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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33화 (234/1,419)

〈 233화 〉 234. 염문설艶聞說-2

"나는 아직도 못 믿겠네. 비록 장 소협을 오래 본 것은 아니지만, 그가 그런 호색한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네."

당간의 말에 당진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일축하였다.

비록 그를 오래보진 않았지만 선우는 상당히 예의가 발랐다.

한낱 방계 혈족에 불과한 자신에게 존대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기본이 돼 있는 작자가 그런 무도한 일을 저지를 리 없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는 신앙과도 같은 가주가 선택한 남자였다.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

"아이고 이런 순진한 사람을 봤나,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법일세."

그런 당진의 말을 들은 당간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자네야 말로 확실치 않은 소문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가? "

"이건 정말 확실한 정보라네."

그의 말에 당간은 확신에 차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무려 청성의 도사가 직접 내뱉은 말이란 말일세."

"청성의 도사가!?"

당간의 말을 들은 당진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여기서 청성의 도사가 왜 나온단 말인가.

"자네, 당준을 아는가?"

"자네의 사촌 동생이 아니던가?"

"맞네, 고녀석도 이번 북해행에 차출되어 마부 노릇을 하고 있다네."

"그런데 갑자기 자네 사촌동생이야기는 왜 한다는 말인가."

"이 정보의 출처가 사촌 동생이라네."

"뭐..뭐라!?!"

당간의 말에 당준은 놀란 듯 되물었다.

"절대 비밀이라고 내게 신신당부를 하긴 하였지만 내 어찌 자네에게까지 비밀로 하겠는가?"

당간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일정에도 없는 노숙을 하게 되어 청성의 도사 하나가 화가 많이 났던 모양이야, 마차를 몰던 동생을 모욕하며 화풀이를 했다더군. 당가의 무인이 마부나 하고 있다면서 말이야."

당간은 침중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걸세. 동생뿐만 아니라 당가를 싸잡아서 욕했다더군. 당가의 수준조차 떨어진다고 말일세."

"뭐라!"

당간의 말을 들은 당진은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비록 방계이기는 하나 가문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그였다.

그런 그에게 가문에 대한 모욕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그 꼴을 가만히 냅뒀단 말인가!"

그는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가만히 냅두지 않으면? 우리는 그저 방계 나부랭이가 아닌가, 어찌 청성의 삼대제자들에게 항의를 하겠는가"

까득

그의 말을 들은 당진은 이를 갈았다.

그런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세태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당가를 모욕하는 그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한가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더군."

"이상한 소리라니?"

"바로 장 소협과 설 소저 간의 염문 말일세."

"거짓이겠지. 어찌 그런 무도한 자들의 말을 믿는단 말인가!"

"나도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네, 하지만 청성 도사들의 반응을 보면 마냥 거짓인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하더군."

"대체 어떤 반응을 하였기에!?"

"높은 언성이 오갔고 손찌검하는 소리마저 들렸다고 하더군."

"그렇게까지나!?"

당간의 말을 들은 당진은 놀라 되물었다.

설마 도사들 간에 손찌검이 오갔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네, 그리고 손찌검을 당하면서까지 내뱉은 말이 장 소협이 세상 물정 모르는 아미의 제자를 꼬여냈다는 소리였네."

"............."

당간의 말을 들은 당진은 할 말을 잃었다.

손찌검까지 오가는 와중에 내뱉은 말이라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둘이 야밤에 자리를 비웠다더군. 청춘 남녀가 단둘이 밤을 보냈는데 어찌 염문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그런"

당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을 더듬거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사실은 자네만 알고 있게나. 청성의 도사들과 약조를 했다더군. 절대 발설하지 않기로 말일세."

당간은 은근한 목소리로 당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나한테 발설해도 되겠는가?"

"아니, 우리가 보통 사이인가? 이정도 비밀 정도는 충분히 공유할만한 사이가 아닌가. 아무튼, 이 사실은 자네만 알고 있게나."

"그건 걱정하지 말게나. 비밀이 퍼져나갈 일은 없을 터이니"

그의 말에 당진은 굳은 표정으로 답을 하였다.

