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99화 (200/1,419)

〈 199화 〉 200. 북해로-1

꼴깍

"그게 뭔가요?"

금적화는 침을 꼴깍삼키며 긴장된 얼굴로 당서윤에게 물었다.

"독으로 그녀를 옭아매는 겁니다."

그녀의 물음에 당서윤은 담담한 얼굴로 말하였다.

"네!?"

"그..런!?"

그녀의 말에 금적화와 당대부인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인질로 데려왔다지만 천무맹주의 영애인 이예설을 중독시킨다니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당가는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당가의 입장에서 이 소저는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입니다. 아무리 감시를 한다한들 사람이 하는 일에 어찌 틈이 없겠습니까? 그리고 그 틈이 당가의 숨통을 끊어버린 패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가의 명운이 걸린 일입니다. 미세한 틈조차 용납할 수는 없습니다. 당가의 비전독에 중독된 이 소저는 이틀주기로 해약을 먹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고통에 시달리게 될겁니다."

"잠..잠깐만요!"

그때 그녀의 말을 듣던 이예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런 말은 들어본적 없어요!"

이예설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안그래도 인질로 잡힌 것이 수치스럽고 서러웠던 그녀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중독이라니?!

당가로 오는내내 단 한번도 들어본적 없는 말이었다.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리 이야기하지 못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해요. "

"죄송하면 단가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중독 사실을 알았다면 소저께서 순순히 당가에 오지 않았을 것 같았거든요."

"치졸한!"

이예설이 당서윤을 보며 소리쳤다.

"중독따위 허락할 수 없어요!"

"이건 허락의 문제가 아니에요 이 소저, 통보입니다."

"그럼 다시 재고하세요. 저는 중독따위 될 생각이 없어요."

이예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선언하듯 말하였다.

"당가에서 주는 그 어떤 것도 먹지 않겠어요!"

어차피 인질은 생존해 있어야 그 가치를 발한다.

그녀가 아무것도 먹지않고 농성을 한다면 당가입장에서도 곤란하다는 소리였다.

"소용없을텐데요."

당서윤은 그런 이예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소저는 이미 중독되었어요."

"뭐..뭐라고요!?"

당서윤의 말에 이예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거..거짓말!"

이예설은 당서윤의 말을 거짓말로 일축하였다.

그럴 리가 없었다.

당가로 달려온 사흘동안 이예설은 독이라고 있을 법한 음식을 섭취한 적이 전혀없었다.

언제나 식사는 함께하였고 모두가 같은 음식을 나눠먹었다.

독따위를 섭취할 리 없는 것이다.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서윤은 이예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가로 오는 동안 난 당신들이 먼저 입댄 음식만 섭취했어요! 그런데 독따위를 걸릴리가 없잖아요!"

"후훗"

그녀의 말에 당서윤은 작은 웃음을 흘렸다.

"뭐가 웃기죠!?"

"이 소저께서 큰 착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아서요."

당서윤의 말에 이예설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착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저희가 섭취한 음식에는 전부 독이 들어있었어요."

"뭐...뭐라고요!?"

순간 이예설의 표정에는 당황의 빛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음식에 독이 들어있었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음식을 섭취한 본인들도 중독을 피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앗'

순간 이예설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이듯 지나갔다.

자신이 한 착각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성"

"맞아요. 비전 독이라고는 하나 저나 선우에게는 그리 큰 타격이 없답니다."

"분명 재료는 없었을텐데요?"

이예설은 의문에 담긴 시선을 보내며 그녀에게 물었다.

"저에게 몸 속에 있는 독기를 배합하여 특수 독을 추출해내는 것쯤은 어려운일이 아니랍니다."

".........."

당서윤의 말에 이예설은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꼼짝없이 당했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정말인가요?"

한참 말이 없던 이예설은 이내 우울한 음성으로 당서윤에게 물었다.

"뭣하시면 확인해보셔도 됩니다. 물론 끔찍한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말이죠."

당서윤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주는대로 꼬박꼬박 잘드셔야해요. 해약은 식사에 넣어둘테니까 말이죠."

