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 169.천검후天劍侯 주소양-1
"흐아아아암"
선우는 길게 하품을 하였다.
아무래도 전날 무리하게 운동을 한 댓가인듯 싶었다.
옆을 보니 옥령은 곤히 잠들어있었다.
그녀를 보며 선우는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만 해도 그렇게 아랫도리를 뽑을 것처럼 행동했던 요부 같던 여인이 귀여운 얼굴로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덧없이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쪽
선우는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빨리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뭉클
등 뒤에서 뭉클한 감촉이 절로 느껴졌다.
선우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곳에는 어느새 일어난 옥령이 선우를 껴안고 있었다.
"언제 깼어?"
"이마에 입 맞춰줬을 때요."
그녀는 말갛게 웃으며 답하였다.
"에구, 괜한 짓을 한 것 같네."
선우는 그녀를 보며 미안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자신 입맞춤 때문에 잘 자던 그녀를 깨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맞아요, 다음부터는 이마 말고 입에 맞춰줘요."
그런 선우를 보며 옥령은 환한 미소로 답하였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워 선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껴안았다.
"우리 좀만 더 잘까?"
그리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안돼요. 더 꾸물거리면 요랑 소저가 깨버린답니다."
선우의 은근한 제안에 그녀는 단호히 거절하였다.
"그래?"
그녀의 단호한 제안에 선우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 밤은 매일 와요."
그런 선우의 표정이 귀여운지 그녀는 선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줍게 말하였다.
"흐흐 그렇지?"
그녀의 말에 선우는 웃음을 흘리며 말을 받았다.
그녀의 말대로 밤을 매일 온다.
오늘만 날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럼 저 먼저 씻을게요."
"같이 씻을까?"
선우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말했잖아요, 둘이 들어가기에는 욕탕이 너무 좁다고요."
그녀는 새침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의 몸의 굴곡이 전부 드러나게 되었다.
꿀꺽
선우는 절로 양물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 먼저 가서 씻을게요."
말을 마친 옥령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아마 욕탕으로 가는 것이리라
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현숙하고 고결하며 정결한 여인이건만 밤을 지새우면 지새울수록 요망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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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령! 옥령!"
요랑은 옥령을 보며 말을 걸었다.
"왜 그러시나요? 요랑소저."
옥령은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몸에 좋은 거 먹었어? 얼굴이 반질반질해!"
"후훗, 좋은 걸 먹긴 했죠."
요랑의 물음에 옥령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먹긴 먹었다.
무척 좋은 것을 말이다.
"나도 먹을래!"
그녀의 대답에 요랑은 소리치며 외쳤다.
어찌 자신을 빼고 무언가를 먹는단 말인가?
"아쉽지만 그럴 수는 없답니다."
옥령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을 쳤다.
"왜에에에에!"
요랑은 그녀를 바라보며 떼를 쓰듯 되물었다.
웬만한 것들은 요랑에게 베풀어주고 착한 옥령이었다.
그런데 그런 옥령이 안된다고 하니 더 갖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후훗 먹고 싶다고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대신 당과를 드릴게요."
옥령은 품 안에 숨겨뒀던 당과를 꺼내며 요랑에게 건네었다.
"좋아!"
당과를 본 요랑은 흔쾌히 대답하며 당과를 받았다.
할짝 할짝
당과를 받아든 그녀는 혀를 내밀어 당과를 핥았다.
그러자 당과를 핥자 달콤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부르르
쾌감을 느낀 요랑은 몸을 떨었다.
오랜만에 먹는 당과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게 사는 거지!`
할짝 할짝
요랑은 더욱더 맹렬히 당과를 핥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의 얼굴은 옥령과 마찬가지로 반질반질 빛이 나고 있었다.
순간 요랑의 눈매가 좁혀졌다.
선우의 상태를 보니 선우 또한 옥령과 마찬가지로 자신 몰래 무언가를 먹은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만 빼놓고 먹다니!`
요랑은 속으로 분노에 차올랐다.
