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화 〉 626.선우가 돌아왔단 말이야!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군가요?"
당대부인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언니, 저예요...적화."
그러자 바깥에서 삼부인 금적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당대부인은 살며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이내 문이 열리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여인, 금적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 처소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그녀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당대부인은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와 따로 자리를 마련한 기억이 없던 탓이었다.
"혹시 이곳에 요랑님이 오셨나요?"
금적화는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당대부인에게 물었다.
"요랑님?"
그녀의 물음에 당대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에, 지금..또 사라지셔서.."
금적화는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또!?"
그 말을 들은 당대부인은 놀란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에.....아무래도 월말정산 때문에 도망치신 것 같아요."
금적화는 골치아픈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런.."
그 모습을 본 당대부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탄식을 흘렸다.
"혹시 이곳에 들르거나 그런 적은 없나요?"
"아쉽게도 오늘은 방문하지 않았어요."
당대부인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요?"
금적화는 의심스럽다는듯한 눈초리로 당대부인을 바라보았다.
"정말이고 말고요."
"흐으음..."
그녀의 확답에도 금적화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요랑이 도망쳐올 때 마다 그녀를 몰래 숨겨주었던 당대부인이었다.
그런 그녀의 말이 신뢰가 될 리 만무하였다.
"혹여 절 의심하는 건가요?'
"살짝이요."
"금부인께서는 의심이 많으시군요.."
"그간 요랑님을 숨겨준 전적이 있으시잖아요?"
금적화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이런 걸 합리적 의심이라고 하는 거예요. 언니."
"정 그렇게 의심스러우시면 방을 뒤져봐도 좋아요."
그녀의 의심에 당대부인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으음.."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을 뒤질까말까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언니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아니겠죠."
그리고 이내 그녀는 방을 뒤지는 것을 포기하였다.
제대로 된 확인을 위해선 방을 뒤지는 게 옳은 일이었지만 당대부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더불어 요랑이 숨어있다면 당대부인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정말 뒤져도 상관없는데......"
"아니에요...생각해보면 또다시 같은 곳에 숨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금적화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후우"
그리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다른 곳을 찾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경화군주의 처소에 가보는 건 어때요?"
당대부인은 그런 금적화를 바라보며 제안을 하나 하였다.
"경화군주님의 처소에요?!"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네에, 요즘따라 두분이서 붙어다니는 경우가 잦더라구요. 아마 제 처소가 아니면 그쪽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녀의 물음에 당대부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당가에서 경화군주는 모두가 어려워하는 존재였다.
황족이라는 고귀한 핏줄이 가까이 가는 것조차 꺼려지게 만드는 탓이었다.
그런데 요랑은 그런 그녀의 신분 따위를 전혀 고려치 않았다.
영물인 그녀의 입장에선 경화군주나 부하인 당삼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요랑의 태도가 마음에 든 것일까
경화군주는 요랑과 상당한 죽이 잘맞는 사이가 되었다.
여기저기 붙어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실종된 지금도 경화군주와 함께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감사해요. 언니, 바로 가봐야겠어요!"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살짝 목례를 하며 감사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문고리를 붙잡았다.
바깥으로 나갈 심산이었다.
그때였다.
쾅 쾅 쾅 쾅
갑자기 문이 쉴새없이 두들겨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거칠게 말이다.
"당대부인! 당대부인! 당대부인!"
그리고 이내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열어봐! 열어봐!"
옥이 굴러가는듯한 아름다운 음색이었다.
'요랑님!'
그 목소리를 들은 금적화는 눈을 반짝였다.
끼이이익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바깥에 서 있는 요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당대부인! 지금 큰일.....적화?"
문이 열리자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문고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락
금적화는 곧바로 요랑을 껴안아버렸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대체 어디 갔던거예요!"
요랑을 껴안은 금적화는 언성을 높이며 그녀를 타박하였다.
"아니...잠깐...산책을.."
"무슨 산책을 두 시진이 넘게 하나요?"
"내가 운동량이 많아서......헤헤"
요랑은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서가요!"
금적화는 그대로 요랑을 끌고가기 시작하였다.
"잠..잠깐! 할 말이..있단 말이야!"
"
요랑은 억지로 버티며 말을 이었다.
"지금 그럴 시간 없어요! 오늘 안에 월말 정산을 끝내야한다구요!"
금적화는 어림없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한시가 바쁜 와중이다.
더이상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선우가 돌아왔단 말이야!"
이내 요랑은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네에?"
그리고 그 고함을 들은 금적화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선우가 돌아왔어! 지금 당가로 오고 있다구!"
"..........거짓말...아니시죠?"
금적화는 의심스럽다는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속고만 살았어?"
요랑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무슨 신뢰가 이리도 없다는 말인가
"맨날 속이셨잖아요!"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머리가 굵어지고 사람 골탕 먹이는 것에 맛이 들린 요랑이었다.
그런 그녀를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번엔 진짜요! 진짜! 진짜 선우가 돌아온거야!"
"어디..인가요..선우님..은.."
당대부인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사랑하는 님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벅찬 감동이 차오른듯하였다.
