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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23화 (224/1,419)

〈 223화 〉 224. 설향과 친분을 쌓다-4

운혜는 의아함을 느꼈다.

마차 안의 적막함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저 말 많은 사저가 조잘거리며 귀가 따가울 정도의 시끄러움 만들어내었을 것이다.

그런데 평소랑은 달리 저 말 많은 사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적응이 안 되었다.

잠깐 마차를 바꿔 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운혜는 슬며시 눈치를 살피며 설향을 바라보았다.

설향의 곱디고운 입술은 앞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었고 장난기 가득 어려있던 눈매는 축 처져 있었다.

누가봐도 한 소리 들은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운혜의 의아함은 더욱 커졌다.

사저가 어디 보통 사람이던가?

호된 질타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넘겨듣는 능글능글한 성격이 아니던가

장문인의 제자라는 배분적인 위치 때문인지는 몰라도 쉽사리 기가 죽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리 기가 죽어있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항상 활력 가득했던 그녀가 입을 다무니 마차 안이 세상 조용해졌다.

운혜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옆을 보니 동기인 운월도 걱정된 듯 설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운혜는 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인지 물어보긴 해야 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저....사저?"

운혜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물었다.

"..........."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사저!"

하지만 운혜는 포기치 않고 다시금 소리를 높였다.

".......응"

그러자 설향이 축 처진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요! 이렇게 축 처져 있으면서!"

그녀의 부정에 운혜가 반박을 하였다.

어찌 저것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표정이란 말인가

"소용없어."

그녀의 물음에 설향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소용없다뇨?"

"말해도 해결되는 건 없어."

"사저, 그건 말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에요."

운혜는 설향의 부정적인 말을 반박하였다.

해결책을 같이 강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포기부터 하는 버릇은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비록 사저보다 배분은 낮지만, 나이는 좀 더 많은 만큼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드릴 수도 있다고요."

운혜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운혜야"

설향은 운혜를 보며 말을 이었다.

"네?"

"어떻게 하면 초절정 상경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네!?"

그녀의 물음에 운혜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뜬금없이 초절정 상경이라니

그걸 왜 자신에게 물어본다는 말인가?

"우울하셨던 게....무공 경지 때문이었어요?"

"응"

"........."

그녀의 말에 운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이라던가 위로같은 것은 몰라도 무공에 관해서는 해줄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일류의 경지에 다다른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초절정에 다다른 설향에게 조언 같은 것을 해줄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봐봐, 소용없다고 그랬지?"

그런 운혜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설향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왜 생전 안 하던 고민을 하시는 건가요?"

그녀의 말에 운혜는 의아한 듯 물었다.

평소에는 무공 같은 건 귀찮기 그지없는 것 혹은 사냥을 좀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던 설향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무공의 경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을 보니 의아함이 들었다.

"필요해졌어. 더 강해질 이유가."

그녀는 운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 뭔데요?"

"자유를 위해서."

그녀의 물음에 설향은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에 운혜는 고개 살짝 저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앞뒤 잘라먹고 말하는 설향의 화법은 적응이 안 되었다.

"언제는 자유가 없었나요?"

그녀의 말에 운혜가 반박을 하였다.

아미파 산문이 좁다며 이곳저곳을 제 세상인냥 돌아다니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자유를 찾는단 말인가?

"지금으로는 부족해."

설향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미파에서 가장 강해져야겠어."

"네에!?"

그녀의 말에 운혜는 놀란 듯 되물었다

"북해행이 끝나기 전까지 말이야."

"그게 가능할 리 없잖아요!?"

설향의 말에 운혜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이번 북해행의 예정 소요일은 대략 반년이었다.

그런데 반년만에 아미파에서 가장 강해진다니 가능할 리 가 없었다.

아미파에는 그녀와 비견될 고수도 여럿 있었고 그녀보다 더한 고수 또한 두 명이나 있었다.

바로 장문인인 구월신니와 아미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불허사태였다.

무공만을 수십 년을 익힌 그녀들을 고작 반년의 시간 만에 뛰어넘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무리 천고의 기재라고 불리우는 설향이라고해도 말이다.

"운혜야."

설향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운혜를 조용히 불렀다.

"네?"

"애초에 약관의 나이에 초절정 중경에 이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그녀의 말에 운혜는 입을 닫았다.

생각해보면 눈앞의 여인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천고의 기재가 아니던가

그런 여인 앞에서 불가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능하지 않아."

설향의 눈동자에는 결연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마침 조력자도 있고 말이지."

설향은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마쳤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운혜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끼이이익

선우는 배정받은 객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작지만, 꽤 알차게 채워져 있는 객실이 눈에 들어왔다.

저벅 저벅

선우는 그대로 침상 쪽으로 걸어갔다.

털썩

그리고는 그대로 침상에 드러누웠다.

"으아아아아아"

선우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이제야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온종일 딱딱하기 그지없는 마차를 타고 왔던 그였다.

그런데 이렇게 푹신한 침상에 드러누우니 구름 위를 걷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우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살짝 걸렸다.

객실에서 묵게 된 것이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마을에서 조금만 모자랐거나 더 갔으면 꼼짝없이 노숙했으리라

"후아아아아암"

침상에 누운 선우는 크게 하품을 하였다.

침상이 주는 푹신함이 수마를 불러들였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푹신한 침상의 감촉에 온몸이 노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눈만 감으면 꿈나라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선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을 위한 재충전을 위해서 말이다.

