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화 〉 168.음양마陰陽魔-3
콰쾅
콰쾅
천지가 뒤흔들렸고 공기가 진동하였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교의 건축물들이 하나둘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마뇌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마뇌는 고개를 돌려 마교를 무너뜨리고 있는 주체를 바라보았다.
그 주체는 한 명의 노인이었다.
음양마.
그 초월적인 인간이 마교를 때려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손을 휘저을 때마다 건물이 부서졌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닥이 갈라졌다.
건물이 부서지는 거대한 굉음에 수많은 마인들이 몰려들었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감히 그를 막아설 생각조차 못 하였다.
그저 재앙(災殃)이었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 말이다.
번뜩
순간 정신차린 마뇌는 도리질을 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대로 놔두다간 마교가 전멸할지도 몰랐다.
백만대군 앞에서도 꿋꿋이 버티던 마교였다.
그런 마교가 고작 비루한 노인 한 명을 감당치 못하는 것이다.
마뇌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재앙(災殃)을 막아설 것은 오로지 신(神)뿐이었다.
신(神)을 불러야 했다.
마뇌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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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뇌의 모습을 지켜본 음양마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제 주인을 불러올 속셈인 듯했기 때문이다.
음양마는 느긋이 파괴행위를 이어갔다.
천마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몸이나 풀면서 기다릴 참이었다.
그의 손길에 따라 천지가 뒤흔들렸고 마교의 수많은 전각들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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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뇌는 재빨리 마교의 심처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지금 천마는 회복의 전념을 해야할 시기였다.
애초에 너무 이른 시기에 그를 부활시킨 것도 문제였다.
적어도 백 년의 주기를 가져야만 완전한 상태로 부활이 가능하건만 이십 년 만에 그를 깨운 것이다.
결국 그는 불완전한 부활을 하게 되었고 결국 깊은 잠을 통하여 몸을 회복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래도 틈틈이 인신공양을 통해 천마의 상세를 회복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음양마가 쳐들어온 것이다.
현경에 이른 음양마는 재앙과 같은 신위를 선보였다.
마교에 있는 그 어떤 이들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뇌는 무례를 무릅쓰고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신에게 말이다.
타탁 타탁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마뇌는 심처에 위치한 거대한 대전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벅 저벅
마뇌는 재빨리 대전 중앙에 들어섰다.
스릉
그리고는 옆구리에 찬 검을 꺼내었다.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검은 절로 명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예기를 품고 있었다.
"후우"
마뇌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에 빠져있는 천마를 깨우기 위해서는 피가 필요했다.
그것도 상당한 양의 피가 말이다.
평소라면 사람을 데려와 목을 쳐버려겠지만 지금은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후우우우"
서걱
마뇌는 숨을 한 번 내쉰 후 단번에 오른팔을 잘라버렸다.
"끄으으윽!"
마뇌는 절단면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툭
잘려진 오른팔은 이내 대전 중앙에 떨어져버렸다.
마뇌는 철철 흘러내리는 피를 지혈할 생각도 안한 채 그래도 대전 바닥에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악!"
이내 마뇌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화끈거리는 고통이 그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제발...제발....좀더..빨리.`
마뇌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천마께서 자신의 죽기 전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대량의 핏물이 대전 바닥을 잔뜩 적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전 바닥에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마뇌는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반응이 온 것이다.
우우우우웅
눈부신 빛과 함께 대전이 진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현상이 일어났다.
마뇌가 대전 바닥에 흘렸던 핏물들이 그의 팔을 중심으로 점점 소용돌이치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애액
소용돌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커지더니 이내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하였다.
휘이이이이이이잉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피바람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이내 사람의 인영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본 마뇌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신(神)께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탁
귓가에 소리가 들려왔다.
신께서 발을 내디딘 듯싶었다.
그 소리마저 경건하였고 그 소리마저 감격스러웠다.
천마였다.
모든 마교도들이 바라마지 않는 유일신 말이다.
"음양마인가?"
천마는 마뇌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마뇌는 감격하였다.
그는 신답게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천마님을 뵙겠다며 마교의 전각들을 부수고 있습니다!"
마뇌는 비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손에 무너져간 마교의 역사가 담긴 건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마뇌의 말을 들은 천마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나고 싶다면 만나줘야지."
저벅 저벅
말을 마친 천마는 대전 밖으로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마뇌는 그런 천마의 뒷모습을 감격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
쿠콰광
우르르르
음양마는 그저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손을 휘저으니 다시금 전각이 무너져내렸고 발을 구르면 지진이 일어났다.
지금 마교는 초토화 그 자체였다.
과거 황실의 백만대군 맞서 싸울 때조차 이만큼의 피해를 입었던 적이 없었다.
그만큼 천혜의 요새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튼튼하기 그지없는 곳이 바로 마교였다.
그런데 그 천혜의 요새가 단 한 사람의 손에 의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제에에에엔장!! 모두 저 늙은이를 막아라!"
누군가 음양마를 가리키며 외쳤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앞으로 나서는 순간 순식간에 시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리 광신에 빠져든 자들이라지만 그들 또한 인간이었다.
범접할 수 없을 만큼의 신위를 보이는 자에게 누가 선뜻 나설 수 있겠는가?
"겁쟁이 녀석들!"
그때였다.
거대한 체구를 가진 중년인이 음양마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창이 들려있었다.
"이 괴악한 늙은이! 그만두지 못할까!"
"창마(槍魔)다!
"창마님이 오셨어!"
그의 등장에 수많은 교도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창마(槍魔)
그는 과거 이십여 년전 정마대전 활약하던 마교의 장로로서 타고난 신력과 패도적인 창술을 바탕으로 수많은 정파의 협사들을 절명시켜버린 마두였다.
