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15화 (316/1,419)

〈 315화 〉 316.북방의 군대

쾅 쾅 쾅

청성의 제자들은 철문에 대고 열심히 망치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조금만 더 힘내거라!"

선두에서 망치질을 하던 청송이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알겠습니다. 사형""

청송의 말을 들은 청성의 제자들은 큰 소리로 답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꽈지직

이내 철문에 금이가더니 파편이 비산하기 시작하였다.

"되었습니다!"

철 파편들이 비산하자 청송이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파르르 머리를 깎은 아미의 제자들이 수레를 끌고 오더니 이내 철조각들을 주워담기 시작하였다.

"수레가 가득 차면 곧바로 이동하도록 하세요! 한 번에 전부하려고 하지 말고 귀찮더라도 안전하게 두어번 갔다오세요!"

그때 설향이 철 파편을 주워담고있는 아미의 제자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알겠습니다. 사저!"

설향의 말을 들은 아미의 제자들은 큰소리로 일제히 답을 하였다.

"흐음"

그녀들의 우렁찬 대답을 들은 능소화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저에 대한 예의가 무척이나 잘 교육되있는 사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멀었네요. 사저."

옆에서 농땡이 피고 있는 운혜랑 다르게 말이다.

"너는 파편 안주워담아?"

"에이, 사저 저도 절밥 먹은 햇수가 있는데요...... "

설향의 물음에 운혜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빨리 가서 도와!"

설향은 단호한 음성으로 혼내듯 입을 열었다.

"그러는 사저는 일 안하시잖아요!"

운혜는 발끈하며 따지듯 말을 이었다.

"나는 관리 감독과 같은 직함에 있어서 괜찮아."

"수레를 가져가면 딱히 관리 감독할게 없지 않나요?"

"어디서 말대답이야!"

"봐봐요! 할 말 없으니까 괜히 말 대답한다고 성질이나 부리고!"

"..........."

운혜의 반박에 설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농땡이 피우는게 맞았기 때문이었다.

관리 감독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가 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적당히 햇빛 비치는 곳에서 고래고래 언성을 지르며 시간을 떼울 뿐

"같이 좀 쉬어요. 저도 부관리감독 어때요?"

"그런게 어딨어!"

"이제부터 하나 만들면 되죠. 뭐가 걱정인가요?"

운혜는 기대가 가득찬 얼굴로 설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흐음"

설향은 그런 운혜를 바라보며 고민에 찬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역시 안되겠어."

"왜요!"

운혜는 억울한듯 되물었다.

"뻔뻔한게 나랑 비슷해서 마음에 안들어."

설향은 느끼는 바를 그대로 토로하였다.

"그게 무슨 이유예요!"

"나한테는 이유야!"

"사저는 펑펑 놀면서 다른 사람들만 일을 시키다니 불공평해요!"

"노는게 아니라니까! 다치지는 않을까 관리 감독하는 거야!"

"그럴거면 수레로 이동하는 것까지 따라오셔야죠!"

"네가 현장을 알아? 현장을 아냐고!"

"현장은 모르지만 사저가 농땡이 핀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알겠어요!"

".......하지만 일하기 싫은걸!"

운혜의 거듭되는 타박에 설향은 숨겨뒀던 본심을 드러내었다.

"저 거대한 철문을 언제 부수고! 언제 녹이고! 언제 만들어!"

설향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거대한 철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저희가 부쉈는데 어떻게 해요!"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언성을 높이며 반박하였다.

"내가 안 부쉈거든?"

"어쨌든 저희 일행이 부쉈잖아요."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황제도 아닌데 연좌제가 왜 적용되는 거야?"

"빙궁주면 북해에서 황제나 다름없죠. 북해의 지배자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철문을 고치는 것은 너무 시간이 오래걸려."

설향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직접 부순 것도 아니건만 다 같이 달려들어 철문을 고쳐야하는 형국이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무사히 빙궁 안으로 들어올 수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얌전히 일하고 있잖아?"

"그런 것치고는 너무 불평이 많은 것 같은데요?"