"네에.."

당서윤의 말에 이예설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체념의 기운이 가득 서려있었다.

그 모습에 당서윤은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다음은 그녀의 처우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죠."

당서윤은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에게 전각을 하나 배치할 요량입니다. 그리고 감시역으로는 당분간 당대부인께서 그녀를 감시해주었으면 합니다."

"제가요?"

그 말을 들은 요랑은 귀를 쫑긋거리며 말을 이었다.

"네, 당대부인께서 말이죠."

"어찌 제가..."

당대부인은 말끝을 흐리며 입을 열었다.

"현재로서는 그녀를 감시할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습니다. 여자이면서 유사시 그녀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말이죠."

사실이었다.

내공이 금제되있다고는 하나 그녀는 엄연히 무인이었다.

일반적인 사용인들에게 그녀의 감시를 맡기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다고 여자인 이예설의 감시를 남자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할 입장에서 남자 감시역은 이예설에게 엄청난 수치심을 줄 것이리라

"제가 그녀의 감시역으로 빠지면 내정은요?"

당서윤의 말에 당대부인은 걱정된다는 듯 그녀에게 물었다.

안그래도 사람이 부족한 내정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빠져버린다면 더욱 더 골치아파지는 것이다.

"사람을 더 불러모을 예정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당가가 부흥하기도전에 저희가 과로사로 죽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당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몇 달간 봐둔 사람이 몇 명있었거든요. 좀더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타협을 할 예정이예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정말 괜찮아요. 그리고 삼부인께 들어보니 꽤 괜찮은 인재도 발견한 것 같아서 말이죠."

당대부인의 말에 당서윤은 턱끝으로 요랑을 슬쩍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요랑이 배움이 빠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며칠만에 회계업무까지 완벽히 수행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이정도 오성이라면 다른 업무 또한 며칠지나지 않아 완벽히 수행할 수 있으리라

"알겠어요. 그럼 일단 이 소저의 감시역은 제가 수행하기로 하겠어요."

"고마워요. 당대부인"

당서윤은 당대부인을 바라보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무척이나 번거로운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수락해주는 그녀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전각은 어디로 배정하면 될까요?"

당대부인은 당서윤에게 의문이 담긴 물음을 던졌다.

아직 전각이 배정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흐음, 글쎄요 어디가 좋을까요."

그녀의 물음에 당서윤은 깊은 고심을 하기 시작하였다.

남는 전각은 많았으나 어느 곳을 배정해줘야할지 고민이었기 떄문이다.

"이화각은 어떤가요?"

그녀가 고민에 빠지자 당대부인이 입을 열었다.

"이화각이요?"

이화각이라는 물음에 당서윤은 토끼눈을 뜨며 되물었다.

이화각이라 하면 과거 당진철의 이부인이 머물었던 전각이 아니던가

"네, 그쪽이 제 거처와 가깝기도하고 이 소저가 지내기도 쾌적할 것입니다."

"...흐음, 일단 그 건에 대해서는 가주님과 상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당서윤은 고민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었다.

지금은 헤어졌다지만 이화각은 엄연히 이부인이 살았던 곳이었다.

당진철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배정했다간 분명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그럼 일단 오늘은 제 거처에서 재우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당대부인의 말에 당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아마 내일쯤이면 그녀의 거처는 이화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독왕 당진철의 허락하에 말이다.

"이 소저의 처우도 결정됐고 밤이 깊었으니 일단 자리를 파하기로 하죠."

당서윤은 집무실에 있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당대부인을 바라보며 슬쩍 눈짓을 하였다.

이예설을 데려가달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그녀의 신호에 당대부인은 이예설에게 손을 뻗었다.

"저희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보기로 하겠습니다."

덥석

당대부인에게 손을 잡힌 이예설은 힘없이 그녀에게 끌려가기 시작하였다.

"갈게..요.. 이 손좀."

당대부인의 갑작스러운 손길에 당황한 이예설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세게쥐었죠?"