먹을 게 있으면 나눠 먹는 것이 인간의 미덕이 아니던가
그런데 자신만 쏙 빼놓고 저들끼리만 몸에 좋은 걸 나눠 먹었다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계속 주시해야겠다.`
요랑은 눈을 반짝였다.
그들을 예의주시하다 몰래 무언가 먹는 낌새를 보이며 곧바로 뺏어 먹을 심산이었다.
"뭘봐"
그때였다.
선우는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는 요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뭐?"
"뭘 보냐고."
"그..그러니까...."
선우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놀란 요랑은 말을 더듬었다.
"우리 어디가!?"
그리고 이내 적절한 물음이 떠오른 그녀는 곧바로 말을 내뱉었다.
요랑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한 자신의 임기응변에 감탄하였다.
과연 요선(妖仙)을 추구하는 영물다웠다.
"저번에 말해주지 않았어?"
선우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목적지에 관한 내용은 예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까먹었어!"
선우의 물음에 요랑은 당당히 답하였다.
"하아"
목적지에 대해서는 두어 번은 말한 것 같은데 전부 흘려들은 듯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당가로 되돌아갈 거야."
선우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모든 일이 끝났다.
목숨이 위급하던 옥령도 구하였고 일방적으로 당가와 거래를 끊어버렸던 금철방에게 백만냥이라는 거금 또한 뜯어냈으며 호시탐탐 당가를 노리고 있던 황보세가마저 봉문시켜버렸다.
오대세가 중 무력으로는 가장 뛰어나다는 황보세가를 단독으로 봉문시켜버렸으니 이제 다른 세가에서도 섣부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개인적인 문제는 물론 균현에서 사고 친 것들까지 모두 수습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당가로 되돌아갈 일밖에 남지 않았다.
"와아..그럼 당대부인이랑 당서윤이랑 금적화를 보겠네!"
"그..렇지?"
당대부인이 거론되자 선우는 저도 모르게 옥령의 눈치를 봤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말하면서 당대부인과의 일화도 모두 이실직고했던 그였다.
그렇기에 옥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녀를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까 말이다.
선우의 그런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옥령은 한껏 눈치를 보는 선우를 보며 말하였다.
"전 괜찮아요. 선우."
그녀의 입가에는 푸근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 모습에 선우는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과연 옥령은 자비로움과 이해심 그리고 배려심이 가득 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사랑할게.`
선우는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변치 않겠다고 말이다.
"선우, 대신 첫 번째는 저라는 사실만 잊지 말아 주세요."
"으응?"
그녀의 이어지는 말에 선우는 멍청하게 되물었다.
"첫 번째는 저예요."
옥령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응"
묘한 위화감에 선우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며 답하였다.
무언가 다른 말을 했다간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의 대답에 만족한 것인지 옥령은 더욱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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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 이 서류들도 검토해주세요!"
금적화가 낼름 책상 위에 서류 더미들을 올려놓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벗어났다.
"잠깐..잠깐만요!"
당서윤은 다급히 금적화를 불렀지만 이미 금적화는 모습을 감춘 지 오래였다.
당서윤은 시선을 돌려 금적화가 올려놓은 서류 더미들을 보았다.
"후우"
서류 더미들을 본 당서윤은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서류 더미에 피로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황보세가가 봉문을 선언한 지 벌써 삼 주야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당가에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거래처 확장이었다.
기존의 일방적으로 거래중지를 요청했던 거래처들을 제외하고 새로운 거래처를 찾던 당가에게 수많은 철방과 약방에서 무수히 많은 거래요청이 빗발쳤고 당가는 일일이 그들을 선별하여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기존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말이다.
두 번째는 인력 충원이었다.
기존 거래처들에게 네 배나 되는 위약금을 뜯어낸 당가는 금전적 여유 생기다 못해 넘치게 되었다.
자연스레 그 목돈을 투자할 만한 곳을 찾았고 결국 인력에 투자하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인력 투자는 어렵지 않았다.
