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132 백화봉에 도착하다-2
선우는 허리를 활처럼 뒤로 젖혔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튕겨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궁신탄영(弓身彈影)이었다.
과거 초월적인 속도를 자랑하던 요랑을 상대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비장의 수였다.
당시 선우는 초절정에 불과하였지만 요랑조차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를 자랑하였다.
그리고 지금 화경에 이른 선우의 궁신탄영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거기다 각성으로 신체능력까지 비약적으로 상승 된 상태였다.
그 속도는 가히 전광(電光)같다고 칭해도 모자람이 없으리라
선우는 초월적인 속도 그대로 음양마에게 쏘아져 나갔다.
선우는 내력을 집중하였다.
그리고 독기가 섞여 있는 음양조화기가 선우의 손을 타고 검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이내 용미연검에는 보는 것만으로 살벌한 어마어마한 기운이 흘렀다.
'죽어!'
선우는 그대로 음양마의 목을 베어들어갔다.
쾅
하지만 그의 바램을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혼신이 담긴 일격이 무색하게 음양마는 너무나도 손쉽게 그의 검을 막아버린 것이다.
까득
선우는 발을 들어올린 후 그대로 음양마에 차올렸다.
퍽
선우의 발이 그대로 음양마의 배에 꽂히며 타격음이 들려왔다.
"끌끌"
하지만 음양마에게는 고통어린 비명소리대신 웃음소리가 피어나올 뿐이었다.
음양마는 그대로 반대손을 들어 선우에게 뻗었다.
펄럭
탁
그러자 흑룡포가 펄럭이더니 그대로 음양마의 손을 쳐냈다.
음양마는 흑룡포가 의외였는지 살짝 놀란 눈치였다.
선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검에 강기를 형성한 후 음양마의 목을 베어들어갔다.
쾅
하지만 그의 검은 다시금 음양마의 손에 막히고 말았다.
음양마는 그대로 발을 들어 선우를 차버렸다.
주르르르륵
콰쾅
선우는 뒤로 쭉 밀려나더니 이내 벽이 부숴지며 그 안에 처박히게 되었다.
"별 희한한걸 다갖고 있는구나."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무공만 높아진 줄 알았더니 별희한한 기물들을 다가지고 왔다.
용미연검과 흑룡포의 능력은 음양마조차 놀랄정도였다.
의지를 가지고 주인을 보호하는 옷과 검이라니 말이다.
투 툭
"우웨에에엑"
벽에 처박힌 선우는 주저앉은 뒤 바닥에 피를 토하였다.
아무래도 음양마의 발차기에 내장이 상한 듯 싶었다.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짧은 공방이었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다.
그동안 단 한번도 실전에서 써본적 없는 용미연검과 흑룡포를 사용하였고 각성으로 신체능력까지 비약적으로 올린 후 궁신탄영까지 시전하였다.
하지만 음양마에게는 무엇하나 닿지 않았다.
차원이 달랐다.
선우는 알고 있었다.
음양마가 자신을 한껏 봐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자신의 공격을 맞받아칠 뿐
공격다운 공격을 전혀 이어가지 않았다.
제대로 된 공격을 굳이 뽑자면 방금 전 날린 발차기 정도?
하지만 이조차도 진심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
그가 진심을 담아 발을 차올렸다면 자신의 배는 뚫려버렸으리라
까득
선우는 더욱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시금 용미연검을 치켜들었다.
'막을 수조차 없게해주지!'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내력이 손을 타고 검에 전해지더니 푸른빛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푸른빛은 더욱 더 선명해지더니 이내 강기를 형성하였다.
선우는 검에 모여진 푸른 빛 강기를 검끝에 몰아넣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거대한 기의 파동이 소용돌이치더니 이내 용미연검의 검 끝에 모여들었다.
'압축......압축.......압축'
검 끝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강기들의 수도 없이 압축되었다.
그리고 이내 둥그런 형태의 구를 형성하였다.
검환劍環이었다
선우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한 번에 꿰뚫을 심산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음양마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검환이라니
검환이 무엇이란 말인가
강기라 불리우는 강대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수도 없이 압축하여 파괴력을 극대화시킨 최고위 상승기술이 아니던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것을 저 스스로 개척한 모습에 음양마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선우는 허리를 활처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몸을 튕긴 후 그 반탄력을 이용하여 그대로 쏘아져나갔다.
