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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35화 (236/1,419)

〈 235화 〉 236.역시 더 때려야겠어.

"말해봐."

설향은 청수를 바라보며 싸늘한 음색으로 말하였다.

"누가 누구랑 잤다고?"

그 음색이 어찌나 차가운지 마치 북풍한설을 옮겨온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꿀꺽

그녀의 차갑기 그지없는 말을 들은 청수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무슨..."

청수는 떨리는 음색을 가다듬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일단 발뺌을 할 요량이었다.

`발뺌할 필요 없어, 다 들었거든."

"...뭘..말이오."

"나랑 장소협이 같이 잤다면서?"

"아...니! 내 말은 잤다는 게 아니라……."

그녀의 적나라한 말에 청수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남자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아미의 제자가 어찌 저리 적나라한 말을 한단 말인가?

"이상하네, 분명 그런 의도로 말한 것 같은데?"

청수의 발뻄을 들은 설향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음행淫行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음행이라는게 꼭 잔다는 것은....."

설향의 말에 청수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말을 이었다.

"지랄하네."

설향은 그런 청수의 변명을 단박에 끊어버렸다.

들을 가치조차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홰액

말을 마친 설향은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경쾌한 소리가 나면서 청수의 목이 홱 돌아갔다.

"이게 무슨!"

졸지어 뺨을 얻어맞은 청수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밑도 끝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설향이 다시금 그의 반대쪽 뺨을 갈겼다.

청수의 목이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뭐하는 짓...."

뺨을 수차례나 맞은 청수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찌 명문대파의 제자라는 작자가 대화조차 듣지 않고 폭력을 휘두른단 말인가

청수는 내력을 집중시킨 후 재빨리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손에 거력이 담기더니 현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청성을 대표하는 수공인 대라산수(大羅散手)였다.

"이 계집이!!!!"

청수는 소리를 지르며 대라산수를 내질렀다.

그의 손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대로 그녀의 뺨을 갈길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라산수는 안타깝게도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다.

설향이 그의 손을 너무나 쉽게 잡아챈 후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미의 금나수법 중 하나인 금정대구식(金頂大九式)이 발휘된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설향의 의해 팔이 꺾여버린 청수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 극심한 고통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못된 손을 어떻게 해야할까?"

청수의 팔을 꺾고 있던 설향은 방긋 웃으며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청수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그대로 팔을 완전히 꺾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설마...아닐거야..설..마...아닐거야..`

그는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완전히 꺾어버릴 리가 없었다.

지금 그녀가 쥐고 있는 팔은 검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오른팔이 아니던가

만약 여기서 팔을 부러진다면 족히 몇달은 정양해야 할 부상을 입고 마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자신은 절정이라는 경지에 오른 소중한 전력이었다.

그런 전력을 고작 시비 걸린 것 가지고 버릴 리가 없었다.

우드드득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런 청수의 예상과는 달리 설향은 안 그래도 꺾여있는 팔을 더욱더 꺾기 시작하였다.

드드드득

"그마아아아안!!!!! 그마아아안!"

귓가에 팔이 꺾여지는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소리는 청수에게 더없는 공포를 선사하였다.

그때였다.

팔이 꺾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무언가 팔이 자유로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내 청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저 미친 여자가 자신의 팔을 완전히 부러뜨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악!"

청수는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팔이 부러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어마어마한 고통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세상에 이런 아픔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아픔이 몰려들었다.

"에구....아팠어?"

고통에 겨워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설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익살스럽기 그지없었는데 그 익살스러움이 청수에게는 공포로 다가왔다.

멀쩡한 사람의 팔을 부러뜨려놓고 저런 태도라니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청수는 극심한 고통에 말조차 제대로 못 하며 어물거릴 뿐이었다.

"그러니까 입조심을 했어야지."

설향은 그런 청수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이제야 분이 좀 풀린듯했기 때문이다.

"나를 욕하는 건 상관없어. 그런데 내 사문과 주변 사람들까지 들먹이는 건 용서 안 해."

그녀는 청수를 바라보며 단호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아프지? 아플 거야...그런데 말이야. 네 세 치 혀에 농락당한 장소협은 더욱더 아플 거야. 정혼자까지 있는 사람한테 그런 누명을 씌워?"

설향은 말을 이으면서 분노가 다시금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생각을 하면 할 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안되겠다."

말을 마친 그녀는 청수의 뺨을 향해 손을 내질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의 뺨이 다시금 돌아갔다.

"역시 더 때려야겠어."

"으으윽!"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통증에 청수는 비명을 질렀다.

"크으으으윽"

뺨이 퉁퉁 부어올랐고 이내 피부가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피부가 터져나간 곳에는 빨간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만!"

청수는 그녀에게 애원을 하였다.

피부가 터져나간 곳을 다시금 맞으니 미칠듯한 고통이 밀려들어 왔기 때문이다.

".......제...발..."

청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설향의 손은 멈출 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설향의 손은 청수의 얼굴 전체가 핏물로 뒤덮이고 나서야 겨우 멈추었다.

손찌검을 멈춘 설향은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고운 손에는 청수의 핏물들이 잔뜩 묻어 있었다.

"에이, 다 묻었네."

손에 잔뜩 묻어있는 핏물을 본 설향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부웅 부웅

그리고는 곧바로 허공에 손을 저어 핏물을 털어내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러자 청수의 몸이 움찔하며 떨었다.

그녀가 손을 휘젓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저...사저.."

그때 청수의 뒤편에 있던 운혜가 설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응, 왜?"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도 될까요?"

운혜는 손가락으로 청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안될게 뭐 있겠어."