똑 똑 똑

그때였다.

어디선가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약하기 그지없는 소리였지만 감각이 예민하게 발달한 그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렸다.

똑 똑 똑

선우는 애써 소리를 무시하고 더욱 눈을 꽉 감았다.

똑 똑 똑 똑 똑

`망할`

하지만 이내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더욱 집요하게 선우의 귓가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선우는 도끼눈을 뜨고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똑 똑 똑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굳게 닫혀있는 창문이었다.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고 있던 것이다.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장난질을 친 댓가를 치르게 해줄 심산이었다.

벌컥

선우는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

"아얏"

그리고 열어젖혀 진 문과 함께 짧은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의아함을 느낀 선우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창문 밖에는 지붕에 매달려있는 설향의 모습이 보였다.

"우우우"

그녀는 울상이 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 소저?"

"으그그..갑자기 문을 여시면 어떻게 해요…."

설향은 원망스러운듯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들어오십시오."

선우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말을 이었다.

계속 매달려 있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휘릭

선우가 뒤로 물러나자 설향은 몸을 앞뒤로 흔들더니 그대로 몸을 튕겨 내부로 들어왔다.

"고마워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로 오신 것입니까?"

선우는 설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비무하려고요!"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창문으로?"

선우는 의구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턱 하니 있는 문을 놔두고 어찌 창문으로 드나든단 말인가?

도둑도 아니고 말이다.

"몰래 빠져나오려고요."

설향은 선우의 물음에 별거 아니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불속과 말 싸움이 오간 이후 그녀를 감시하는 불속의 시선은 나날이 삼엄해졌다.

몇 번이고 선우를 찾아가려고 하였지만, 옆에서 턱 하니 지켜보고 있는 불속의 시선 때문에 좀처럼 기회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선우와 따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그녀였다.

그런데 오늘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오늘 들린 객잔에서 불속과 방을 따로 배정 받은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꼼짝없이 그녀와 같은 방을 써야 했지만 웃돈을 주고 독실을 배정받은 그녀였다.

독실을 배정받은 그녀는 불속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창문을 통해 선우의 방에 찾아올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들키지 않겠습니까?"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문은 걸어 잠갔고 온종일 졸린 티를 냈으니까요."

그녀는 걱정 없다는 듯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허어"

선우는 그녀의 용의주도함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탈출하려고 온종일 연기를 했다는 말이 아닌가?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오라버니.."

설향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비무하러가요."

"근처에 마땅한 곳이 없을 텐데요?"

그녀의 말에 선우는 의아한 듯 물었다.

"마을 입구 쪽에 봐둔 공터가 있어요. 객잔이랑 거리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들킬 일은 없을 거예요."

설향은 눈을 반짝이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끄덕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살짝 피곤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찾아온 그녀를 내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선우의 허락에 설향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콰쾅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부웅

그리고 굉음과 함께 설향의 신체가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휘리릭

허공을 날아가던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천근추를 시전하여 바닥에 착지를 하였다.

"하아..하아..하아.."

바닥에 착지한 설향은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거친 숨을 헐떡이기 시작하였다.

숨쉴 틈도 없이 계속되는 공방에 지친 것이리라

"몸을 회전시켜 충격을 줄인 것은 잘했어, 하지만 천근추를 쓴 것은 판단 착오야, 거리를 벌려서 재정비했어야지."

그때 앞쪽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하아.."

설향은 숨을 몰아쉬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을 들고 오롯이 서 있는 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하아..최대한 빠르게...하아...몰아부치는게...하아..낫지...않을까요?"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선우에게 물었다.

"지금 넌 지친 상태잖아. 몰아부치기 보단 네 상태를 정비하는 게 훨씬 좋은 판단이야."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후우..후우...쉽지 않네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조금 쉬면서 할까?"

"반 각만요."

그녀는 짤막히 답하고 천천히 호흡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무상금광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단전에 자리잡고 있던 무상금광기가 그녀의 혈도와 세맥으로 퍼져나갔다.

그러자 그녀의 몸 주위에는 찬란한 휘광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눈부신 휘광에 눈이 부신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뭔가 아까보다 더욱 빛이 강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괴물이네.`

선우는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설향의 말도 안 되는 성취도 때문이었다.

어떻게 배우는 족족 자기 걸로 만들어버린단 말인가?

범상치 않은 재능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하였지만 이정도로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한 그였다.

짧은 대련이었지만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실전에 어리숙한 모습이 가득하였으나 지금은 완연한 무인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으리라

"후우"

설향은 크게 호흡을 내쉬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됐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해요."

몸이 회복된 것을 느낀 설향은 선우를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선우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나동그라졌으면 포기할 만도 하건만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평소 다소 철없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무공에서만큼은 완연한 무인 같은 면모를 갖춘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내가 가지."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콰쾅

이내 선우의 신형이 그녀의 코앞까지 도달하였다.

선우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쇄애애액

검이 휘둘러지자 공기를 갈라지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설향은 재빨리 황금빛 검강을 형성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려 그의 검에 맞섰다.

콰콰쾅

머지않아 두 사람의 검강이 충돌하였고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대단한데?"

선우는 자신의 검을 막아낸 설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분명 이번 검격에는 초절정 중경이상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걸 버텨낸 것이다.

적어도 힘만 따진다면 상경에 가깝다는 증거이리라

선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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