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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71화 (472/1,419)

〈 471화 〉 472. 진실을 목도하다.

"말도 안되는 소리!"

송경은 자일광을 마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을 간살하여 죽인 범인

시체조차 온전치 못하게 훼손한 범인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협객의 표본, 이재원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너무나 명백한 개소리였다.

어찌 천무맹주가

어찌 정마대전의 영웅이

뭐가 아쉬워 그딴 저급하고 저열한 짓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드디어 속내를 드러내는구나! 이 마도종자녀석!"

그때 옆에 있던 금접문주 윤강진이 고함을 내질렀다.

차일광이 천무맹과 자신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였소. 죽입시다!"

"아니오 사로잡아서 천무맹주 앞에 대령시키지요! 똑같이 말할 수있나 어디 두고보자 이 말입니다!"

"옳소! 옳소! 어서 잡아버립시다!"

이내 장내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자일광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

"그만!"

그때 구석에서 잠자코 있던 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어마어마한 기세가 뿜어져나오더니 장내를 완전히 뒤덮기 시작하였다.

"..........."

"............"

이내 그 기세에 노출받은 좌중들은 일순간 입을 꾹 닫아버렸다.

그의 거대한 기세에 완전히 압도되어버린 탓이었다.

"일단 이야기부터 듣는게 어떻겠소?

노인은 좌중을 둘러보먀 슬며시 말을 이었다.

"아니, 노인장이 누군데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오."

그러자 노인에게 압도당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낀 젊은 남자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본노의 이름은 윤제겸이라고 하오."

노인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윤제겸!?"

"검제劍帝!?"

"어찌 무림맹의 대검호가 이곳에!?"

노인의 말을 들은 좌중들은 놀란듯 탄성을 내뱉었다.

노인의 이름값이 결코 낮지 않은 탓이었다.

검제劍帝 윤제겸

삼십여 년 전 천무맹 이전에 무림맹이 존재하던 시절

무림맹주조차 한수 접어줄 정도로 신기에 다다른 검술을 자랑하던 극강의 고수.

무림 최고의 타격부대로 이름 날렸던 흑월대의 대주였던 남자.

지금은 금분세수를 하여 모든 무림의 은원을 잊고 살아가는 남자.

그가 바로 검제 윤제겸이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금분세수를 하여 모든 무림의 은원을 잊고 살아가겠다고 천명하였던 전대 고수가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말이다.

"아니....윤 선배님께서...어찌...이곳에."

송경은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미 지천명을 바라보는 자신이었지만 검제 윤제겸의 배분은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배분이었다.

어찌 그런 대선배가 눈앞에 있는데 말을 더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여기 모인 이유는 매한가지 아니겠는가."

윤제겸은 슬픈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선배님도....누군가를.."

"하나 뿐인 손녀를 잃었지....그것도 무척이나 참혹하게 말이야. 끌끌"

윤제겸은 회한에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너무나 슬퍼보이는 그의 모습에 좌중에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하였다.

소중한 이를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게 어떤가? 내 눈에는 그가 근거도 없이 모함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네."

".......하지만...선배님... 천무맹주가..범인이라는 말은 넘겨 들을 수가 없습니다....아시지 않습니까? 천무맹주가 어떤 사람인지? 게다가 천무맹에서 이미 진범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의 제자인 장삼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저런 무도한 말을 듣는단 말입니까?"

송경은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며 말을 이었다.

"자네 내 손녀가 언제 죽었는지 아는가?"

".....언제입니까?"

"십오년 전이라네."

"...십오년."

송경은 놀란듯 말을 내뱉었다.

"십오 년 전에 장삼은 고작 열두살이었지."

"...........하지만.."

"묻겠네. 열 두살짜리 남아가 절정에 다다른 고수를 간살한 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매음굴에 내다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윤제겸을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 말을 들은 송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가능할 리 없었다.

어찌 고작 열두살 밖에 안된 아이가 그런 끔찍하고 잔혹한 짓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그것도 수많은 눈들이 상주하고 있는 천무맹 내부에서 말이다.

"나는 애초에 장삼이 범인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네."

"...........장삼이.....모방범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너무 좋을대로 생각하는구만."

윤제겸을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가정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사실 장삼은 범인이 아니고 진범에 의해 누명이 씌워진 것이라는 가정을 말일세."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천무맹주는..."

"사건 조사의 기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걸세 . 누구도 범인 될 수 있고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윤제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물론 나도 천무맹주가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은 할 수 있는 법이지. 그러니 한 번 들어보세나. 과연 자일광이 어떤 근거로 저런 말을 주장하는지 말일세."

".........알겠습니다."

송경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털썩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윤제겸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가 수긍하고 자리에 앉자 병장기를 들어올리며 분노를 토해내던 이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아버렸다.

모두 윤제겸의 주장에 동의를 한듯 싶었다.

"감사합니다."

이내 어수선했던 장내가 진정이 되자 자일광은 윤제겸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표하였다.

자칫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막아준 그에게 고마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할 필요없네. 그저 내가 궁금했을 뿐이니 말일세."

그의 감사 인사에 윤제겸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대신 이재원이 범인이라는 주장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할 걸세. 아니라면 내 친히 그대의 목을 베어버릴테니 말일세."

