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244. 청성제일검과 겨루다-1
스르릉
"소..소협!"
선우가 검을 뽑자 청송은 당황한 듯 그를 불렀다.
별안간 갑자기 검은 왜 뽑아든다는 말인가
검을 빼 든 선우의 모습을 본 청송은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혹여 저 싸움에 끼어들까 불안하였기 때문이다.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아야지."
선우는 그런 청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일단 말릴 생각이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청송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좌우 저었다.
아무리 그가 초절정의 고수라고 하더라도 저들의 싸움을 쉽사리 말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을 거두지 않는다면 쥐어 패면 되겠지."
"네!?"
저벅 저벅
선우는 청송의 말을 무시한 채 천천히 중앙 공터를 향해 걸어갔다.
팡
그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착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신형이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설향과 운적자의 근처에 착지를 하였다.
"멈춰주십시오."
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읊조렸다.
분명 그리 크게 말한 것도 아니었지만, 선우의 목소리는 좌중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의 귀에 선명하게 박혀 들어왔다.
쾅
쾅
하지만 선우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설향과 운적자의 검은 멈출 줄 몰랐다.
아니 오히려 더욱 격렬해지며 굉음과 충격파를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쳇"
선우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말 한마디로 싸움이 멈춰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는 않았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싸움을 이어가는 것을 보니 혀가 절로 차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그러자 그의 몸 주위에 어마어마한 양의 음양조화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다시 말하겠소. 만약 여기서 멈추시지 않는다면 무력적으로 진압을 하겠소."
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진압의 의사를 건네었다.
다짜고짜 그들을 진압하기보다는 한 번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쾅
쾅
하지만 그들은 그저 싸움을 이어갈 뿐 선우의 경고 따위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저는 분명 경고를 하였습니다. 후회치 마십시오."
말을 마친 선우는 검을 천천히 늘어뜨렸다.
그리고 검에 내력을 적당히 흘려보낸 후 그대로 땅을 박찼다.
쾅
선우가 땅을 박차자 그대로 바닥이 패이면서 굉음이 퍼져나갔다.
선우는 그 반발력을 이용해 그대로 앞으로 튕겨 나갔다.
쇄애애액
이내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선우의 신형이 그들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쇄애애액
선우는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노리는 것은 설향과 운적자의 검이 맞닿아지는 순간이었다.
쾅
이내 둘의 강기가 부딪혔고 선우도 따라 검을 내질렀다.
이내 세 사람의 검이 한 번에 맞닿게 되었다.
콰아아아아앙
세 사람의 검이 한 번에 맞닿게 되자 그전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크으윽!"
"으윽!"
그 충격파에 노출된 설향과 운적자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
검이 부딪혔던 장소에는 선우만이 오롯이 서 있을 뿐이었다.
"멈추라고 하지않습니까!"
공방이 일순간에 멈춰지자 선우는 내력을 담아 큰소리로 외쳤다.
설향과 운적자는 그런 선우를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지켜볼 뿐이었다.
*********
"어....어찌.."
운적자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중앙에 서 있는 선우를 쳐다보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청성의 절기라고 불리우는 청운적하검의 묘리가 담긴 검강이 단 한 수에 막혀버린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청운적하검을 단 한 수에 밀어낸 주제에 그 자신은 그 어떠한 충격도 받지 않은 것인지
그 자리에 오롯이 서 있을 뿐이었다.
운적자의 눈동자가 심각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청운적하검靑雲赤霞이 무엇이란 말인가
오직 한 세대에 단 한 사람에게만 전해진다는 청성파의 절세검공이 아니던가
특수한 방법으로 강기를 더욱 압축하여 기존 강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청운적하검이었다.
그런데 그런 청운적하검이 저런 핏덩이가 휘두른 검에 막히게 된 것이다.
아니 막힌 것뿐이 아니었다.
그대로 밀려 튕겨 나가게 된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청운적하검은 자신이 가진 최고이자 최상의 검공이었다.
그런 검공을 그저 내지르는 한 번의 검격으로 부숴버린 것이다.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제 진정이 좀 됩니까?"
그때 앞에서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투는 전과는 조금 달라 있었다.
그는 당당하였고 자신이 넘쳤으며 왠지 모를 기세가 느껴졌다.
예의를 차리고 존칭을 써가며 조심스럽게 말하던 때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운적자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당당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오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장 소협 지금 뭐 하는 것이오!"
그는 선우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음성을 내뱉었다.
"보이는 그대로 싸움을 말렸습니다."
그의 분노의 찬 음성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그저 담담히 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우의 태도는 운적자의 가슴 깊이 타오르기 시작한 분노에 기름 부어버렸다.
"장 소협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오! 어찌 무인 간의 싸움에 끼어든단 말이오!"
그는 선우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인 채 고함을 질렀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들의 싸움을 방해한다는 말인가?
무림에서 무인과 무인 간의 정당한 비무는 신성시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끼어들어 방해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무례한 짓이었고 칼을 맞는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짓이란 소리였다.
그런데 선우는 다짜고짜 싸움에 끼어들었고 그들을 물러서게 만들었다.
이 어찌 무례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니, 끼어들 만한 일이오."
선우는 그런 운적자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 또한 이번 사태의 관계자이니 말이오."
선우는 싸늘한 눈으로 운적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크윽"
선우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분하다는 듯 신음성을 내었다.
설향과 대치하다 보니 선우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또한 청수의 세치 혀에 놀아난 피해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설향과 아미파 뿐만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정혼자가 있는 선우와 그를 데릴 사위로 맞은 당가 또한 명예가 실추된 것이다.