"애초에 그정도 능력이 있었다면 성벽을 베는게 덜 번거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건 또 그렇죠."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납득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확실히 한철 섞인 철문을 단숨에 베버릴 정도의 실력자라면 철문을 베는 것보단 성벽을 부수는 편이 보수하기는 더욱 쉬웠을 것이리라

"그래도 정말 대단한 것 같지 않나요?"

"뭐가?"

"검인이라는 분 말이에요. 한철 섞인 철문을 단숨에 베어버리셨어요.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올랐길래 이런 경악스러운 일이 가능한 걸까요?"

운혜는 두 눈을 반짝거리며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 또한 검수였다.

그렇기에 검인이 이뤄낸 결과를 보고 경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가벼이 휘둘렀을 뿐인데 한철 섞인 철문이 완전히 두동강이 나버렸다.

대체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이런 깔끔한 검식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일까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확실히 경지만큼은 어마어마한 남자긴 하지."

운혜의 말을 들은 설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의외네요."

"뭐가?"

"사저가 누굴 그렇게 인정하는 것은 처음봐요."

"무슨 소리야. 장 대협도 인정했는데?"

"그건 콩깍지 끼어서 그런거잖아요."

"콩깍지라니! 그런 것 없어!"

설향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완강히 부정하였다.

"어쨌든 무공에 있어서 누구보다 까다로운게 사저잖아요. 그런 사저가 진심으로 감탄하는 걸보니까 생소해요."

운혜는 그런 설향을 바라보더니 이내 화제를 이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약관이라는 젊은 나이에 초절정 상경에 이른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누군가를 무공으로 쉽사리 인정할 리 만무하였다.

아미 최고 고수라는 불허사태마저 만만히 보는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누군가를 감탄하며 인정을 하니 생소한 감정이 절로 들었다.

"그런 광경을 보여줬는데 인정하지 않을 리가 없지."

운혜의 말을 들은 설향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검인이 철문을 베던 모습을 그 누구보다 선명하게 뇌리에 새긴 그녀였다.

오감이 극도로 발달한 그녀였기에 검인이 철문을 베는 광경을 누구보다 선명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 일검一劍이었다.

그가 철문을 벨 때 사용했던 검은 말이다.

단 일검만에 저 거대하기 짝이 없는 철문을

그것도 한철이 섞여 단단하기 이를데가 없는 철문을 베어버린 것이다.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대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올라서 있는 걸까요?"

운혜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글쎄? 적어도 장 대협의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 같아."

꿀꺽

"그..말은?"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장선우는 분명히 말하였다.

검인이 수색대의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말이다.

심지어 수색대의 대장인 본인보다 더욱더 말이다.

"화경 혹은 그 이상."

설향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요! 그 이상이라뇨!"

설향의 말에 운혜가 발끈하며 말하였다.

화경 이상의 경지라니

그말인즉슨 현경을 칭하는 것이 아닌가?

현경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현경은 반선의 경지였다.

인간을 초월하게 되는 경지 말이다.

그런데 어찌 길가다 만난 아저씨가 그런 지고한 경지에 올라있다는 말인가

"왜 말이 안돼?"

설향은 모르겠다는듯이 물었다.

"현 중원에서 현경에 다다랐다고 칭해지는 사람은 천무맹주인 이재원 맹주님밖에 없다고요! 그런 지고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 무명일리가 없잖아요!"

"무명이라니? 이름 있잖아? 검인劍人"

"그거야 사저가 지어주신 거잖아요!"

"운혜야, 너는 너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아.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아? 그리고 이 넓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기인 이사들이 있는지 알아? 검인도 그런 기인이사 중 하나인 거야."

"아무리 그래도...현경은..반선의 경지인데.."

"반선의 경지가 별거니? 애초에 빙궁주조차 현경에 이른 고수인데."

"정말요!?"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눈을 화등잔만하게 크게 뜨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빙궁주가 현경에 이른 고수였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정말이고 말고."

"혹시 빙궁주께서 반로환동하신 선배님이신가요?"

운혜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빙궁주를 언뜻 봤던 운혜였다.

그녀가 보기엔 빙궁주는 끽해봐야 이십대 중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현경에 이르렀다고하니 반로환동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아니, 스물 여덟이라던데?"

운혜의 물음에 설향은 고개를 도리질치며 입을 열었다.