그의 확답을 들은 당간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어디서 발설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말을 마친 두 사람은 천막을 마저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

청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력을 이용하여 청력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으윽

그러자 그의 귀로 온갖 소리가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바람소리부터 시작하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벌레가 지저귀는 소리 등등 수많은 소리가 그의 귀에 포착되었다.

[그...장선.....설]

[....말.......그....아]

이윽고 그의 귀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흐읍!`

사람의 목소리를 포착한 청수는 더욱더 내력을 집중하였고 이내 그 목소리가 더욱더 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글쎄 진짜라니까?]

[말도 안 돼, 어찌 아가씨를 두고 바람이 난단 말인가!]

[쉬잇, 목소리가 너무 크네!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찌한단 말인가?]

"흐흐흐흐흐"

그 목소리를 들은 청수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크큭, 입싼 놈들"

청수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혹여 마부가 약속한 대로 입을 꾹 다물까봐 걱정을 하였는데

아무래도 괜한 걱정인듯싶었다.

마부는 생각보다 입이 가벼웠고 선우에 대한 염문은 고작 두 시진도 안돼서 널리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혈족중심의 세가인 당가의 특성상 두루두루 친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듯하였다.

아마 너만 알고 있으라며

절대 발설 하지 말라며

수많은 이들이 속삭였고 그 결과 당가의 대다수 무인들이 선우와 설향의 염문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청수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에게 복수할 기회만을 노리던 그였다.

하지만 무력도 금력도 뒷배도 무엇 하나 그를 앞지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만 하던 그였다.

차세대 무림을 이끌어갈 용봉들을 홀로 무릎 꿇린 무력

사천제일을 넘어 중원제일을 넘보고있는 어마어마한 금력

정마대전의 영웅이자 현경에 이르렀다 여겨지는 독왕의 사위라는 뒷배까지

구파 중 가장 가난한 청성의 제자인 청수로서는 무엇하나 앞설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특히 저 망할 놈의 뒷배는 어떤 짓을 해서든 넘어설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현경이라니

그 긴 무림사에서도 손꼽히는 이들만 도달했다고 전해지는 경지가 아니던가

그런 독왕을 뒷배로 두고 있는 그를 어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청수는 한 번의 절망을 겪었다.

그러던 중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지나갔다.

그의 배경이 문제라면 그 배경을 치워버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이윽고 그는 선우가 당가의 사위 자리를 물러나게 할 방법을 생각해보았고 이내 괜찮은 꾀를 떠올렸다.

바로 설향과의 염문설을 공론화시키는 것이다.

명문대파는 절차와 예의를 중시하였다.

고루하기 짝이 없는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런 고루함이 모여 명문대파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선우가 정혼한 상태에서 바람이 났다면?

그것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아미파의 어린 제자와 말이다.

어마어마한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쏘아질 것이다.

심할 경우 그와 당서윤과의 정혼이 파혼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혼인 후 첩을 들이는 것은 그리 흠이 되는 일이 아니나.

혼인 전 바람이 나는 것은 어마어마한 흠이었다.

그것도 데릴 사위가 말이다.

아무리 그가 독왕의 제자라지만 당가의 명예를 실추시킬만큼의 흠이라면 파혼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청수는 기가막힌 생각을 한 스스로를 칭찬한 후 자연스럽게 염문설을 퍼트릴 계획을 세웠고 그대로 실행을 하였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마부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하루종일 기회만 엿보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는 순간 꼬투리를 잡아 그대로 쏘아붙이며 말싸움을 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마침 예정에도 없던 노숙을 하게 되었고 청수는 반색하며 그대로 꼬투리를 잡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는 그대로 마부를 쏘아붙였고 자연스럽게 선우와 설향에 관한 염문설을 퍼트릴 수 있었다.

물론 청길 사형이 입단속을 시키긴 하였지만 그게 제대로 먹혀들 리 없었다.

