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3화 〉 444.사기邪氣를 몰아내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
살혼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독기가 침투함과 동시에 온몸에서 어마어마한 작열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용암속에 들어가있는 것과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죽는 고통이 차라리 나을만큼 말이다.
"헤하(제발)!!!!!!!!!헤하(제발)!!!!!!!!흐혀호(죽여줘)!!"
살혼은 애원하였다.
죽여달라고
부디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저 독을 흘리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살혼은 다시금 비명성을 내질렀다.
작열통이 더욱더 커진 까닭이었다.
"아프지?"
선우는 그런 살혼을 바라보며 놀리듯 말을 이었다.
"아파 죽을거야."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듯이 말이다.
"네가 고통받는데 익숙하다길래....기존에 있던 녀석보다 더욱더 독하게 만들었거든."
선우는 안쓰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손끝과 발끝에 있는 말초신경 부터 여기 있는 중추신경까지 전부 타틀어가는 느낌이 들거야."
선우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 톡 건들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네가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수많은 고통을 겪은 살수라고 하더라도 아프지 않을 리가 없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고통이라는 것은 절대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거든. 그저 신경이 죽어버려 무뎌질 뿐이지. 그리고 제일 무서운게 뭔지 알아?"
선우는 입가에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네가 절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야. 내가 계속해서 살리고 또 살릴거거든 정신이 붕괴될때까지 말이야."
선우는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잘 버텨보라고."
"하아아아아아악!"
선우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살혼의 비명을 더욱더 처절하게 부르짖기 시작하였다.
온갖 절망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툭 툭
그러자 선우가 손을 뻗어 살혼의 몸을 두어번 두드렸다.
뚝
이내 처절하게 울부짖던 살혼의 비명성이 뚝 끊기고 말았다.
아혈을 짚히고 만것이다.
"으차!"
그리고 선우는 곧바로 살혼을 어깨에 들처맨 채 이동을 하였다.
강하윤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
강하윤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까맣게 타버린 거뭇한 시체들로 가득하였다.
폭발에 휘말려 시체가 훼손된 모습이었다.
'만약 장소협이 아니었다면 나도 저 꼴이 되었겠지?'
그 모습을 본 강하윤은 식겁하였다.
까딱했다간 자신도 저들과 다르지 않은 꼴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폭발이 덮쳤을 때만 해도 강하윤은 절망에 빠져있었다.
재빨리 호신강기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폭발을 감당하기엔 무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재빨리 선우를 끌어안았다.
자신을 방패삼아 선우라도 살아남기를 바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그런 자신의 희생적인 행동은 뻘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을 덮쳐들었던 모든 폭발을 선우가 흘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단 한손으로 말이다.
폭발력이 덮쳐들자 선우는 재빨리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모든 충격파와 화염이 그의 손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구체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손안에 모여든 구체를 그대로 땅에 던져버렸다.
그러자 일대가 전부 화염과 폭발에 휩싸이더니 그대로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지형이 변형되었고 화염이 치솟았으며 나무들이 전부 무너져내렸다.
분명 거대한 충격파를 견디지 못한 것이리라
그 모습을 본 그녀는 생각하였다.
만약 저걸 정통으로 맞았다면 자신의 호신강기 따위로는 방패는 커녕 습자지만도 못한 보호막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괜한 뻘짓을 한 것 같아
괜스레 뻘쭘함이 올라왔다.
모든 폭발을 막아낸 그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가소로웠겠는가
'우우우우...우우'
이내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혼을 잡으러 간 선우가 돌아오기 전에 말이다.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내 강하윤은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대폭발이 일어난 직후지만 아직도 혈해의 살수가 남아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부끄러움에 몸을 배배 꼬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저벅 저벅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혹시나 남아있을 살수를 견제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강하윤은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크윽'
갑자기 가슴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살짝 얹힌 느낌에 불과하였다.
마치 가벼운 조약돌이 올려져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얹힌 느낌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짓누르는 느낌으로 바뀌게 되었다.
"흐윽!"
쿵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하윤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상태로 재빨리 내력을 운용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러자 단전에 내재되어있던 기운들이 일렁이더니 혈도를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퍼져나간 기운들은 이내 가슴에 닿게 되었고 마주하게 되었다.
불길함과 불결함이 가득 담겨 있는 기운들을 말이다.
'......흑사장黑死掌'
불결한 기운을 마주한 강하윤은 단번에 그 기운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살혼에게 적중당한 흑사장의 기운이었던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몰아내야해!'
그녀는 흑사장의 기운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내력을 최대한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그러자 이내 흑사장의 기운과 내력이 맞부딪히게 되었고 내부에서는 거대한 굉음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으극!'
강하윤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몸을 잠식한 흑사장의 기운이 생각이상으로 거대한 까닭이었다
너무 방치해둔탓에 흑사장의 기운이 너무 커져버린 듯하였다.
'위험해.'
그녀는 생각하였다.
예상보다 더욱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이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더욱더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거칠고 폭급한 그녀의 기운이 불결하고 불길한 흑사장의 기운과 정면으로 맞부딪기 시작하였다.
