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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22화 (623/1,419)

〈 622화 〉 623.검제劍帝 윤제겸

"후아아아암~"

이재원은 찢어지듯 입을 벌리며 커다란 하품을 하였다.

"시발 존나 무료하네."

이재원은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장선우의 퇴출을 결정한 지 벌써 이틀이나 흘렀고 그에게 퇴출이 통보된 지는 만 하루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이재원은 장선우의 반응을 가만히 앉아 기다렸다.

그의 반응에 따라 대응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반발을 한다면 천무맹의 맹원 전부를 소집한 후 공개적으로 망신을 줄 심산이었고 그가 순순히 떠난다면 사람을 붙여 동향을 살필 심산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에 대한 소식이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분명 팽가련을 통해 그에게 제대로 퇴출 통보가 되었건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료함을 느꼈다.

무슨 반응을 해야 대응을 할 것이 아닌가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대체 뭘 어떻게해야된다는 말인가

'설마 무시하는건 아니겠지?'

순간 이재원의 머릿속에 꽤나 설득력있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새끼가 자신의 결정을 무시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에이, 아무리 막나가는 새끼지만 설마 그럴라고...'

하지만 이내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었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지좆대로 사는 장선우라지만 그는 엄연히 객의 신분이었다.

주인의 입장에서 나가라고 하면 속절없이 나가야하는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개인적인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선 말이다.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재원의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시오?"

이재원은 무료하기 짝이 없던 얼굴을 근엄하게 바뀐 뒤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집법당주입니다. 맹주."

그러자 바깥에서 팽가련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시오."

이재원은 최대한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문이 열리더니 이내 집법당주 팽가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맹주를 뵙습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팽가련은 이재원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하하하하 반갑소."

이재원은 짐짓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인 일로 찾아온 것이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용건부터 말하라는 의도였다.

"장 소협에 관한 일로 할 이야기가 있어 왔습니다."

"말해보시오."

두근 두근

이재원은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선우에 대한 소식이 왔다는 소식에 주체를 못하고 있는 듯하였다.

'어떻게 됐을까? 반발했을까?수긍했을까? 아니면 무시?'

이재원은 뜨거운 눈빛으로 팽가련의 입술만을 바라보았다.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장소협은 오늘 새벽에 홀로 떠났습니다."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늘 새벽에?!"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떠났다니?

그것도 오늘 새벽에?

"예에.....오늘 새벽에 처소를 완전히 비우고 떠나갔다고 합니다."

"허어.......완전히 떠난 것이오? 잠깐 외유를 나간게 아니고?"

이재원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가 떠나갔다는 사실이 영 미덥지 않은듯하였다.

"모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떠나갔다고 합니다. 잠시 외유를 나간거라면 짐을 싸들고 나갈 필요는 없겠지요."

팽가련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다른 이야기 같은 건 없었소? 전해 달라는 말이라던가? 서신을 남겼다던가 뭐 이런거 말이오."

"전혀 없었습니다."

이재원의 물음에 팽가련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군."

이재원은 수긍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생했소...전할 말은 그게 끝이오?"

"그렇습니다."

"알겠소. 이만 나가보시오. 생각을 좀 해야할 것 같소."

"알겠습니다. 맹주. 부디 평안하시길"

팽가련은 천천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무척이나 정중하게 말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바깥으로 완전히 나가버렸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말이다.

"허어."

그녀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이재원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장선우의 돌발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수긍을 했어도 그렇지 뭐 이렇게 빨리 나간다는 말인가

'반발할 줄 알았는데......'

이내 이재원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재원은 선우가 맹렬하게 반발을 할 줄 알았다.

개같은 그의 성격상 반발하여 맹과 대립각을 세울 줄 예상한 것이다.

그리고 그 대립을 기회 삼아 그에 대한 여론을 더욱더 부정적으로 만들 계획까지 세운 이재원이었다.

그가 세상에서 고립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그 계획이 완전히 나가리가 되었다.