윤제겸을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움찔

그러자 자일광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절대고수의 살기 어린 눈빛을 마주하니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자일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을 범인으로 지목한 첫번 째 이유는 목격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송경은 의문에 찬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반문하였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범죄는 천무맹 내부에서 발생되었습니다. 하지만 천무맹의 그 어떤 이들도 범인이 여인들을 납치하는 모습을 목격한 이가 없었습니다. 이게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아니, 목격자가 없는 것이 어찌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된다는 말이오!"

"현경 한 명. 화경 네 명. 초절정 오십 명. 절정 백 명. 일류 이백명. 이류 삼백명."

자일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전력입니다."

"그게 어쨌다는 말이오!"

송경은 모르겠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뭘 말이오?"

"천무맹은 대문파 서너개는 합쳐놓은듯한 단일 최고의 세력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상주하고 있는 무인들이 수두룩하지요. 그런데 이런 수많은 무인들이 수십년동안 범인의 뒤꽁무니조차 찾지 못하였습니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보시는 겁니까?"

자일광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아니, 범인의 경지가 상상이상으로 높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니오?"

"얼마나 높아야하지요?"

"뭐라?"

"기감을 퍼트릴 수 있는 초절정 오십명. 화경 네명 그리고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맹주를 속이려면 얼마나 경지가 높아야한다는 말입니까?"

"...........맹주가 신은 아니지 않소.."

송경은 나름 반론을 펼쳤다.

맹주가 아득하기 그지없는 경지에 다다랐다고는 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찌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그는 신이 아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무능한 존재도 아닙니다. 작정했다면 범인을 색출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전능에 가까운 존재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범인을 끝끝내 잡아내지 못하였을까요? 그것도 수십년 동안 말입니다."

".............."

송경은 답을 할 수 없었다.

순간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대로 맹주는 전능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전능에 가까운 존재가 어찌 수십 년간 간살범을 잡아내지 못하였다는 말인가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맹주는 수십년 간 수많은 여인을 죽인 범인조차 잡아내지 못한거지?.......전능한 그라면...충분히 가능할 일일텐데?'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위험한 의문을 말이다.

"답은 간단합니다. 그가 범인이기 때문이죠. 자신이 자신을 잡아넣을 수 없을테니까요."

".............."

"............."

그의 말을 들은 좌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날짜때문입니다."

"날짜...말이요?"

금접문주 윤강진은 의문에 찬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날짜말이죠. 그거 아십니까? 피해자가 실종되었던 날짜에는 항상 맹주가 있었다는 것을?"

"........그게 어째서 문제가 된다는 말이오.."

"문제가 되지요. 범인은 맹주를 두려워하지 않은 자라는 결론이 나오니까요...일반적인 살인마라면 성공율이 가장 높을 때 범행을 실행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보통 맹주가 없는 시기를 노릴 것입니다."

자일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범인은 항상 맹주가 상주하고 있던 때를 노려왔습니다. 맹주가 파견이나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만 말이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맹주가 돌아온 날짜에 맞춰 실종사건이 일어나니 말입니다."

"..........."

".........."

자일광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딸과 아내 그리고 연인이 실종되었던 떄를 말이다.

과연 그날에 맹주는 어디에 있었는지

뭘 하고 있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내 좌중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깨달은 것이다.

그간 깨닫지 못했던 의문점들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건이 일어난 날은 대부분 그가 상주하고 있던 있었다.

그럼에도 사건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현경이라고 불리우는 반선의 경지에 다다른 맹주의 눈을 속이고 말이다.

이상하였다.

너무나 이상하였다.

어찌 이런 이상함을 그동안 느끼지 못했다는 말인가

게다가 맹주는 수십년 간 맹내에서 일어난 연쇄 간살범을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범인이 장삼이라는 것을 발표한 이후에도 장삼을 잡아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찌 자신들은 그런 맹주를 유능하다며 찬양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이상했다.

너무 이상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삼이 범인으로 발표된 이후에도 납치 실종 간살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자일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좌중들은 이내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삼이 범인임을 발표한 이후에도 간살범에 의한 사건은 꾸준히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장삼을 욕하며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찾아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재원이 제자인 장삼의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말입니까? 고작 절정 초입에 불과한 장삼을 말입니다."

자일광은 다시금 의혹을 제기하였다.

".............."

"............."

그리고 그의 말에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저도 모르게 하나둘씩 수긍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일광은 슬며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잔혹한 진실을 마주한 그들의 모습이 과거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럴리가..없다...맹주가...그럴리 없어....전부 네놈의...음모다!"

그때 잠자코 있던 송경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을 내뱉었다.

그럴리 없다며

그럴 수는 없다며 말이다.

아무래도 가장 존경하는 이에게 가장 사랑하는 이가 처참하게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듯 하였다.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자일광은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당연하다! 맹주가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다는말이다!"

송경은 발작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신이 가득 차 있었다.

"네놈이 꾸민 짓이 분명하다! 분명 그럴 것이다! 마교의 세작인 것을 들켜 문파가 멸문당한 것에 대한 복수가 아니더냐! 그럴 것이다! 그렇고 말고!"

송경은 고함을 내지르며 자일광에게 손가락질을 하였다.

모든 것이 음모가 분명하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목격자가 있습니다."

송경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자일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목....격...자?"

송경은 벙진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이죠."

자일광은 서글픈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들어오거라."

그리고 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거대한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이내 한 여인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슬픈 눈망울이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여인이 말이다.

"후학이 무림의 선배님들을 뵙습니다."

안으로 들어온 여인은 좌중을 둘러보더니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자소령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좌중에 있는 이들의 눈에 경악성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저 여자가 어찌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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