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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20화 (221/1,419)

〈 220화 〉 221. 설향과 친분을 쌓다-1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우는 설향과 딱히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애초에 오늘 처음 본 여자와 무슨 친분이 있겠는가?

그런데 별안간 이 여자가 자신한테 왜 찾아왔단 말인가?

선우는 의구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설향을 쳐다보았다.

"우우우"

설향은 그런 선우의 시선이 부끄러웠는지 몸을 더욱 배배꼬기 시작하였다.

"저를 아십니까?"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다마다요. 용봉을 뛰어넘은 중원 최고의 후기지수 장 소협이 아니신가요?"

그녀의 말에 선우는 볼을 긁적거렸다.

구대문파 간에 소문이 났을 거라고 예상을 하긴 했지만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들으니 낯간지러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허명입니다."

"거짓은 아니잖아요?"

선우의 겸손에 설향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서로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을 뿐입니다."

"소협은 저를 바보로 아시나 봐요?"

선우의 말에 설향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패권룡과 매검룡을 단숨에 제압하고 천봉에게 그런 수치까지 주셨으면서 약간의 의견충돌이라뇨?"

그녀는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겸손도 지나치면 독이 된답니다."

설향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어떻게 알게 된겁니까?"

"구대문파에서는 소협에 대한 모르는 이가 없어요. 향후 무림을 이끌어갈 인재들로 이름이 높은 용봉들을 단숨에 제압하였는데 어찌 모를 수 있겠어요?"

`망할`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용봉들 중 균현에 있었던 일을 발설한 이가 있는 듯하였다.

평생 유지될거라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막상 소문이 떠돈다 생각하니 심기가 편치는 않았다.

"문파의 수뇌부뿐 아니라 젊은 후기지수들 사이에서 소협은 동경의 대상이랍니다. 그 오만하기 짝이 없는 용봉들을 홀로 제압하였으니 말이죠."

선우의 불편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향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도 소협을 동경하는 이들 중 하나랍니다."

설향은 볼을 붉힌 채 은근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움찔

선우는 그런 설향의 시선에 몸을 움찔 떨었다.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얘 왜 이래?`

선우는 그 위화감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소협에 대한 소문을 듣는 순간부터 항상 이날을 기다려왔어요."

"이날이라면?"

"소협과 만나게 되는 날이요."

설향의 낯부끄러운 말에 선우는 얼굴을 붉혔다.

뭔가 자신을 동경한다고 하니 싱숭생숭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협을 처음 본 순간 저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옹골차게 들어선 가슴근육, 선명히 갈라진 팔근육, 튼실하기 그지없는 허벅지 근육까지...."

그녀는 얼굴을 마치 빨간 홍시마냥 잔뜩 붉힌 채 말을 이었다.

"지금도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말하는 것조차 힘드네요."

그녀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입을 열었다.

"소저...진정을..."

"하아..하아..하아.이제는 못 참을 것 같아요."

설향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설마 부탁이라는 게!?`

선우는 그 모습에 무언가 번뜩이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훑던 시선.

남자를 보기 위해 외진 숲 속까지 따라온 여자.

그리고 얼굴을 잔뜩 붉히며 그에게 하는 부탁.

달밤 아래 하나가 된 남녀.

선우는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하나 뚝딱 만들어내었다.

선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여자가 자신에게 발정이 났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이 여자를 발정난게 만든 것이다.

곧이어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향이 아무리 예쁘다지만 다짜고짜 합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자신은 공식적으로 당서윤의 정혼자 신분이었다.

그런 신분으로 아미파의 제자와 정을 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선우는 고심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하면 이 여인에게 상처를 주지않고 거절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다.

"소협....검을...검을...꺼내주세요."

설향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애절하게 말을 이었다.

"검이라뇨!?"

"소협..의...검말이에요, 크고...단단하고..하아...올곧게 뻗어있는 검이요.."

화끈

선우는 얼굴이 절로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찌 저리 귀여운 얼굴로 그리 야한 단어를 어김없이 말한다는 말인가?

곤란하였다.

곤란해도 너무 곤란하였다.

"저어...소저..좀..진정을 하시고.."

선우는 간신히 입을 떼 후 그녀를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너무 흥분한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아아...못 참겠어요."

하지만 그런 선우의 말은 소용없었는지 설향은 교성을 터트렸다.

"...그럼..제,,검부터 꺼낼게요."

"응?"

그녀의 말에 선우는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가 검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설마 남자?`

스르릉

하지만 이내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로 인해 선우는 그녀가 말한 검과 자신이 생각한 검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은광이 번쩍이는 검을 뽑아들었다.

"...비..무해주세요."

그리고는 잔뜩 상기 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벙찐 표정을 지었다.

************

"비무요?"

선우는 벙찐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

선우의 대답에 설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하였다.

"그럼 저를 봤을 때 솟아오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은?"

"호승심이요!"

"그게 전부입니까?"

"그럼 뭐가 더 필요한가요?"

선우의 물음에 설향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어`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했던 것이 멍청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쓰레기인 것인가`

선우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긴 하였지만 그런 쓰레기가 같은 망상을 한 자신이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여 곤란하신가요?"

선우가 답이 없자 설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가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상념에 젖어있었던 선우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그리 곤란할 것까지는 없었다.

살짝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그녀의 전력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왠지 모를 죄책감이 몰려들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요!"