운혜의 물음에 설향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청성의 삼대제자잖아요. 그런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분명 청성에서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운혜는 걱정된다는 듯 안색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사매."

그녀의 말을 들은 설향이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마. 가만히 안 있는 건 아미도 마찬가지니까."

운혜의 말에 설향은 뭐가 걱정이냐는 듯 말을 이었다.

"네?"

"전쟁은 시작됐다는 소리지."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전..전쟁이요!?"

그녀의 말에 운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전쟁이 시작됐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래, 전쟁."

운혜의 반문에 설향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자의 세 치 혀로 인해 아미가 모욕을 당했어. 묵과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어떻게 하시게요."

"공론화 시킬거야."

운혜의 물음에 설향은 담담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면 구설수에 오르게 될 거예요."

그녀의 말에 운혜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이번 일을 공론화시키게 된다면 그녀는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이다.

또한, 여러 사람들의 입방아에 몇 번이고 찧어지게 될 것이다.

"상관없어,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아미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니까."

"정말 괜찮겠어요?"

운혜는 다시금 물었다.

정말 괜찮은지 혹여 괜찮은 척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나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이야. 뒷수습도 내 몫이겠지."

그녀의 물음에 설향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따지고 보자면 원인은 행실을 똑바라 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었다.

물론 그걸 빌미로 나불대면서 거짓 소문을 양산해낸 인간의 잘못이 크긴 하였지만, 그녀 또한 잘했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언제고 나가겠다며 기회만을 엿보던 그녀였지만 그녀 또한 아미의 제자였다.

인생의 절반을 보낸 아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니 총대를 메고 해결할 속셈이었다.

비록 자신이 다른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더라도 말이다.

"......사저."

운혜는 그런 설향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이 사실이 공론화된다면 그녀 또한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행실 하나하나가 문파의 명예가 직결되는 위치에 서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야밤에 정혼자가 있는 남자와 밤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아미의 고루하기 짝이 없는 수뇌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운혜의 눈빛이 더욱더 진해졌다.

"그렇게 보지마, 내가 선택한 일이야."

그런 그녀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것인지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그치만...."

"진짜 괜찮다니까, 그리고 분풀이는 충분히 할 테니까 괜찮아."

설향은 손사래 치며 말을 이었다.

"네? 분풀이요?"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운혜는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분풀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런거지."

우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말을 마친 설향은 청수의 왼팔을 잡고 그대로 꺾기 시작했다.

"사저! 그게 뭐하는 짓이에요!"

운혜는 그녀의 돌발 행동에 놀라 되물었다.

지금 대체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이미 팔이 부러지고 양 뺨이 터져 만신창이가 된 사람한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그게...내가 고심을 해봤거든? 한쪽 팔만 부러지는 건 애매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그게 뭐가 애매해요! 오른팔이 부러지면 왼팔을 써야죠!"

운혜는 설향의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언성을 높이며 반박하였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어떤 미친년이 균형을 맞춰준다고 양팔을 같이 부러뜨린단 말인가?

"평생 오른손만 쓰던 사람한테 갑자기 왼팔을 쓰라면 그게 또 얼마나 어색하겠어. 그냥 양쪽 다 부러뜨리고 깔끔히 수발 받을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주려고."

"거짓말 하지마세요! 아까 분명 분풀이라고 하셨잖아요!"

운혜는 설향의 뻔뻔스러운 변명에 소리 지르며 반박하였다.

"헤헤, 들켰네."

그녀의 반박에 할 말이 없었는지 설향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아미와 청성은 전쟁이 날거고, 얘는 죽여 마땅한 애니까 좀만 더 망가뜨려도 괜찮지 않을까?"

"사저! 저희는 불법을 전하는 불자예요! 어찌 불자로서 그런 극악무도한 일을 한단 말인가요!"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불법을 전하는 불자로서 어찌 무방비 상태가 된 자에게 고문을 가한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괜찮아, 이런 새끼라면 부처님도 잘했다고 칭찬해줄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녀의 말에 운혜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진짜 안돼?"

설향은 울상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안돼요!"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안돼요!"

"진짜 진짜 진짜........"

"그만하세요!"

그녀의 계속되는 말장난에 화가 난 운혜는 소리쳤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어찌 장난이 나온단 말인가?

"알았어."

운혜가 언성을 높이자 설향은 알았다는 듯 청수의 팔을 놓아주었다.

"후우"

그 모습을 본 운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저자는 팔이 부러지고 얼굴마저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거기다 전의마저 잃었는지 반항은커녕 온몸을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자에게 다시금 폭력을 행사한다면 많은 이들이 아미를 욕할 것이다.

"그럼 이걸로 끝낼게."

말을 마친 설향은 내력을 실은 뒤 그대로 청수의 단전을 걷어찼다.

"끄으으윽"

단전을 걷어차인 청수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까아아아아악!!!!!"

지금까지 고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고통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사..사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운혜는 급히 설향을 불렀다.

"이 정도는 괜찮지? "

설향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곤란해요!"

설향의 말을 들은 운혜는 비명 지르듯 입을 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모두가 아미를 욕할 거예요!"

"괜찮아, 사매만 입 다물면 아무도 몰라."

"저 자의 입은요!"

"그것도 괜찮아, 아무도 저자의 말을 믿지 않을 거니까."

설향은 확신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

그녀의 확신에 운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신뢰를 쌓는데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무너뜨리는 것은 찰나의 시간이면 충분하단다."

설향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오늘 저자가 쌓아온 모든 신뢰들을 무너뜨릴 심산이야. 그러니까 꼭 협조해줘야 해. 알았지?"

말을 마친 설향은 생글거리는 얼굴로 운혜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운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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