말을 들어도 너무 잘듣는 장선우에 의해서 말이다.

'아니....아무리 그래도 무슨 새벽에 도망치듯 나가냐? 천하제일인이라는 새끼가?'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선우의 무력은 천하에 적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막말로 천무맹 전체와 한판 붙는다고해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하고 위대한 무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어찌 양상군자처럼 야반도주를 택한다는 말인가

'병신새끼.'

이재원은 그런 장선우를 욕하였다.

무공만 높은 병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대한 힘을 가졌으면 그 힘만큼이나 대담하고 당당하게 행동해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찌 부끄러움 많은 계집애처럼 행동한다는 말인가

천하제일인이라는 인간이 말이다.

이해가 될 리 만무하였다.

'깜냥도 안되는 새끼가 어떻게 그런 강대한 무공을 손에 넣은거지?'

이재원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준미달인게 분명하건만 어찌 그런 강대한 힘을 손에 넣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선우에 대한 의혹과 의심 그리고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똑

다시금 집무실 문이 두드려지기 시작하였다.

"누구시오."

상념에 깨어난 이재원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소인 제갈 찬이옵니다."

군사 제갈찬이었다.

"무슨 일이오."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부른 적도 없는 새끼가 등장하니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긴히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 발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갈찬은 상당히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짐작컨대 꽤나 급한 일인듯하였다.

'귀찮은데.'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귀찮음이 물밀듯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들어오시오."

하지만 이내 이재원은 그의 방문을 허가해주었다.

급한 볼 일이 있다는데 이걸 또 내쫓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벌컥

이재원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집무실 문이 열리더니 제갈찬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맹주를 뵙습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제갈찬은 정중히 인사를 건네었다.

"인사 치레는 되었네. 그것보다 무슨 일인가?"

이재원은 제갈찬을 바라보며 곧바로 용건을 물었다.

말을 길게하고픈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제갈찬은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인가"

이재원은 의아한듯 그에게 물었다.

"검제劍帝께서 맹을 방문하셨습니다!"

"뭐라!?"

제갈찬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놀란듯한 목소리로 그에게 되물었다.

믿기지 않은 경악스러운 소식이 전해진 까닭이었다.

검제劍帝라니?

그는 수십 년전 금분세수를 하고 무림을 은퇴하였던 천무맹 최고수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어찌 천무맹을 방문했다는 말인가

"검제께서 맹을 방문하여 맹주께 독대를 신청하였습니다!"

"지금 그는 어디있는가!"

이재원은 다급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기인의 방문에 다급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귀빈실에 모셔두었습니다."

"내 바로 가도록 하겠네."

벌떡

이재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삐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제갈찬은 그런 이재원의 뒤를 그대로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

'검제라니! 검제라니! 검제라니!'

이재원은 히죽거리며 걸음을 재빨리 옮기기 시작하였다.

뜻하지 않은 검제의 방문에 기분이 꽤나 고조된 까닭이었다.

검제劍帝 윤제겸

과거 검황劍皇 양태산과 천하제일검의 자리를 두고 다퉜던 일대의 검호.

지금은 비록 해산하였지만 과거 천무맹 최강의 단체라고 불리웠던 흑월당의 당주였던 남자.

무력도 무력이지만 연륜에서 나오는 지략 또한 여타 당주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영리한 여우.

그가 바로 검제 윤제겸이었다.

그런 그가 천무맹을 방문한다고 하니 흥분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무맹은 현재 전력이 상당부분 소실되어있는 상태였다.

천무맹 최고 전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자신은 팔이 잘렸다.

청룡당의 당주이자 천하제일검이라고 칭해지던 검황劍皇 양태산은 백화봉에서 목숨을 잃었다.

백호당의 당주인 검왕劍王 갈지천은 반병신이 되어 당가에서 요양중이다.

백호당의 부당주인 청수검협靑秀劍俠 갈무량은 이미 시체가 되어 있었다.