팡
공기가 터지는 파공성과 함께 선우의 신형이 사라져버렸다.
번쩍
그리고 다시 나타난 곳은 음양마의 코앞이었다.
"죽어!!!"
선우는 괴성을 지르며 음양마의 심장을 찔러들어갔다.
음양마는 지척까지 검환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선우는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피하거나 호신강기를 씌워 막아도 모자랄 판에 맨손을 내밀다니?'
선우는 그의 오만에 조소를 보내었다.
그의 오만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무려 검환이다.
그 강철마저 무 자르듯 가뿐히 베어낼 수 있다는 검강을 압축하고 압축하여 파괴력을 극대화시킨 기술말이다.
그런데 그런 검환을 맨손으로 막겠다니?
아무리 그가 현경에 이른 이라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내 그의 손과 선우의 검환이 맞닿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음양마의 손이 갈기갈기 찢어져버릴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치도 못하게 흘러갔다.
음양마의 손이 검환 주위를 천천히 감싸듯 돌기 시작하였다.
검환 주위를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양마의 손을 멀쩡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이내 검환을 천천히 옆으로 밀어내었다.
그의 손에 밀려진 검환은 천천히 기운이 사그라들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모습을 감추었다.
"도..도대체?"
그 광경을 지켜 본 선우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말도안되는 일이었다.
맨손으로 검환을 밀어낸 것도 모자라서 소멸까지 시켜버리다니!?
"끌끌 "
선우의 놀란 모습이 즐거운지 음양마는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잘 기억하거라,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라는 수법이니라."
그의 말에 선우는 절망감에 몰려들었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가 무엇이란 말인가
과거 페르시아에서 전래된 서역 최고의 무공으로 마교의 호교신공이 아니던가
건곤대나이는 힘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무공이다.
효용만 보면 무척이나 단순하기 짝이 없어보이지만 과거 정마대전 당시 수많은 중원의 무림인들은 이 단순함에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건곤대나이를 익힌 자는 그 어떤 힘도 방향을 바꿔버릴 수 있었다.
적의 공격 방향을 틀어 공격자나 제 삼자에게 되돌릴 수 있었으며 심지어 화살은 물론 독, 암기, 검 ,창 이 모든 병장기들의 방향조차 되돌려버릴 수 있는 것이다.
예외 따윈 없었다.
이화접목이나 무당의 사량발천근과 비슷한 원리였지만 실상은 그 궤를 달리할 정도로 기묘하기짝이 없으면서도 위력적인 무공이었다.
어떤 공격을 하든 전부 되돌려버리는데 그 누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
과거 천마대제 또한 이 무공을 익혔었는데 이 무공이 있었기에 그는 홀로 대형 문파를 하나를 전멸시키고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어떤 공격을 하든 전부 되돌려버리는데 누가 그의 상대가 되겠는가
선우는 건곤대나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건곤대나이에 관한 이야기는 옛부터 유명한 일화였다.
그런데 그 전설적인 무공이 음양마의 손에 의해 펼쳐진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놀라움도 잠시 그의 머리속에 절망감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건곤대나이를 익힌 이상
자신이 어떤 공격을 하든 그에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무엇하나 닿지 않을 것이다.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옥령이 없는 세상에 죽는 것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미련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복수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절로 눈가가 촉촉해졌다.
뚝 뚝
선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옥령에게 너무 미안했다.
자신때문이다.
그녀가 죽은 이유는 말이다.
음양마에게 그녀를 맡기지 않았어야 했다.
처음부터 백화봉을 찾지 않았어야 했다.
후회와 회한의 눈물이 선우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만 처울어."
그 모습을 본 음양마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하였다.
기껏 신기神技를 보여주었더니 감동은 커녕 어찌 눈물을 보인단 말인가
"이새끼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
그 모습이 꼴보기 싫어 음양마는 짜증을 내었다.
음양마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눈물을 쏟아낼 뿐이었다.
"옥령, 살아있다."
그때였다.
선우의 우는 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음양마가 툭 하고 말을 내뱉었다.
"뭐..뭐라구여?
선우는 말을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살아있다고 새끼야, 그러니까 그만 질질짜."
뒤이어 음양마의 짜증섞인 말소리가 들려왔다.
*************
선우는 기절한 요랑에게 용포를 덮어주었다.
기절을 요랑을 보니 잘지내고 있던 애를 괜히 데리고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 맨날 기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담쓰담
선우는 요랑의 머릿결을 두어번 쓰다듬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옥령을 만나러갈 시간이었다.