선우의 대답에 설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선우 또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여기서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공터가 하나 있어요."

"공터요?"

"헤헷, 사실 회의 시작 전에 한 번 둘러봤거든요."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자리를 봐둔 그녀였다.

그런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움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공터로 가시죠."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네!"

선우의 대답에 설향은 힘차게 답하였다.

"이쪽으로 오시면 돼요."

그리고 손을 뻗어 선우의 손을 잡아끌기 시작하였다.

"어..어"

선우는 갑작스럽게 손을 잡아끄는 그녀를 바라보며 당황하였다.

굳이 이렇게 잡아끌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에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이 그리 나쁘지 않았는지

굳이 손을 풀지는 않았다.

.

.

.

.

.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여기에요."

선우를 잡아끌던 설향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에 선우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괜찮죠?"

설향은 선우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과연 넓지막해서 그런지 비무하기 적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선우의 대답에 설향은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사뿐 사뿐

그리고는 공터 중앙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릉

이내 중앙에 도달한 그녀는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검대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은빛 검광이 달빛을 받아 휘황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소협, 검을 뽑아주세요."

설향은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눈에 담겨있는 감정은 확연한 호승심이었다.

피식

그 모습을 본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순수하게 불타오르는 무인의 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보였네.`

선우는 스스로 멍청하다 자책하였다.

누가봐도 호승심에 불타는 무인을 연정을 품은 여인으로 착각하였으니 말이다.

스릉

선우는 옆구리에 매여있는 검대에 검을 뽑아내었다.

"어머, 용미연검은 안쓰시나요?"

그 모습을 본 설향이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용미연검에 대해서도 아는 겁니까?"

"그럼요."

"흐음"

선우는 탄식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소문이 상상 이상으로 여기저기 퍼진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용미연검에 대해선 수뇌부끼리만 아는 극비 사항이니까요."

"그런데 소저는 어찌 아는 것입니까?"

"장문인의 제자라면 수뇌부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선우의 물음에 설향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후회할 텐데요?"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후회 따윈 안 해요. 전력을 다해주세요!"

설향은 굳은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챠르르르릉

그리고 허리춤에 매여있던 용미연검을 그대로 뽑아내었다.

용미연검은 물결치듯 휘적거리며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흐읍!"

선우는 연검에 내력을 불어넣어 빳빳하게 만들어버렸다.

"와아, 그게 용미연검이군요!"

설향은 선우의 용미연검을 보자 감탄하듯 소리쳤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육대기보였다.

실제로 눈으로 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설향은 선우의 말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위이이이이잉

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내 단전에 있던 무상금광기가 그녀의 온몸을 둘러싸더니 이내 빛을 발하였다.

찬란한 휘광이 그녀의 몸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하였다.

`호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설향이 내뿜는 기운에서 예상보다 더욱 강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초절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그저 초입 정도인 줄 알았건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의 경지에 도달한 듯싶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정도 성취라면 과거 정파의 결전병기였던 구파의 공동전인인 양태산과 맞먹는 경지이리라

"준비는 끝났어요."

황금빛 기운을 완전히 끌어올린 설향은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갈게요!"

타타타탁

말을 마친 설향은 그대로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쇄애애애액

이내 황금빛 검기가 선우를 덮쳐들었다.

창!

선우는 재빨리 검을 들어 그녀의 검을 막아내었다.

`호오`

그리고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빨랐다.

게다가 검에 실린 무게 또한 낮지가 않았다.

선우는 검을 위로 살짝 올려 가볍게 검을 튕겨내었다.

쇄애액

그러자 그녀의 검은 튕겨 나가기가 무섭게 다시금 날아들었다.

선우는 날아오는 그녀의 검을 여유롭게 막아내었다.

보였다.

그저 모든 것이 다 보였다.

"이익!"

선우가 검을 막아낸 것이 분했는지 그녀는 재빨리 검을 떼었다.

그리고는 무상금광기를 더욱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머지않아 그녀의 검에는 휘황찬란한 강기가 빛을 발하였다.

그녀는 검에 형성된 황금빛 검강을 그대로 휘둘렀다.

이번에 노리는 것은 선우의 목이었다.

쇄애애애애애액

검강이 선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선우는 그대로 발을 차올려 그녀의 팔을 가격하였다.

그러자 목을 향해 쇄도하던 검이 위쪽을 향해 날아갔다.

부웅

이내 위쪽으로 날아간 그녀의 검은 허공을 베었다.

선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검을 들어 그녀의 목에 겨누었다.

"제가 이겼죠?"

선우는 그녀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설향은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의 눈에는 경악이라는 감정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가 강하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도당할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방심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차세대 무림을 이끌어갈 인재라 칭송받는 용봉을 홀로 제압한 남자였다.

그런 남자에게 방심을 할리가 없었다.

기습은 너무나 손쉽게 막혔고 검속마저 따를 수가 없었다.

힘이 부족하다고 여겨 강기마저 끌어올린 후 검을 휘둘렀음에도 눈앞의 남자는 강기는 커녕 검기조차 제대로 뽑아내지 않은 채 자신을 제압하였다.

꿀꺽

설향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압도적으로 강한 남자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장소협...."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응?"

선우는 그녀의 물음에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초절정이 맞으시나요?"

그녀의 눈빛에는 의구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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