콰쾅
한 차례 충돌이 오가고 내부에서 또다시 거대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뿐만 아니라 두 기운이 서로 만났던 혈도가 갈가리 찢어져버렸다.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상처를 입고 만 것이었다.
'으으으윽'
강하윤은 속으로 고통에 찬 신음성을 내뱉었다.
혈도가 갈가리 찢겨지면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엄습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집중이 풀려버릴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녀는 눈물이 절로 나오는 고통을 참아내며 흑사장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을 하였다.
하지만 흑사장의 기운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항이 워낙 거세어 이미 고갈될대로 고갈된 내력으로는 제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체...어떻게..해야하지.'
강하윤의 낯빛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흑사장의 기운이 골수까지 파고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녀의 눈빛에 절망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
살혼을 들쳐 맨 선우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한시라도 빨리 강하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살혼을 잡기위해라지만 그녀를 혼자두고 온 것이 영 마음에 걸렸던 그였다.
그 미안함이 그의 발걸음을 더욱더 빠르게 만들고 있었다.
쇄애애애액
다리에 내력을 집중시킨 채
빠르고 또 빠르게 달리고 달렸다.
몸이 마치 빛살처럼 보일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타탁
이내 선우는 폭팔로 인해 공터가 되어버린 곳으로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공터에 도착한 선우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강하윤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내 그는 볼 수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강하윤의 모습을 말이다.
"당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비명성을 내질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에 깜짝 놀란 탓이었다.
쿠쿵
그리고 어깨에 매고 있던 살혼을 그대로 던져버리고 재빨리 강하윤에게 달려갔다.
흔들 흔들
"당주! 당주!"
강하윤의 앞에 도착한 선우는 무릎을 꿇은 채 쉴새 없이 그녀를 부르며 몸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런 선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하윤은 전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터업
선우는 재빨리 그녀의 맥문을 짚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기운을 흘려 그녀의 내부 상태를 가늠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불결하고 불길한 기운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개같은 새끼가!'
그 기운을 느낀 선우는 분노하였다.
그리고 손을 통해 자연기를 있는대로 때려박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저 불길하고 불결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쿠쿠쿵
이내 선우가 흘려보낸 자연기와 불결하고 불길한 기운이 맞부딪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내부에서 굉음이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콰쾅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저 불길하고 사악한 기운을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말이다.
이미 골수까지 파고든 기운이었다.
힘으로 제압했다간 그녀의 온몸이 갈가리 찢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떡하지...어떡하지...대체...어떡해야하지.'
선우는 심각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은 채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도저히 가늠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힘으로 제압을 했다간 그녀의 내부 장기를 비롯한 혈도 그리고 단전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냅둔다면 불길하고 불결하며 사악한 기운들이 그대로 그녀를 집어삼킬 것이다.
죽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젠장! 젠장! 젠장!'
선우는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다다르니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후회하였다.
그녀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말이다.
싸우면 열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을 열기가 느껴진다면서 쓸데없이 그녀의 이마만 만지작거렸다.
만약 그때 제대로 기운을 흘려 그녀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했었더라면 이렇게 골수까지 사기가 파고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전에 애초에 그녀를 살혼과 단둘이 보냈으면 안되었다.
자신이 갔어야했다.
그녀를 좀더 아껴주어야했다.
'젠장 젠장할!'
선우는 극심한 후회의 감정을 느꼈다.
이대로는 그녀가 죽고 말 것이다.
자신의 최애가 죽고마는 것이다.
'좆까!'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격하게 흔들었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멀리 멀리 날려버렸다.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살리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든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아주 천천히 음양조화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흘려보낸 음양조화기를 불결하고 불길한 흑사기에 접근시켰다.
그러자 흑사기가 음양조화기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음양조화기를 그대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자신과 다를바 없는 불결하고 불길한 기운으로 말이다.
선우는 그 흑사기의 그런 움직임을 그대로 냅두었다.
마음껏 물들일 수 있도록
마음껏 잡아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뿐만 아니었다.
음양조화기를 더욱더 많이 흘려 흑사기에게 먹이를 제공하였다.
더욱더 많이 물들이고 더욱더 크게 덩치를 불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내 강하윤의 온몸이 검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흑사기의 기운이 너무 커져 팽창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선우는 커질대로 커진 흑사기를 천천히 끌어들이기 시작하였다.
음양조화기를 미끼 삼아서 마치 생선을 유혹하듯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이다.
그러자 소량의 흑사기들이 그대로 음양조화기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됐어!'
그 기운을 느낀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아무래도 흑사기를 성공적으로 유혹한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잡힐듯 말듯한 거리를 유지하며 커질대로 커진 흑사기들을 자신의 몸으로 유도하기 시작하였다.
음흉한 속내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말이다.
솨아아아아아아
이내 흑사기가 손을 타고 선우의 몸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몸안에 들어온 흑사기에게 텅 비어버린 단전을 내주었다.
그러자 흑사기의 유입이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단전을 순식간에 채워가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이내 선우의 하단전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하단전이 다 채워지자 이내 흑사기는 중단전에 들어앉기 시작하였다.
마치 자기 자리를 찾은 것 마냥 말이다.
이내 강하윤의 몸에 있던 대부분의 사기들이 선우의 몸에 들어차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