데릴사위가 혼인도 하기 전에 다른 여인과 염문설이나 퍼트리고 다닌다면 대체 어떤 가문이 좋아하겠는가?
이는 당가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운적자는 미간의 주름이 더욱 깊게 패지는 것을 느꼈다.
아미파에 관한 일만으로도 골머리가 아픈 걸 넘어 썩기 직전이건만 당가마저 이렇게 나오니 더욱 난감하였기 때문이다.
"내 이번 사태에 대해서 본산에 정식으로 고하여 당가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겠소. 그러니 이만 자리를 피해주시오. 나는 지금 아미파와 풀어야할 문제가 있소이다."
운적자는 흥분을 가라앉힌 후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말하였다.
당가의 관한 일은 나중으로 미뤄둘 심산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아미로부터 받은 치욕을 깔끔히 털어내는 것이었다.
그 외의 복잡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거절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뭐라!?"
선우의 거절에 운적자는 정색을 하며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아미와 청성 간의 싸움에서 끼어든다는 말인가?
이해가 안 되었다.
"저는 이 싸움을 말려야겠습니다."
선우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여기서 두 문파 간의 감정싸움을 심화시킬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북해행으로 출발한 것이 여행을 가는게 아니지 않은가?
북해에서 실종된 문파의 제자들과 세가의 일원들을 수색하기 위해 떠난 여정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찌 이렇게 기싸음과 자존심 싸움으로 여정을 망친단 말인가?
묵과할 수 없었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담긴 여정을 망치는 일을 말이다.
"그대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말린단 말이오!"
그때 운적자가 선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현재 운적자는 설향과의 개인적인 은원을 해결하고 있는 자리였다.
청성의 제자인 청수에 대한 독단적인 징벌과 청성의 제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준 것을 명분으로 삼아서 말이다.
그런데 어찌 아무런 관련없는 그가 이렇게 나선다는 말인가?
"자격이 있습니다."
그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미파의 작전 통제권을 넘겨받은 몸이니까요."
선우는 운적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통솔자의 입장으로서 운적자가 아미의 제자를 압박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습니다. 이는 전력의 손실을 야기할 수 있으며 수색대의 본분을 흐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뭐라!"
선우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저 말이 대체 무슨 말인가?
대놓고 아미파와 편을 먹겠다는 말이 아닌가?
운적자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회의때만 해도 그렇게 거절을 하며 겸양을 떨더니 결국 본색을 드러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아미파와 편을 먹고 청성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냐!"
운적자는 선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통솔자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뿐이지요."
선우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리고 설향을 쳐다보며 물었다.
"설 소저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그만하겠어요."
선우의 물음에 설향은 일렁이더니 황금빛 강기를 거둬들이며 말을 이었다.
작전 통제권을 넘겨받았다는 말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말도 잘 듣는 것이 여간 예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근 두근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설향은 쉴 새 없이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분명 하루 정도 피해 다녔을 뿐 이것만 그의 얼굴을 이렇게 마주한 것도 무척이나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미소까지 지어주니 심장이 뛰지 않을 리 없었다.
`우우...반칙이야..`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진지하게 생각하였다.
어쩌면 둘째 부인도 나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말이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선우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 쳐다본 것은 흉흉한 살기를 품고 있는 운적자였다.
"운적자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우는 운적자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부하겠다."
그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여기까지 온 이상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미 부끄러움 따위는 저 멀리 던져버린 후에 검을 든 그였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꼬랑지를 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선우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청성제일검에게 후회 따윈 없다!"
그의 물음에 운적자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물러나지 않으신다면 더 큰 수치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정녕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겠습니까?"
선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선우는 그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여기서 계속 억지를 부린다면 그는 청성의 명예는 커녕 더욱 똥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뭐라! 오만하구나! 그깟 한 수를 튕겨냈다고 네놈이 뭐라도 되는 줄 알더냐! 그저 운 좋게 끼어든 주제에 오만하기 짝이 없구나!"
선우의 걱정어린 물음에 운적자는 분기탱천하며 고함을 질렀다.
운적자는 지금 자존심이 상하였다.
그가 분명 자신의 최고 절기라고 할 수 있는 청운적하검을 아무런 피해 없이 튕겨낸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그가 자신보다 고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수한 기공을 익혔거나 상쇄에 특화되어 있는 검술을 익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오만하다는 말인가?
어찌 저렇게 오만한 말투로 한참 선배인 자신을 가르치려고 드냐는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웅
그의 몸에서 만상귀일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검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을 뿐더러! 아미에게 사죄를 받아야겠다! 이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운적자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선언하듯 소리쳤다.
휘이이이이이잉
그의 선언과 함께 몸 주위에 일렁이는 만상귀일기가 전부 검으로 스며들어 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검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남빛의 강기가 형성되었다.
"어쩔 수 없군요."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검을 늘어뜨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을 눈치챈 탓이었다.
위이이이이이잉
선우는 독기어린 음양조화기를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그의 검에는 진하기 그지없는 녹빛의 강기가 형성되었다.
"눈에 흙을 직접 넣어드리겠습니다."
선우는 번뜩이는 눈으로 운적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흐아아아아압!!!"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적자가 달려들었다.
선우 또한 지지 않으려는 듯 풍진보를 밟으며 운적자에게 뛰어들었다.
콰콰콰쾅!
녹빛의 강기와 남빛의 강기가 충돌하면서 어마어마한 굉음과 충격파를 만들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