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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25화 (226/1,419)

〈 225화 〉 226. 인내심이 바닥나다-1

"지금 둘이서 뭐하는 짓입니까!"

불속사태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우를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지금 끝을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설향과 싸운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잠이 오지 않던 불속이었다.

그녀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잠깐이나마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익숙한 인영이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불속은 안력을 집중하여 저 멀리서 보이는 인영을 확인하였고 곧이어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저 멀리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이들이 그녀가 너무나도 잘 아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장선우와 설향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눈을 의심하였다.

그리고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확인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눈을 비비며 확인을 하여도 그들이 진짜라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그녀는 이내 경악을 하였고 그 경악은 분노로 바뀌었다.

자신은 분명 말하였다.

장선우에게 그 어떤 감정도 품지 말고 먼저 다가가지도 말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말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의 등에 업혀 이 야심한 밤을 걷고 있다니!?

화가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경고를 했거늘 전혀 들어먹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재빨리 그들이 있는 곳까지 달려가 분노를 토해내었다.

분노를 토해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 같았다.

"......불속 사저."

"뭐하는 짓이냐고 물었습니다!"

불속은 시뻘게진 얼굴로 다시금 소리쳤다.

"불속 사태...뭔가 오해가.."

그녀의 분노의 찬 외침에 선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장소협! 지금 어리디어린 아미의 제자를 데리고 뭐하는 짓입니까!"

불속은 선우의 말 따위는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불속 사태 오해이십니다. 지금 설 소저가 상태가 좋지 않아....."

"듣기 싫소! 당장 그녀를 내려놓으시오!"

불속은 선우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바로 끊어버리며 소리를 쳤다.

빠직

선우는 이마에 핏줄이 살짝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너무 안하무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후우`

하지만 이내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화를 가라앉혔다.

불속 사태가 설향을 걱정한 마음에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정말 오해입니다. 불속사태. 지금 설향 소저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제가 업고 있는 것뿐입니다. 지금 사태가 생각하는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신색을 가다듬은 선우는 상당히 정중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제가 업겠습니다. 당장 그녀를 내려놓으세요!"

그의 말을 들은 불속은 선우에게 명령하듯 외쳤다.

"객잔까지 제가 업고 가겠습니다."

"객잔 근처에 보는 눈이 어찌나 많은데! 그녀를 업고 간다는 말입니까!"

불속 사태의 말을 들은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등에 업혀 있는 설향을 바라보았다.

괜찮겠냐는 물음이었다.

끄덕 끄덕

선우의 시선을 느낀 설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하였다.

여기서 더 업혀있었다간 선우에게 피해가 갈 것만 같았다.

선우는 천천히 불속사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등에 업혀있는 설향을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설향을 넘겨받은 불속은 그녀를 꽉 붙잡았다.

타타탁

그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객잔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조용히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 걸었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머지않아 그들은 객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객잔에 도착한 불속사태는 곧바로 이층으로 향하였다.

그곳에 설향의 독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 또한 층을 오르려고 계단을 내디뎠다.

[장소협]

그때였다.

귓가에 불속사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전음!?`

선우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랐으나 이내 그녀가 전음을 보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 말이 있습니다. 객잔 뒤편에 있는 공터에서 보시지요.]

그녀는 일방적으로 선우에게 통보하고는 그대로 올라가버렸다.

"후우"

선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걸음을 돌렸다.

아무래도 곧바로 잠들긴 그른 것 같았다.

********

철푸덕

독실에 도착한 불속은 등에 업혀있던 설향을 그대로 침상에 던져버렸다.

"아얏!"

갑작스레 침상에 던져진 설향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미처 대비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멀쩡하면서 아픈 척을 했구나."

불속은 싸늘한 어조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헤헤헤헤"

그녀의 질타 어린 시선에 설향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본인이 생각해도 민망했기 때문이다.

"웃음으로 무마하려고 하지 말거라!"

