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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19화 (220/1,419)

〈 219화 〉 220. 전력을 확인하다-2

"총원 열 다섯명 그중 초절정고수는 하나 절정 고수는 두명 일류 고수는 다 섯 나머지는 모두 이류급 고수들이오."

운적자는 담담한 얼굴로 말을 마쳤다.

아미에 비하면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부끄러운 전력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런 일에 장로급 고수를 두 명이나 파견한다는 것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리라

"괜찮군요."

운적자에 말에 불속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웬만한 중견문파보다 더욱 강한 전력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구파의 장문인급 고수가 무려 두 명이나 있었다.

중견 문파따위는 비교조차 못 할 것이다.

"그럼 이제 당가의 전력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이제 여기에 당가의 전력까지 더해진다면 북해빙궁과 졍면으로 맞붙는다 해도 두렵지 않으리라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살짝 머뭇거렸다.

그들이 나열한 전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협?"

그때 불속이 선우의 이름을 불렀다.

빨리 당가의 전력을 밝히라는 재촉이었다.

"총원 스무 명 그중 초절정 고수 한 명 그리고 일류급 한 명 나머지는 모두 이류급 고수들입니다. "

그녀의 재촉에 선우는 당가의 전력을 슬그머니 밝혔다.

"................"

"..............."

그리고 선우의 말을 끝으로 천막 안에 무거운 적막만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누구라도 반응을 해주면 좋으련만 그 누구도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선우는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분명 부족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날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기에 선우는 더욱 당황하였다.

"저.....소협."

그때 한참을 말이 없던 불허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네, 말씀하시지요."

"당가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마교의 습격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 또한 알고 있고요. 하지만 지금 파견한 전력은 너무 빈약한 것이 아닌가요?"

그녀는 무척이나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선우는 그녀에게 사과하였다.

"이건 죄송하다고 끝날 일이 아니에요. 이번 수색대 파견에는 사천 연맹의 신뢰를 보이는 자리라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중요한 자리에 이류급 고수들로 수만 채우다뇨?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가 쪽에도 여유 전력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요, 뭐 초절정이나 절정의 고수는 바라지도 않았어요. 마교의 습격 때 직계혈족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했으니 고수들이 남아나진 않았겠죠. 하지만 적어도 일류 고수정도는 보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직계뿐 아니라 방계혈족들도 많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지금도 없는 인원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겨우 맞춘 인원입니다."

선우는 나름의 항변을 하였다.

애초에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독마의 습격 때 죽어 나간 이들은 직계혈족뿐만 아니었다.

상당수의 방계혈족 또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꽤나 성취를 이룬 자들도 수두룩하였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전부 죽어버렸으니 파견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모르겠네요. 당가의 진심이 무엇인지 말이에요."

그런 선우의 말에 불허는 인상을 찌푸리며 비꼬았다.

선우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뻔히 사정을 알면서 저리 개 같은 태도를 보이니 짜증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는 화를 가라앉혔다.

여기서 감정싸움을 해봤자 얻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당가에서도 이런 부족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인지하셨으면 충원을 하셨어야죠."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당가가 쥐어짤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이라고요."

"이상하네요. 분명 세가의 정문을 지키던 위문위사만 봐도 적어도 일류경을 접어든 것 같은데, 어찌 그자를 파견하지 않았나요?"

선우의 말에 불허는 비판적인 어조로 그를 쪼아대었다.

당가에 들어서며 나름 본 게 있으니 하는 말이었다.

"아니 그럼, 당가를 방위하고 있을 전력까지 다 빼 오라는 말씀입니까?"

선우는 언성을 높이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위문위사까지 빼오라니 이 무슨 막말이란 말인가?

"흥, 모르는 일이죠, 방위할 전력만 남겨둔 것인지 아니면 전력을 아끼려는 수작인지 말이에요."

선우의 말에 불허는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답하였다.

아무래도 그녀는 당가에 대한 믿음이 털끝만치도 없어 보였다.

선우는 가라앉혀놨던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당가는 전력이 부족하니 북해로 가는 모든 여비와 편의를 부담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선우는 불허 사태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전력의 공백이 생길 줄은 알았겠나요? 절정 고수가 없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일류 고수가 한 명만 있는 게 말이 되나요?"

"사람이 없는 것을 어찌하란 말입니까!"

선우와 불허사태는 언성을 오가며 서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만!"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운적자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상당한 내력이 실려있었는지 천막 내부를 쩌렁 쩌렁 울리게 하였다.

"지금 뭣들하시는 것이오!"

그는 선우와 불허사태를 번갈아 바라보며 호통을 쳤다.

"불허사태!, 지금 이곳이 서로를 비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는 아닐 텐데요?"

"..........."

운적자의 말을 들은 불허사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자리에 모인 이유는 전력을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작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전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여 무작정 비판을 가하다니

생각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없었다.

"당가는 비록 전력은 부족할지는 몰라도 경비를 비롯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비방을 한다는 말이오!"

운적자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북해에 오가는 시간만 반년이 걸리오. 그리고 오십이 넘는 인원들이 그 반년의 시간 동안 쓰는 돈은 얼마나 많겠소?"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운적자의 거침없는 말에 불허사태는 이내 사과를 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틀린 말 또한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과는 장 소협에게 하시오."

그녀의 사과에 운적자는 고개를 돌려 장소협을 가리켰다.

그러자 불허사태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죄송해요. 장소협 제가 무례했어요."

이내 그녀는 고개를 돌려 선우에게 사과를 하였다.

"아닙니다."

선우 또한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마음 같아선 사과고 뭐고 대가리를 후려쳐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그는 당가의 이름을 지고 있는 몸이었다.

