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화 〉 328.약속할게. 절대 죽지 않겠다고.
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
두 마리의 한혈마가 눈길을 헤치며 맹렬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어찌나 속도가 빠른지 그들이 지나간 곳에는 거대한 흙먼지만이 흩날릴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소화야 조금 천천히 가면 안될까?"
뒤편에 있던 선우가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된다! 본녀는 당장에라도 빙궁으로 돌아가고 싶다!"
선우의 애원어린 물음에 앞쪽에 있던 능소화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세시진이나 쉬지 않고 달렸잖아! 이러다간 말도 지친다고!"
"괜찮다! 한혈마는 하루종일 달려도 지치지 않는 불굴의 체력을 가진 명마이다!"
능소화는 걱정없다는듯이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물을 먹여야 될 것 아니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발끈하며 소리를 쳤다.
선우도 알고 있었다.
한혈마가 하루종일 달려도 쉽사리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세시진 내내 달리면서 물을 보충해주지 않는 것은 학대나 다름없었다.
하루종일 달릴 수는 있으나 그것도 중간중간 물을 보충해줘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한혈마의 체력만 믿고 깡으로 달리기만 한다면 분명 중간에 고꾸라져 쓰러져버리리라
"괜찮다! 혈마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혈마는 또 뭐야!"
"본녀가 지은 애칭이로다!"
능소화는 자랑스럽다는듯 입을 열었다.
"기분 나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질색하듯 말을 이었다.
지어도 뭔 저런 별명을 지었다는 말인가
"너무하다! 어찌 그런 타박을 한다는 말이더냐!"
능소화는 상처받았다는듯이 소리쳤다.
"쨌든 적당한데서 멈추자! 수분을 보충 안해주면 그대로 쓰러져버릴거야."
선우는 앞쪽에서 달려가고 있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다시금 소리쳤다.
"알았다!"
씩씩하게 대답을 마친 능소화는 오로지 달리는데에만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두두두두두두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상당히 달렸음에도 능소화는 여전히 멈출 기미를 안보였다.
"안멈추냐!"
선우는 성을 내듯 소리를 내질렀다.
"조금만...조금만..참거라! 조금만..더가면.."
"도박꾼처럼 말하지 말고 멈춰!"
"도박꾼이라니 그대는 말이 너무 심하다! 본녀는 군주이니라!"
능소화는 뒤편에 오는 선우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팍
기우뚱
그때 능소화의 한혈마가 무언가에 걸린듯 몸을 기우뚱 기울어지더니 이내 앞쪽으로 넘어지기 시작하였다.
"어...어...어?"
말이 넘어지기 시작하자 능소화는 당황한듯 연신 의미없는 말을 내뱉었다.
"뭐하는 거야! 당장 뛰어내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다급히 소리를 내질렀다.
당장 낙마하게 생겼는데 어찌 저렇게 멍을 때리고 있다는 말인가
"알, 알았다!"
선우의 고함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능소화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공중에 튀어올랐다.
콰당
히이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말은 땅바닥에 처박히게 되었고 구슬픈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선우는 재빨리 말의 고삐를 틀어 공중에 튀어오른 그녀가 착지할만한 곳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착
이내 능소화는 선우가 타고 있는 말에 그대로 착지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곧바로 낚아챘다.
"괜찮아?"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본녀는 괜찮다....하지만 혈마가...."
능소화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괜찮을 거야. 일단 말이 쓰러진 곳부터 가보자."
"........알았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이 쓰러진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혈마여!"
능소화는 말이 쓰러져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말의 상태를 확인해보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한혈마는 그다지 큰 외상이 보이지는 않았다.
원체 유전자 자체가 튼실한 탓인지
그런 어마어마한 속도에서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멀쩡한 상태였다.
"후우"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구나...혈마여...본녀가 과욕을 부려 너를 다치게 하였구나."
이내 능소화는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한혈마를 쓰다듬으며 사과를 하였다.
선우 말대로 조금이라도 쉬어가는 여유를 부렸다면 이렇게까지 다칠일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냐, 따지고 보면 너한테 말 건 내 잘못이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입을 열었다.
원인으로 따지자면 그녀에게 쉬다가자고 말을 건 자신의 잘못이 컸기때문이었다.
"그런 말 말거라. 쉬어가자는 그대의 말을 무시한 채 달린 것은 본녀가 아니던가! 만약 본녀가 제때 멈췄다면 그대가 본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을 것이고 혈마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발끈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 이건 본녀의 잘못이다! 그대는 스스로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도록 하라!"