그녀의 배실거리는 웃음에도 불속은 언성을 높이며 그녀를 질타하였다.

"설향, 정말 어쩔셈이더냐!"

불속은 설향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뭐가요."

설향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쩌자고 저런 남자에게 들러붙느냐는 소리다!"

"저런 남자라뇨!"

불속에 말에 설향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었다.

선우 오라버니에게 저런 남자라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발언이었다.

"정혼자까지 있는 남자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렇게 조심성 없이 행동하는 것이더냐!"

"말했잖아요. 그런 감정이 아니라니까요!"

"웃기지말거라. 그런 감정이 없는데, 그의 등에 업혀왔더냐?"

그녀의 발뺌에 불속은 코웃음 치며 설향에게 반박하였다.

"그떈 정말 상태가 안좋아서..."

"발뺌하지 말거라."

불속은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긴말하지 않겠다. 지금 당장 마음을 접어라. 그에게 무슨 마음이 들든 그대로 접으란 말이다."

그녀는 단호한 음색으로 설향에게 말하였다.

"누구를 좋아하던 제 마음이에요!"

그런 불속의 단호함에 설향은 반발심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 연모의 정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더냐?"

"어찌 연모의 정이 상처가 된다는 말인가요!"

불속의 말에 설향은 반발하며 소리쳤다.

어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말이 상처가 된다는 말인가

"네가 그자를 좋아함으로서 그자의 정혼자인 당서윤은 슬퍼할 것이고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뿐인 딸이 이미 정혼자가 있는 남자를 연모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설가의 가주도 무척이나 슬퍼할 것이다. 그렇게 되길 원하는 것이더냐?"

"........."

그녀의 말에 설향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적어도 너를 그렇게 이기적인 아이로 키우지 않았다. 너의 연모는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너 스스로에게도 큰 상처가 될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포기하라는 것이다."

불속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

"네가 상처받는다면 나 또한 크게 상처를 받을 것이고 슬퍼할 것이다. 나는 딸처럼 키운 네가 그렇게 상처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좋은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사랑하고 평범하게 혼인을 하고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는 것을 원한다."

불속은 그녀를 바라보며 숨겨뒀던 속내를 내비치기 시작하였다.

아미의 수많은 이들은 말하였다.

설향이 아미의 미래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존재함으로써 아미파는 다시 없을 정도의 최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불속 또한 인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초월적인 재능을 말이다.

그 초월적인 재능을 가진 덕에 율법조차 거스를 수 있는 존재가 되지 않았던가

속가제자이면서 유일하게 본산의 무공을 전수받은 기재.

그녀가 바로 설향이었다.

많은 아미의 장로들은 그런 설향이 환속을 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었다.

결국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버린다면 아미파의 영광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를 어릴 때부터 딸처럼 보살폈던 불속의 생각은 달랐다.

불속은 그저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환속을 하여 무공에 매진을 하든

시집을 가서 가정을 꾸리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말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그녀의 한순간의 감정에 좌우되기엔 너무 많은 이들이 얽혀있었다.

당가와 아미와의 관계는 물론 오대거부 중 하나인 설씨세가의 입지까지 말이다.

"그러니 부탁한다. 제발..부디..마음을 접거라. 향아.."

불속은 슬프기 그지없는 눈으로 설향을 바라보며 간곡히 부탁하였다.

"............"

불속의 간곡한 부탁에 설향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불속은 그녀에게 어머니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아미의 수많은 이들이 기대감과 열망을 가지고 그녀를 대할 때 유일하게 딸처럼 그녀를 아껴주던 불속이었다.

그런 그녀가 저리 간곡히 부탁하는데 어찌 쉬이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렁 그렁

설향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 그렁 맺히기 시작하였다.

불속은 그런 설향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몸을 돌렸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해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끼이이익

"흐극...흑..흑..흑"

불속이 나가자 설향은 숨을 최대한 죽이며 울음을 터트렸다.

혹여 이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말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을 접으라는 말은 그녀에게 너무나 잔인하게 들려왔다.