행동 하나하나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했다.

그녀의 사과를 받은 선우는 속으로 후일을 기약했다.

언젠가 건수가 생기면 잘근잘근 밟아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자, 그럼 전력도 확인하였으니 다음은 수색 작업에 대해서........."

둘의 싸움이 끝나자 눈치를 보던 불속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수색 작업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버렸다.

선우는 불편한 마음을 간직한 채 불속 사태의 말에 집중할 뿐이었다.

**************

"오늘은 이쯤 하기로 하겠습니다."

불속 사태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느 정도 구색은 맞춘 듯 하였다.

욕심같아서는 완전히 끝내고 싶으나 내일을 위해서는 좀더 자두는 편이 나으리라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는 천막 내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천막에 더 있다가는 짜증만 더욱 커질 것 같아 빠르게 자리를 피할 심산이었다.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몸을 돌려 천막을 나가버렸다.

좌중에 앉아 있는 이들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불허 사태, 말이 심하였소."

그때 운적자가 불허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만 나쁜 년이라는 건가요?:"

그런 운적자의 말에 불허가 눈을 흘기며 말을 이었다.

"크흠, 무슨 말을 그리 극단적으로 하시오?"

그녀의 눈빛에 운적자는 헛기침을 한 번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기를 죽이자고 제안한 사람이 누군데요!"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운적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내 그리 심하게 할 줄 알았소?"

운적자는 민망한지 시선을 피하며 말을 이었다.

"응?"

그리고 설향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아까 전만 해도 언성까지 높여가며 싸웠던 이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기를 죽이다니?

"사저, 이게 어떻게 된거죠?"

그녀는 옆에 있던 불속을 쳐다보며 소곤거리며 물었다.

"별거 아니란다."

그녀의 물음에 불속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쓸데없는 기싸움이지."

"기싸움이요?"

"수색대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심산이지."

"그럼 설마 불허 사저가 장 소협을 타박한 이유가?"

설향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맞아, 그를 기죽이려는 심산이란다."

그녀의 물음에 불속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그녀의 대답에 설향은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언성이 오가며 그 난리를 편 것이 장선우을 기죽이려는 심산인지는 예상조차 못 하였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그녀는 모르겠다는듯 불속에게 물었다.

"주도권을 잡지 않으면 명령을 듣는 입장이 될테니까."

불속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물음에 답해 주었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이번 수색대에는 세 문파를 대표하는 고수들이 모두 합류했는데 그들 모두 누구에게 명령을 듣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이거지."

"그래서 장소협의 기를 죽이려고?"

"맞아, 당가의 고수를 제외시키고 저들끼리 주도권 싸움을 하겠다는 말이지."

"혹시 사저도 알고 있었나요?"

그녀는 불속을 바라보며 의문에 찬 시선을 보냈다.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란다."

그녀의 말에 불속은 고개를 저으며 답을 하였다.

불허와 운적자의 동맹은 그녀로서도 처음 듣는 일이었다.

평소에는 보기만해도 으르렁거리는 이들이 합심하여 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 것을 보니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참`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저었다.

"장 소협이 불쌍해요."

설향은 안타까운듯 그녀에게 말하였다.

"확실히 그도 주도권 같은 건 생각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날벼락을 맞은듯싶구나."

그녀의 말에 불속은 드물게 동의하였다.

솔직히 지각하며 일정을 늦춘 것은 백번 까여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지만 전력 부족으로 까는 것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가의 전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너도나도 다 아는 사실이건만 어찌 저리 신랄하게 깐단 말인가?

듣는 사람 민망하게 말이다.

벌떡

그때 옆에 있던 설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는 것이냐?"

"후아아암...저도 이제 자러 가봐야죠."

그녀의 물음에 설향은 과장된 하품을 하며 말을 이었다.

"진짜 자러가려는 것 맞아?"

불속은 무척이나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죠. 여기가 아미도 아니고 제가 설마 사고를 치겠어요?"

"흐으음.."

불속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말대로 이곳은 아미가 아니었다.

아무리 천방지축인 그녀라도 마음대로 활개 치고 다니지는 못하리라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설향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걸음은 무척이나 가볍기 그지없었다.

*********

터벅 터벅

천막 밖으로 나온 선우는 숲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이대로 잠들었다간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아 산책이라도 할 요량이었다.

`망할`

선우는 다시금 자신을 타박하던 불허사태를 떠올리고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선우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당가의 전력이 얼마나 빈약한지 말이다.

청성의 경우

파견 인원 중 절반이 일류이상의 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청성제일검이라 불리우는 운적자마저 왔다.

아미의 경우

초절정 고수가 두 명이나 왔다.

웬만한 어중이떠중이보다는 훨씬 나으리라

그들 모두 당가가 데려온 인원과 비교조차 안 되는 고급 전력들이었다.

선우는 답답함을 느꼈다.

마음 같아선 화경의 고수라고 소리쳐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경지를 숨기기로 당서윤과 약속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기분을 풀자고 함부로 무공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에효"

선우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과 반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짜증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그때였다.

뒤편에서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뭐지?`

의아함을 느낀 선우는 가만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앗, 들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곳에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어쩐 일입니까? 설 소저"

그녀를 본 선우는 심드렁히 그녀에게 물었다.

아미파 사람들을 딱히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장 소협을 보러왔죠."

선우의 물음에 설향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를요?"

"네!"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힘차게 답하였다.

"뭡니까?"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별안간 자신을 왜 찾아온다는 말인가?

"부탁이 있어서요..."

선우의 물음에 설향은 몸을 배배꼬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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