그녀의 반응에 당대부인은 손을 놓아주면서 사과를 하였다.

마음이 앞서 너무 세게 그녀를 움켜잡은 듯 싶었다.

드르르륵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말을 마친 당대부인은 앞장서며 집무실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뒤를 이예설이 어미 오리를 따르는 새끼오리마냥 쫄랑쫄랑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이내 그녀들의 모습이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드르륵

그녀들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자 당서윤은 집무실의 문을 다시금 닫았다.

"이제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죠."

그리고 남아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본격적인 회의라니?"

선우는 당서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이예설의 처우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건가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당가에 꽤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긴듯 해."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골치 아픈 일?"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 말을 받았다.

별안간 골치아픈일이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나도 얼핏들어서 자세히는 몰라, 자세한 이야기는 삼부인께서 해주실거야."

선우의 말에 당서윤은 금적화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두 분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 통의 서신이 왔어요."

당서윤의 말에 금적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서신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담겨있었죠."

금적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서신에 있는 내용은 북해로 표물 운송을 떠났던 사천연맹의 무인들이 전부 실종됬다는 내용이었어요."

"뭐라고?!"

그녀의 말에 선우는 놀란듯 소리쳤다.

금적화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청성과 아미쪽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실종된 사천연맹의 무인들 중에는 속가제자 뿐만 아니라 본산제자까지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연락이 아예 끊긴건가요?"

선우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끝으로 완전히 두절되었어요."

"범인은요?"

"아직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청성과 아미 모두 북해빙궁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럴 가능성은요?"

"솔직히 말하자면 반반이에요. 북해가 북해빙궁의 영역이긴 하지만 무인이 그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실이었다.

북해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이 북해빙궁이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무림인들이 북해빙궁 소속인 것은 아니었다.

예로부터 북해에는 중원에서 끔찍한 죄를 저지른 살인마나 마두들이 숨어드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대응하기로 하였죠?"

"청성과 아미 모두 본산의 장로들을 파견할 속셈인듯 싶습니다. 그리고 수행인원 또한 데리고 갈 예정이고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하였다.

"당가는 어떻게 하기로 하였나요?"

"그걸 아직 못 정해서 두 분에게 남아달라고 부탁드린겁니다."

"흐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당서윤에게 물었다.

"사천연맹의 무인들이 실종된 사건이야. 적어도 청성과 아미에게 뒤지지 않는 전력을 지원해야해.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연맹이 흔들리고 말거야."

선우의 물음에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당가에 장로급 무인들이 남아있어?"

선우는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없어. 직계 혈족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죽었잖아."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당가에 주전력들은 몇 달전 독마에 의해 전부 몰살당하였다.

남아있는 장로급 무인이라고 해봤자 선우나 당서윤이 고작이라는 소리였다.

그말인즉슨 선우나 당서윤 중 둘중 하나가 지원을 가야한다는 소리였다.

선우의 인상이 팍 찌푸려지기 시작하였다.

이제 겨우 모든 것들을 수습하고 돌아 돌아 당가로 돌아왔다.

그런데 또다시 밖으로 나돌라니?

어불성설이었다.

그러고 싶지않았다.

거기다 북해라니!?

아마 돌아오는데만 몇 달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북해로 갈 때 물자나 지원금같은 걸로 퉁칠 수는 없을까?"

선우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안돼, 결국 문파 입장에서 최고의 지원은 강력한 무인이야. 돈이나 물자같은 걸로 퉁치려고 해봤자 그 얄팍한 수가 들통나게 될거야."

선우의 물음에 당서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당가에 장로급의 무인이 없다는 건 걔네도 다 알거 아니야?"

선우는 뾰로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장로급이라하면 적어도 최소 절정 최상에는 이른 이들을 뜻하였다.

주 전력이 거의 다 잘려나간 당가에서 장로급 무인들을 구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런 상황이니까 더더욱 가야해. 유사시에 무력적인 도움이 안된다면 애초에 연맹을 유지할 만한 이유가 사라지니까."

선우의 말에 당서윤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시발'

그녀의 말에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