"허엇"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눈이 풀어지더니 이내 작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손짓 발짓으로 상황설명까지 해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피력하는 능소화를 보니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고가 날 경우 다른 이에게 전가하기 바쁘지 않던가
특히 이런 교통사고의 경우 말이다.
그런데 저리도 자신의 잘못을 피력하니 기특하면서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혈마여, 미안하구나. 이제는 뛰기보단 걷는 것을 주로 하도록 하자꾸나."
말을 마친 능소화는 한혈마를 더욱더 극진히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히이이잉
그런 능소화의 손길이 기분이 좋았던 탓일까
한혈마는 힘차게 답을 하듯 소리를 내질렀다.
"그래, 기개가 있구나. 과연 본녀의 말답다!"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의 몸통을 잡더니 이내 천천히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히이이이잉!?
한혈마는 갑자기 들어올려지는 몸에 당황스러운듯 소리를 내질렀다.
아마도 능소화가 자신을 들어올리는 것을 신기해 하는듯 싶었다.
말을 일으켜세운 능소화는 그대로 몸을 날려 말 위에 올라탔다.
착
완벽히 착석을 마친 능소화는 안장옆에 매어진 행낭에서 수통 하나를 꺼낸 뒤 한혈마의 입에 가져대었다.
"많이 지쳤을 것이다. 어서 마시거라."
콸 콸 콸
벌컥 벌컥 벌컥
이내 수통에서는 물이 쏟아졌고 한혈마는 그 물로 목을 축였다.
히이이이이이잉
한혈마는 만족스러운듯 울음소리를 뱉어내었다.
"선우! 이제 빙궁까지 얼마 남지 않은듯한데 걸어가는 것이 어떤가?"
수통을 거둬들인 능소화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자. 말들도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대로 북해빙궁은 바로 코앞이었다.
어느정도 여유를 부려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대라면 그렇게 답해줄줄 알았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만족스럽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역시 그대는 언제나 본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구나!"
"............."
선우는 능소화의 낯부끄러운 칭찬에 볼을 긁적였다.
그냥 별생각없이 말한 건데 과민 반응하며 좋아해주니 민망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그대는 참으로 튼실하니 좋구나."
능소화는 눈을 반짝이더니 선우의 맨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민망하니까 그만 봐."
그녀의 노골적인 시선에 선우는 인상을 와락 구기며 말을 이었다.
지금 선우는 알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능소화의 불길에 휩싸여 안그래도 넝마가 되었던 옷이 환골탈태를 하면서 아예 바스라졌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행낭을 찢어 아랫도리와 엉덩이 정도만 간신히 가릴 수밖에 없었다.
여분의 옷을 챙겨온 능소화와는 달리 아무런 준비도 안한 까닭이었다.
"그건 그렇고 소화야,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선우는 화제를 돌릴겸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대가 빙궁으로 돌아가면 해준다고 하지 않았는가?"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입을 열었다.
"뭐..뭐를!?"
"아기 만들기 말이다!"
선우의 물음에 능소화는 당당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새 잊은 것이더냐! "
능소화는 서운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채 입을 열었다.
"아니 무슨 그런 이야기를 부끄럼없이 말해!"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 여자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란 말인가
"아니, 어찌 정인의 아이를 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란 말인가? 본녀는 그대에게 올바른 성에 대해 배웠다. 그러니 부끄러울 것이 하나 없느니라."
"부끄러운거야! 부끄러운거라고! "
"아니 어찌 부끄럽다는 말인가? 그대는 본녀와의 결합이 싫은 것이더냐?"
능소화는 상처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남녀간의 정사는 원래...은밀하고 비밀스러워야하는 거야."
"어찌 세상 법칙이 그러하다는 말이더냐? 이해가 안되는 구나."
능소화는 이해가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내 사랑하는 님의 씨앗을 받는 일이 무에 부끄럽다고 숨긴다는 말인가?"
"소화야, 생각을 해봐"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아기 만들기를 하면 둘다 홀딱 옷을 벗잖아. 그리고 서로의 성기를 비비다가 결합을 하지. 너는 그 과정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어?"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어찌 그런 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말인가!"
능소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 부끄러운 과정을 누구한테 보여준다는 말인가
"왜?
"왜라니!? 혹여 그대는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더냐!?"
능소화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무..무리다! 본녀는 그런 부끄러운 광경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다."
이내 능소화는 울상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님의 씨앗을 받는 과정이 부끄러워?"
"............."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째서 정을 나누는 과정이 은밀하고 비밀스러워야되는지 깨달은 까닭이었다.
"미안하다."
능소화는 축 늘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뭘 미안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래도..본녀가 너무 스스럼없이 말을 한 것 같다. 부끄럼도 없이 말이다."