"정확히 어디있는지는 몰라! 하지만 선우의 냄새가 계속 진해지고 있어! 곧 돌아올거야!"
요랑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외쳤다.
"일단 정문으로 가야겠어요!"
당대부인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선우를 마중나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같이가!"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자신을 잡고 있는 금적화를 뿌리쳐버렸다.
그 다음 당대부인의 뒤를 따라 곧바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맞다! 적화야, 서윤이한테 말 전해줘!"
뛰어가던 요랑은 뒤편에 있는 금적화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르게 말이다.
금적화는 그런 요랑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흐음"
당서윤은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 앞으로 서신 한 장이 날아온 탓이었다.
발신인은 언니이자 천무맹의 안주인인 당진설이었다.
이걸 열어봐야할지
아니면 버려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녀의 어마어마한 횡령 사건이 드러난 직후
당서윤은 당진설에게 서신을 한 장 보내었다.
횡령한 돈을 내놓으라고 하진 않겠다고 대신 이제 지원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이다.
그 후로는 그녀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다.
아니 까먹었다는 말이 더욱더 어울리리라
그렇게 당진설에 대한 것들을 잊고 지내던 와중 그녀의 서신이 날아들었다.
고민이 되지 않을 리 만무하였다.
'흐으음'
당서윤의 고민이 더욱더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까
촤르르륵
그리고 이내 당서윤은 천천히 서신을 펼쳤다.
그다음 서신 안에 쓰여져있는 글들을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리고 이내 당서윤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사실 그녀에게 서신이 왔을 때부터 어느정도 짐작을 하고 있긴 하였다.
서신 속의 내용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녀가 당가에 서신을 보낼 때는 부탁할게 있거나 돈이 필요할 때 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짐작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서신 속에는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적혀있었다.
그것도 삼십만냥이나 되는 거금을 말이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삼십만냥이 뉘집 개이름이라는 말인가
당가에서 가장 높은 월봉을 받은 요랑이 은자 삼백냥을 받는다.
삼십만냥이라면 요랑이 100년 가까이 일해야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런 금액을 대번 내놓으라고 요구하니 짜증이 절로 치솟아올랐다.
적당히라는게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과거라면
오라버니인 당진철이 살아있었던 때라면 고민할 새도 없이 그저 내어달라는대로 내어주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천무맹의 눈치를 보며 협업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선우에 의해 이재원이 팔이 잘리고 천무맹은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눈치를 보며 협업을 이어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북해빙궁주와의 친분에 의해 북해의 특산품들을 사천연맹측에서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천무맹과의 협업을 제외하더라고 돈 나올 구멍이 많아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진설에게 지원이라니
어불성설이었다.
우우우웅
당서윤은 내력을 집중시켰다.
화르르륵
그리고는 곧바로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그러자 당진설의 서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말이다.
파스스스
서신은 검은 잿가루를 변하며 흩날리기 시작하였다.
"후우"
이내 서신을 완전히 소각시킨 당서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답답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당가에서는 천무맹과 거리를 벌릴 생각이었다.
더이상 그들에게 의지할 생각도 그럴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진설은 아직 그런 사실을 모르는듯하였다.
이렇게 뻔뻔하게 지원요청을 하니 말이다.
'이번에 당가로 오면 단단히 말해야겠어.'
당서윤은 눈빛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결단을 내야할 듯 싶었다.
더이상은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말이다.
만약 이대로 냅뒀다간 당진설은 당가에게 점점 큰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당가의 입장에서는 하등 도움 안되는 요구들을 말이다.
'그럴 순 없지.'
당서윤은 결의에 찬 눈빛을 반짝였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낭군과 척을 지게 된 언니였다.
그런 그녀를 배려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그녀가 결의를 다지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똑 똑
누군가 집무실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군가요?""
당서윤은 담담한 시선으로 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금적화입니다. 가주 대리."
"들어오세요."
끼이이익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금적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인가요? 금부인."
당서윤은 방 안으로 들어온 금적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말이다.
"급히 전할 소식이 있어. 이렇게 발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급한 소식이요?"
당서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금적화가 직접 전달할 정도의 소식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에, 아무래도 부군께서 돌아온듯 싶습니다."
"부...부군..이라면.."
금적화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장선우님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지금..어디있는건가요?"
당서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금적화에게 되물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고 있는게 확실하다고 하더군요."
"누가요?"
"요랑님이요."
".......아."
그녀의 대답을 들은 당서윤은 이내 수긍을 하였다.
요랑이라면 다른 이들이 못 느끼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인간과 달리 그녀는 수백년 묵은 영물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부인들도 이 소식을 전해들은 건가요?"
"네에, 요랑님과 경화군주님께서 소식을 전했다고 합니다."
"이런.....제가 제일 늦었네요."
벌떡
이내 당서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식 전해줘서 고마워요. 금부인."
그리고 금적화를 바라보며 정중히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하였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녀의 감사 인사에 금적화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저런 정중한 인사라니?
부담이었다.
"그럼...저도..가봐야겠어요."
그다음 바깥쪽으로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걸음은 경쾌하기 그지 없었다.
선우가 돌아온다는 사실자체가 너무나 기쁜듯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금적화는 이내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