"따라와 새끼야."
음양마는 벽곡단 가득 든 항아리가 있는 토굴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어?'
선우는 의아한 듯 하면서 음양마를 따라갔다.
토굴 안쪽을 보니 전과 마찬가지로 항아리만 가득 들어있을 뿐 옥령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선우는 불신에 찬 시선으로 음양마를 쳐다보았다.
"눈깔 파주랴?"
선우의 그런 시선을 눈치 챈 것인지
음양마는 선우에게 거친 말을 뱉어내었다.
선우는 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라면 눈깔정도는 진짜 파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거다"
음양마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바닥을 보니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죽통 하나가 바닥에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무슨?"
"그녀는 이 땅 밑에 묻혀있다."
"네!?"
선우는 음양마의 말에 놀라 되물었다.
아니 멀쩡한 산 사람을 무슨 연유로 땅바닥에 묻어버린단 말인가
선우의 눈빛에는 불신의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눈 예쁘게 하거라, 파이기 싫으면"
"넵"
선우는 눈을 내리 깔고 빠르게 답하였다.
그와 힘의 격차를 깨달은 선우였다.
반항이라는 생각조차 안하기로 다짐하였다.
"애초에 귀식대법이 뭐라고 생각하는게냐? 호흡과 심장박동 체온까지 거의 시체와 마찬가지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니라 그런데 그걸 실온상태에서 공기 중에 노출시켜보거라 금방 부패하지. "
"바닥에 묻어도 부패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까?"
"그건 괜찮다. 점성이 높을 수록 시체는 잘 썩지 않거든 다행히 이쪽 토굴에 있는 흙들이 점성이 높더구나. 미련없이 묻어줬지."
음양마의 말을 들은 선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음양마가 옥령을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잠깐'
그때 선우는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아까 옥령을 죽였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살아있다니 그것 또한 이상했다.
왜 쓸데없이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사람 헷깔리게 말이다.
"잠깐만요."
선우는 다급히 음양마를 불렀다.
"뭐, 새끼야"
"아까 분명 옥령을 죽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음양마는 모르겠다는 듯 그에게 되물었다.
"아까 분명 가망이 없어서 땅에 묻었다고!"
"그래서 묻었잖아."
음양마는 땅을 가리키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
그의 말에 선우는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그따위로 하면 누가봐도 죽였다고 듣지 않겠는가?
"아니 그럼 요랑이는 왜 팬겁니까!"
"짐승새끼가 어디 사람을 친구처럼 불러? 거기다 울어젖히는 게 얼마나 시끄러운지 고막이 저리더구나."
"............"
요랑을 팬 건 그냥 반말을 해서인 듯 싶었다.
"너도 잘 기억해두거라, 짐승은 맞아야 말을 듣는게다."
선우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자신과 음양마는 싸울 이유가 없던 것이 아니던가
그럼 자신은 무엇때문에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는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말인가
"그나저나 독정은 구해왔냐?"
음양마는 선우의 벙찐 표정을 보며 내심 고소를 삼키고 화제를 바꿨다.
툭 툭
선우는 품속을 두드렸다.
"품안에 있습니다."
"잘됐구만 바로 치료할 수 있겠어."
선우의 말에 음양마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독기가 워낙 독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만질 수가.."
"내놔."
음양마는 선우의 말을 끊어버리고 대뜸 손을 내밀었다.
턱
선우는 살짝 고민하더니 이내 그의 손에 독정을 올려놓았다.
그의 걱정과 달리 음양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독정을 만지고 있었다.
선우는 그 모습을 보고 입을 턱하고 벌렸다.
자신이야
음양조화신공이 독기와 완전히 융화되어 독공의 성질을 띠고 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만질 수 있었다지만 음양마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날 뭘로 보는게냐?"
선우의 시선을 알아챘는지
음양마는 피식 웃으며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덧 없는 여유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치료하게 나가."
음양마는 선우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저도 옆에서 보면 안됩니까?"
선우는 음양마에게 은근한 말투로 말하였다.
"꺼저, 거슬려."
음양마는 선우의 그런 은근한 말투를 단호히 거절하였다.
"네에.."
그의 단호한 거절에 선우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기 비척 비척 토굴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음양마는 그런 선우의 뒷 모습을 보며 슬쩍 미소를 흘렸다.