"혼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야. 그냥 듣는 내가 다 부끄러워서..."
선우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는 좀더 부끄러움을 가지고 말을 내뱉도록 하겠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 자제를 하라고! 이 아가씨야!"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듯 소리를 내질렀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스물 여덟이라는 한창 때 나이에 성을 알아버린 능소화는 거침이 없는듯 하였다.
'이러다 착즙 당하는 거 아니야?'
선우는 떨리는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생각을 하였다.
오싹
그때 선우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감촉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움찔
이내 정신차린 선우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움찔 움찔
온몸이 절로 움찔거릴 정도의 거대한 기운들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고개를 돌려 능소화를 바라보았다.
"느껴져?"
"느껴진다."
"북궁연이지?"
"맞다. 그 설풍같은 여자의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다른 쪽은?"
"...........모르겠다. 비슷한 기운을 가진 자를 알고 있기는 하나 그는 국경선을 지키는 장군이다. 이곳에 있을 리 만무하다."
능소화는 고개를 도리질치며 입을 열었다.
"수준은 어떤 것 같아?"
"적어도 본녀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다."
능소화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앞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검인 선배님은 아닌 것 같지?"
"그자는 아니다."
능소화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는 이렇게 살기로 점칠된 기운을 풍기지 않는다. 깔끔하고 진중한 기운을 풍기지."
"그렇다면 흉마인가보군."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북궁연과 대치를 하고 있는 이가 흉마일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북해의 지배자인 북궁연에게 누가 감히 대항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리고는 곧바로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더니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가볼셈이더냐?"
능소화는 걱정이 가득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은인이야. 빚을 갚을 길이 생겼는데 마다할 리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도 따라가겠다!"
"따라올 수 있겠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형환위移形換位를 쓸거야."
"그...그런 경지에 도달한 것이냐?"
선우의 말에 능소화는 놀란듯 되물었다.
이형환위移形換位라면 현경에 다다른 그녀조차 쉬이 흉내내지 못하는 전설적인 신법의 경지가 아니던가
"약간 편법이긴 한데, 어느정도 흉내는 낼 수 있거든."
"너무 위험하다!"
"기운만 보자면 동급이야. 아마 내가 가세한다면 그녀에게 더욱더 유리해질거야."
"그대가 죽을 수도 있다!"
"안죽어, 아까도 봤잖아? 모두 비틀어버리는거."
"그치만...그치만..."
능소화는 걱정된다는듯이 말끝을 흐렸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를 홀로 보내는 것이 너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안죽어, 그리고 네가 곧바로 올거잖아?"
선우는 올곧은 눈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걸음을 맞추어 같이 가는 것도 안되겠느냐?"
능소화는 간절한 눈동자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안돼, 지체하고 싶지 않아. 흉마가 온 거라면 분명 마귀대도 같이 왔을거야. 그리고 수색대들이 그들과 대치하고 있겠지. 그런 상황에서 너를 기다려줄 여유는 없어."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쓰담 쓰담
"걱정마, 절대 안죽을테니까."
선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능소화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 아기를 제대로 못 만들었잖아? 그런 상황에선 죽을 순 없지."
선우는 살짝 농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그건...모르는 일이다."
선우의 농을 받은 능소화는 얼굴을 슬쩍 붉히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열었다.
"그대가 본녀를 임신시켰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던가?"
그리고는 천천히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죽으면 안되느니라. 본녀는 그대의 아이를 뱄을지 모른단 말이다!"
아랫배를 쓰다듬던 능소화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약속할게. 절대 죽지 않겠다고."
선우는 그런 능소화를 바라보며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새끼 손가락은 왜 내미는 것이더냐?"
"약속의 증표야. 새끼 손가락을 걸면 무조건 지켜야하거든."
선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구나."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꼬옥
그리고 선우의 새끼손가락을 꼬옥 감쌌다.
"절대 절대 죽어선 안되느니라."
"맹세코 약속할게."
선우는 그후로 몇 번이고 다짐을 받은 후에야 겨우 새끼손가락을 뗄 수 있었다.
"그럼 먼저 갈게."
선우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금방 따라가겠다."
능소화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는 재빨리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혈류의 흐름을 맹렬하게 가속시키기 시작하였다.
쉬이이이이이
이내 그의 피부가 도화빛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딱 좋군.'
선우는 기분 좋은 흥분감을 느끼며 몸을 활처럼 뒤로젖혔다.
쾅
그리고 앞발로 진각을 밟은 뒤 그대로 몸을 튕겼다.
쇄애애애애액
그러자 선우의 신형이 마치 빛살처럼 쏘아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내 선우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