"네에에에?!?!"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화들짝 놀라며 입을 벌렸다.

전혀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경의 경지가 무엇이란 말인가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위대하기 그지없는 경지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고작 스물 여덟의 나이로 그런 위대한 경지에 발을 디딜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요!"

"왜 그렇게 말이 안되는게 많아?"

"너무 이상하잖아요!"

"뭐가 이상한데?"

"중원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맹주님 외에는 없던 현경의 경지가 어떻게 북해에 오니까 이렇게 많이 나타난다는 말인가요?!"

운혜는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러게?"

운혜의 말을 들은 설향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듣고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십여년 동안 오직 이재원만이 다다랐던 경지가 바로 현경이었다.

그렇기에 이재원에 대한 경외감과 위대함이 더욱더 빛을 발할 수 있었고 천무맹은 중원 최고의 단일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북해로 오니 이십여년 동안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던 현경의 고수가 두 명이나 있단다.

어찌 이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게가 아니라고요! 빙궁주께서 현경에 올랐다는거 확실한 정보가 맞나요?"

"확실해."

"누구한테 들은 정보인데요?"

"본인한테."

"네에에?!?!?"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놀란듯 소리를 질렀다.

보통 경지를 물어보는 것 무척이나 실례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상당히 친분이 있는 사이에도 경지를 물어보는 것은 금기시 되는 것이 바로 무림이었다.

그런데 빙궁주 본인에게 경지에 대해 직접 들었다니

대체 그런 친분은 언제 쌓았다는 말인가

"대체 언제 그런 이야기를 들은거예요!?"

"어젯밤에"

"그럼 밤늦게 들어온게....?"

운혜는 생각난다는듯 입을 열었다.

"맞아 빙궁주랑 같이 한 잔하고 왔어."

"한 잔이요?!"

"응, 그래도 아미파의 은인인데 어떻게 소홀히 대할 수 있겠어. 술 한병 들고 방으로 찾아갔거든."

"그걸 받아주던가요?"

"생각보다 혼쾌히 받아주던데?"

"허어"

"나중에는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더라고."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턱하고 벌렸다.

그녀의 친화력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설마 그 친화력이 빙궁주에게까지 발휘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설마 북해의 지배자와 언니동생하는 사이가 될 줄이야

'천재들끼리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

운혜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에 빠졌다.

운혜에게는 처음보는 사람한테 술병을 들고 야밤에 찾아가는 설향이나 그걸 좋다고 받아들이고 언니동생하자는 빙궁주나 이상하기는 매한가지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나는 빙궁주와 언니동생하는 사이가 됐으니까 농땡이 피워도 돼."

"말이 또 왜 그렇게 돼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설향과 운혜는 다시금 입씨름을 하기 시작하였다.

"쯔쯧"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청송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럴 시간에 검강이라도 뿜어내어 철문을 해체하는 것을 도와주면 좀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손 하나 하나가 귀한 시점이었다.

검인이 베어버린 북해의 철문은 상상이상으로 컸고 그것을 해체하는 것 또한 상상이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예 부숴졌으면 좋으련만 애매하게 절단이 나서 이 고생이다.

하나 하나 부숴 파편을 만들고 화로에 녹여 쇳물로 만들어야했다.

"에효"

청송은 팔자에도 없는 철문 보수 작업에 한숨을 내쉬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

그때 그의 귓가에 땅이 울리는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뭐지?'

청송은 별안간 들려온 굉음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굉음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응?"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지평선 끝자락에서 달려오고 있는 거대한 먼지돌풍을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청송은 안력을 더욱더 돋구었다.

대충 훑는 것정도로는 저들의 정체를 알아챌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력을 돋구고 앞을 보았을 때 청송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보면 안될 것을 본 사람 마냥 말이다.

청송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뒤편을 바라보았다.

"설소저! 아무래도 궁주를 불러야할 듯 싶습니다!"

그리고 설향을 지목한 후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요?"

설향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궁주는 왜 부른다는 말인가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군대라뇨!?"

"북방의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뭐라고요!?"

청송의 말을 들은 설향은 놀란듯 되물었다.

북방 이민족들을 전담하며 토벌하는 북방 군대가 어찌 북해빙궁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인가

설향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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