혈족 중심의 당가에서는 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그런 이들에게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어찌 가만히 냅두겠는가

청수는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그들에게 볼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

저벅 저벅

운혜는 꽃과도 같은 미소를 지은 채 산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하루종일 마차에 앉아 있었기 때문일까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흥..흥..흥~"

기분이 어찌나 좋은지

콧노래가 절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그.......야]

[설.........어!]

어디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뭐지?`

그녀는 의아함을 느꼈다.

깊은 숲속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일행인가? 아니며 산적인가? 화전민? "

그녀의 머릿속에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천천히 검대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청력을 끌어올려 말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혹여 산적일 경우 경계를 하기 위해서였다.

[말.....돼!]

[진짜....니까 설향..... 단.... 사....대!]

"후우"

이내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를 확인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검대에서 손을 내려놓았다.

설향 사저의 이름이 나온 것을 보니 속가나 본산의 제자인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뭣 하러 여기까지 들어왔지?`

그들이 아미의 제자라는 것을 확인한 운혜는 의아함이 들었다.

뭐 볼 것이 있다고 이런 산중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는 말인가?

혹여 자신처럼 산책을 나온 것일까?

하지만 이내 운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만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그 또한 아닌 것 같았다.

혹여 비밀이야기를 하려고 나온 것일까?

운혜는 발끝을 들어올린 후 그들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엿듣기 위해서 말이다.

나쁜 짓이라는 것은 알지만 호기심이 양심을 이기고 말았다.

그녀는 속으로 사죄의 백팔배를 하겠다고 다짐을 한 후 그들에게 걸음을 옮겼다.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자 그녀들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히 들려왔다.

운혜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그녀들의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정말이야!?]

[진짜라니까! 설향 사저랑 장 소협이랑 같이 사라지는 것을 청성의 도사가 봤대.]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장 소협과 만난 지는 일주일도 채 안 됐잖아? ]

[그러니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 누군 알았겠어? 그렇게 천방지축인 사저의 내면에 그런 음란함이 숨어있을 줄을]

[그..래도 사저는 속가제자니까 그렇게 욕할 거리는 아니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주일도 안돼서 거사를 치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정혼자까지 있는 남자와 말이야.]

[그건.....아니지만]

[봐봐! 너도 속으로는 사저를 더럽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실망이긴..해.]

그때였다.

"갈喝!"

갑자기 어마어마한 굉음이 그녀들을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던 두 여인들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귀를 막고 괴로워하였다.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겁니까!"

어느새 몸을 드러낸 운혜는 설향의 뒷말을 하고 있던 이들을 크게 꾸짖었다.

"운혜...사저.."

"사저..."

그녀의 등장에 겁을 집어먹은 두 제자들은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고작 일류에 불과한 그녀들에게 절정에 다다른 운혜의 기운은 범접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말해보세요."

운혜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아미파의 제자 중 하나가 그녀에게 되물었다.

"어떤 작자가 그런 헛소문을 퍼트리고 있는지 말입니다!"

운혜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녀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저희도....그...청성의 제자들이 하는 소리를 엿들은거라........"

"뭐라고요!?"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이 소문의 근원지가 청성이라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였기 때문이다.

"이 소문을 아는 이가 누가 있습니까?"

"일단 저희끼리만 알고 있긴 한데.......청성의 제자가 워낙 큰 목소리로 말하던 터라... 다른 이들도 들었을지 모릅니다."

"그자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이름은...모르겠고..도사님들 중 키가 가장 작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운혜의 물음에 아미의 제자는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그저 엿들었던 것뿐이었기에 이름을 알 수는 없었으나 그가 청성의 제자들 중 키가 가장 작았다는 사실이 기억이 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운혜는 그대로 몸을 돌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헛소문은 한귀로 흘리세요. 언급할 가치도 없는 소문입니다."

운혜는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흠칫

"네..네!"

"네넵!"

운혜의 기세에 겁을 집어먹은 그녀들은 급히 대답하였다.

그들의 대답을 들은 운혜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당장에라도 설향을 말려야 했다.

만약 이런 소문이 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괄괄한 성격상 가만있지 않을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아미와 청성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땅을 박차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부디 설향이 이 소문을 듣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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