기존보다 더욱 많은 청성과 아미의 속가제자들을 데려오면 되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청성과 아미파는 뜻하지 않은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속가로만 들어가기만 해도 사천당가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혹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리라
세 번째는 바로 확충한 인력을 바탕으로 표국관련 사업을 확충하게 되었다.
기존보다 더욱더 장거리까지 운행을 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더욱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고 당가는 앉아서 돈을 갈퀴로 쓸어모으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상인들은 당가와 청성 그리고 아미의 이름값을 믿고 선뜻 의뢰하였고 당가의 표국은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호황도 이런 대호황이 없었다.
중원제일세가라고 불리우던 때와 비교하면 아직은 부족하였지만 그래도 왠만한 오대 세가정도는 찜쪄먹을 정도의 자금력을 갖게 된 것이다.
독왕이라는 이름값은 당가를 더욱더 풍족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당가와 협업 한 청성과 아미까지 말이다.
당가에서는 인력 모집을 오직 청성과 아미에서만 하기 때문에 그들의 속가제자가 되지 않는 이상
당가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한 말이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이들이 돈을 싸들고 청성과 아미를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오로지 당가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청성과 아미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동안 당가에 짓눌려 기를 펴지도 못한 채 명맥만 겨우 유지한 것이 몇십 년이던가
그런데 이제는 당가덕분에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이다.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오죽하면 청성과 아미의 장문인이 당가를 직접 방문하여 감사를 표하고 갔겠는가
하지만 당가가 호황을 누리는 만큼 고통받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당서윤이었다.
직계 혈족이 전부 사망한 당가였다.
결재 서류의 경우 독왕을 제외한 유일한 직계 혈족인 그녀만이 처리할 수 있었는데 결재 서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하루에 날아드는 서신만 해도 수백 통에 이르렀다.
수백 통에 이르는 서신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했지만 그럼에도 처리할 서류는 계속해서 쌓일 뿐이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당대부인과 삼부인이 도와주긴 하였지만 결국 결재는 그녀의 몫이었다.
끝도 없는 서류 작업이 이어질 뿐이었다.
으득
당서윤은 이를 갈았다.
자리를 비운 섭정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황보세가가 봉문한지 삼주가 흘렀건만 어째서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녀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돌아오기만 해봐라.`
선우가 당가를 비운 지 벌써 네 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당서윤은 그 좋아하던 무공 수련도 뒷전으로 밀어둔 채 오로지 서류작업만을 이어갔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일 만큼 쌓인 것이다.
정신적 피로는 곧 화가 되었고 그 화는 선우에게 몰려들게 되었다.
똑 똑
그때였다.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끼이이익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고 내근직으로 발령이 난 당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당서윤은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설마하니 다시금 서류가 쌓일까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발..제발..제발!`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안 것일까
다행히 당감의 입에는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이라뇨?"
당감의 말에 당서윤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오늘은 방문자가 없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서윤은 미리 약속을 잡지 않고 찾아온 경우에도 사람을 만나주지 않았다.
당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기에 내린 조치였다.
그런데 약속도 없이 찾아온 손님이라니?
"오늘 약속이 잡혀있었나요?"
"아니요. 당일 방문하신 분입니다."
"당일 손님은 받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요?"
"꼭 만나셔야 할 분입니다."
당서윤의 질책 어린 물음에 당감은 침착하게 답을 하였다.
그 태도에 당서윤은 호기심이 들었다.
눈치가 빠른 당감이었기에 외당무사에서 내근직으로 파격적인 인사이동을 감행한 그녀였다.
그런 당감이 만나봐야할 사람이라면 필시 중요한 사람일터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누구죠?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천검후(天劍后) 주소양 여협이십니다."
당감의 대답을 들은 당서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무척이나 놀랐기 때문이다.
별안간 천검후가 당가를 뭣 하러 방문한단 말인가?
그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에 계시죠?"
그리고 다급히 그에게 물었다.
"내빈실에 모셔두었습니다."
"잘했어요."
당감에 답을 들은 당서윤은 그를 짧게 칭찬한 후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귀하디귀한 손님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