진실을 다알 수 있겠소? 틀렸다는 걸 지적하면 실수를 했다며 사과하고 모른 척 넘어가면 될 일이오. 어차피 민중은 금방 끓는 만큼 금방 꺼지는 성질을 갖고 있으니 말이오'
"아무리 그대로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건 좀.."
팽가련은 내키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년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튕겨?'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평소와 달리 오늘따라 튕겨대는 그녀의 태도가 심히 불만이었기 떄문이었다.
"부인, 내 말을 들어보시오. 세상에는 해도 되는 백색의 거짓말이 있소. 공익을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전부 용서받을 수있는 거짓말이라 이런 말이오. 그러니 죄책감을 가지지 마시구려."
이재원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입장을 발표해주시오. 이번 범죄 또한 장삼이 저지른 일이라고 말이오."
어느새 이재원은 권유가 아닌 강요를 하기 시작하였다.
다시금 범죄를 장삼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고심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재원의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히히히히히히...계획대로다.'
그 모습을 이재원은 속으로 비열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