천무맹을 지탱하던 대들보같던 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병신이 되어버렸다.

전력이 거의 반토막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윤제겸의 방문은 환영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의 무력이라면 전력이 반토막 나버린 천무맹의 공실을 충분히 메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흐흐흐..얼마나 강해졌으려나.'

십오년 전에 화경 상경 끝자락에 다다랐던 그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 얼마나 강해졌을지 예측이 안되었다.

'어떻게든 꼬신다! 어떻게든!'

이재원의 눈빛에 의욕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꼬시고 말겠다는 의욕이 말이다.

말만 잘되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장기말이 하나 생기는 일이었다.

어찌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의욕에 찬 걸음을 얼마나 옮겼을까

끼이이익

이내 귀빈실 앞에 도착한 이재원은 곧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그다음 곧바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소탈하고 검소함이 묻어나는 노년의 무인을

바로 검제劍帝 윤제겸을 말이다.

"오랜만이네. 맹주."

방 안에 앉아있던 윤제겸은 열린 문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선배님."

그리고 그의 인사를 들은 이재원은 정중한 태도로 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 차 있었다.

**********

"아니 이게 대체 얼마만입니까? 선배님."

이재원은 만연한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무척이나 반가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글쎄...한 십 오년만인가? 기억도 잘 안나는구먼..허허허."

윤제겸은 푸근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연락도 좀 하시고 맹에도 놀러오시지 그러셨습니까?"

"이미 금분세수를 한 몸일세. 그런데 뭣하러 무림인들을 보러 온다는 말인가? 하하하하하"

윤제겸은 유쾌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금분세수를 하셨어도 선배님은 선배님입니다. 혹여 제가 박대할거라고 생각하신건 아니시겠지요?"

"하하하하...그럴 리가 있겠는가? 내 맹주의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하하하하.....그도 그렇군요."

두 사람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그간 어찌 지내셨습니까?"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뭐 이런 곳 저런 곳 돌아다니며 중원을 유람했다네."

"중원 유람이오?"

"그렇다네. 그 험준하다는 오악五岳도 갔었고......웅장하기 그지없다는 북해의 설원 또한 내 눈으로 직접 봤었지."

윤제겸은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선배님이 저보다 낫군요...중원의 온갖 것들을 두눈으로 확인하고 다니시니 말입니다."

이재원은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말을 받았다.

"부럽거든 맹주도 어서 은퇴를 하시게나. 살얼음판 같았던 무림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네."

"하하하하...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아직은 때가 되진 않은듯합니다."

이재원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런 내가 말실수를 했구려...하긴 맹주처럼 유능한 이가 은퇴를 쉽사리 할 리 만무하겠지."

"하하하 선배님께서는 제 얼굴에 너무 금칠을 해주시는 군요. 부끄러워서 도저히 얼굴을 못 들겠습니다."

이재원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게나. 내가 어디 틀린 말을 하던가?"

윤제겸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니 더더욱 부끄럽군요."

"에잉, 맹주는 겸손해도 너무 겸손하네. 사람이 스스로 드러낼 줄도 알아야지."

윤제겸은 마음에 안든듯 혀를 살짝 차며 말을 이었다.

"과시하는 게 중요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재원은 밝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과시하지 않아도 꾸준히 노력하고 정진한다면 드러내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겠습니까?"

"호오오...이건 참 한 방 먹었구려.. 맹주가 이렇게 생각이 깊을 줄이야."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원래 이리 깊었습니다. 선배님."

"이제 좀 당당해진 것 같구려."

윤제겸은 마음에 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농입니다."

"크하하하하 "

이내 귀빈실에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한참 웃던 윤제겸이 웃음을 멈추었다.

무척이나 갑작스럽게 말이다.

"그런데 맹주."

그리고 정색한 표정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팔은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비어있는 이재원의 왼팔을 가리키며 말이다.

그러자 이재원의 얼굴이 더할 나위없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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