느긋하고 장난기 넘치는 그녀였지만 그런 잔인한 말을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여인이었다.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울음이 마를 때까지 말이다.

*********

객잔 뒤편 쪽 공터

선우는 불속이 말한대로 공터로 가 그녀를 얌전히 기다렸다.

마음 같아선 그냥 무시하고 자러 가고 싶었으나 설향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았기에 그냥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렇게 기다린 지 얼마나 됐을까

저벅 저벅

어디선가 귀를 울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왔나보네.`

선우는 불속이 왔겠거니 하며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둠이 짙어 그 모습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체구로 보아 불속 사태인듯싶었다.

선우는 걸어들어오는 불속 사태를 향해 마주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걸어가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이내 두 개의 발걸음 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응?!"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거리를 좁히니 예상치 못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반갑습니다. 장소협"

그녀는 날카롭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선우에게 말하였다.

"어찌...불허사태가!?"

그녀를 본 선우는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불속은 사라지고 불허가 나타났다.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소협과 결판을 지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죠."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결판이라면?"

"간단합니다."

선우의 물음에 불허는 더욱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수색대의 작전통제권과 설향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그녀는 무척이나 오만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치 선우에게는 거부권이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그 태도는 선우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반골 기질을 일깨웠다.

`이 시발년이!?`

선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곱게 자긴 그른듯하였다.

**********

"작전 통제권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게다가 설 소저에 대한 무관심이라뇨?"

선우는 어이가 없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말 그대로예요. 저는 아미파가 누군가의 산하에서 명령을 듣는 것을 원치 않아요. 명령을 받기보다는 명령을 하기를 원하지요. 그러니 작전통제권을 요구하는 겁니다. 수색대를 통제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명령을 받기 싫다고 수색대의 전권을 넘기라니!?

여간 미친년이 아니었다.

"왜 말이 안 되지요?"

"세상에 어디 명령을 받고 싶은 이들이 어디있겠습니까? 아미뿐만 아니라 당가도 청성도 모두 같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어찌 아미의 입장만을 생각하며 그런 생떼를 부린다는 말입니까?"

"저는 충분히 요구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수색대에서 전력이 가장 강한 세력이 어디입니까? 초절정 고수가 두 명이나 있는 아미가 아닌가요? 그러니 당연히 통제권도 아미에서 가져야지요."

"어찌 수색대의 전력을 나눈답니까? 함께 하기로 한 이상 모두 같은 전력이지요. 게다가 전력이 강하다고 지휘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아미가 힘만 센 머저리라고 하시는 것인가요?"

선우의 말에 불허사태는 발끈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찌 할 말이 없으면 그렇게 꼬투리만 잡아댄다는 말입니까!"

선우는 논지를 흐리는 그녀의 개소리를 지적하며 반박하였다.

이 여자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할 말이 없으면 꼬투리를 잡아 감정싸움으로 몰고 가 논지를 흐려버렸다.

자신한테 유리한 것만 듣는 좆같은 화법이었다.

"됐습니다, 저는 오늘 작전 통제권을 넘겨준다는 약조를 받아야겠어요. 물론 설향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약속까지 말이죠."

그녀는 선우의 말을 대충 흘려버린 뒤 저 할 말만 하였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선우의 마음속 깊은 곳을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아오 이 시발년이 진짜.`

"후우"

선우는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다시 진정시켰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살인은 면할 속셈이었다.

"설 소저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것은 또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예요. 그 아이에게 접근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아미의 미래가 될 귀중한 인재입니다. 당신 같은 호색한이 어떻게 해 볼 만큼 질 떨어지는 아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선우의 물음에 불허는 신랄하게 그를 비판하였다.

그녀 입장에서는 선우는 세상 물정 모르는 한참 어린 여자를 꼬시는 호색한이었다.

좋은 말이 나올 리 없었다.

빠지직

다시금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깨달았다.

참을 인자가 딱 세 번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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