그의 주무기는 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내지르는 찌르기였는데 이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신창이라 불리우던 양원경마저 단숨에 머리통이 꿰뚫려 절명할 정도였다.
당시 양원경은 신창(神槍)이라 불리우며 이름을 날리던 양가창법의 고수였는데 그마저도 창마의 거창술을 감당치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런 엄청난 위용을 갖춘 창마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기꺼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억하심정으로 마교를 때려 부순단 말인가!"
창마는 음양마를 바라보며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이 늙은이의 손에 수많은 전각이 부서졌고 수많은 교도가 목숨을 잃었다.
도대체 무슨 원한으로 이리도 끔찍한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그게 마인의 본질이 아니겠느냐? 껄껄"
그 말을 들은 음양마는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노오오오옴!"
부우웅
음양마의 말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창마는 그대로 거창을 휘둘렀다.
"어?"
우드득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노인이 모습을 감춘 것이다.
아니 노인뿐만 아니었다.
앞에 보이던 풍경들이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창마는 의아해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란 말인가?
창마는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넓디넓은 자신의 등을 말이다.
이내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목이 완전히 돌아갔다는 사실을 말이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이내 끊겨버렸다.
쿵
창마의 거대한 거구가 땅을 떨궈졌다.
목이 완전히 돌아간 상태로 말이다.
"상대하기도 귀찮구나."
음양마는 짐짓 하품하듯 과장된 동작을 취하며 말을 이었다.
챙그랑
챙그랑
그 모습을 본 마인들은 너도나도 검을 놓아버렸다.
항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 맞서겠다는 의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괴물"
"...창마가 당했어?"
"괴물! 괴물이다!"
이내 그들은 음양마를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화경의 끝자락에 닿아있다고 여겨지는 고수가 창마였다.
그런 창마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에 당해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화경 따위는 아득하게 뛰어넘은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마인들은 겁에 질려버렸다.
말 그대로 저 노인은 재앙이었다.
재앙을 인간 따위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누군가는 도망을 쳤고 누군가는 눈물을 터트렸으며 누군가는 천마를 찾으며 기도를 올렸다.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 상황이 펼쳐졌다.
음양마는 오롯이 서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정도 난리를 쳤으면 나올 만도 하건만 천마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멸문시켜야겠구만.`
음양마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였다.
추종자들까지 전부 몰살시켜버린다면 나오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음양마는 음양조화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단숨에 마인들의 목을 전부 따버릴 심산이었다.
그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들은 그 크기를 점점 키우더니 이내 엄청난 존재감을 발산하기 시작하였다.
`나를 부르고 있군.`
기운을 느낀 음양마는 환한 미소로 만개하였다.
쾅
기운 느낀 음양마는 재빨리 땅을 박찼다.
그리고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몸에서 능공허도(凌空虛道)라 불리우는 전설적인 경공술이 발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음양마는 볼 수 있었다.
존재감을 내뿜으며 자신을 부르고 있는 이의 정체를 말이다.
`천마`
음양마의 입가에 띤 미소가 더더욱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저 죽일놈을 말이다.
타탁
그와 멀지 않은 곳에 착지한 음양마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천마가 부활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 싸웠을 때와 전혀 다를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크크크크크...네놈은 늙지도 않는구나."
음양마는 천마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본좌는 불멸의 존재니까."
그의 말에 천마는 담담히 답하였다.
"애써 포장하지말거라, 괴물주제에 ."
"인간은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를 마주했을 때 괴물이라 칭하며 추악한 질투심을 드러내지, 네놈도 마찬가지인가?"
"크하하하하하 걸작이구나."
그의 말에 음양마는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리 우습지?"
음양마의 웃음에 천마는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나보다 약한 놈한테 질투 따위를 느낄 리 없지 않느냐?"
음양마는 빙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것참 흥미로운 이야기군. 본좌가 네놈보다 약하다는 소리인가?"
천마는 흥미롭다는 듯한 말투로 말을 받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느냐? "
"예나 지금이나 오만하기 그지없구나."
음양마의 답을 들은 천마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천마는 음양마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중원을 침공하기에 앞서 음양마와 생사투를 벌였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음양마는 지금처럼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천마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빚을 청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음양마와의 싸움은 무승부로 끝났었다.
한창 싸움을 이어가던 도중 음양마가 자리를 피하였기 때문이다.
마교도들은 천하의 음양마마저 천마에게 겁을 집어먹었다며 조롱하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천마는 음양마와 싸우면서 단 한 번도 승기를 잡아본 적이 없었다.
물론 이는 음양마 또한 마찬가지였겠지만 이 일은 천마의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
그는 수백 년의 역사상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압도해보지 못한 적이 없었다.
수백 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패배가 있었지만, 단독으로 누군가에게 밀려본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압도하지 못했던 이가 바로 음양마였다.
자존심에 상처가 나지 않을 리 없었다.
우우우우우우웅
"네놈에게 격차라는 것을 알려줘야 할 듯싶구나."
기운을 한껏 끌어올린 천마는 음양마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마음껏 보여주려무나, 이십 년간 네놈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노부가 직접 봐주겠느니라."
천마의 말에 음양마는 여유롭게 맞받아치며 말을 이었다.
"대신 목숨을 걸어라."
말을 마친 음양마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어마어마한 양의 음양조화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두 절대자들의 기운이 온 사방을 덮쳐들며 부딪히기 시작하였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한지 기세가 부딪힐 때마다 마치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내 천마가 음양마에게 달려들었다.
음양마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천지를 뒤흔드는 절대자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